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프리뷰라고 할 건 없고, 그냥 개막인데 아무것도 안 쓰면 허전하니까...'
라는 글은... 쓰지 말 걸 그랬나...
괜히 써서 주접에 긁어 부스럼 만든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3경기였습니다. ㅋㅋㅋ

■ KB스타즈 53(13-13, 15-20, 15-24, 10-25)82 BNK썸
- 애초에 BNK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경기였습니다. 윤예빈을 영입했지만 강이슬이 없는 KB에 박지수가 빠진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워낙 멤버가 좋은 BNK의 경우, 박신자컵은 실망스러웠지만, 원래 그런 대회에 별로 집중도를 가져가지 않는 팀이라는 걸 고려하면 시즌에 더 포커스를 맞췄겠죠. 다만, 이렇게 큰 점수차가 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KB는 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뭔가 수확을 할 수 있는 패배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반면 BNK는 얻고자 하는 모든 걸 얻은 경기였다고 봅니다. BNK 창단 이후 최고의 개막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 전반은 팽팽했습니다. 결국 3쿼터에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29점차가 난 건 마지막 가비지 멤버들의 대결에서 차이가 더 벌어졌던 것이라는 점에서 KB가 최소한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 시작부터 초전박살로 경기가 쪼개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대표는 결국 후반의 승부, 마지막 4쿼터에 맥없는 경기, 가비지 멤버 조차도 무력한 모습이 우르르 몰려나오죠. 그래서 '위로'라고 쓰지만 전혀 위로가 될 수 없는 경기였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결과 뿐 아니라 내용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 글에 썼던 '인내심'이 KB에게 더욱 큰 딜레마가 될 것 같습니다. '박지수의 공백'에 대한 부분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박지수는 완전한 상태가 될 때까지 경기를 뛰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햄스트링 부상도 발목이 완전치 않은 상황에서 박신자컵을 뛰다가 온 것일 가능성이 크고, 그게 아니라 하면 재활 후 경기를 뛸 정도의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채로 박신자컵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뛸 만 하니 내보낸다'라고 하면 1년 이상 이어진 크고 작은 부상의 연쇄와 '100%가 아닌 박지수'의 문제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질 거 같거든요. 다만, KB는 물론 박지수 본인도 그렇게 기다릴 수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만약 BNK를 이겼다면, 아니면 내용이라도 전반과 같은 흐름을 유지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만원 관중 앞에서, 그것도 모기업이 타이틀스폰서로 공식 개막전의 호스트였던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기에,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될 지 의문입니다.
- 스몰라인업일 때 KB의 강점은 허예은의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과 헌팅독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의 엄청난 움직임과 유기적인 플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막전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카이 사라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 전원이 무척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허예은은 텐션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끝났을 무렵, 김완수 감독은 허예은에 대해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장시간 동안 대표팀 원정을 다녀온 만큼 피로도가 높기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죠. 그래서 박신자컵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쉬게 해 주는 게 맞는데, 박신자컵이 홈인 청주에서 열리기에 결과를 아예 포기할 수는 없다는 거였죠. 훈련 등 일상에서 어떤 배려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경기만 보면 허예은은 꾸준히 강행군을 했습니다. 박신자컵에서 허예은은 6경기 전경기에 나서 평균 30분 이상(30분 22초)을 뛰었습니다. 국가대표를 다녀온 선수 중 박신자컵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뛴 건 허예은과 홍유순(신한은행, 30분 10초) 둘 뿐입니다. 하지만 홍유순에 비해 허예은은 국가대표에서도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 열린 WBL ASIA에서도 4경기에서 평균 29분을 뛰었습니다. 독일-한국-일본-한국-인도-한국의 일정을 소화하며 평균적으로 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뛰고 있습니다. BNK의 수비에 잡혔다기보다, 허예은의 활동력과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개막인데요... 그리고 허예은이 이런 상황이 되다보니 성수연의 부상이 생각보다 크게 와닿았습니다. 허예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로 성장시킨 선수가 성수연이다보니, 그 공백이 상당하다고 느꼈습니다.

- BNK는 나무랄데 없는 경기를 했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김소니아가 적극적으로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흐름을 압도했습니다. KB는 박지수를 제외하면 리바운드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송윤하가 센터이고 힘도 좋지만, 이제 프로 경력 3년차인데다가 포지션 대비, 신장이 장점은 아닙니다. 게다가 강이슬도 이적했습니다. 숫자로만 봐도 작년, 경기당 17개 정도의 리바운드를 책임지던 2명이 빠졌습니다.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 BNK가 에너지에서도 확실하게 압도했으니 오히려 전반은 생각보다 점수차가 안 났다고 하는 게 더 맞을 정도로, BNK의 경기였습니다.
- 이소희의 공격력과 고비마다 터진 박혜진의 외곽, 역시 소리없이 강한 최이샘 등... 두드러졌던 김소니아 외에도 화려한 멤버들이 모두 제몫을 다해줬습니다. 박정은 감독이 공언했던 로테이션도 원활했습니다. 루키 임연서의 4쿼터 데뷔 득점은 본인의 개인 능력이기도 하지만, 이 경기에서 KB를 확실하게 능욕하는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WKBL 정규 시즌 시작 시점에 확실한 각인이 필요했던 바네사 데 헤수스에게 4쿼터의 KB는 자신감을 키워주기에 딱 어울리는 맞춤형 사냥감이었습니다. 타니무라 리카는 개막전의 활용도 이상의 큰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완전치 않다'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한국에 들어와 운동을 시작하고 팀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1년을 쉬면서 몸이 나아졌다'는 말도 있지만, '무릎 부상으로 은퇴를 선택했다가 1년을 쉬고 복귀한 33살의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대치의 고점이 그렇게 높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BNK 구성은 타니무라 리카가 그냥 센터 포지션에서 15분 정도만 버텨줘도 충분히 최상위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박지수의 부재'는 큰 변수가 맞습니다. 박지수는 BNK에게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박지수는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BNK전 23연승을 기록 중입니다. 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하면 25연승입니다. 2020년 10월 14일 BNK와의 원정 경기에서 79-82로 패한 이후, 단 한 번도 BNK한테 진 적이 없습니다. 박정은 감독이 BNK를 2021년부터 이끌었으니, 박정은 감독은 박지수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거죠. 그러니 '박지수가 돌아오면 BNK의 이런 경기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수가 돌아오면 정상적으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기 힘든 건 BNK 뿐이 아닙니다. 그리고, 박지수가 BNK 전 무패이긴 한데, 기록 자체를 보면 특별히 다른 팀보다 BNK와의 경기에서 더 높은 수치를 보인 건 아닙니다. 박정은 감독과 김완수 감독이 각각 BNK와 KB에 부임한 것은 2021-2022시즌을 앞둔 때로 같습니다. 이후 5시즌 동안 BNK는 KB를 상대로 6승 24패를 기록했습니다. 박지수가 정상적으로 뛰지 못했던 2022-23시즌, 박지수가 없었던 2024-25시즌에도 BNK는 2승 4패, 3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박지수의 존재 여부를 떠나, 그냥 KB에게 약했다고 보는 게 더 맞습니다. 그랬기에, 오히려 이 날의 대승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박지수 유무의 조건을 떠나, BNK에게는 KB라는 '옐로우 포비아' 극복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조화나 여러 부분은 더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막전, 특히 후반은 BNK에게 바라던 모든 것이 이뤄진 경기였습니다. 원하는 것들이 뜻대로 안되고 꼬일 때, 그걸 어떻게 풀어가는 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BNK의 개막전은 매우 훌륭했고, 역시 정규리그 1위 싸움에서는 가장 앞서 갈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 삼성생명 84(21-15, 23-20, 23-7, 17-24)66 하나은행
- 이 경기는 예상부터 빗나갔습니다. 삼성생명이 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확실한 완승이었습니다. 삼성생명의 연습경기나 박신자컵 경기는 모두 우려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하나은행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너무 빈약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슨 표현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빈약한'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거 같네요. 물론 이해란과 강유림이 없었죠. 그런데 하나은행도 진안, 박소희, 정현이 없었고, 이이지마 사키도 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내용과 경기력 모두 차이가 났거든요.
- 삼성생명은 원하는 걸 다 얻은 경기였습니다. '3점슛 30개 30% 이상'이라는, 삼성생명에게 특히 가혹해 보이는 이 조건을 31개 던져서 42% 성공이라는 결과로 수확했습니다. 여기에 리바운드와 빠른 트렌지션이라는 숙제도 이 경기에서는 훌륭했습니다. 리바운드에서 하나은행을 41-34로 앞섰고, 속공도 상대에게 1개만 내주면서 삼성생명은 5개를 시도했습니다.(물론 3개는 실패했지만요...) 23개의 팀 어시스트도 눈에 띄는 기록입니다. 그만큼 팀 플레이가 유기적이었다는 이야기겠죠. 삼성생명이 지난 시즌 30경기 중 팀 어시스트 20개를 넘긴 경기는 단 4번이었습니다.
- 18점차 승리지만 실질적인 체감 차이는 그보다 훨씬 컸습니다. 최다 31점차까지 벌어졌고, 양 팀 모두 가비지 선수들을 투입했습니다만, 삼성생명은 무려 15명이나 투입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시간의 득점에는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30점차 정도의 완승이라는 결과로 머리에 남네요.

- 하나은행은 초반 진인과 양인영의 더블 포스트가 기대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고, 이후 경기 내내 자신들의 흐름을 찾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승부가 갈린 3쿼터에는 이이지마 사키도 활로를 찾지 못했죠. 솔직히 KB-BNK 경기보다 더 일방적이었기에(점수차는 그렇지 않지만), 크게 언급할 부분이 없습니다. 그냥 '삼성생명이 되게 잘했는데, 하나은행은 되게 못했다'라고 하면 성의는 없어보이지만 가장 객관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는 경기였으니까요. 사키는 비시즌 재활 기간이 길었던 영향이 있는 건지 지켜봐야겠고,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 진안이 좋지 않았던 부분도 고민일 것 같습니다. 다만, 하나은행은 뭔가 전술적인 부분을 치밀하게 맞춰가기 보다는 활동량과 에너지를 높여서 분위기를 끌고 가며 흐름을 잡아가는 팀이라 다음 경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작년에도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고 그 다음 신한은행 전에서 졸전 끝에 패했었죠.
- 삼성생명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했지만 여전히 최약체라는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미야사카 모모나의 3점이 파멸적으로 폭발하면서 전체적인 팀의 분위기를 올려줬고, 3쿼터에 완전히 기세를 잡는 과정에서는 뭘 해도 다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거꾸로 던져도 들어갈 것 같은... 그런데 비시즌에도 이런 조짐이 꾸준했으면 신뢰를 하겠는데, 그렇지 않았기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이해란과 강유림의 복귀' 만으로 이렇게 다른 그림이 나온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니까요. 플레이의 모든 면, 모모나의 3점슛 마저도 비시즌과는 너무도 달랐기에, 솔직히 이 한 경기는 '그냥 다 되는 날이었다'에 더 가깝다고 보거든요. 평균치를 내기 힘든 전력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라운드는 지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신한은행 65(23-18, 15-17, 17-17, 10-6)58 우리은행
- 개막 3경기 중에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 개막전은 모든 팀들이 상당히 공을 들여 준비합니다. 시즌 첫 경기의 중요성을 떠나, 경기를 대비하는 기간이 가장 길 수 밖에 없으니까 맞춤 준비를 꽤 오랫동안 할 수 밖에 없죠. 박신자컵을 마친 후, 비시즌 훈련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모든 팀들이 개막전 상대에 대한 상대적 분석과 더불어 맞춤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박진영의 존재는 이 경기에서 가장 큰 '변수'이자 '양날의 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주 정도의 시간은 있었지만, 신한은행으로서는 하나은행의 식스맨 급 선수였던 박진영을 어떻게 팀에 융화시킬지를 고민해야 했고, 우리은행은 기존에 확립해뒀던 신한은행(특히 박신자컵에서 이미 한 번 상대를 해 본)의 틀에 박진영이 어떻게 적용될 지 생각해야 했을테니까요. 하지만 우리은행은 그 부분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결국 노구치 사쿠라와 홍유순, 외곽의 신지현과 신이슬에 더 초점을 두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박진영은 1쿼터에만 9점을 넣어 버립니다. 무려 21점으로 최다 득점을 올렸죠. 초반 흐름을 가져오는 역할은 물론 경기 내내 이런 활약을 펼치니 우리은행으로서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양날의 검'이 결과적으로 상대를 예리하게 베어 버렸습니다. 작년까지 프로에서 78경기를 뛴 박진영이 20점 이상의 득점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전 박진영의 최다 득점 경기가 우리은행 전(2024년 3월 1일, 15점)이었다는 거죠.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은 팀은 지금의 소속팀인 신한은행 전(2026년 4월 1일, 14점)이었고, 세 번째로 많은 득점 또한 우리은행(2026년 2월 14일, 13점)이 상대였습니다. 현재까지 커리어 통산 박진영의 평균 득점은 3.9점. 그런데 평균 5점 이상을 올린 상대는 우리은행이 유일(5.5점)합니다.
- 이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전타임에서 전주원 우리은행 감독이 "1번이 없구나..."라고 탄식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작년이었나요? 위성우 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다가 "아... 슈터가 없구나..."라고 했던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신한은행 최윤아 감독이 팀의 가드로 김지영과 심수현을 낙점하며, "WKBL에 제대로 된 가드를 갖추고 있는 팀은 사실 KB와 BNK 정도"라고 했는데 그 차이가 드러난 경기가 됐습니다. 김지영이 3점슛 3개 포함 14점을 올린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영은 상대 수비수들에게 대표적으로 새깅하면 되는 선수였습니다. 신인 시절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 시점, 슛 없는 가드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죠. 작년까지 통산 3점슛 성공률이 23.1%입니다. 신한은행은 앞선에서 경기 운영도 중요하지만 외곽 공격 첨병도 꼭 필요한 팀입니다. 사실 이건 신한은행만의 이야기가 아니긴 하죠. 그렇기에 김지영이 경기 운영을 맡으면 외곽은 신이슬, 신지현, 혹은 가네다 마나가 결정을 지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김지영의 외곽이 터지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은 지난 시즌 말미부터 악마의 열매를 먹은 것 같은 성장세를 갑자기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이 김지영을 떠올릴 때의 장점은 '에너지', '적극성', '더블 클러치' 입니다. 그래서 '김지영의 주전 1번'은 익숙치 않은 말입니다. 김지영은 지난 해, 2라운드 까지 단 2경기 출전에 그쳤습니다.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을 늘린 것은 3라운드 이후. 4라운드 4경기에 출전해 평균 3.5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김지영은 5라운드에 4.6개, 그리고 마지막 6라운드에는 8.4개까지 어시시트를 늘렸습니다. 어시시트가 좋은 리딩의 객관적 지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리딩 가드의 패스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김지영의 데이터가 신뢰를 얻으려면, 이 흐름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김지영은 박신자컵에서 6경기 평균 30분 39초를 뛰며 평균 5.8개의 어시스트를 올렸고, 생각지도 않았던 3점슛 마저 35%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경기당 3개 이상을 던졌으니 표본이 적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개막전에서 3점슛 3개(33.3%) 포함 14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 이제는 적극성으로 승부하는 '수비형 가드'의 틀을 넘어선 것인지...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 노구치 사쿠라는 최윤아 감독이 기대한 모습을 점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은행은 사쿠라가 상대하기 가장 힘든 팀일 거라고 봅니다. '1번이 없다'고 하는 우리은행은 센터 또한 확실한 자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 후보에 꼽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포워드 자원들이 상당하다는 것이죠. 작년 포워드 부문 'BEST 5'에 선정된 김단비와 강이슬, 거기에 이명관이 있고, 아시아 쿼터인 후지모토 마코도 있습니다. 아직 정상은 아니지만 한엄지도 개막전에서 복귀했죠. 기량도 좋지만,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포워드가 버티고 있는 팀이 우리은행이고, 따라서 매치업에서 가장 사쿠라가 혼란을 겪을 팀이기도 합니다. 초반 사쿠라는 이지슛을 놓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수비에서 부터 자기 흐름을 찾아갔습니다. 조직력을 자랑하는 우리은행이 13개의 턴오버를 범하는 동안 신한은행은 단 2개 밖에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8개의 스틸로 우리은행의 맥을 끊었는데, 그 중 3번이 사쿠라, 4번이 김지영이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승부처에서 꼭 필요한 득점을 해줬고, 비시즌과 박신자컵에서 그렇게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3점슛도 정말 중요할 때에는 림에 꽂아 넣었습니다. 공수 양면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줬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새로운 형태의 '이 구역의 미친X'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최윤아 감독이 원했던 바죠. 웃으면서 그러니까 '빙그레 XX'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비속어라 쓸 수는 없고, 사쿠라를 상대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선수 개개인의 활약을 떠나 전체적으로 신한은행이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에서 밀리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 팀의 에너지를 굳이 나누자면 신한은행의 스피드와 우리은행의 파워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은행 특유의 강한 몸싸움과 스크린, 바디체크에 일반적으로는 열세이면서도 크게 밀린다는 느낌없이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워 에너지를 유지한 신한은행이 마지막에 웃었다고 봅니다. 우리은행은 카타야마 나나의 5반칙 퇴장과 강이슬의 부상이라는 악재로 인해 오히려 그 흐름이 끊어졌고요. 우리은행이 원래 속공이 가장 적은 팀이기는 했지만, 단 1개도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은, 농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있는만큼 지공 플레이를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상대의 흐름에 원활하게 페이스를 뺏어오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다만 신한은행이 이후의 경기에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지는 좀 더 봐야할 것 같습니다. 홈 개막전인 만큼 그야말로 올인을 한 경기였습니다. 아마 BNK와의 주말 경기는 신경도 안 쓰고 이 경기에 다 쏟아부었을 것입니다. 여자농구는 다른 종목보다 '홈 개막전'이 갖는 비중이 더욱 특별하고 중요하거든요. 신한은행은 아마 그 절실함이 더 컸을 겁니다. 사쿠라는 교체없이 40분을 뛰었고, 선발 멤버 전원이 30분 이상을 뛰었습니다. 홍유순(33분 52초)을 제외한 다른 4명은 모두 36분 이상입니다. 단 7명만 뛰었습니다. 시즌을 이렇게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결장한 가네다 마나도 합류할 것이고, 다른 선수들의 출전 시간도 늘어나야 합니다.
- 첫 경기를 내줬지만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질 부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김단비-강이슬-후지모토 마코는 38점을 합작하면서 확실한 지배력을 보여줬습니다. 전체적으로 외곽이 터지지 않으면 서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점점 자신들의 경기력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12월 무렵 복귀가 예상됐던 한연우의 복귀도 좋은 소식입니다. 본인 컨디션을 찾으면 높이 보강은 물론 내외곽에서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한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자원이니까요. 아직 복귀 예정자들이 더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KB와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갖고 지켜 볼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 치열했던 이 경기의 승부처는 종료 3분~3분 30초 전 무렵이었다고 봅니다. 62-56으로 앞서던 신한은행은 좋은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이걸 홍유순이 놓치면서 우리은행에게 찬스가 옵니다. 강이슬의 부상과 나나의 5반칙 퇴장으로 결국 김단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상황. 여기서 마코가 자신에게 수비 4명을 끌어당기며 강계리에게 완벽한 노마크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이 슛이 불발됐고, 팀 리바운드로 공격권을 가져온 우리은행은 이어진 공격에서 이명관이 코너에서 3점슛을 시도했지만 이것도 실패합니다. 강계리와 이명관의 야투 중 하나만 들어갔어도, 이후 신한은행의 수비에는 상당한 부담이 가중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공격 실패는 '결국 김단비'라는 전제와 결과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게 똑같이 던져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반격에서 신한은행은 노구치 사쿠라가 3점슛을 성공하며 65-56을 만듭니다. 종료 2분 57초전이었죠. 분명 9점차를 따라잡기에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 30초의 흐름이 결국 승부를 결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다음 공격에서 우리은행은 결국 김단비의 돌파를 선택하지만 이것 마저 안들어가면서 호흡기를 떼고 말았다... 라고 봅니다.
왜 썼을까... 싶은 프리뷰 아닌 프리뷰였지만... 아직 수정할 부분은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니까요. 내일 부천에서 벌어지는 하나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가 정말 중요한 승부가 될 거 같습니다. 개막전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두 팀의 맞대결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나은행은 젊은 팀이라는 특징이 있어 패기와 기세에 강점이 있지만, 시즌 초반 연패를 타 버리면, 그 흐름이 거꾸로 내리막을 향할 우려도 있습니다. KB는 박지수의 출전 여부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개막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박지수의 활용 자체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KB나 박지수 모두에게 최악의 상황이죠. 내일 경기가 정말 재미있는 승부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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