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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을 왜 '여랑이'라고 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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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모 위원으로부터 이 부분에 대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팬들 중 일부가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을 지칭하는 '여랑이'라는 명칭에 대해 불편함을 전했다는 것입니다. '여랑이'라는 명칭이 차별적이고 종속적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보입니다. '남자농구 대표팀을 남랑이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왜 여자농구 대표팀에만 그런 적용이 들어가냐'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여랑이'라는 명칭이 [남자농구 ‘호랑이’ → 여자농구 ‘여+호랑이’] 라는 구조로 명명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여랑이'라는 호칭은 남자농구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여랑이'라는 명칭은 2010년 7월, WKBL이 여자대표팀의 애칭을 공모했고, 여기에 올라온 후보군 중에서 선택된 명칭입니다. 'W-TIGER(여랑이)'가 공식 애칭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 여자농구의 레전드로 꼽히는, 당시 국가대표였던 전주원, 정선민, 김지윤, 박정은, 김계령, 이미선 등이 직접 참여해 명칭 선정과 이후 엠블럼과 캐릭터 심사를 했습니다.

 

'여랑이'는 연맹의 일방적인 행정이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 레전드 선수들이 후배들과 함께,  팀의 용맹함을 투영하기 위해 고심 끝에 고른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후,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국제 경쟁력에서 위기를 겪던 시절에도, 과거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기상을 전승하고, 역경을 딛고 아시아를 대표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국가대표로서 희망과 감동을 선사했던 역사와 함께하며 대표팀을 수식하는 명칭으로 사용됐습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FIBA 여자농구 월드컵 본선 17회 연속 진출,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등 자랑스런 역사의 순간은 물론, 위기와 역경에 절치부심할 때도 '여랑이'라는 이름이 함께 했으며, 우리나라 여자농구 선수들에게도 친숙한 대표팀의 명칭이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여랑이'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 여자 대표팀은 역사적 서사를 쌓아왔습니다. 한국 여자농구의 위대한 레전드들이 직접 부여한 정당성과 수많은 국제 무대의 감동이 녹아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남자농구 대표팀을 남랑이라도 부르지 않는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왜일까요? 남자농구 대표팀을 호랑이에 비유하거나, 대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랑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남자농구를 기본값으로 두고 ‘여랑이’를 그 파생형이나 하위 개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애초에 남자농구 대표팀에는 ‘호랑이’라는 선행 애칭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특별히 상징하는 동물이나 규정화된 애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랑이는 남자농구 대표팀의 종속적 의미가 아닙니다. '여랑이'라는 애칭이 확정되었을 때에도 당연히 남자농구 대표팀을 따로 '호랑이'에 비유하지 않았습니다. '여랑이'의 애칭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이미지와 여자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온 용맹함과 강한 힘을 다시 발휘해 세계 정상으로 도약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곧 '여랑이'라는 명칭은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 → W-TIGER/여랑이]의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남자농구 대표팀과는 명칭의 연원 자체에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남자농구 대표팀의 주장인 이승현 선수의 별명이 '두목 호랑이'인데, 이는 국가대표와 무관한 별명입니다. 이승현 선수가 고려대 주장 출신이기에 그 당시부터 개별적으로 그런 별명을 가졌습니다.)

 

 

 


일반 사회에서 ‘남성이 무표지이고 여성이 별도 표시되는 언어 관습’이 존재한다는 논의에서 기인해, '여랑이' 역시 당연히 ‘남자 호랑이의 여성판’일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호랑이’라는 성별 표지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성차별적’이라는 결론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그 명칭이 여성을 열등하게 묘사하거나, 남성을 정상·기본값으로 놓는다거나, 여성에게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등의 근거, 혹은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도, 최소한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은 선행 명칭에서 파생되었다거나, 여성 대표팀을 부차적 존재로 규정하는 명명 구조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랑이'의 선정 이유는 '강인함', '용맹함', '대한민국 대표성' 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에 설명한 16년의 서사를 통해 '여랑이'는 단순한 조어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대표팀을 연결하는 역사적 별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히려 남자농구 대표팀은 아직까지 특별한 애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랑이’의 ‘여’를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은 종속적 성별 표지로 해석하는 것은 이 명칭의 실제 태동 과정과 맞지 않습니다. ‘여랑이’는 남자농구의 ‘호랑이’에서 파생된 이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결합해 만들어진 독립적인 애칭입니다. 그리고 지난 16년 동안 대표팀의 영광과 시련을 함께하며 이제는 하나의 역사적 서사를 가진 이름이 되었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잉글랜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암사자(Lionesses / 잉글랜드 남자 축구대표팀 상징이 세 마리의 사자입니다)', 네덜란드 여자축구 국가대표팀도 '암사자(Leeuwinnen, 네덜란드 왕가의 상징이 사자입니다)'라는 애칭을 사용 중이며, 중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철장미(Steel Roses, 강인한 경기력과 여성성을 결합했습니다)', 스페인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은 '여전사(Las Guerreras / 말 그대로 여전사)', 일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나데시코 재팬(Nadeshiko Japan / 강하고 아름다운 일본 여성)'이라고 공식적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여랑이'는 다른 국가를 대표하는 여성 스포츠 대표팀의 애칭과 비교해도 국가의 상징성과 여자 대표팀이라는 정체성, 그리고 한국 여자농구의 목표를 잘 포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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