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의 진통이 또 시작됐다.
28일 오후, 삼성의 현재윤(삼성)은 신임사무총장 선임과 관련해서 구단 대표 8명이 아닌 모든 선수단이 참여해서 뽑도록 하자는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명환(LG), 이혜천(두산), 김상현(기아)까지 총 4명의 각 구단 대표들이 4개구단 선수들의 위임장 70장등을 수렴해 사실상 신임 박충식 사무총장의 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서에서 현재윤은 현 박재홍 회장이 독단적으로 선수협을 운영하려 하고 있고, 외부세력과 결탁하여 박충식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도대로 선임하고 강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 부분만 두고 볼 때는 전혀 문제가 없는 부분이다. 특히 선수들이 선수협의 문제 자체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기로 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발전이다. 하지만 이 이면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다.
박재홍은 지난 12월 9일 선수협 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회장에 선출되었다. 임기는 1월 1일부터다. 박재홍은 이 당시 진행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 초상권 문제등 여러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으며 손민한으로 부터 인수인계를 잘 받아서 업무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시형 전 총장의 비리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재홍 신임 회장은 채 열흘도 안되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재홍 회장은 비리에 연루된 전 총장이 자진사임을 번복하며 자리를 지켰고, 신임 회장이 인수 인계를 위해 요청한 자료에 대한 열람에도 제약을 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수인계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손민한은 본인 거취 문제로 제주도에 내려가서 인수인계에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손민한 회장과 권시형 전 총장이 임용한 선수협의 변호사는 (선수협 정관에 변호사를 둔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총회 이사록이 작성되지 않았으므로 총회가 아니라고 했고, 총회 당시에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총회가 아니라 선수들의 모임인 줄 알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인수인계를 위해 박재홍 신임회장은 외부감사로 선수협 자료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이를 권시형 전 총장이 저지하자 이사들을 모아 재차 권 전 총장을 해임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손민한은 이사들이 모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동도 취했다. 현재 여기까지 진행된 사안을 놓고 불과 20일전에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서 임기를 시작도 안한 신임회장을 독단적이라고 말하는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박충식 사무총장 건도 마찬가지다. 이사들 전원이 만장일치로 뽑아놓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적합치 않은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정관대로 행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그래놓고 이 모든 사안의 발단이 됐던 선수협의 프로야구선수 초상권 문제에 대해서는 뒷선에서 수근대고만 있다.
여러차례 본지에서 보도했지만, 선수협의 초상권 재판과 관련하여 재판장에 직접 참관을 했던 선수는 송승준(롯데)과 정원석(한화) 뿐이다. 이들은 모두 소속 구단의 대표로 선수협의 이사다. 이외에 이 재판에 실질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했던 선수나 구단 대표는 단 한 명도 없다. 박재홍 신임 회장과 박충식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오는 30일로 예정되어 있던 관련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 재판은 다음달로 미뤄졌다.
모든 사안에 대해 들리는 소문과 뒷 얘기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국민들을 신물나게 했던 정치판의 꼼수들과 다를바 없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회장이 사무총장을 추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시즌 중 회장의 업무를 대행하다시피 해야하는 선수협의 사무총장 자리는 당연히 회장과 마음이 맞고 능력과 자격이 검증된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능력과 자격의 논란인 것이다.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찬성해놓고, 바로 그 날 밤 루머가 돌며 선임한 사무총장 권한대행에 대해 부적격 논란을 야기하는 모임을 대한민국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박충식 총장 대행은 논란이 사실이면 언제 어느때고 바로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성명서를 발표한 선수 대표중 한명은 지난 11월 14일, 선수들이 모여 권시형 전 총장의 문제를 논의할 당시에는 권 총장을 믿는다며 권 총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대다수의 의견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권 총장 해임과 관련한 이사회에서는 해임에 찬성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는 현실이다.
선수협의 현재 상황은 과거의 손민한-권시형 체제와 단절을 하려는 신임 회장과 그 부분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부 선수들의 주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절차상의 문제를 말하고, 총회에서의 사무총장 승인은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대안을 말해야한다. 당장 다음달 10일 경이면 각 구단들은 훈련에 들어간다. 선수들이 모여서 총회를 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사무총장을 인정 안하고 공석으로 둘 수 는 없는 일이다. 단순히 총회에서 결정하자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언제 이사회를 개최해서 언제까지 총회를 열어서 방안을 논의하자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무총장의 권한 대행건을 단독처리라고 말하는 4개구단 선수대표들의 성명서는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박충식 사무총장의 권한 대행을 찬성한 선수들의 대표성 자체를 인정치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뽑아놓고 임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회장을 20일만에 독단적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도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야구장에서 팬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감동의 드라마를 선물했던 선수들... 그들에게 유니폼을 입지 않은 이 곳은 그저 낯설고 어색한 곳인걸까? 지금의 선수협의 진행상황과 선수들의 동요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대한민국 정치를 건전한 스포츠라고 칭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성명서를 발표한 선수들에게 대표라는 자리의 무게와 성명서라는 단어가 시사하는 책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고싶다.
문화저널21 / 2011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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