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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KBL] 4라운드의 끝을 향해가는 전체적인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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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당 18~19경기를 치른 WKBL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4라운드 초반까지의 흐름은 '돌풍의 팀' 하나은행이 정규리그 우승 확정으로 방향을 잡고, KB-BNK-우리은행의 플레이오프 권 자리다툼, 그리고 5위와 6위는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으로 굳어져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주인공은 삼성생명이었다. 3연패에 빠졌던 삼성생명이 지난 19일, 후반기 들어 한단계 더 올라선 모습을 보이던 KB를 잡았다. 이 결과로 정규리그 우승은 하나은행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5일 뒤, 하나은행도 잡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시티와 아스날을 연달아 잡은 것 만큼 놀라운 결과다. 이후 신한은행까지 잡으면서 삼성생명은 3연승을 달리고 있다.(이 기준이면, 이번 주말에 맨유도 풀럼을 이기는 건가...)

 

삼성생명에게 일격을 당한 KB는 BNK와 하나은행을 연파했다. 하나은행과 KB의 승차는 2경기. 두 팀 모두 남은 경기는 12경기. 마지막까지 선두 싸움이 이어질 것 같다. 선두 싸움에 불을 붙인 삼성생명은 3연승을 달리며 4위 우리은행에 0.5경기차로 따라붙었다. 3위 BNK와도 1경기 차다. 여전히 경기력에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내용에 비해서 승수는 정말 잘 쌓은 삼성생명이다. 경기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신한은행의 결과와 비교하면 차이는 정말 엄청나다.

 

1. 주말 연전의 가치

순번 토요일 일요일 주말 성적
날짜 상대 결과 날짜 상대 결과
1 우리은행 11/22 삼성생명 44-63 11/23 신한은행 75-51 1승 1패
2 KB 11/29 하나은행 57-67 11/30 우리은행 69-65 1승 1패
3 삼성생명 12/6 BNK 65-62 12/7 우리은행 59-62 1승 1패
4 신한은행 12/13 BNK 61-63 12/14 우리은행 44-47 2패
5 하나은행 12/20 KB 46-70 12/21 우리은행 61-53 1승 1패
6 KB 12/27 우리은행 66-68 12/28 하나은행 72-81 2패
7 삼성생명 1/10 하나은행 57-75 1/11 KB 73-89 2패
8 BNK 1/17 삼성생명 54-50 1/18 신한은행 79-85 1승 1패
9 하나은행 1/24 삼성생명 60-62 1/25 KB 75-87 2패
10 신한은행 1/31 KB   2/1 하나은행    
11 BNK 2/7 하나은행   2/8 우리은행    
12 우리은행 2/14 하나은행   2/15 삼성생명    
13 BNK 2/21 삼성생명   2/22 신한은행    
14 하나은행 3/28 BNK   3/29 삼성생명    

 

팀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워 할 거라 생각했다. 감독-코치와 선수들은 분명 그런 느낌인 것 같다. 다만, 구단 입장은 분명 차이가 있다. 주말 경기가 늘어나면서 관중도 어느 정도 늘었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건 맞지만, 하루 쉬는 퐁당 경기를 경기장 바꿔가며 치르는 것 보다는 주말 연전을 홈에서 치르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주말 연전 자체는 경기력에 부담을 준다는 것도 인정했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특정팀의 성적 독주가 조금은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는 말도 있다. 지금까지 9차례의 주말 연전에서 연승을 거둔 팀은 한 팀도 없다. 1위 하나은행과 2위 KB는 가장 최근의 주말 연전에서 모두 연패를 당했다. 주말 연전을 치른 WKBL 팀들은 18경기에서 5승 13패를 기록 중이다. 리그의 전체적인 홈 승률이 떨어지는 효과지만, 잘나가는 팀의 두드러지는 독주를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관중 동원을 위해 WKBL은 찬성하지만 구단은 싫어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객단가가 높지 않은 여자농구 특성상, 주말 관중 유입이 그렇게 큰 효과인지는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주말 연전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생각이다. 언젠가는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겠지만, 팀 마다 가용인원이 부족해 힘들다고 하는 상황에서 주말 연전을 치르는 것은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경기력이 더 떨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중이 몰려도, 양질의 경기가 아닌, 수준이 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역효과가 아닐까? 

 

또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개막 사이에서 타이트한 일정 짜기에 곤란을 겪는 WKBL이 '하루 두 경기+주말 연전' 일정을 추가하면서 더 강행군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안좋은 점으로 보인다. 힘든 일정이 걸리는 건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지난 주 끝난 BNK의 일정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14일 하나은행과 경기를 치른 뒤, 17-18일 주말 연전을 가졌고, 21일 우리은행, 23일 KB를 상대했다. 5일간 3경기, 7일간 4경기다. 물론 14일부터 21일까지 모두 부산 홈이었다는 점은 부담을 덜 수 있는 조치였다. 하지만 모든 팀들의 주말 연전이 토요일 2시, 일요일 4시인데 반해, BNK는 두 경기를 모두 오후 2시에 치른다. 부산 MBC의 지상파 중계로 인해 BNK의 주말 경기는 이미 이전부터 오후 2시로 고정되어 있었다. 하필 BNK는 삼성생명과 4점차의 접전을 치른 다음날, 신한은행과 2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그리고는 신한은행 9연패 탈출의 제물이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조차, "경기 시간이 2시간 빨랐던 게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그날 연장에서 힘들어하는 BNK 선수들을 보니,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할 정도. 이후 내리 연패를 할 거 같았지만, BNK는 놀랍게도 우리은행을 잡았고, 그 다음 KB에게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졌다. 전략적으로 1승을 위해 KB전을 버린 것처럼 보일 정도. 

 

강행군의 일정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떻게든 이 부분을 탄력적으로 풀어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주말 연전과 주중 이틀 휴식일이 생기면, 일정이 특정 구간에 몰리는 상황은 더 피할 수 없다. 분명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도입 첫 해인 올해는 크게 언급이 되지는 않고 있지만, 14번의 주말로 인해 6팀의 주말 연전이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부분(물론 다음 시즌 일정에서 고려하겠지만) - 이번 시즌에는 모든 팀의 주말 연전이 2번이지만 하나은행과 BNK는 3번이다 - 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일요일의 원정팀의 경우에도 형평성이 제기될 수 있다. 토요일 경기를 치르고 일요일에 바로 경기를 갖는 팀의 체력 부담은 분명 존재한다. 따라서 '일요일의 상대팀'이 갖는 상대적 이점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14번의 일요일 경기 중, 우리은행은 무려 5번이나 등장한다. 반면 하나은행, KB, 삼성생명은 2번이다. WKBL 일정은 개막전을 먼저 결정한 후, 나머지를 추첨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특정팀에게 미리 유리한 일정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도성은 없다. 복불복이다.

 

구단들이 동일하게 주말 일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아니고, 플러스 효과도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어쩌면 주말 연전 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일요일의 원정팀' 자리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경기 운영 본부의 미숙함

심판 판정은 항상 논란이다. 시기와 종목을 가리지 않고 판정 시비가 없는 평화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WKBL은 '판정 기준'이 매년 문제가 된다. 시즌 전 설명과 실제 적용이 다르다는 불만이 매년, 격렬하게 등장한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의 판정 기준이 달라지는 건 거의 매년 나타나는 일인데, '시즌 전 설명과 실제 적용이 다르다'는 지적 또한 언제 터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매년 반복되는 것 같다. 심지어 한 경기 안에서 판정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불만도 종종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비판과 지적이 이번 시즌에는 빠르게 등장했고, 또 자주 언급되고 있다. 또한 이를 관장하는 경기 운영 본부의 대처와 문제 해결 능력이 많이 부족해보인다. 박정은-정진경 본부장 시절을 거친 약 5년의 시간 동안, 'WKBL의 판정이 역대 가장 공정성을 유지했느냐'라는 명제에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심판과 판정 문제에 대해 구단들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을 했음은 분명하다. 구단의 지적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했고, 주변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크다.

 

WKBL은 지난 11월 26일 열린 신한은행과 KB의 경기에서 발생한 0.7초 버저비터와 관련해 오심을 인정하고 신한은행에 공식 사과했다. 촌극이다. 오심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기 시간이 늦게 돌아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로 인해 신한은행이 이긴 경기를 패한 것도 사실이다. 구단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오심의 영역보다 사고의 영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선수 출신이면 이 부분은 고의성 여부는 물론, 번복이 안된다는 것을 다 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신한은행의 최윤아 감독과 이경은 코치도, 너무 속상하고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결과를 바꿀 수 없는 부분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한은행을 더 화나게 한 것은 경기 운영 본부의 대처였다. 

 

처음에는 "계시원이 정확하게 눌렀다고 한다"고 했고, 이후에는 '선수가 볼을 완벽하게 소유한 후에 시간이 가는 것이 맞다'는 당혹스런 설명이 나왔다. 인터넷은 물론 여자농구를 자주 다루지 않던 뉴스와 영상 채널에까지 0.7초와 관련한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자 "0.2초 늦었는데, 버저비터 득점이 들어가고도 0.2초가 남았으니 오심이 아니다"라는 설명이 나왔다. 실소가 나오는 해명인데 당사자인 신한은행의 입장은 오죽했을까? 시간이 늦게 흐른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후 초기 대처에 실패했고, 그 다음의 해명과 사태 수습도 실패했다. 결국 사무총장이 오심이라고 발표하며 공식 사과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당시 인천도원체육관에는 경기 운영 본부장과 부장이 있었고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현장을 떠났고, 격분한 신한은행 측의 항의에 대해 책임있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인원은 없었다. 결정권 없는 WKBL 행정직원이 구단의 항의를 다 받아야 했고, 이후 나온 해명들은 사태를 더 키웠다. 심판과 관련해서는 운영본부장과 부장 외에 심판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도 있지만, 이 분의 역할에 대해서는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신선우 총재 시절, WKBL 역사상 가장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게 존재했고, 심판설명회에서 납득하기 힘든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6개 구단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던 분이다. 당시 감독을 역임했던 이들 중 몇 분은 그때의 판정 문제에 대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을 뿐, 상황과 여러가지 면을 볼 때 이는 고의적으로 행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애초의 신뢰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이번 시즌이 더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심판 배정이 통보되지 않아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끝내 WKBL 심판을 다 소집하지 못해 3명 중 2명을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으로 대체해서 지연하여 경기를 치렀다. 정말 초대형 사고다. WKBL 출범 이후 벌어졌던 각종 사고 중, 첼시 리 사태를 제외하면 역대 최악의 참사다. '그냥 심판 배정 좀 실수했고, 멀쩡히 경기 치렀다'고 넘어갈 부분이 아니다. 끝내 심판이 오지 못했다는 것은 경기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WKBL은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 중, 경기가 열린 청주 지역 인물들을 수소문해 경기를 치렀다. 만약 그 심판들이 해당 경기에서 승패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오심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경기를 완벽하게 치러냈어도 문제다. WKBL 정식 경기를 WKBL 미등록 심판이 진행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내부 소통 문제로 선수 몇 명이 경기장에 못왔는데, 마침 해외리그를 마치고 박지현이 관중석에 앉아있었으면 대신 뛰어도 되나? 프로라는 자격을 우습게 만드는 초유의 대형 사고를 쳤다. 경미한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실수도 실수 나름이다. 웃고 넘길 수 있는 실수도 있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성벽이 무너지고,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실수는 리그의 가치와 위상을 내다버린 치명적인 사고였다.

 

이로인해 본부장은 1개월 자격 정지, 부장은 견책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저지른 사안에 비해서는 상당한 경징계고, WKBL의 역대 징계 수위를 보면 그나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결과다.

 

걱정스러운 점은 여전하다. 0.7초 미스 건은 심판의 잘못이라기보다 사후에 일을 더 크게 만든 경기 운영 본부의 문제가 더 컸고, 심판 배정 문제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WKBL은 전자는 오심으로 결론냈고, 후자의 경우도 처음에 '심판이 지각했다'는 오해를 받도록 했다. 사안에 맞지 않는 경징계와 더불어,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책임을 진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3. 불문율 논란

지난 25일 벌어진 하나은행과 KB 경기에서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이 극대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2점차 앞서고 있던 KB가 종료 14초전 비디오판독을 했는데, 이것이 승부가 이미 다 결정난 상황에서 패배한 상대를 모욕주기 위한 불필요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상범 감독은 공식 기자 회견에서 격분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지고 있는 쪽에서는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농구팬들도 당시 KB 벤치의 선택에 대해 지나치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후 현장의 분위기를 보면 "이상범 감독이 불쾌할 수 있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KB의 선택이 지나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상범 감독의 대처가 더 심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WKBL의 순위 시스템을 봐야 한다. WKBL은 두 팀의 동률일 경우, 맞대결 승패 결과를 따지고 이 또한 동률이면 맞대결에서의 골득실을 본다. KB가 이 경기를 이기면서 하나은행과의 승차는 2경기로 줄었다. 맞대결 성적은 2승 2패. 두 팀 모두 12경기를 남기고 있고, 맞대결도 2번이 있다. 시즌 종료 무렵에 성적 동률에 맞대결 3승 3패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때는 맞대결 골득실마진은 보게 된다. 실제로 KB는 지난 시즌, 12승 18패로 신한은행과 동률 4위를 기록했고, 맞대결도 3승 3패였다. 골득실에서 단 1점이 앞서며 KB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신한은행은 탈락했다. KB는 당시 6라운드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6점차 지고 있던 경기 막판, 지공을 선택했다. 5라운드까지 골득실에서 7점 앞섰기에, 무리하지 않고 6점차의 패배를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는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어졌다.

 

WKBL은 다른 종목과 달리, 정규리그 우승팀이 당연히 챔프전까지 차지하는 구조였다. 통합 우승이 챔피언의 당연한 덕목이었다. 그런데 정규리그 1위팀이 압도적인 베니핏을 가져가던 계단식 플레이오프 제도가 4강 토너먼트 형태로 바뀐 후 변화가 생겼다. 2020-21시즌과 지난 시즌의 우리은행, 2023-24시즌의 KB가 정규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챔프전 우승을 놓쳤다. WKBL이 여름-겨울 시즌을 끝내고 단일 리그로 자리잡은 2007겨울리그 이후 13년 연속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도 차지했다. 2019-20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4강 토너먼트 형태로 플레이오프가 치러진 2020-21시즌 이후로 통합 우승은 단 2번으로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프전에서 실패한 경우(3회)가 더 많았다.

 

때문에 이번 시즌, 대부분의 팀들은 정규리그에서 무리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1위를 위해 노력하지만, 플레이오프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분위기다. 다만, 선두 싸움이 처음인 하나은행, 그리고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후보 0순위 평가를 받았으며, 시즌 종료 후 박지수와 강이슬이 모두 FA가 되는 KB는 1위를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하나은행과 KB의 4라운드 맞대결이 이미 KB쪽으로 기울어졌지만 마지막까지 승부를 다툰 부분도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경기 종료 4분 정도를 남긴 상황에서 이미 15점 차였다. 하나은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11점차까지 좁힌 상황에서 이날 27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내 최다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를 기록중이었던 진안이 5반칙으로 퇴장 당했다. 남은 시간은 2분 11초였고, KB는 사카이 사라가 자유투를 모두 성공하며 도망갔다. 다시 허예은의 3점슛이 나오며 16점차. 승부는 이미 끝났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주전을 빼지 않았다. 하나은행이 주전을 빼지 않았기에 KB도 마찬가지였고, 종료 1분 27초전, 14점 차에서 KB는 박지수와 강이슬, 허예은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이때도 하나은행은 퇴장 당한 진안을 제외하면 정예 멤버(이이지마 사키, 박소희, 정현)가 모두 뛰고 있었다.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베테랑 김정은이 빠진 것 외에는 투입할 수 있는 최선의 멤버였다. 그리고 사키의 자유투와 양인영의 득점으로 점수차를 좁혔다. 승부가 결정난 상황이었지만 하나은행은 풀코트로 압박하는 수비를 유지했다. 

 

그런 상황에서 KB가 작전 타임을 불렀다면 농구의 불문율을 깨는 행동이었다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는 마지막까지 점수를 좁히려는 하나은행을 상대로 공격 기회를 뺏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해서 하나은행이 2점 혹은 3점을 더 추격할 수 있는 상황을 방지했다.

 

'득실차를 생각했으면 마지막 공격은 왜 안했냐'는 말이 있는데, KB는 마지막까지 공격을 했다. 마지막 14초에 KB는 볼을 돌리며 시간을 끌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공격 플레이를 가져갔는데, 하나은행 역시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수비로 슈팅 기회를 주지 않았다. '버저비터를 던지지 않았다' 는 점에서 비난을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KB 벤치는 "정상적으로 끝까지 해"라고 했을 것이고, 양지수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했지만 마지막에 사키를 앞에 두고 무리하게 슛을 던질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 경기까지 KB와 하나은행의 맞대결은 2승 2패. 골 득실에서는 KB가 +17점이다. 하나은행이 마지막까지 정예 멤버를 빼지않고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KB도 같은 입장으로 경기를 했고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범 감독 입장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 있다. 경기를 적극적으로 끝까지 하는 것과 굳이 비디오 판독을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인사하러 온 상대 선수들을 외면하고 심판에게 항의를 지속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KB 선수들은 이상범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동안 1분 넘게 하나은행 벤치 앞에 서서 이상범 감독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하나은행 선수들은 이미 코칭스태프에게 인사를 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간 후였다. 

 

KB의 비디오 판독이 하나은행을 망신주기 위해 무시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불편한 입장에서 감정적으로 보자면, 이미 전날 허예은과 작전타임 때 언성을 높였던 김완수 감독의 무도함이 드러난 장면이라 주장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다. 경기 다음날, 다른 팀들의 경기가 벌어진 현장을 찾았을 때도 '망신주기 위한 무례한 비디오 판독'이라는 부분에 동의하는 연맹, 구단, 방송 관계자는 없었다. "굳이 판독까지는 안해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게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는 아니었다는 것. 또한, 작전타임은 분명 불문율의 영역에 해당하지만, 판독도 불문율이라 할 수 있냐는 의문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범 감독은 왜 그렇게 격분했을까?

 

말 그대로 화가 났을 수 있다. 위에 언급한 것 처럼 KB가 그런 의도가 없었다해도, WKBL 감독 중 최고참인 이상범 감독 입장에서는 판독까지 하는 것은 지나쳤고, '우리가 마지막까지 강하게 압박하니까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는 건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상범 감독이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는 점을 고려하자면 다른 부분까지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범 감독은 KB전 패배에 대해 "선수들이 서서 농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날 경기에서 하나은행 선수들이 나태한 경기를 했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걸 안하고, 뭔가 플레이에 적극성이 결여된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었던 이번 시즌 경기는 지난 12월 27일, 우리은행에게 역전패를 당하던 때의 KB였다. 

 

하나은행은 많이 뛰는 농구, 많이 부딪치는 농구를 하는 팀이다. 팀 컬러를 그렇게 만들었다. 출전 시간을 관리하고, 비시즌에 체력 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리그의 60% 이상이 흐른 시점에는 누적된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KB와의 경기 하루 전,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정말 피곤한 경기를 치렀다. 심판의 경기 운영이 정말 매끄럽지 않은 가운데,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 직전 경기 후 1주일을 쉬었지만, 휴식이 오히려 독이 된 경기였다. 게다가 부천 홈에서는 1달만의 경기였다. 체력적-정신적으로 꼬여버린 상태에서 KB전은 전체적으로 무뎌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현재 6개 구단의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할 때, 강이슬과 박지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KB를 상대로 한다면, KB의 핵심 전력에 균열이 있거나, 체력적으로 분명한 누수가 있지 않다면, 10점 정도의 열세는 피할 수 없는 게 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범 감독은 "상대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이것도 극복하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라는 부분을 주입 혹은 가스라이팅(?)하기 위해 심리전을 펼쳤을 수도 있다.

 

또한 KB와 지난 3라운드 경기를 돌아보면, 경기 막판, KB는 판정 불만으로 심판에게 거센 항의를 했고 김완수 감독과 박지수가 사후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한 액션이 맞대결에서 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어쨌든 플레이오프 혹은 챔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라고 판단하여 일부러 더 그랬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진실은 이상범 감독만 알 것이다.

 

아무튼 이 패배로 하나은행도 5패째가 됐다. 시즌 두 번째 연패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지금까지 보여준 농구가 흔들리는 위기의 상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 BNK와의 경기만 잘 넘기면 무리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금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에 큰 무리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1위 경쟁자인 KB가 28일 우리은행, 31일 신한은행과 경기를 갖는데 여기서 연승을 거둘 경우, 순위 경쟁 측면에서 조바심을 갖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번 시즌 KB가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 그게 현실이 될 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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