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안 좋은것만 배운다는 비아냥이 있다면 지금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 딱 어울리는 말일것이다.
선수협은 권시형 사무총장이 선수들의 초상권과 관련해 배임수재 및 횡령 등 형사사건에 연루되며 선수협의 위상과 신뢰도를 추락시킨 것에 책임을 물어 지난 1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해임을 결의했다. 그러나 그 과정과 진행사안들을 보면 숱한 문제들이 발생했음이 지적된다.
선수협이 권시형 사무총장의 비리 연루 사실을 인지하고 이사회에서 이를 심의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권시형 총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의 사무총장직 수행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 프로야구선수 강병규가 트위터를 통해 권시형 총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자 사안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고참 선수들이 모임을 갖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에 대해 숙의를 한 끝에 권시형 사무총장의 현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지난 11월 14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본인의 사임 의사를 받아냈다. 사실, 이 정도에서 일이 마무리 됐다면 더 크게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권시형 사무총장은 11월 14일은 물론 지난 9일에 개최된 선수협 총회에서도 해임이 아닌 사임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물러날 뜻을 선수들에게 전했지만, 박재홍 신임회장의 특별 감사를 저지하고, 임용계약서를 근거로 자신이 현직 사무총장이며, 4년의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박재홍 신임 선수협 회장은 현재 이사진은 물론 내년 차기 이사진까지 대동하여 15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권시형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과정을 전개한 것이다.
권시형 총장은 자신은 법정기소사실과 관련하여 자신은 무죄이며, 4년 임용 계약을 하였으므로 부당하게 물러날 이유가 없고, 현 회장이 소집하지 않은 임시이사회는 정관에 규정된 이사회의 구성 조건에 위배되는데다가, 임원의 해임 역시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기에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무총장의 해임안을 놓고 사무총장과 선수들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이때에, 선수협을 이끄는 수장인 손민한 회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손민한 회장의 임기는 올해까지이므로 앞으로 15일 동안은 여전히 손민한 회장이 선수협의 회장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수 생명이 더 급한 상황이라 제주에 내려가있다.
물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손민한 회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손민한 회장은 박재홍 차기회장이 이 문제에 대해 임시이사회를 열수 있게 권한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은채 연락을 피했고, 이사들이 15일에 모인다는 것을 알고는 이사회가 연기되었다는 문자를 일방적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개인적인 신상문제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의적으로 차기 집행부의 이사회 개최를 무산시키려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재홍 신임 회장이 15일에 임시이사회를 개최한 것은 14일, 본인이 실시하려 했던 선수협에 대한 외부감사를 권시형 사무총장이 실력 저지하면서 비롯되었다. 9일 총회에서 인수인계를 잘 도와주겠다고 했던 손민한 회장은 실제로 인수인계에 소극적이었고, 이를 위해 자료를 요구하는 박재홍 신임회장에게 권시형 사무총장은 여러 이유로 제약을 했다고 한다.
사실 권시형 총장의 비리 연루와 관련하여 손민한 회장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본인은 권시형 총장의 비리 연루와 관련하여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11월 15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손민한 회장이 이미 작년부터 권시형 총장의 비리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의 통화녹취록이 공개됐다.
또한 손민한 회장은 권시형 총장과 4년 임기에 법적 문제가 없을 경우 자동으로 4년을 더 연장하는 임용계약을 이사회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체결했다. 이 임용계약은 권시형 총장이 자신의 현직을 수행하는데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화저널21이 입수한 선수협 정관에 의하면 이러한 임용자체가 이미 정관 위반이다. 선수협 정관 제3장 13조 2항에 의하면 "사무총장은 총회에서 이사회 또는 선수단의 추천에 의하여 재적회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라고 명시되어있다. 권시형 총장의 4년 임용계약은 이사회나 선수단의 추천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사들 조차 몰랐던 사안이다. 그야말로 밀실행정이다.
게다가 14조 1항에는 "사무총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 고 되어 있다. 계약을 했다 해도 4+4년이라는 임기는 정관의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곧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권시형 총장의 임용계약 자체가 정관에 위배되어 있다는 것이고 정관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하자면 불법계약이 되는 것이다.
사실 사무총장이 해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손민한 회장이 탄핵되지 않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동료 선수이며,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손민한 회장에 대해 굳이 칼을 빼들 것 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손민한 회장은 이러한 선수들의 믿음과 배려에 대해 보답해야만 한다. 본인의 개인적인 처지가 아무리 급박하다해도 이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손민한 회장은 지난 12일, 권시형 총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아 법정에 섰다. 그는 법정에서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고, 수십억이 오가는 계약에 대해 그저 전화로만 내용을 주고 받았다고 진술했다. 선수협의 수장인만큼 손민한 회장은 비리에 관련되지 않았다해도 직무에서의 방관과 배임을 추궁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은 지금에 적용되지 않는다. 손민한 회장은 ① 본인이 진정 권시형 총장의 비리 문제와 관련이 없는지 ② 권총장의 비리연루 사실을 인지하고도 왜 아는 바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왔는지 ③ 선수협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권총장과의 임용계약을 아무도 모르게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④ 권총장의 해임과 관련하여 자신의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⑤ 이러한 모든 사항과 관련하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명명백백히 밝혀야만 한다.
그것이 선수협 태동을 위해 고생하고 희생한 선배들과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려고 했던 동료 선수들, 그리고 항상 자신의 편이 되어줬던 야구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굳이 이러한 대의를 따지지 않아도 회장이기에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신물나는 밀실정치와 실망스러운 공작은 정치면에서 접하는 것 만으로도 넘친다. 한때 '민한신'으로 불리며 많은 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손민한 회장은 선수협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진정한 권익을 지켜주고,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땀흘리고 있는 2군 선수들을 위해 힘쓰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손민한 회장. 이제는 말문을 열어라.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1년 12월 16일
'fAntasize | 글 > iNside spo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야구선수협, 왜 법률자문단인가? (0) | 2013.11.27 |
---|---|
"나 떨고 있니?" 프로야구선수협 비리유착 근절 되야 (0) | 2013.11.27 |
수도 서울의 스포츠. 꽁꽁 얼어버린 2011년 (0) | 2013.11.27 |
베이루트 참사 조광래 호 "모두 네 탓이오" (0) | 2013.11.26 |
조광래 감독, 이동국 왜 뽑았나? (0) | 2013.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