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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KBL] 홈 경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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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은 이번 시즌 주말 홈 연전 일정을 추가했다. 하루 한 경기만 진행하고, 특정팀이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배제한지 13년 만이다.

 

양대리그 체제에서 단일리그로 전환한 2007겨울리그 이후, WKBL이 하루 두 경기 일정을 정기적으로 편성한 적은 단 한 번 뿐이다. 2007-2008시즌에 1회, 그리고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에 2회씩을 편성했지만 정기적인 일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2007-2008시즌은 하루 두 경기가 열리기 전 앞 뒤로 휴일이 있었고, 이후 시즌에도 이러한 안배를 통해 이틀 연속 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했다. 또한 이 때의 하루 두 경기는 주말이 아니었다.

 

단일리그 이후 꾸준하게 하루 두 경기 일정이 잡힌 것은 2012-13시즌이 유일하다. 이 시즌에는 일요일에 두 경기가 열렸고, 리그 휴식일은 화요일과 수요일이었다.(종종 수요일에도 경기가 열리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휴일 없이 백투백 일정을 소화하는 팀이 발생했다. 이 때는 연속 경기를 하는 팀에게 홈에서 경기를 갖도록하는 안배도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한 팀이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른 건 이 시즌이 마지막이었고, 이후로는 연전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종목과 달리 WKBL에서는 '백투백 경기'가 하루 쉬고 치르는 이른 바 '퐁당 경기'를 지칭하게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연전 경기가 13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주말 홈 경기 수를 늘려 관중 동원에 더 신경을 쓴 부분이라고 했다. 시즌 초반, 관중 동원에 분명한 효과가 있었고, 이벤트 진행에도 도움이 된다며 구단들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순효과보다는 역효과가 커지고 있다. 주말 홈 경기를 갖는 팀들의 성적이 너무도 처참하다. 상위 팀들도 '주말 홈 경기의 덫'을 피하지 못하면서 하위권 팀들이 상위권과의 승차를 좁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어지간할 때 이야기다. 너무 극단적인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체력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력마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하위권 팀들의 경기력은 더욱 처참하다.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 나타난 누적된 피로, 그리고 순위 경쟁으로 인한 합리적인 운영의 딜레마로 인해 주말 경기는 무조건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선택과 집중'을 플레이오프 마지막 자리를 다투는 팀이나 하위권 팀이 아닌 상위권 팀까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주말이 관중 동원에 더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손님을 모셔놓고 홈 팀이 프로답지 못한 경기력, 혹은 선수 운영으로 처참하게 지는 경기를 반복한다면, 그것이 WKBL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까? 

 

▲ 2025-2026시즌 주말 연전 팀 성적
순번 토요일 일요일 주말 성적
날짜 상대 결과 날짜 상대 결과
1 우리은행 11/22 삼성생명 44-63 11/23 신한은행 75-51 1승 1패
2 KB 11/29 하나은행 57-67 11/30 우리은행 69-65 1승 1패
3 삼성생명 12/6 BNK 65-62 12/7 우리은행 59-62 1승 1패
4 신한은행 12/13 BNK 61-63 12/14 우리은행 44-47 2패
5 하나은행 12/20 KB 46-70 12/21 우리은행 61-53 1승 1패
6 KB 12/27 우리은행 66-68 12/28 하나은행 72-81 2패
7 삼성생명 1/10 하나은행 57-75 1/11 KB 73-89 2패
8 BNK 1/17 삼성생명 54-50 1/18 신한은행 79-85 1승 1패
9 하나은행 1/24 삼성생명 60-62 1/25 KB 75-87 2패
10 신한은행 1/31 KB 66-76 2/1 하나은행 43-76 2패
11 BNK 2/7 하나은행 54-62 2/8 우리은행 57-63 2패
12 우리은행 2/14 하나은행 45-71 2/15 삼성생명 56-58 2패
13 BNK 2/21 삼성생명   2/22 신한은행    
14 하나은행 3/28 BNK   3/29 삼성생명    

 

 

게다가 주말 연전조차 6개 팀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주말 연전은 총 14회가 진행되기 때문에 2개 팀은 다른 팀보다 주말 연전을 1번 더 해야 한다. BNK와 하나은행이 그렇다. 이번 시즌은 주말 연전의 경기력 문제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던 탓에 큰 논란 없이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 주말 경기가 극단적인 '승률의 덫'이라는 게 증명된 만큼 앞으로는 이 일정으로 인한 구단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펼쳐진 24번의 주말 연전에서 홈팀의 성적은 5승 19패로 승률은 20.1%밖에 안된다. 한 팀의 성적이라고 가정하면 압도적인 리그 최하위의 페이스다. 시즌 초반에는 토요일보다 일요일 승리가 많으므로 일정과 체력이 정비례하는 건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었지만, 리그가 후반까지 치러진 상황에서는 그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12월 21일 이후 홈팀들은 일요일 경기를 7연패 당하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12경기에서 4승 8패였던 성적이 이후 후반기 12경기에서는 1승 11패다. 주말에 경기장을 찾는 홈팬들은 처참한 경기력으로 참패를 당하는 '우리 팀'을 보고 있는 중이며, 심지어 최근에는 4주 연속 연패를 관람하고 있다. 1위팀부터 6위팀까지 모두 연패를 당했다며, 하향 평준화에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

 

신규 관중 유입을 위해서는 경기력과 승리가 모두 중요하다. 경기력이 다소 아쉽더라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모습을 보면 최소한의 기대를 유지할 수 있다.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경기를 진다면, 그것도 수준 이하의 경기력으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들면, 어렵게 했던 발걸음을 끊어버리는 결정타가 된다. 흥미 유발로 일회성 팬을 유치했다면 잡아둬야 하는데, 지금의 주말 연전은 이들에게 '외면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골수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홈 경기가 많아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가는 족족 떨어지는 경기력과 연패당하는 결과를 보게되면 자연스럽게 경기장을 찾을 이유를 잊게 된다. 집에서 중계를 보거나, 결과만 접하게 된다. 나중에는 결과를 보고 이긴 경기의 하이라이트만 찾는 경우로 빠지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안배를 위해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러 경기장에 오는 팬은 정말 충성도가 엄청난 극소수 뿐이다.

 

 

 

관중 증가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증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아직까지는 '객단가'의 가치가 매우 낮은 종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다. 

 

WKBL이 확실한 지역 연고를 갖추고 모든 일정을 홈-어웨이로 치른 것은 2011-12시즌부터다. 이전까지는 제 3지역에서 중립 경기를 치렀다. 연고팀이 없는 서울에서 경기를 치른 적도 있고, 2009-2010, 2010-2011시즌 하루 두 경기가 열렸던 경기들이 중립 지역(각각 김천, 광주)에서 열렸던 경기들이다.

 

모든 일정이 홈&어웨이로 진행된 2011-12시즌 이후, WKBL 팀들의 시즌 별 홈 승률은 아래와 같다. 

 

▲ 시즌 별 WKBL 홈 승률
시즌 경기 승률
2011-2012 120 70 50 58.3%
2012-2013 105 53 52 50.5%
2013-2014 105 64 41 61.0%
2014-2015 105 51 54 48.6%
2015-2016 105 51 54 48.6%
2016-2017 105 60 45 57.1%
2017-2018 105 58 47 55.2%
2018-2019 105 56 49 53.3%
2019-2020 82 39 43 47.6%
2020-2021 90 39 51 43.3%
2021-2022 90 53 37 58.9%
2022-2023 90 51 39 56.7%
2023-2024 90 51 39 56.7%
2024-2025 90 49 41 54.4%
2025-2026 74 29 45 39.2%

 

 

2011-12시즌 이후 13년 동안 홈 승률이 50% 미만이었던 적은 4번. 그 마저도 현격하게 승률이 떨어졌던 것은 2020-2021시즌이 유일하다. 13년 간 총 1387번의 홈 경기에서 WKBL 팀들은 745승을 거뒀다. 평균 53.7%의 승률이다. 특히 2020-21시즌 역대 최하 홈 승률을 기록한 이후 4년간은 360경기에서 204승 156패를 기록하며 평균 56.7%의 홈 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올해 곤두박질 쳤다. 이번 시즌은 채 40%가 안된다. 역대 최저는 거의 확정적이고, 30%대 홈 승률이 나올 수도 있다. 29승 45패라는 처참한 홈 승률에 주말 연전 결과를 빼면 24승 26패, 승률 48.0%가 나온다. 그나마 주말 연전을 빼면 정상(?)에 수렴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연고 정착이 필수고, 또 이를 위해 홈 승률이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내수에서 타 종목의 견제를 절대 불허하는 프로야구는 지난 2022년, 시즌 절반을 치른 시점에 홈 승률이 45%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분을 지적받기도 했다. 낮은 홈 승률은 리그 흥행을 저해한다는 전제가 명확하게 붙어 있었다. 모든 프로 스포츠에서는 구단은 물론 리그를 운영하는 협회나 연맹도 홈 승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WKBL 지도자들과 선수들도 예전보다 "홈 팬들 앞에서는 적어도..."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WKBL이 홈 관중을 늘리기 위해 시행한 제도는 실질적인 리그의 위상과 가치를 제고하기보다는 하락시킬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KBL도 연전 경기가 있고, WKBL도 과거 연전 경기를 치러본 경험이 있으니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익숙해지면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2-3년 동안은 '선택과 집중'이 수없이 등장하고,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팬들의 비난으로 도배되는 경기가 반복되는 시기를 거쳐야 한다.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WKBL에게는 조금도 긍정적이지 못한 시련이다. 최선의 경기력으로, 갖고 있는 최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도록 도와도 모자랄 판에 많은 관중 앞에서 망신당하고, 불만스러운 결과를 받아든 후 '알아서 극복하라'고 선수들을 윽박지를 수는 없다.

 

농구는 점점 더 많이 뛰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스피드와 운동량이 예전보다 강조되고 있다. 선수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지만, 각자의 피지컬과 체력적인 면이 강조되는 시대에 선수층이 얇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고민해야 한다. 2012-13시즌에는 지금보다 더 두터운 선수 풀에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지금은 아시아쿼터 선수를 제외하면 6개 구단 등록 선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다. 

 

10개 구단 체제인 KBL의 이번 시즌 등록 선수는 총 219명이다. 팀당 평균 21.9명이라는 것. WKBL도 지금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려면 팀당 20명 정도의 스쿼드는 갖춰져야 한다. 국내 선수 18명에 외국인 선수(혹은 아시아쿼터) 2명 정도의 구성으로 총 120명 정도는 되어야 지금과 같은 일정을 버틸 수 있다. 물론 스쿼드에 포함된 백업 자원들의 수준도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한다. WKBL에서 이번 시즌 총 125분 이상 경기를 뛴 선수는 56명이다. 팀당 24~25경기를 치른 시점이므로 전체 경기를 기준으로 평균 5분 이상 뛰었다고 볼 수 있는 선수가 56명이라는 것이다. 같은 기준으로 할 때 KBL(팀당 42경기, 총 210분)에서는 그 자격을 넘긴 선수가 115명이다. 구단 수로 나눠도 KBL이 WKBL보다 팀 당 2명 이상 더 많다는 결론이다. 

 

지금과 같은 선수 구성 속에 계속 주말 연전 일정이 존재한다면 전체적으로 나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 번 겪어본 만큼, 주말 경기 자체의 승률은 올라갈 수 있다. 주말경기 뿐 아니라 전체 일정을 통틀어 확실한 안배를 추구할 것이다. 10~11일간 5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꾸준히 등장하는 WKBL의 일정으로 인해 주중 경기까지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의 폭을 넓히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주말 경기 승률의 소폭 상승으로 눈가리고 아웅은 되겠지만, 전체적인 리그의 경기력과 품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피하기 힘들다고 본다. 

 

여전히 도약해야 하는 과제가 많은 리그인 만큼, WKBL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여러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리스크가 확실하게 드러난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그 도전과 시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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