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수는 사실 저희나 다른 팀들 같은 경우에는 접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해야겠네요. 신한은 아베 마유미 코치가 있어서 일을 진행핼 수 있었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노구치 사쿠라가 아시아쿼터로 WKBL에 입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다른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지금까지 WKBL에 등장했던 선수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아시아쿼터 적용 첫 시즌 당시 이이지마 사키를 보고 "왜 WKBL에 적응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 이상의 파장이었다.

이 선수가 왜 WKBL에?
노구치 사쿠라는 2018년 일본 W리그에 데뷔했던 노구치 사쿠라는 샹송 V-매직을 거쳐 지난 시즌에는 아이신 윙스에서 활약한 현역 주전 선수였고, 2001년생으로 나이도 25살. 전성기에 이른 상태, 아니면 오히려 성장가능성이 더 높은 시기에 있는 선수였다. 노구치 사쿠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선수들의 경우, 급여나 조건, 여러 정황 면에서 WKBL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현실이 됐고, 노구치 사쿠라는 전격적으로 신한은행과 계약했다.
"원래 한국 농구에 대해서도 관심은 있었어요. 일본 W리그에서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 되면서 환경을 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한은행에서 연락을 받게 됐죠. 아베 (마유미) 코치님이랑 일본에서 같은 팀에서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아베 코치님을 통해 연락을 받았고, 사실 WKBL 쪽으로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 같아요."
아베 마유미 코치로 인해 신한은행과 연결된 노구치 사쿠라를 영입하는 데에는 최윤아 감독도 적극적이었다.
"저는 한참 3X3을 하고 있었거든요. 시간이 많지도 않은 상황이었고, 아시아쿼터로 영입할 수 있는 대상이 참 많은데도 불구하고 저를 컨택해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신 점이 감사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제가 신한은행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를 설명하시고, 감독님이 어떤 팀을 꾸리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그 말씀을 듣다가 더 재미를 느끼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시아쿼터가 시행된 지난 2년. WKBL에 가장 성공적으로 연착륙을 한 선수는 하나은행의 이이지마 사키다. WKBL 팬들 중, 일본 리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노구치 사쿠라의 등장에 그가 사키보다 더 잘하는 선수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두 선수는 9살의 차이가 나는 많큼 같은 세대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W리그에서 활약한 시기는 많이 겹친다.
1992년 생인 이이지마 사키는 도카이대를 졸업하고 2016년부터 8년간 야마나시 퀸 미즈, 니가카 알비렉스 BB 래빗츠, 도요타 보쇼쿠 선샤인 래빗츠, 아이신 윙스에서 활약했다. 8년간 정규리그 180경기 정도를 뛰면서 선발 자원으로 나선 경기가 대부분은 아니었지만 평균 21분 정도를 소화할만큼 비중이 있었다. 반면, 노구치 사쿠라는 2018년부터 W리그에서 활약했기에, W리그에서 활약한 시기가 사키와 6시즌이 겹친다. 안조 가쿠엔 고교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고 바로 W리그에 영입된 사쿠라가 W리그에서 출전한 정규리그 경기 수는 150경기 정도다. 하지만 2021년 이후 거의 주전 멤버로 활약햤고, 아이신으로 이적한 이후 마지막 3시즌은 출전 경기 전경기가 선발 출장이었다. W리그 통산 평균 27분 이상을 뛰었고, 커리어 통산 평균 9점대의 득점과 6개가 넘는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제 20대 중반임을 고려하면, 커리어 면에서 사키보다 더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이지마) 사키 선수와 일본에서 1년간 같은 팀에서 뛰었습니다. 그때도 좋은 선수라고 느꼈었죠. 다만 저는 어려서부터 W리그에서 농구를 했고, 어릴 때부터 키가 큰 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 때문에 커리어 면에서 제가 사키 선수보다 더 좋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경쟁을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거고, WKBL에서도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커리어만 좋은 선수'가 되어 버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다른 한국
사키의 W리그 마지막 해였던 2023-24시즌에는 함께 아이신에서 활약했다. 사키가 27분을 뛰며 21점 3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했던 플레이오프 세미쿼터 파이널에 사쿠라는 선발로 출전해 35분을 넘게 소화하며 3점슛 3개 포함 17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사키는 이번 시즌 아시아쿼터와 관련해 "일본 선수들은 나와 세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정말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도 있고, 일본 국가대표 후보에 드는 선수도 있고, 슛이 정말 좋은 선수도 있다. 그래도 한국에서 2년을 보내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본인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더라도 얼마나 팀에 제대로 속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을 헸다. 사쿠라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신한은행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후, WKBL 경험이 있는 지인들로 부터 정보를 들었기 때문.
"친한 친구 중에 아시아쿼터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있어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한은행은 힘든 훈련이 많은 팀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그런면에서 조금의 두려움(?)도 있었죠, 그런데 스태프들을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고 도와주시는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지금은 그런 불안 없이 팀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다른 팀들보다 일본과 연결된 선수들이 많기는 하지만, 제가 처음 합류했을 때는 가네다 마나 선수도 오기 전이었고, 홍유순 선수는 국가대표팀에 가 있을 때였는데, 그때도 워낙 잘 챙겨주시고 환경이 좋다고 느꼈기 때문에, 첫인상부터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쿠라에게 조언을 해줬던 선수들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뛰었던 미마 루이, 그리고 이제 WKBL에서의 두 번 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KB의 사카이 사라라고 한다.
그렇다면, 훈련이 힘들다는 신한은행에서의 시간을 직접 경험하니 어떤 느낌일까?
"일본에서와 다른 부분이 꽤 있긴 한데, 가장 큰 차이는 웨이트 트레이닝인 것 같아요. 훈련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고, 뛰는 훈련도 많아요. 확실히 훈련 시간이 일본보다 길기도 하고, 또 신한은행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본보다 쉬는 날이 더 적은 것 같아요.(웃음)"
이 부분은 사키의 의견과도 맥을 같이 한다. 최근의 일본 여자농구는 과거에 비해 훈련 시간과 훈련 양이 현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WKBL보다 선수들의 훈련량이 더 많았던 것이 불과 4-5년 전의 흐름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훈련량이 많던 시절, 특히 강한 훈련의 대표와도 같았던 나카가와 후미카즈(中川文一)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사키도 WKBL의 훈련 스타일에 대해 "일본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피지컬 쪽의 훈련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고 짚은 바 있다.

새로운 에이스
사키가 WKBL에서 성공적인 커리로 평가받는 것은 단지 개인의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사키는 리그 최하위였던 BNK에 영입됐고, 챔프전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자신이 우승 멤버로 활약하는 동안 새로운 꼴찌가 됐던 하나은행으로 팀을 옮기게 됐고, 그 팀을 이끌며 정규리그 2위와 플레이오프 행을 이루어냈다. 일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사쿠라 역시, 공교롭게 지난 시즌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신한은행에 입성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어야 한다.
"아...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오고나서 알고 보니 지난 시즌 꼴찌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팀에서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프레셔라고 할까.. 상당한 압박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스트레스는 아닌데, 살짝 부담이 된다고 할까? 하지만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응도 필요하고 저도 W리그에서 한참 좋았던 상태로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서 시즌의 첫 시작부터 팬들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장점을 보여드리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계속 지켜봐주시면, 1년 동안의 시즌이 끝났을 때는 신한은행의 팬들이 "사쿠라가 신한에 와줘서 정말 좋았다"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한은행의 최윤아 감독은 사쿠라가 지난 시즌 W리그 아이신에서 맡았던 롤 자체가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드와 센터의 픽업게임 비중이 워낙 높아, 발을 맞추고 있다가 파생된 공격을 이어가거나,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쪽에 플레이가 집중됐다는 것. 따라서 자신이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시즌에 3X3을 많이 한 것 역시 조금 더 팀 농구에 적응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사쿠라의 훈련을 지켜본 서동철 신한은행 단장은 "그렇기 때문에 이번 박신자컵이 사쿠라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노구치 사쿠라는 과연 어떤 선수일까? 사쿠라 본인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드에서 센터까지, 1번부터 5번까지 맡을 수 았는 선수라고 말할 수 있어요. 득점과 리바운드의 숫자 자체로는 다른 선수보다 적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신장도 있으면서 스피드도 빠르고, 공격에서는 안에서의 일대일과 외곽도 할 수 있는 선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장점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신한은행이 노구치 사쿠라에게 거는 기대는 확실하다. 에이스다. 그리고 영입할 때 가졌던 기대치는 훈련 과정을 통해 더 높아지고 있다. 최윤아 감독은 사쿠라의 워크 에식을 높게 평가하며, 확실한 동기 부여 속에 자신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WKBL에서 최고의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이이지마 사키는 지난 2년간, 소속팀의 우승을 비롯해 개인적으로는 아시아쿼터 상을 수상했고, 올스타투표 1위에도 올랐다. 마지막으로 사쿠라에게 사키가 거둔 2년의 성과 중 가장 가져오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승입니다."

... 덧붙임.
우승을 가장 큰 목표와 기대치로 잡은 노구치 사쿠라에게 올스타 투표 1위는 관심이 없냐고 묻자 웃으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며 웃었다. 한국에서 올스타가 되면 팬들 앞에서 춤도 춰야 하고, 해야 할 게 많다고 하자, 한일 올스타전에 참가하면서 경험해봤다며, 그게 정말 힘들었다고 웃었다. 그래서 올스타전이 더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런 사쿠라를 보던 최윤아 감독과 이경은 코치는 "올해 올스타로 안뽑히기가 힘들 것 같은데"라며 "WKBL 올스타가 되면 춤을 출지 뭘 할지는 알 수가 없다. 일단 뽑히는 게 먼저고, 뭘 해야하는지는 올스타전이 닥쳐서야 알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경은 코치는 "난 선수시절 마지막까지 거의 40살까지도 춤을 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사쿠라를 아연실식케 했고, 그런 이경은 코치에게 "그 춤은 수요없는 공급이었다"고 말하자, "왜!" "어째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최윤아 감독은 조용히 "난 작년에 감독 되고도 발차기를 했어"라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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