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KB스타즈의 경기는 시종 접전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에 승패가 결정됐다. 신한은행은 마지막 공격에서 신이슬이 드라이브인을 통해 승부를 뒤집었다. 남은 시간은 0.7초. 그런데 이 공격에서 KB는 강이슬이 역전 버저비터를 성공했고, KB가 62-61로 이겼다. 그런데 이후 논란이 생겼다. 강이슬의 역전 득점까지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것. 시간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승패가 억울하게 뒤바뀌었다는 논란과 더불어 고의적인 조작까지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마침, 이번 시즌 처음으로 현장에 갔던 경기였다. 해당 상황을 이슈별로 살펴보자.
1. 0.7초에 슛을 던질 수 있는가?
네. 던질 수 있습니다. 각각 의견은 다르지만 선수가 빠른 타이밍에 볼을 잡고 슛을 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4~0.6초라고들 말합니다. 강이슬은 슈팅 타이밍이 상당히 빠른 선수입니다. WKBL 역대 최고의 슈터였던 변연하 코치(BNK)는 과거 강이슬에 대해 "림을 보고 뜨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슈팅이 정말 빠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장면은 공중에서 볼을 잡고 내려와서 턴어라운드 점퍼를 던졌는데 그게 0.7초 안에 가능하냐는 부분입니다. 사실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규정상 라인 밖에서 드로우인을 시도한 볼이 코트 안에 있는 선수에게 정상적으로 터치된 시점부터 시간이 흘러가야 합니다. 그런데 느린 장면을 보면 게임 클락이 돌아가는 시점이 다소 늦은 느낌이 있습니다.

해당 영상 부분을 스톱 워치로 돌려봤습니다.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최대한 맞추는 데까지 맞춰봤습니다. 여러 차례 작업을 해본 결과, 0.83~0.89초 정도가 나왔습니다. 경기 시간이었던 0.7초보다는 시간이 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 신한은행은 왜 현장에서 항의를 하지 않았나?
어느 정도 수위 이상을 항의의 기준으로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신한은행은 당연히 항의했습니다. 비디오 판독과 심판 결정이 난 후, 신한은행 최윤아 감독은 심판과 대화를 나눴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연히 마지막 장면에 관한 부분을 말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거기서 크게 화를 내거나... 우리가 예전에 많이 봤던 다혈질 감독의 모습처럼 심판을 밀치거나 외투를 집어던지거나 하는 동작은 없었습니다. 심판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이후 KB 김완수 감독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신한은행 프런트는 적극적으로 경기 운영본부에 해당 사항을 지적하고 항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한은행 국장님이 그렇게 화가 나신 모습은 처음 본 거 같습니다.
3. 심판은 비디오 판독을 하고도 시계가 다소 늦게 돌아간 것을 왜 지적하지 않았나?
심판은 해당 상황에서 강이슬의 슛이 종료 이전에 이루어진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판독 결과 강이슬의 슛은 종료 0.2초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심판은 이에 따라 득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버저비터 상황에서는 판정의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심판이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입니다. 공격 시간이 0.7초가 아니라 20초였어도 버저비터가 들어갔다면 심판은 시간 체크를 다시 했을 것입니다. 계시 시간 종료 이전에 볼이 슈터의 손을 떠났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게임 클락이 다소 늦게 흘러간 부분을 거기서 바로잡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판독에서 그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에서 게임 클락이나 샷 클락이 돌아가지 않은 것을 심판이 발견한 경우, 경기를 중단시키고 비디오를 확인하고 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플레이가 종료된 상황을 판독하며, 계시 시간이 적합하게 돌아갔는지를 확인-정정하는 것은 안됩니다. (확인 후에 상이한 의견이나 내용이 존재하면 추후에 추가하겠습니다.)
어떤 분이 WBKL 경기 규정 29조에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하시는데, 29조가 샷클락 규정이기는 하지만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WKBL 경기 규정 44조(실수의 정정) 중 샷 클락 실수 정정과 관련한 정정의 범주를 설명한 부분(44.6.2)에 의하면, (1)라이브 볼의 소유권이 바뀐 경우 (2)볼을 컨트롤하는 팀이 유효 득점을 한 경우 (3)경기 종료 부저로 볼 데드가 된 경우에는 샷 클락 실수는 정정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에 의하면 이번 상황은 정정이 안되는 게 맞습니다. 한 해설위원이 FIBA 심판에게 이 상황을 문의했는데, 그 역시 "1~2초 이상 늦어진 상황은 심판이 멈춰서 다시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시간을 비디오 판독으로 확인해서 정정하는 것은 규정에도 없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결국 비디오 판독을 한 심판은 규정대로 진행을 했습니다.
지난 18일, KCC와 한국가스공사의 KBL 경기에서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KCC가 94-93으로 이겼습니다. 그런데 논란의 장면이 있었죠. 연장 경기 중 KCC가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드리블을 하던 허훈의 손에 한국가스공사의 수비수 정성우가 안면을 가격당하고 쓰러집니다. 오픈 상황이 되자 허훈은 3점슛을 시도했고 깔끔하게 성공합니다. 심판은 해당 상황을 비디오 판독했고, 허훈의 손에 정성우가 가격 당하는 상황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문제 없이 득점이 인정됩니다. 심판은 비디오 판독 후, 허훈의 가격에 대해 '폭력적인 플레이' 곧 비신사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규정상 심판의 휘슬이 불리지 않은 상황의 경우, 일반 파울 판정에 대한 번복이 불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파울이 불린 상황을 코치 챌린지 하는 경우는 보셨지만, 파울을 안불었다고 챌린지 하는 경우는 보신 적 없을 겁니다. 불리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U파울 여부만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U파울이 아니었다고 밝힌 겁니다.
KBL은 이후 경기를 다시 확인한 후, 해당 상황에서 허훈의 공격자 파울이 나왔는데 심판이 지적하지 않았다고 오심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자 파울을 불지 않은 부분이 오심인 것이고, 비디오 판독을 통해 U파울 여부만 확인한 것 또한 적법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격자 파울을 불지 않은 부분의 오심은 인정되지만, 판독을 통해서 이를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잘못된 점이 보여도 정정이 안되는 경우는 농구는 물론 다른 종목에도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따라서 이날 비디오 판독을 통해 계시기의 문제를 지적하고 노카운트로 정정하는 부분을 심판이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WKBL에서 플레이가 결정된 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계시기의 작동 문제로 플레이 결과를 번복했던 예는 없었던 걸로 압니다. 물론 KBL에서는 2017년 3월, KCC와 모비스의 경기에서 KCC의 안드레 에밋이 0.2초를 남기고 시도한 공격에서 버저비터가 울리기 전에 득점을 올렸는데, 심판이 비디오 판독 후 득점을 취소하고 모비스의 승리를 선언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드로우 인이나 마지막 자유투 리바운드 상황에서의 야투는 24초 계시기에 0.3초 이상 남아있어야 인정이 되고, 24초 계시기에 0.1초나 0.2초가 남아있을 때는 탭이나 탭 덩크에 의한 득점만 인정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4. 계시원의 고의적인 행동?
고의적으로 한 팀에게 편파적으로 늦게 누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톱워치랑 영상 프레임을 맞춰가면서 확인한 결과, 실제 시간은 0.4~0.5초 정도 늦게 눌러진 것으로 보입니다.(개인적인 계산이니 공식적인 결과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고의적으로 이 정도 시간을 더 늦게 누르는 게 일반적으로 의미가 있을까요? 이 정도 오차는 일반적이거나 일반적인 상황보다 조금 늦은 느낌입니다.(그러므로 잘 한 거고,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KBL이나 WKBL의 타임 클락이 눌려지는 시점이 NBA나 WNBA보다 다소 늦다고 느껴왔습니다. 특히 WKBL은 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WKBL을 오래 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제가 WKBL의 어떤 선수를 지목하며(강이슬 선수 아닙니다), "0.4초 안에 정상적인 야투를 꾸준히 올리는 게 가능하냐"라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볼을 잡자마자 시간이 돌아간다기보다 한 템포 늦게 돌아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여자농구를 취재했던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고의적으로 늦게 눌렀다기 보다, 평소대로 누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득점이 1쿼터나 2쿼터, 3쿼터 버저비터였으면 신한은행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승부를 결정 짓는 종료 버저비터니까 이야기가 다를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꾸준히 이렇게 진행됐지만, 막상 역전 경기 종료 역전 버저비터가 이렇게 터진 경우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5. 그러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죠. 연맹의 공식 입장이 나와야 하겠지만, 만약 제가 계산한 것 처럼 플레이에 0.7초 이상이 걸린게 맞다면 시간이 더 주어진 것이니 문제가 맞습니다. 계시원이 시간을 누르는 것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오차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오차로 인해 결국 승패가 뒤바뀐 건 사실이니까요.
신한은행이 손해를 입은 것도 명백하죠. 신한은행은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1승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결과가 1패 이상의 데미지로 바뀌었으니 상처와 충격이 상당할 겁니다. 하필 6일간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의 첫 경기에서 이런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런 제반 사항을 다 차치하더라도 주어진 시간보다 찰나라도 시간이 더 적용됐다면 문제가 되는 게 당연합니다.
농구는 시간 적용이 타이트한 종목입니다. 핸드볼처럼 라인 밖으로 공이 나간 시간에 대한 적용이 상이하게 유동적이지도 않고, 축구처럼 추가 시간을 적용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타이트한 시간이 모두 적확하게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에서 샷 클락이 세팅되고 정지하고 재설정 될 때마다 영상을 통해 확실하게 조절하지 않습니다. 계시원이 누르는 시간이 디폴트값으로 적용되고 진행됩니다. 실제로 공격 시간이 24초 이내의 기회로 제한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그것보다 더 긴 시간의 공격 기회가 적용되는 사례는 한 경기에도 수두룩하게 존재할 겁니다.
5초와 3초의 경우는 더 변수가 많습니다. 어제 경기 3쿼터 말미, 김진영이 5초 바이얼레이션을 범했을 때의 실제 시간은 6.75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김진영은 이의 제기를 가볍게 합니다. 실제로 5초 바이얼레이션의 경우 6-7초 정도의 여유를 주기 때문에 6.75초가 나왔어도 체감상 '바이얼레이션은 아니었다'라고 생각하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3초 같은 경우도 정확한 3초를 기준으로 따진다면 오심이 수두룩할 부분입니다. 시간 적용이 매우 타이트하면서도, 그 시간이 오차 없이 완벽하게 적용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스포츠가 농구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두지만, 승부처에서는 더 날카롭고 최대한 정확도를 높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한은행에서 심판 설명회를 요청할 것 같은데, 연맹에서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상당히 주목이 됩니다.
6. (번외) 그 직전, 신이슬의 득점 후 0.7초가 남은 건 맞나? 왜 시간 확인은 안했나?
강이슬의 득점 직전, 신한은행은 신이슬이 역전 득점에 성공했고, KB가 작전 타임을 부릅니다. 시간은 0.7초가 남았었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심판들이 남은 시간이 0.7초가 맞는지를 확인하는데, 제가 볼 때도 그 시간 확인을 다시 안 했던 거 같긴 합니다.(정확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실제로는 0.7초보다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확인해봤는데...

음... 0.7초가 맞는 거 같아요. 신이슬 선수가 득점에 성공한 공이 그물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방송 중계 화면에는 0.9초로 되어있지만, 좌측 상단의 계시기는 0.7로 숫자가 바뀌는게 보입니다. 0.7초가 맞았던 거 같네요.
덧.
해당 상황이 이례적이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장면임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조롱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NBA나 WNBA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난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심이 아닌 오심이라면 그 자체로 비판을 받는 것이지 다른 리그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깎아내릴 필요는 없죠. 그리고 그런 리그라고 이런 논란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샷 클락-버저비터와 관련된 멋진 플레이도 많지만 그와 관련된 논란은 농구에 꾸준히 따라다닙니다.
이 영상의 경우, 0.7초에 페이크로 수비수까지 제치고 3점슛을 성공했는데 인정됐습니다. 스톱워치로 확인하니 볼 잡고 던지는 순간까지 최소 1.3초 이상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게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조롱과 화풀이를 위해 사실과 다른 근거를 들먹이며 비웃고 비하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fAntasize | 글 > iNside spo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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