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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KBL] '시간을 앞당긴 세대 교체', 하상윤 감독이 말하는 삼성생명의 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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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WKBL의 정상을 양분했던 KB와 우리은행의 전력이 한꺼번에 무너졌던 2024-25시즌은 삼성생명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박지수(KB)의 해외진출로 배혜윤을 제어할 빅맨이 존재하지 않던 상황에 키아나 스미스의 존재감과 이해란의 성장으로 가드, 포워드, 센터 등 각 포지션에 확실한 중심이 존재했고, 선수층도 두터운 편이었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은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정규리그 경쟁에서는 삼성생명이 가장 앞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삼성생명은 시즌 말미에 순위 싸움에서 밀리며, '또' 정규리그 1위 경쟁에서 배제됐다. 정규리그 1위 싸움에 대한 낯가림과 달리 봄농구에서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인 적이 많았던 삼성생명은 BNK를 만나 2패 뒤 2승을 거두며 또 하나의 반전을 만드는 듯 했지만, 결국 마지막 5차전을 내주면서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시즌을 마쳤다.

 

1.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지난 시즌. 하지만 비시즌에 악재가 터졌다. 키아나 스미스가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 귀화 준비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던 삼성생명에게는 치명적인 소식이었다. 최강 전력이 부활한 KB와 더불어 하나은행의 돌풍이 이어지며 두 팀의 양강체제로 진행된 2025-26시즌. 삼성생명의 승률은 다시 5할 미만으로 추락했지만,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는 경젱력을 보여주면서 시즌 최종 순위는 전년과 같은 3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의 팀 하나은행을 만나, 1차전을 먼저 내준 뒤, 내리 3경기를 챙기며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업셋에 성공했다.

그리고 KB와의 챔피언 결정전. 뜻밖의 소식이 들어왔다. KB의 에이스이자 기둥인 박지수의 부상 결장 소식이었다. KB에게는 치명적이었고, 삼성생명에게는 다시 '봄의 행운'이 따르는 듯 했다. 2021-22시즌 이후 5년 동안, 삼성생명은 박지수가 뛴 KB에게는 2승 17패로 절대 열세를 보였지만, 반대로 박지수가 결장했던 KB에게는 10승 1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삼성생명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높이의 우위와 미스매치는 허예은을 앞세운 KB의 매치업 헌팅과 강이슬이라는 확실한 득점원의 존재감, 그리고 시즌 내내 '허(예은)-강(이슬)-박(지수) 트리오'를 호위했던 이채은, 양지수, 사카이 사라 등 매서운 'KB의 사냥개'들과 급성장한 송윤하의 활약 앞에 무너졌다. 3경기, 120분간의 총 경기 시간 중, 삼성생명이 앞섰던 시간은 단 10분 남짓. 5년 전, 삼성생명이 '언더독의 반란'을 연출했던 상대 KB는 맹렬하게 위기를 극복했고,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의 분전이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무기력하게 챔프전을 내주고 말았다. 수석코치를 거쳐, 삼성생명 감독으로 두 번 째 시즌을 치른 하상윤 감독에게도 아쉬움이 컸던 시즌이었다.

"키아나 (스미스) 처럼 좋은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하는 건 당연히 부담이고 그 공백이 크죠. 하지만 공격적으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윤)예빈이도 돌아왔기 때문에서 수비적인 면에서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혜윤이의 몸 상태와 컨디션 유지가 관건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고, 혜윤이의 플레이 타임을 조절하면서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맞추자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주연이가 중간이 빠지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시 복귀하면서 상승세도 탔고... 사실, 우리가 더 높은 곳으로 가려면 키아나가 필요한 건 분명 맞아요. 하지만 수비나 팀 케미스트리 같은 부분은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고 봤어요."

"플레이오프는 1차전을 내줬지만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고, 또 그 시리즈에서 선수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하나은행이 정규리그를 워낙 잘 치른 팀이지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제가 뭔가를 했다기 보다, 선수들의 그런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이길 수 있었어요."

 

"반면 챔프전은 조금 불길하다고 생각하면서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더라고요.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지만, 그 정규리그 막판에 우리 팀의 훈련이 정상적이지 못했거든요. 운동을 거의 못했어요. 대표팀 경기 브레이크 기간 무렵이었는데, 선수들이 아파서 혜윤이나 예빈이가 2주 넘게 쉬고,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정규리그 마지막을 3연패로 마쳤죠. 그런데 반대로, 그렇게 3연패를 당하면서 선수들의 감각과 몸 상태가 거기에서부터 조금씩 올라오면서 '이런 흐름이면 플레이오프 때에는 오히려 좋은 흐름을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들한테도 이 부분을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 했었어요. 그런데 플레이오프를 지나 챔프전에 이를 때면 그 리듬이 오히려 떨어질 시점이란 말이죠. 체력적인 부분의 열세도 예상됐고, 또 주연이가 감기 몸살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못 뛰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대로 나타났던 시리즈였죠. 그리고 가장 큰 건, 결국 제 잘못이죠. 제가 못한거에요.  사실 앞에 말한 것들은 결국 변명이고 핑계일 수 있거든요. KB에 (박)지수가 빠지면서 거기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도 맞고, 경기에서 벌어지는 변수에도 대처가 잘 안된 것 같아요. '내가 부족하구나', '이런 것들도 더 생각했어야 하는구나' 같은 것들도 느끼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저 역시 인지하고 있고요."

2.

시즌을 마치고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은퇴를 선언했다. 2013년부터 삼성생명에서 13시즌을 뛴 배혜윤은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이자 확실한 센터였고, 오랫동안 삼성생명의 주장을 맡고 있던 정신적 지주였다. 삼성생명은 과감하게 대형 FA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KB와 박지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만약 성공한다면 2014년 박하나 영입 이후, 삼성생명이 정말 오랜만에 외부 FA를 적극적으로 잡는 상황이 될 것이었고, '영입과 동시에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 박지수의 가세는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됐다. 하지만 박지수의 선택은 원소속팀 잔류였다.

 

삼성생명은 박지수를 잡지 못함과 동시에 2016년 전체 1순위로 영입해 팀의 핵심 선수로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윤예빈을 오히려 FA 시장에서 KB에 내줬다. 보상 선수로 슛에 장점이 있는 이다연을 데려왔지만, 지난 달, 이다연이 발등 부상을 크게 당하면서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시아쿼터 선발에서도 WKBL 구단들이 접촉했던 선수 중 '최대어'라 할 수 있던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마저 불발되면서, 삼성생명으로서는 최악의 비시즌이 되고 말았다. 전력 구성만 놓고 봤을 때, 이미 삼성생명을 다음 시즌 최약체로 꼽는 시선도 많다.

"결과적으로 전력 보강이 원활하지 못했고, 혜윤이의 은퇴나 예빈이의 이적까지 아쉬움이 있어요. 시간이 앞당겨진 것 같아요. '세대 교체'라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바뀌는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봅니다. (이)해란이, (강)유림이, (이)주연이 처럼 기존에 경기를 소화하던 선수들이 있고, 또 지금 상황에서는 (유)하은이, (이)예나, (최)예슬이, 그리고 (임)규리까지도 올라와야 하는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비시즌 훈련도 운동량이 많았거든요. 제가 삼성생명에 오고나서 코치 때부터 생각해도 가장 운동량이 많았던 비시즌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보상선수로 온 (이)다연이가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쉽죠. 발등 수술을 했는데, 거기가 잘 안 다치는 데인데 부상이 크게 와서 수술을 했거든요. 시간이 적어도 5개월 정도는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에 회복이 잘 되면 6라운드나 7라운드 정도 됐을 때 복귀 가능성이 있을 것 같고, 작년에 뽑은 (양)혜은이도 1월 정도에 합류한다고 보고 있는데, 부상 기간이 길었어서 몸 만드는 거 생각하면 시간을 더 봐야죠. 그래도 그 외에 부상이 큰 선수는 없어요. 대표팀에 해란이랑, 유림이, 그리고 3X3에 예슬이까지 차출이 되어서,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다음 시즌에 역할이 큰 선수들과 함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좀 부담이죠. 전력 면에서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서 하다가 상승세도 타고 하면, 마냥 안되지만은 않더라고요."

전력 구성에서 아쉬움이 있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던 윤예빈을 어떻게든 잡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 한 명이 아쉽죠. 그리고 예빈이의 장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데리고 가고 싶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셀러리 캡에 여유가 있다고 무작정 조건을 높일 수는 없잖아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과 평균도 봐야하고, 그런 것들과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을 모두 종합해서 그 기준으로 예빈이한테 제안을 했어요. 예빈이가 좋은 선수지만, 아무래도 우리 팀에서는 부상 여파로 3년 정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보호선수가 6명이라는 메리트가 워낙 강했고, 예빈이가 무릎과 관련해서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영입에 나서는 외부 구단들이 더 적극성을 가져갈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우리가 제안한 기준이랑 다른 구단들의 제시한 조건의 차이가 꽤 있었던 것으로 알아요.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 폭을 줄이면서 적극적으로 제안하기는 힘들었고, 어쩌면 예빈이 입장에서는 그게 서운할 수도 있을텐데, 구단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예빈이가 떠나면서 영입한 다연이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이 선택이 더 큰 공백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예빈이나 팀이나, 그 상황에서는 가장 적절한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우리 팀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던 선수인만큼, 예빈이가 새 팀에서 아프지 않고 잘 했으면 좋겠어요."

3.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이혜란을 중심으로 빠른 농구를 전개했지만, 베테랑 배혜윤을 활용할 때는 다른 색깔을 가져가야 했다. 삼성생명의 주요 선수들은 운동 능력에 장점이 있는 반면, 영리하게 농구를 하는 부분에서도 강점을 보이는 편은 아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농구를 한 번에 견지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고 보인다. 색깔과 구성의 변화가 불가피한 이번 시즌,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자신들이 가져가고자 하는 방향을 일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혼선을 줄일 수도 있다.

"준비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해란이나 유림이, 예슬이, 그리고 아시아쿼터로 오는 한야은.. 이런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야 하는 데, 같이 하지 못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게 아쉬워요. 여름 내내 같이 못했고, 다 모이면 이제 개막까지 한 달도 안 남잖아요. 전력의 열세가 있는 것도 맞기 때문에, 변화를 주면서 준비해야 하는 게 많은 입장에서 더 아쉬운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일단 꾸준히 함께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정의를 내려준 게 3점슛 30개에요."

경기당 30개의 3점슛 시도. '확률 농구'보다 '외곽 농구'가 현대 농구의 트렌드라 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2010년 이전까지 WKBL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하는 팀들의 경기당 시도 개수는 20개에 미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평균 20개 이상을 던지는 팀들이 등장했고, 2020년대를 넘어서면서 평균 25개를 넘게 던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WKBL에서 역대 가장 많은 평균 3점슛 시도를 기록한 팀은 지난 시즌의 우리은행(28.83개)이었다. 하상윤 감독의 주문은 '역대 최고'였던 작년 우리은행의 수치를 상회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삼성생명은 이 흐름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18.47개로 리그에서 3점슛 시도가 가장 적었던 팀이 삼성생명이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슛 시도가 20개를 넘기지 못한 팀이었다. 시즌 별로 봐도 삼성생명은 최근 두 시즌 외곽 시도가 가장 적었고, 그 범위를 넓혀 보더라도 3점 슛 활용도는 높았다가 낮았다가를 반복했다. 그다지 외곽에 특장점을 가져간 팀은 아니다. 심지어 성공률도 최하위였다. 지난 시즌 24.73%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슛 성공률이 27%에 미치지 못한 팀이었다. 하상윤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작년에 저희가 리그에서 3점슛을 제일 적게 던졌어요. 그리고 성공률도 꼴찌였어요. 하지만 우리의 지금 구성을 볼 때 외곽에서 활로를 찾아주지 못하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한테 비시즌 내내 강조했어요. 경기당 30개를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성공률도 30%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요. 지금 연습 경기에서도 계속 이 부분을 보고 있고, 25% 정도 평균이 나오는 거 같은데, 조금 더 독려하고 끌어올리도록 하고 있어요. 일단 이게 되어야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거든요. 무조건 외곽 일변도가 되자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내외곽의 비율은 조율해야죠. 하지만 이 정도의 3점슛 경쟁력과 강한 디펜스를 가져가지 않으면 이번 시즌은 어렵다는 걸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선수들한테 강조하고 있어요."

"확실한 포스트 자원이 없는 게 사실이잖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예나가 포스트업이 좀 되는 데 미스매치 상황에서 그런 플레이를 강점으로 가져가는데 팀으로서는 카드가 많지 않거든요. 해란이도 스피드가 강점이니까 그런 부분을 강조해야 하고, 해란이랑 예슬이는 가드를 거치지 않고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자원들이니까 이 부분도 활용할 생각이에요. 페인트존을 공략해서 밖으로 킥 아웃을 해줄 수 있는 자원도 냉정히 보면 주연이, 해란이, (조)수아, (미야사카) 모모(나) 정도거든요. 이런 부분도 맞춰가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삼성생명의 고민은 리바운드다. 적극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빠른 트렌지션, 과감한 3점슛을 꾸준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경기에서의 활동량, 스피드와 더불어 리바운드가 받쳐줘야 한다.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 소위 '기술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거든요. 세워놓고 하는 농구는 저희한테 어렵다고 봐요. 트랜지션할 때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급할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했고, 그런 움직임에 있어서는 발전이 있었어요. 그런데, 결국은 리바운드 잖아요. 리바운드가 돼야 전개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리바운드 적극성과 에너지도 주문을 계속 하고 있어요. 리바운드 후에 빠르게 넘어와서 빠르게 공격을 가져가고, 달릴 수 있는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들이 필요할 거 같아요."

4.

'전통의 명문 구단'이라 자부하는 삼성생명은 과거 '이미선-변연하-박정은'으로 대표되던 화려한 역사를 걸었고, 이후 '김한별-배혜윤'의 시대에 있었다. 이제는 이해란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로 재구성되는 시즌이다.

"사실 혜윤이나 키아나가 있을 때는 공격에 대해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거든요. 개인 능력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역할 범위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공격에 대해서도 제가 정말 많이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운동 능력이 장점이고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예전보다 전체적인 훈련 강도도 높아졌고, 제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재미있어졌다고 할까요? 해란이가 정말 좋은 선수고 잘 성장하고 있지만, 더 가져가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 기복이 있고, 꾸준함이 부족하죠. 큰 경기나 승부처에 피해다닐 때가 있어요. 수비도 열심히 하고 잘하지만 파울 관리가 항상 문제가 되고요.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올라서면 더 좋은 선수가 되겠죠. 그래야 진정한 에이스가 될 수 있다고 봐요."

"당장의 전력은 우리가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고, 구성이 어떻든 결과는 감독이 안고 가는거죠. 그리고 어쨌든 감독도 그 팀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팀에 있는 동안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의 비전과 연속성을 보면서 팀이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줘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 중 하나이고, 또 저를 감독으로 선택한 팀에 대해 제가 가져가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장의 전력 자체에서 열세가 있지만, 젊은 선수들을 빨리 키워내지 못하면, 지금의 상황이 오래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힘든 여건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되도록 만들고 싶고, 선수들이 성장해나가는 걸 보고 싶어요."

2020-21시즌,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챔프전의 주인공이 됐지만, '여자농구 명문'이라 자부하는 삼성생명이 WKBL의 정상 전쟁에 제대로 된 도전자로 평가를 받아온 것은 아니다. 기복이 심했고, 정규리그 1위 싸움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2020-21시즌의 챔프전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2007년 이후 거의 20년간 이어진 무관의 역사에 대한 변명거리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 '봄의 동화'를 '전설'로 만들었던 김한별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리툴링'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모든 조건이 맞아들어가며 정상에 올랐지만, 냉정하게 KB나 우리은행에 맞설 수 있는 전력이 아니며, 노장 선수들의 투혼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강유림은 물론, 이해란과 키아나 스미스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5년은 결과적으로 수확을 말하기가 어렵다. 특히 키아나 스미스의 은퇴는 삼성생명이 가져고자 했던 중심축 하나가 빠져버린 것이기에 더욱 타격이 크다.

'본격적인 리빌딩'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삼성생명에게 이번 시즌은 어쩌면 역대 가장 낮은 자세로 준비하는 시즌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삼성생명이 자랑하는 젊은 유망주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팀의 주득점원으로 자리 잡은 이해란에게는 국가대표에서의 성장과 더불어 팀에서도 확실한 에이스로 거듭날 기회가 될 것이고, 최예슬, 유하은, 이예나도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갈 것이다. 당장의 완성도와 결과를 자신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쩌면 WKBL 6개 구단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정규리그 1위 싸움에서, 더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시즌에도 리그 말미에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반복했다. 그런데 1위 싸움에서 무력했던 것과 달리, 플레이오프 경쟁에서는 상당한 강점을 보였고, 전력적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도 바닥으로 주저 앉지는 않았다. 좋은 상황에서 기대만큼의 정점을 찍어내지는 못했지만, 좋지 못한 상황에서는 우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왔다. 이번 시즌 삼성생명의 전력 구성은 결코 상위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시즌이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 '최하위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상으로 도약하는 힘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무너지거나 쓰러지지는 않는 저력은 보여줬던 삼성생명이기에 '뜻밖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젊은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인 폭발'이다. 이는 한 시즌의 반란을 넘어, 한 팀의 한 시대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삼성생명이 조금 이른 세대 교체(?)의 성공 스토리로 또 한 번의 반전을 만들어낼 지 주목해 보는 것도, 이번 시즌을 보는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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