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1라운드가 끝났다. 주 5일 경기에 토요일 두 경기라는 일정의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거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관중 동원에서 성과가 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충격적인 1라운드가 됐다. 하나은행이 KB와 공동 1위(4승 1패)에 올랐고,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 더불어 공동 최하위(1승 4패)다.

결과적으로는 강강약약? - 신한은행
11/16 BNK 54-65 패
11/21 하나은행 76-62 승
11/23 우리은행 51-75 패
11/26 KB 61-62 패
11/29 삼성생명 58-65 패
: 1승 4패, 60.0득점(4위) 65.8실점(5위)
1위에 오른 두 팀과 가장 좋은 승부를 했다. 하나은행을 이겼고, KB도 이길 뻔 했다. 오히려 작년 대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팀들에게 무너졌다.
사실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특별히 분석할 게 없다. 시즌 전 예상과 비교해서 가장 비슷한 모습과 결과가 나오고 있는 팀이다. 전력이 안정적이지 않다. 최윤아 감독이 악착같은 팀 컬러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되는 일은 분명 아니다. 결정적으로 팀에 구심점이 없다.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신한은행에 없는 세 가지(에이스, 리딩가드, 미친선수)다. 신이슬이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리딩가드를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 1위(17.4개)라는 부분이 이를 반박할 자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오히려 경기당 11.6개로 가장 많은 턴오버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효과적이고 공격적인 전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턴오버라고 보기 어렵다.
불운한 부분도 있다. 개막 전에 공을 들였던 미마 루이가 부상으로 첫 3경기를 결장하고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 김지영이 개막전을 뛰고 부상을 당했고, 히라노 미츠키도 2경기 만에 부상을 당했다. 등록 선수가 가장 적고, 핵심 선수들이 부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초반 부상 이슈는 신한은행에 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홍유순이 출전 시간이 늘어난만큼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신한은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역시 신지현과 최이샘이다. 신지현은 5경기에서 평균 10.0점 5.0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3점슛 성공률은 37.5%(9/24)에 이른다. 문제는 득점 기복이다. 하나은행, KB전에는 4개의 3점슛을 포함해 각각 18점, 14점을 올렸지만, 다른 3경기에서는 득점이 저조했다. 징검다리 활약이다. 신지현은 신한은행의 핵심 전력이고, 굳이 공수를 나눈다면 공격에 더 비중을 두는 선수다. 그렇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도 평균은 가져가 줘야 한다. 최이샘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지만 공격에서 특별히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 전 5득점이 이번 시즌 최다득점 경기다. 최이샘은 볼을 오래 잡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득점을 올릴 줄 아는 선수다. 온 볼 플레이어가 많았던 전성기 우리은행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고, 수비에서도 높은 에너지를 내는 선수였다. 하지만 1라운드 활약은 기대를 현저하게 밑돌았다. 신이슬과 홍유순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미마 루이가 리그에 적응하고, 김진영이 특유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팀에 도움 되는 형태로 가져간다 하더라도 결국 신지현과 최이샘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신한은행은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부족한 팀이다. 코트 위의 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부족한 이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 스코어러 역할을 할 수 있는 신지현과 최이샘이다. 둘 모두 비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혹스런 성적표 - 우리은행
11/17 하나은행 45-66 패
11/22 삼성생명 44-63 패
11/23 신한은행 75-51 승
11/28 BNK 45-54 패
11/30 KB 65-69 패
: 1승 4패, 54.8득점(6위) 60.6실점(3위)
단비은행 2년차에 확실한 위기를 맞이했다. 왕조의 주역들이 빠져나간 후, 혼자 외롭게 팀을 이끌었던 김단비는 지난 시즌 개인 8관왕에 올랐고, 전력이 크게 흔들린 팀을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진출로 이끌었다. 대단한 성과를 보였지만 하나의 여지가 생겼다. '김단비도 지친다'는 당연한 문제다.
2023-24시즌, 우리은행은 최고의 정규리그를 보낸 KB를 챔프전에서 잡았다.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미친 활약'을 펼친 김단비의 역할이 컸다. 플레이오프에서 고비마다 삼성생명 전체를 상대로 무쌍을 찍었던 김단비는 챔프전에서 박지수를 상대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처절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김단비는 지칠 줄 몰랐다. 그렇게 김단비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2024-25시즌. 김단비는 1년 전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모두 갱신했다. 21.1점 10.9리바운드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서 이전과 다른 우리은행의 약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김단비의 부담이 확연하게 나타난 것이다.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이 떠나면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은 시즌 전부터 각오가 됐던 상황. 문제는 이들의 부재로 인해 김단비의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단비의 출전 시간은 2023-24시즌이나 2024-25시즌이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코트 위에서 경기를 하는 중에도 김단비 스스로 숨을 고르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칠 줄 모르는 김단비'는 이제 없다. 김단비도 지친다.
슈퍼 에이스가 존재하는 팀을 상대할 때, 감독들이 가장 단순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에이스의 득점을 최소화할 것인가, 에이스를 풀어주고 나머지 4명을 완전히 묶을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은행을 상대하는 팀들은 이번 시즌,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을 묶고 김단비를 괴롭히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다. 공수에서 플레이 부담이 큰 데다가 체력적인 부하도 걱정해야 하는 김단비는 이제 곧 36살이 된다. 리그 최고참 중 하나다. 게다가 직접 해야하는 역할이 많아지면서 외곽슛이 흔들리고 있다. 2020-21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4시즌 동안 김단비의 3점슛 성공률은 32.4%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22.3%로 떨어졌다. 이번 시즌도 26.1%다. 그나마도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3개가 들어갔을 뿐, 나머지 4경기에서는 총 3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김단비의 외곽은 예전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 중인 김단비가 볼을 잡고 시작하는 위치는 기본적으로 3점 라인 밖이다. 예전에는 슛, 패스, 돌파 등 많은 선택지를 두고 수비가 고민했다면, 지금은 돌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드리블이 시작되면 몸을 붙여서 최대한 방해하고 체력전으로 끌고 간다. 안 들어가면 최선이고 들어가도 상관없다. '김단비 고갈'에 초점을 맞추면 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번 시즌에는 자유투 성공률도 상당히 저조해, 김단비를 수비하는 상대도 파울에 대한 부담 또한 예전보다 줄었다.
김단비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리하게 상황을 풀어줄 수 있는 1번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은행에 이런 선수는 없다. 심성영과 강계리가 경험 있는 가드지만, 경기 조율 능력을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위성우 감독은 아시아쿼터 선수 선발에서 이런 유형의 가드를 원했지만 우리은행 순번에서는 그런 선수를 찾을 수 없었다. 김단비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에이스, 혹은 김단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드가 없다면 김단비를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라도 나와야 한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이명관이 그런 역할을 쏠쏠하게 해줬고, 시즌 막판에는 신인 이민지가 깜짝 활약을 펼쳤다. 한엄지의 역할도 있었다.
그리고 김단비의 3점슛이 부정확해도 이를 보완해주는 역할들이 나왔다. 지난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3점슛 야투율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리그 최다 3점슛 시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명관, 심성영, 스나가와 나츠키, 미야사카 모모나, 김예진, 박혜미 등이 꾸준히 3점슛을 넣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나츠키와 모모나는 때로는 무지성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외곽을 던지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런 공격 시도가 김단비의 공격 범위와 인사이드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이것도 여의치 않다. 우리은행은 경기당 25개가 넘는 3점슛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률은 20%에 못미친다. 우리은행보다 유일하게 3점슛을 더 많이 시도한 KB는 성공률이 무려 31.8%다. 지난 5경기, 평균 20분 이상을 뛴 우리은행 선수는 김단비, 강계리, 김예진, 세키 나나미, 이명관, 이민지 등 6명. 이들의 3점슛 성공률은 15.9%다. 김단비의 부담은 지난해에도, 올해에도 똑같이 존재한다. 다만 이를 보정해주던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지난 시즌보다 턱없이 부족한 초반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단편적으로 고민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김단비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외곽이 터져야 한다.
아울러, 코트 안에서의 '김단비 쏠림'을 줄일 수 없다면, 김단비가 최대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도록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출전 시간 관리다. 김단비는 지난 두 시즌 모두 평균 35분 이상을 뛰었다. 이 출전 시간을 얼마까지 줄여줄 수 있을까? 우리은행이 여전히 호화 멤버를 유지하고 있던 2022-23시즌에도 김단비는 32분 정도를 소화했다. 30분 안팎으로 출전시간을 맞춰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관건은 우리은행이 '김단비 없는 시간'을 견딜 수 있느냐다. 이 시간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개막전의 충격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우리은행은 부천 원정에서 45-66으로 패했다. 부천에서 9년 9개월만에 패했다. 심지어 정규리그에서 20점 이상의 대패를 당한 것은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13시즌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경기 결과보다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1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뺏기면서 전체 리바운드도 무려 17개나 졌다. 승패를 떠나 강한 몸싸움과 적극적인 박스 아웃, 거침없는 리바운드와 활동량은 우리은행의 DNA와 같다. 체력, 수비와 함께, 통합 6연패를 시작으로 13년 동안 정규리그 2위 아래로 내려가본 적 없는 우리은행을 지탱했던 근간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하나은행에게 완패를 당했다.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의 적극성도 이전과 달랐다. 체력을 앞세워 마지막 4쿼터까지도 올라붙고 달려드는 하나은행에게 고전했다. 김단비가 볼을 직접 운반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의 우리은행 라인업은 상대의 압박에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아보인다.
개막전에서 자신들이 가장 자신했던 부분이 무너졌고, 1라운드를 치르며 지난 몇년간 가장 꾸준하게 시도했던 외곽의 영점이 무너졌다. 평균 17.0점 13.2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김단비는 선수 공헌도 부분에서 1위에 올라있지만, 그 수치만큼 경기 지배력으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단비은행에서 김단비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있음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민지나 이명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각성도 필요하지만, 부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한엄지, 유승희, 이다연 등의 회복이 더 절실해 보인다.
위성우 감독은 팀의 연패도 싫어하지만, 한 팀에게 연달아 지는 것을 더 싫어한다. 얄궂게도 우리은행의 2라운드 첫 상대도 하나은행이다. 21점차 충격패를 선사했던 하나은행을 상대로 해법을 찾는다면, 지난 13년간 축적된 우리은행의 저력이 버티는 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2라운드 첫 경기도 내주게 된다면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는 확실하게 4위를 목표로 가는 게 현실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해 KB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반전을 꽤했듯, 우리은행도 그 방향을 기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지가 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에게 긍정적인 그림은 결코 아니다.

코어가 없는 도깨비팀 - 삼성생명
11/19 KB 61-82 패
11/22 우리은행 63-44 승
11/24 하나은행 64-76 패
11/29 신한은행 65-58 승
12/3 BNK 67-72 패
: 2승 3패, 64.0득점(3위) 66.4실점(6위)
기록만 보면 결국 수비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상대를 60점 아래로 묶은 경기는 이겼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70점 이상 실점하면서 졌다. '수비가 되면 이긴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삼성생명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전력의 리빌딩이라기 보다 리더의 리빌딩이라고 해야 하려나...
삼성생명의 1라운드는 신한은행과 더불어 가장 예상 범주에 있었던 모습이다. 키아나 스미스가 은퇴하지 않더라도 팀 합류가 늦은 상황이었고, 지난 시즌에도 키아나 스미스 없는 농구를 해봤기에 어느 정도 복안이 있다고는 했지만 시즌 초반에 그 성과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높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비시즌 연습 경기에서의 경기력이 워낙 좋지 않았다. 키아나 스미스는 지난 시즌 경기당 13점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에서 키아나 스미스가 가져가는 파급력은 스탯 이상이었다. 앞선 자원이 워낙 많은 팀이지만 코트에 서면 '1+1<2'의 모습에 몇년째 머물러 있는 삼성생명으로서는 키아나가 있으므로 풀어지고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영역이 분명 달랐다. 또한 삼성생명은 핵심 선수의 이탈이 남은 선수들에게 각성 효과보다는 핑계를 만들어주는 부작용이 훨씬 큰 팀이기에 느슨한 마인드가 도깨비 팀의 불안감을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예빈이 복귀했고, 이해란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배혜윤의 지배력이 확연하게 축소됐다. 배혜윤은 1라운드에 평균 23분 47초를 뛰며 6.4점 4.8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출전 시간은 차츰 올라올 수 있겠지만, 삼성생명 이적후, 배혜윤의 출전 시간이 24분 미만에 머물렀던 것은 단 한 번(2017-18시즌)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즌은 배혜윤이 확실한 주전으로서 자리를 구축한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낸 때였다. 이번 시즌 배혜윤의 1라운드 스탯은 그 기록에 수렴하고 있다. 2018-19시즌 이후 7시즌 동안 배혜윤은 197경기에서 평균 14.1점 6.8리바운드 4.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러한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배혜윤은 오랫동안 삼성생명의 주장이자 중심이었다. 센터 품귀현상이 심한 WKBL에서 배혜윤이 있음으로 인하 삼성생명은 가드-포워드-센터의 밸런스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박지수(KB)를 제외한 어떤 센터도 배혜윤을 넘지 못했다. 전성기에 접어든 진안과 양인영(이상 하나은행)도 배혜윤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지수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보내지 않았던 해의 최고 센터는 항상 배혜윤이었다. 그런 배혜윤이 센터 포지션에서 예년과 같은 영향력과 지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삼성생명은 수년간 익숙했던 플레이의 전체적인 맵을 완전히 새로 그려야 한다. 키아나 스미스의 공백도 크지만, 배혜윤이 예년과 다르면 그 충격도 크다. 게다가 배혜윤은 삼성생명에서 농구를 알고 하는 유일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복귀한듯한 윤예빈이 있지만, 삼성생명 선수들은 대부분 피지컬(신체 조건이든 운동량이든)이 더 무기인 선수들이다. 가와무라 미유키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당장 센터 포지션의 대체도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혜윤이 예년의 페이스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결국 삼성생명은 팀의 중심을 이동해야한다. 이해란과 키아나에게 자연스럽게 내외곽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그림을 그렸겠지만, 이제는 이해란 혼자 그 역할을 받아야 하는 상황처럼 됐다. 만약 윤예빈이 부상 이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배혜윤이 지금의 스탯을 평균으로 가져가게 된다면, 삼성생명의 농구는 과거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이 하위권에서 전전할 때 펼치던 '우당탕탕 농구'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또 발생하는 고민은 삼성생명 특유의 느슨함이다. 이것은 팀컬러 이상이다. 박하나-김한별-김보미가 공명하던 시즌을 제외하면 삼성생명은 늘 그런 형태였다. 거칠고 투박한 농구보다 세련되고 예쁜 농구, 이른바 '공주 농구'에 익숙한 팀이다. 워낙 대단한 선수들을 보유했던 팀이다. 그런 농구를 해도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등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주역들이 그 단점을 극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선수 구성을 보면 투박함이 더 어울리는데 여전히 경기를 풀어가는 성향이나 리그를 진행하는 흐름에서는 그러한 단순함이 줄 수 있는 강점을 전혀 보이지 못한다. 수년간 누적된 삼성생명의 특징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다른 팀에 비해 투지와 독기가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이 유약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기 보다, 이러한 형태가 너무 익숙해져서, 선수들이 갖고 있는 호승심이나 의지가 경기력으로 발현되거나 승부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래서 하상윤 감독은 신이슬의 보상 선수로 예상을 깨고 김아름을 선택했고, 아시아 쿼터에 지난 시즌에는 히라노 미츠키, 이번 시즌에는 하마니시 나나미를 선발했다. 기량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주기 보다는 투지와 적극성을 더 높이 본 선택이다. 삼성생명에 없는 강렬한 에너지를 원했다. 신한은행과 더불어 '미친 선수'가 없는 팀인 삼성생명에게 분명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1라운드와 같은 형태가 반복된다면, 삼성생명은 적극적으로 리더의 세대교체와 전체적인 판의 그림을 다시 그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구성과 괜찮은 유망주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삼성생명이 이 구성으로 가져갈 수 있는 맥시멈의 한계는 어느 정도 증명이 된 것이 아닐까?

현실에 수긍한 시즌의 진행(?) - BNK
11/16 신한은행 65-54 승
11/22 KB 55-64 패
11/28 우리은행 54-45 승
12/1 하나은행 49-60 패
12/3 삼성생명 72-67 승
: 3승 2패, 59.0득점(5위) 58.0실점(1위)
디펜딩 챔피언인 BNK는 지난 시즌보다 무게 중심이 부쩍 내려왔다. 어쨌든 현재 평균 실점이 가장 적은 팀이다. BNK는 지난 시즌에도 실점이 적은 팀이었다. 다만 공격이 깔끔해보이지 않는다. 지난 시즌 평균 득점 2위의 팀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5위다. 지난 시즌 대비 우리은행의 가장 큰 전력상의 차이는 이이지마 사키(하나은행)의 부재다. 주 공격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사키가 빠졌는데,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활력이 떨어진 모습이다.
일단, BNK는 지난 시즌 보이지 않는 곳의 힘든 부분을 묵묵히 해결해줬던 사키의 공백을 채워야하는 숙제를 안았다. 9.6점 5.3리바운드 1.5어시스트 1.6스틸이라는 스탯 자체에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사키는 온 볼 플레이에 익숙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BNK의 주축 멤버들이 마음껏 달려나갈 수 있는 배경이 됐다.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 때 박지성이 언성 히어로의 역할을 하며 다른 선수들이 거침없이 공격 지향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했던 것 처럼, 지난 시즌 사키는 BNK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했다.
BNK는 이번 시즌 사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를 찾지 못했다. 변소정, 김정은, 박성진 등 3-4번 역할을 하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도 기대했지만, 사키가 했던 역할은 코트를 읽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할 수 있는 영역의 플레이였다. 결국 이번 시즌, 사키의 역할과 가장 비슷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은 박혜진이다. 화려하게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수비와 궂은일에 조금 더 집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즌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다만 박혜진이 오래 볼을 잡고 경기를 운영하는 역할보다 수비와 궂은 일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BNK의 공격 작업은 유기적인 맛이 지난 시즌에 못미치는 느낌이다.
BNK는 지난 시즌, 박혜진과 김소니아의 영입으로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진안이 떠났지만 안혜지와 이소희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베테랑의 영입과 함께 더 이상 젊다고 말할 수 없는 기존 중심 선수들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안혜지와 이소희는 중심적 역할을 오롯이 맡기기에는 고민이 생긴다. 1라운드에 3점슛 성공률이 3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안혜지는 슛 자체에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팀의 확실한 외곽 스코어러가 되어 주어야 할 이소희는 2022-23시즌에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평균 득점이 떨어지고 있다. 득점이 터질 때는 무섭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분명한 단점이다. 무엇보다 안혜지와 이소희 모두 팀의 중심 선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안정감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공격은 김소니아에게 몰리고, 김소니아에게서 해결이 나지 않을 때 다른 선수들이 나눠 갖다가 꼬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BNK도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박혜진 뿐이다. 안혜지나 이소희는 물론 김소니아도 높은 BQ보다는 운동 능력에 더 가까운 선수들이다.
감격의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기존 양강이던 KB와 우리은행의 전력 붕괴, 즉 박지수와 박지현의 해외 진출로 발생한 전력 공백기의 기회를 BNK가 잘 잡은 것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박지수가 복귀하면서 확실한 전력적 1강이 구축됐고, BNK는 사키가 빠지면서 전력이 약해졌다. 결국 다득점보다는 견실한 수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는 감독의 성향일 수도 있다. BNK 선수들도 박정은 감독이 "실점 많이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박정은 감독은 저득점 경기를 펼치는 상황에서의 작전 타임때도 수비를 강조하는 모습이 많다. 김소니아, 이소희, 안혜지 등 BNK의 핵심 선수들은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들이지만, 수비에도 꾸준한 집중력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달고 있는 것 같다. 김소니아와 이소희는 수비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은 아니다. 안혜지는 높이의 약점이 있다. 기존 우승 주역 중 박혜진을 제외하면 수비적 역량을 갖춘 선수가 없기 때문에, 지난 시즌과 같은 수비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에너지 소모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 것이 공격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BNK는 과거 우리은행이 가져갔던 스타일로 시즌을 치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기 보다, 상대를 못하게 해서 승부를 보는 방식이다. 승부처의 한 골 싸움에서는 어떻게든 해결해줄 수 있는 박혜진, 김소니아가 있으니, 진흙탕 싸움에서는 오히려 승산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 KB
11/19 삼성생명 82-61 승
11/22 BNK 64-55 승
11/26 신한은행 62-61 승
11/29 하나은행 57-67 패
11/30 우리은행 69-65 승
: 4승 1패, 66.8득점(1위) 61.8실점(3위)
좋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에이스인 박지수가 빠지면 전력이 급감하는 팀. 박지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팀이 KB 였다. 하지만 박지수 없이 치른 2024-25시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확실한 경험치를 얻었고, 이는 여름의 박신자컵을 거치면서 더 큰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개막 2연승 이후 박지수가 결장한 3경기에서 2승을 챙기면서,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박지수에 대한 쏠림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KB는 박지수 뿐 아니라, 염윤아와 김민정도 부상으로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이윤미는 시즌 아웃이라 이번 시즌에는 복귀가 불가능하지만, 우리은행에서 영입한 김은선은 시즌 중 복귀가 가능하다. 공백이 있었던 만큼 활용 시간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경기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이만큼 빠져 있다는 것은 KB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강이슬과 허예은을 중심으로 1라운드를 잘 치러냈다.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닌 박지수가 다시 3경기를 결장한 것은 부담이지만, 긴 호흡으로 시즌을 가져가면서 맞춰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보인다. KB의 농구가 박지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박지수를 활용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고, 박지수 역시 농구 지능이 높은 선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 KB의 핵심 축인 강이슬과 허예은도 응용력을 갖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에 KB가 흔들리거나 선두 싸움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강한 센터가 있는 팀이 외곽에서 강점을 보이면 상대로서는 곤혹스럽다. KB는 1라운드에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했고, 경기당 10개를 성공했다. 31.8%로 성공률도 1위다. 박지수의 공백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지수가 있었던 처음 2경기도 30개 이상의 3점슛을 시도했다. 박지수의 유무를 떠나 꾸준히 외곽을 주요 공격 루트로 활용하고 있다. 강이슬과 나윤정은 리그에서 가장 외곽 능력이 좋은 슈터들이고, 주전 가드 허예은은 물론, 이채은, 양지수도 3점슛 능력이 있다. 박지수 또한 이러한 팀 컬러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것이 주효하지 않을 때는 이전 박지수가 해결하던 방식을 선택했다. 재활 중인 선수들의 복귀 계획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박지수의 몸이 올라오고, 이들이 가세하면서 KB의 전력은 더 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지수의 공백이 길어진다면, 이로 인한 전력 누수는 피할 수 없다.

1라운드의 주인공 - 하나은행
11/17 우리은행 66-45 승
11/21 신한은행 62-76 패
11/24 삼성생명 76-64 승
11/29 KB 67-57 승
12/1 BNK 60-49 승
: 4승 1패, 66.2득점(2위), 58.2실점(1위)
개막 직전 연습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하나은행이 개막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팀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던 이상범 감독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됐다. "특별한 전술도, 당장의 팀 컬러도 중요하지 않다"고 했던 이상범 감독은 하나은행 선수들에게 "무엇을 주입하는 게 하니라 덜어내야 하는 단계"라며 기본을 강조했다. 체력과 운동량을 강조했고, 코트에서 무조건 100%로 달릴 것을 요구했다. 개막전부터 적극적으로 올라붙는 수비를 선보였고, 이이지마 사키를 제외한 그 누구도 30분 이상을 뛰지 않았다. 하나은행 선수들은 이번 시즌 하나은행의 선전을 약속하면서 "운동량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체력에서 앞서므로, 이전과는 달리 4쿼터 집중력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개막전에서 대어 우리은행을 잡으면서 스스로도 기대 영역에 머물렀던 자신감을 현실로 끄집어 냈다. 홈에서 9년 9개월 동안 이기지 못했던 우리은행을 잡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신한은행에 덜미를 잡혔지만 이후 3경기를 모두 10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서 확실한 돌풍을 일으켰다.
유망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기 포텐셜을 터뜨리는 것만큼 위력적이고 긍정적인 흐름은 없다.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박소희, 정현, 고서연이 이런 범주에서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들보다 연차가 있는 정예림 또한 이 범주에 포함해도 큰 무리가 없다.
꼴찌에서 1위로 올라갔던 2012-13시즌 우리은행의 왕조 태동기와 비슷한 흐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에이스 이이지마 사키가 중심에 있다. 공격과 수비의 중심이며 에이스이고 여전히 허슬 플레이와 궂은일까지 모자람이 없다. 지난 시즌 BNK에서는 빛나는 역할의 선수들이 더욱 돋보일 수 있게 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서 팀을 이끌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적극성과 패기가 넘쳐도 경기를 풀어주는 리더가 똑똑하지 않으면 꾸준함을 가져갈 수 없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사키가 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베테랑 김정은도 출전 시간이 작년보다 10분 이상 줄었지만, 승부처에서 관록있는 플레이로 훨씬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좋은 빅맨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고민도 덜어내고 있다. 진안이 프로 데뷔 후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고 더 많은 리바운드를 잡았던 시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진안이 가장 위력적이고 효과적이라는 느낌이다. 신체 조건에 비해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진안에게 굳이 골밑에 박혀 있는 것보다 폭넓게 움직이면서 좋아하는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선수들 전체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움직이면서 경기를 펼치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하면서 진안이 골밑 부담이 오히려 줄었다.
최고의 1라운드를 보내며, 하나은행은 창단 이후 10년 넘게 이어졌던 지긋지긋한 리빌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코트에 확실하게 믿을 구석(사키, 김정은)이 있는 젊은 선수들의 충만한 자신감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장기 레이스인 만큼 분명 위기는 올 수 있다. 연패 없는 시즌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본인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연달아 계획이 꼬이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위기를 넘어서는 힘을 보여준다면, 하나은행의 이번 시즌은 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또한, 핵심 영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뛰는 것도 하나은행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지만, 사키를 제외한 젊은 선수 중에서도 경기를 끌고 가는 선수들은 한정적이기에 이 부분에서의 관리가 분명 필요하다. 또한 이 선수들이 체력과 에너지 레벨의 강점을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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