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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KBL] 에이스가 된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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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제도를 중단한 WKBL은 2024-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이 제도를 통해 WKBL에 등장한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꼽는다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단연 이이지마 사키일 것이다. 1992년 생인 이이지마 사키가 아시아쿼터에 처음 지원했던 당시, 그는 다른 지원자들보다 확실히 높은 연령대의 선수였다. 도카이대를 거쳐 일본 W리그의 야마나시 퀸 비즈, 니가타 알비렉스 BB 래빗츠, 도요타 보쇼쿠 선샤인 래빗츠, 아이신 윙스 등에서 활약하며, 일본 리그에서 8년의 경력을 쌓았다. 올 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단 한 시즌 뿐이었지만, 커리어 통산 평균 출전 시간이 20분이 넘을 만큼, 팀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선수였다. 두 자리 수의 득점을 기록했던 시즌도 두 시즌. 커리어 면에서도 확실히 돋보이는 선수였다. 

 

WKBL 최고의 아시아쿼터 선수

WKBL에서의 첫 시즌. 전체 2순위로 BNK에 지명된 사키는 팀의 창단 첫 우승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그의 스탯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키는 박혜진, 김소니아, 안혜지, 이소희 등 공격 성향이 강하고 볼 소유가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며 그들이 놓치는 궂은 일과 수비에서의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도 팀 공격에 정체가 생길 때, 개인 능력으로 활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시아쿼터 첫 시즌에 비록 개인 타이틀 무관에 그쳤지만, 사키는 BNK의 우승에 가장 완벽했던 조각이자, 챔프전 MVP를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선수였다.

챔피언 BNK는 2025-26시즌, 5위로 내려 앉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과 아시아쿼터 부상 낙마로 인한 공백 등이 있었지만, 결국 사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것이 컸다. 코트 안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그 고민을 풀어내는 전천후 해결사였던 사키의 빈 자리는 결정적이었다. 반면, 이 시즌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의 선택을 받아 이적하게 된 이이지마 사키는 '하나은행 반란'의 선봉에 섰다. BNK 시절, '보이지 않는 역할'을 도맡았다면, 하나은행에서는 보이는 역할과 코트 안에서의 리더, 그리고 BNK 시절의 장점까지 모두 담당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1분 이상 줄었지만, 15.0점 6.3리바운드 2.3어시스트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비약적인 상승을 보였다. 성장했다기 보다, BNK에서 꺼낼 이유가 없던 장점을 하나은행에서는 펼쳐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팀은 정규리그 2위로 시즌을 마쳤고, 사키는 아시아쿼터 선수상을 수상했다. 오히려 사키가 베스트5에 뽑히지 못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이 시즌에 신설된 아시아쿼터 선수 재계약 규정에 따라 사키는 하나은행에 잔류했고, 이제 WKBL에서의 3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BNK에서 우승을 했을때도, 하나은행에서 지난 시즌을 지냈을 때도, 되돌아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WKBL에서 3번째 시즌인데, 처음에 아시아쿼터로 올 때는 제가 3년이나 뛰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 시즌을 보내면서도 그 시즌을 어떻게 지낼 것이냐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3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 게 저도 놀라워요.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에 갔던 것도 시간이 금방 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번 시즌은 하루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보내고 싶어요. 그동안은 아시아쿼터로 일본 선수들만 한정적으로 왔었는데, 이번 시즌부터는 그 범위가 넓어졌잖아요? 만약 이후로도 더 선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번 시즌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성과를 남겨야한다는 위기감도 느끼고요."

이이지마 사키는 현재 WKBL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아시아쿼터'라는 범위를 넘어서서 가장 핵심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당연히 지난 시즌 중, 하나은행 팬들은 사키의 재계약이 필수라 여겼고, 하나은행 관계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시즌 중 김기림 하나은행 국장은 "사키에게는 내년에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넌지시 꺼냈는데,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그런지 가타부타 답을 주질 않고 그냥 웃기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에는 "사키와 재계약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좀처럼 계약 사실이 빠르게 발표되지는 않았다.

"그걸 즐긴 건 아니고(웃음)... 저도 나이나 여러가지를 생각했을 때, 앞으로의 농구 인생이 그렇기 길지는 않을 거라서, 어디서-어떤 지도자 아래에서-누구와-어떤 농구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직접, 팀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씀도 해주셔서 결정하고 마음도 다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부터는 아시아쿼터 선수 2명이 두 쿼터를 같이 뛸 수도 있는데, 팀에서도 계속 제가 있다는 전제 하에 부족한 포지션을 찾고, 저와 맞는 선수를 찾는 노력을 하셔서, 팀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걸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한국 선수들보다 은퇴가 빠른 편이다. 사키에 대해서도 BNK에서 시즌을 마쳤을 때, 그리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도 은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도 일부에서는 있었다. 하지만 사키는 자신의 농구 인생과 관련해 다소는 유보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팀이 아이신이었는데, 거기서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마음껏 하고 은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플레이오프 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납득이 가는 결과를 얻었으니까 일본 무대에서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사키는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2023-2024), 정규리그 26경기에 평균 23분 가까이를 뛰며 9.4점 4.2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단 1경기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 세미쿼터 파이널에서는 벤치에서 출발해 27분 38초를 뛰며 3점슛 3개 포함 21점 3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했다.

"한국에서도 몸이 되지 않아서, 아니면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다짐하고 싶지도 않고, 계약할 팀이 없어서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매년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 부어야 은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매 시즌 그만큼 다 쏟아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시즌을 마치고 제 몸과 마음에 대한 생각과 그런 것들을 정리하면서, 은퇴에 대한 것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제의를 주셨고, 저도 마음도 맞고, 몸도 괜찮았기 때문에 다시 이렇게 시즌을 치르게 됐거든요."

납득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은퇴를 한다는 것은 매우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사키가 MVP를 수상하고 팀이 우승을 하게 되면 이는 곧 사키와의 이별을 말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사키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승을 하고 MVP까지 받을 수 있다면 진짜 최고의 은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은행에서의 첫 시즌

사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에서도 정상에 근접했었다. 만년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하나은행이 창단 후 최고 승률을 올리며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과 다시 플레이오프에 복귀한 것만으로 충분히 성공한 시즌이라 할 수 있지만, 내용을 디테일하게 따지고 보면 아쉬움도 존재한다. 정규리그에서 오랫동안 단독 1위를 지켰지만 마지막 뒷심 부족으로 1경기차로 2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정규리그에서 성적은 물론 맞대결에서도 더 우위를 지켰던 삼성생명에게 1승 후 3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쳤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KB의 주축 박지수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하나은행 팬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박지수가 없는 KB라면, 하나은행이 훨씬 나은 모습과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사실, (김)정은 언니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챔프전 결승까지 가면 이길 확률이 꽤 있을텐데, 그것보다 플레이오프를 넘는 게 더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거든요. 결과적으로 KB의 박지수 선수가 부상을 당해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챔프전까지 올라가는 실력이 아직은 없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냉정하게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규리그에서의 뒷심 부족은 선수들의 체력 저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나은행은 많이 뛰는 농구를 하는 팀이었다. 팀을 이끌던 사키도 정규리그 말미 이후에는 코트에서의 활기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시즌 후반이 초반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다는 그런 차이가 있지는 않았어요. 우리 팀이 좋은 스타트를 끊어서 잘 가고 있었던 것과 달리, 다른 팀들은 오히려 시즌을 거치면서 조금씩 완전체로 올라왔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4, 5, 6라운드 쯤에는 상대도 팀으로서 완전체가 됐고, 전력이 좋은 팀들이 정상적으로 올라왔을 때 팀 대 팀으로 붙으면서 우리가 좀 힘들었던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해요. KB는 박지수 선수, 삼성생명은 이주연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더 좋아졌는데, 그렇게 상대가 더 올라와서 우리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스, 맏언니, 리더

34살인 사키는 이제 하나은행의 최고령 선수다. 단순히 나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맏언니로 후배들을 독려하고 이끄는 것은 물론, 코트 안에서 직접 해결사로 나서는 에이스다. 외국 선수로서, 타지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을 이끌면서 이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까지는 정은 언니가 있어서 할머니라는 소리를 안 들었는데, 이제 언니가 은퇴하시고 제 나이가 제일 많다 보니 다들 여기저기서 할머니라는 이야기를 해요.(웃음) 특히 진안이가 많이 그러는데..."

 

"사실 이 시점이면, 제가 맏언니의 역할도 하면서 전제척인 플랜에서도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부상 때문에 일본 전지훈련도 같이 못가고,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많이 아쉽고, 팀과 선수들에게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이를 떠나서 지금 그런 역할을 주장인 정예림 선수가 하고 있는데,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줘야 하는 걸 못해줘서 아쉬운 마음이고, 빨리 복귀해서 도와주고 함께 이끌어가고 싶어요."

사키는 왼쪽 허벅지 쪽에 근육 파열이 있어 꾸준한 재활이 필요했다. 부상 자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젊은 선수는 아니다보니 회복에 시간이 필요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된 것이 추석 연휴 직전. 사키는 9월 마지막 주에는 팀 훈련에 참여해서, 몸 상태와 컨디션이 괜찮으면 박신자 컵에도 뛰고 싶다는 마음을 나타냈다.

WKBL에 처음 입성했을때는 '경험 많은 선수'였지만, 이제는 '노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불과 3년의 차이인데,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주는 흐름의 무게가 상당하다. 반면, 사키가 활약해야 하는 하나은행의 농구는 여전히 같은 색깔이다.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작년보다 더 순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새 시즌에는 작년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노장인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팀 컬러이기도 하다. 

"감독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른 팀들은 아시아쿼터나 선수 구성에 변화가 좀 있다보니 전력이 보강된 팀들이 꽤 많은데, 우리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더 힘든 경쟁을 하게 될 거 같아요. 또, 작년에는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우리가 어떤 농구를 할 지에 대해 상대가 잘 몰랐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초반에 저희가 오히려 유리하게 시즌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보니 작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도 우리에 대해 대응을 할 거고, 우리도 상대의 전략에 더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 제도가 드래프트에서 자유 계약으로 바뀌었고, 아시아쿼터의 적용 국가도 일본, 필리핀,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 카자흐스탄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예년보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기량과 수준이 더 높아졌다는 평가 속에, 지난 시즌 최고의 아시아쿼터였던 사키에 대한 기대 역시 더 높아지고 있다. 사키에게 새롭게 WKBL에 도전하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이 구역의 최고는 나다'라는 확실한 자신감의 경고장을 던져달라고 했다. 사키는 마지막까지 손사래를 쳤다. 절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며 오히려 WKBL이 처음인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선배로서의 조언을 전했다.

"이번에 WKBL에 합류한 아시아쿼터 일본 선수들은 저와 세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정말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도 있고, 일본 국가대표 후보에 드는 선수도 있고, 슛이 정말 좋은 선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 2년을 보내 본 입장에서 제가 말하자면, 본인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더라도 얼마나 팀에 제대로 속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본인이 하고 싶은 것과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때 얼마나 팀에 맞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러면서 팀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가 WKBL에 무엇을 위해 왔는지, 그 목적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경고장 대신, 함께 시즌을 치러나갈 동료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선수는 주변에서 기대를 해주는 만큼 성장을 한다고 생각해요. 저에 대해서도 팬들과 팀에서 기대를 해주고 계시니까, 거기에 더 응답하고 싶고, 또 그 기대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있고요. 팬들이 응원하고 기대해주시는 만큼 우리 하나은행 선수들도 작년 성적에 만족하지 말고 더 욕심을 내서, 우리가 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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