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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일드] 스와핑이 불러온 스와핑 - 러브 셔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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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한 고급맨션 28층에 살고 있는 4명의 젊은 남녀가 정전으로 갖힌 엘레베이터에서 만나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약혼녀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우사미 케이(타마키 히로시 분) 를 위해 서로간의 파트너를 바꿔서 1주일을 보내보는 커플 스와핑, 이른바 러브 셔플 (Love Shuffle)을 진행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스토리이다. 지정된 기간 동안 다른 사람과 각각 2회씩 커플이 되어본 이들은 극 중 흐름상 처음의 커플이 유지될 것 처럼 보였다가, 몇몇의 사랑만 엇갈릴 것 처럼 보였다가, 그리고 끝으로 가면서 가장 메인 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우사미 케이와 카가와 메이(칸지야 시호리 분) 만 커플로 남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모든 커플이 바뀌어 버리는 내용이다.
 
물론 기존의 커플들 중 정상적인 커플은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정상적이지 않았기에 이런 스와핑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우사미 케이와 카가와 메이는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받은 사이, 오오이시 유키치(다이고 분)는 자기가 좋아하던 아이자와 아이루(카리나 분)와 이별을 합의했지만 마음의 미련을 못 떨친 상태 였다. 그 나마 이 두 커플은 나름 정상에 가깝다. 세라 오지로(마츠다 쇼타 분)는 정치가인 남편을 두고 있는 카미조 레이코(코지마 하지리 분)와 불륜관계고, 정신과 의사인 키쿠타 마사토(타니하라 쇼스케 분)는 스무살 생일에 자살을 하려하는 미대생인 하야카와 카이리(요시타카 유리코 분) 와 의사와 환자관계다.

결국 여러 에피소드를 거쳐 이들의 관계는 해체되고 새로 조합된 네 커플의 사랑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뭐랄까? 네 커플의 조합을 보면서 모든 상황이 흐뭇하고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부분도 충분히 존재했다.

 

1. 우사미 케이 - 아이자와 아이루 (타마키 히로시 - 카리나)

실질적으로 이 드라마의 메인 스팟을 받는 커플이다. 스토리 진행상 가장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우사미 케이와 러브 셔플을 통해 모든 남자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렸던 (유키치 제외) 아이자와 아이루의 조합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결합인지도 모른다. 결혼식 날까지 다 잡아놓고 메이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았던 케이는 쑥스러워서 표현 못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메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 바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일류 IT 대기업의 사장 딸인 메이와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까지 보장되어 있지만 실은 그 분야에 적성은 커녕 흥미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가슴과 상냥함을 갖추고 있으며 집중해서 몰입하면 못하는 일이 없는 (전형적인 자수성가 드라마 주인공 타입) 케이의 사랑은 어쩌면 자신의 자아와 맞닿아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로 귀결되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방향성 문제다. 아이자와 아이루는 사랑하는 방법에서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본인의 사랑이 아닌 다른 부수적인 감정에 의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동정과 배려로 시작된 그녀의 사랑은 결국 행복에 이르지 못하고 깨지고 만다.

이들은 계속 서로에 대한 애정이 발현되고 진행되어도 그것을 사랑의 감정으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결국 케이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며 메이와 이별하고 정치가의 길에 들어선 마지막에 이르러 연인으로 발전한다. 사실 케이가 메이와의 이별을 결정하고 헤어지는 순간, 케이에게 남은 해답은 아이루 밖에 없다는 결론이 당연시되는 까닭에 그 긴장감은 그다지 동요되지 않는다. 그리고 케이가 아이루를 선택하는 것도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다. 다만 케이가 메이를 포기하게 되는 과정에서 과연 그것이 무엇에 의한 발로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여자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아름답게 있을 수 없죠"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우는 상대방의 결점이, 나도 결점 투성이니까 그걸 보면 안심이 돼... 내가 원하는 진짜 안심은 그런거야."

 

2. 세라 오지로 - 하야카와 카이리 (마츠다 쇼타 - 요시타카 유리코)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결말을 가장 궁극적으로 바랬던 커플이다. 개인적으로 마츠다 쇼타라는 배우를 좋아하고, 등장 인물 중 요시타카 유리코가 가장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죽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을 돌이켜 세울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어쩌면 남녀 사이의 일차원적인 사랑의 의미에 대해 가장 기본적으로 대하고 있는 커플이 이들이 아닐까 싶다. 죽음을 기약한 삶을 살면서 알게 된 오지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카이리의 사랑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예뻤다. 그리고 여자 관계에서 조금도 아쉬울 것 없는 오지로가 카이리를 받아들이고 자리를 잡는 과정도 순수하게 아름다웠다.

결국 카이리를 러브 셔플에 참가시킨 키쿠타 마사토의 의도는 적중했다. 하지만 오지로는 "카이리를 살리기 위해 사랑을 했다." 기보다 "카이리를 사랑했기에 살릴 수 있었다."로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죽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카이리의 엉뚱한 매력은 손목에 남아있는 그녀의 상처만큼이나 깊고도 아련했다. 죽고싶은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죽음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세상에 살고 싶다는 어떠한 미련도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존재의 공허함이 결국은 죽음을 원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너 정말 죽어? 내가 그만 두라고 해도?"

"넌 자살할거야. 그건 그걸로 됐어. 다만 내가 죽은 후에 해. 넌 내가 죽은 후에 뒤를 쫓는 것 처럼 자살해. 난 담배도 끊을거야. 정기검진도 매년 받을거야. 즉 비실비실하는 할배가 될 때까지 엄청 장수할테니까, 그러니까 너도 허리 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죽을 수 없어."

"내 안에선 너도 죽을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혼자가 아니야. 니가 괴물이라면 나도 그래. 내가 평생 지켜줄게."

 

"난 자살로 밖에 못 죽으니까 총알도 비켜갈꺼야. 내가 곁에 있으면 오짱은 죽지 않아."

 

3. 키쿠타 마사토 - 카미조 레이코 (타니하라 쇼스케 - 코지마 하지리)
전혀 이어질 것 같이 않다가 마지막에 이어지는 당황스러운 커플이다. 러브 셔플이라는 게임 자체를 처음 제안한 마사토는 자신의 환자였던 카이리의 죽음을 막은 것으로 그 목적을 다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이섹슈얼이었던 그가 동성이었던 애인이 자살한 까닭에 갖고 있던 죄책감이 해소되는 장면은 결국 환자를 치유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그 자신을 치유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륜의 유부녀로 등장하는 레이코는 전개되는 내내 가장 즉흥적이고 SEX에 몸 달아 하는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러브 셔플의 8명 중에서 나이다운 성숙함을 가장 갖추고 있는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결합은 한 번의 관계를 통해 (물론 레이코의 의도였지만) 생긴 아이로 인해 연결지어진다. 그리고 이는 가장 성숙한 대화를 마지막에 가서야 주고 받던 두 사람이 서로의 외로움과 박탈감을 동시에 극복해내는 역할을 한다.가장 짝이 없을 것 같던 러브 셔플 구성원중에서 가장 타협점이 맞는 결론이라고도 생각된다. 하지만 아이를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외모라는 점은 역시 웃기면서도 찝찝하다.

 

"둘이 있는데도 외롭다고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요."

"이제 당신도 말 못하겠네요. 외톨이라고는..."

 

4. 오오이시 유키치 - 카가와 메이 (다이고 - 칸지야 시호리)
이 작품에서 결혼으로 결론을 내는 유일한 커플이자, 커플로 완성되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되는 커플이기도 하다. 사실 러브 셔플은 메이가 결혼 전에 케이에게 일방적인 파혼 통보를 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이다. 그리고 러브셔플을 통해 메이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가 케이였다고 확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러브셔플이 메이에게 확신을 줬다면, 케이에게는 의문을 줬고, 그녀 역시 오오이시 유키치라는 존재에 대해 작게 받아들여서 결국은 신혼생활을 이어가는데 까지 함께한다.

우선 사랑은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몇 주 사이에 그 모든 걸 뒤집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마음에 걸렸던 것이 자신이었다는 이유에 그녀를 절대 놓지 않겠다고 결론 내 버리는 유키치의 과정도 뭔가 조급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짜피 극중에서 가장 관심이 안 갔던 두 사람이기에 그저 남은 두 명의 조합이라고 말하고도 싶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케이와 메이의 경우 그렇게 서로를 잘 알고 사랑하면서 이별을 택한 후 바로 결혼과 새로운 연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뭔가 퀭한 느낌을 준다.

 

"사랑은 때로는 제 멋대로인게 아닐까요?"

"전 사랑하는 거에 자존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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