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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드라마] 속도의 한계였나? - 21세기 대군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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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관련 고증과 왜곡이라는 문제로 후폭풍이 심하게 몰아치고 있는 드라마다. 관련해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주인공 성희주가 한복을 입지 않고, 한복을 입은 인물들이 기득권이며 악역으로 묘사된다는 부분이나, 성희주와 대비가 중국식 다도 방법으로 차를 마셨다는 부분 등은 해프닝 정도로 넘겨도 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 왕실이 이어지고 있다면, 대한제국이 조선시대와 다른 건축과 복식의 차이를 가졌듯이 현대화되는 과정에서 융합되고, 전통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가는 것들이 나올 수 있고, 우리의 왕실이라 해서 중국식 혹은 일본식 다도를 해서는 안된다고 제한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왕의 즉위식에서 면류관의 문제나 '만세'가 아닌 '천세'를 외치는 장면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이러한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위상을 가지며 각광을 받고 있는데, 동북공정으로 십수년째 우리를 골치아프게 하고 있는 덩치 큰 옆나라의 술책에 좋은 재료를 헌납하는 꼴이니, 방영 전부터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안타깝다. '천세'라는 표현 자체가 '만세'의 하위 개념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 법한 것이고, '천세'라는 표현 자체도 '만세'보다 익숙치도 않은데 그런 부분마저 오류를 범했다는 점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다만, 변우석과 아이유의 연기에 관한 비판은 잘 모르겠다. 소위 '발연기'라고 비난 받는 연기를 볼 때는 나도 어색함을 느끼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딱히 연기에 불편함이나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아이유의 성희주 연기가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과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비슷한 이미지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두 역할이 겹쳐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연출 파트에서는 아이유의 장만월 연기를 보고 성희주의 역할에 잘 어울린다고 보지 않았을까? 배우가 모든 작품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쪽으로는 기무라 타쿠야가 단연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전성기 시절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던 그의 작품을 보면, 그냥 한 인물이 분기마다 직업을 바꿔가며 나오는 거 같았다.

 

아무튼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은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 하고, 그냥 작품 자체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좋았던 점

- 전개가 빨라서 좋았다. 어떤 이슈가 발생해도 질질 끌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해결됐다. 호흡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지루하지 않았고, 로맨틱 판타지에 잘 부합하는 속도 전개라고 느꼈다.

- 영상이 전체적으로 예뻤다. 언제부터인가 K-드라마의 장점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기본적인 영상의 색깔 자체가 훌륭했다. 멀리서 잡히는 궁의 전체적인 조망도 '왕실이 있으면 저 정도 규모였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

- 속도감이 있어서 그런지, 인물의 서사와 변화에 공감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총리가 흑화하는 과정, 대비와 부원군이 자포자기 하는 과정, 내부적인 빌런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가 된 성희주 가족들의 변화하는 과정 모두가 공감하기 어려웠다. 정확히는 '왜 변하는지는 알겠는데, 그러기에는 에피소드와 서사가 풍부하지 못하다'라는 느낌이었다.

- 이안대군 부모의 죽음에 무언가 있을 것처럼 떡밥을 깔아놓고, 정작 마지막까지 오해인지, 순수한 사고인지... 조금의 실마리도 주지 않고 끝난다. 엄밀히 따지면 이안대군 형의 죽음도 명확하지 않다. 대비가 불을 낸 것인지, 왕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사고인지 명확하게 던져주지 않는다. 만약 대비가 연루되어 있는 거라면, 엔딩에서의 용서가 너무나 쉽다.

- 사이다 같은 반격이 없다. 대비가 이안대군과 결혼시키려 했던 언론사 사주 집안의 김재경이라는 여성에 대해 이안대군이 언론사와 여성 모두 조사하라고 말을 하지만 이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성희주의 회사는 뻑하면 수사를 받는 것과 다르다. 모든 흑막의 주인공 같았던 부원군은 너무 쉽게 잡혀서 너무 순순히 자포자기하고, 급발진 흑화한 민정우 총리는 그래서 마지막에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정의구현'에 대한 장면에 통쾌한 느낌이 없다.

- 이혼하지 않고도 경영에 복귀하는 엔딩을 위해서는 군주제 폐지가 가장 설득력 있는 결론이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안대군이 군주제 폐지를 왜 원했는지에 대한 배경적 서사가 없고 논리적 타당성만 후반부에 그저 독백처럼 등장한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 감도 잡을 수 없었다. "결혼만 하면 방해하는 걸 모두 치워주겠다"고 이안대군에게 약속했던 성희주가 대군부인, 혹은 중전이 되어 정치적으로 견제하는 세력들과 대립하고, 특유의 성격으로 신분으로 차별하던 이들에게 대응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이들이 많지 않았을까? 즉위와 동시에 군주제 폐지에 시동을 걸었던 이안대군이기에 성희주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틈도 없었다. 그래서 경영에 복귀할 때 뉴스 멘트로 성희주가 "군주제 완료를 성공적으로..." 라는 평가를 받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는데, 프러포즈에 비해 세자의 국혼에 준한다 했던 결혼식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장엄해보이지도 않았다. 시가행진 빼면 일반 결혼식에 비해 특별할 것 없는 전통혼례 같았다.

 

써놓고 보니 뭔가 불만이 많아 별로였다.... 라는 결론처럼 보이는데.. 솔직히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진지하게 볼 작품은 아니었기에, 그냥 판타지 로멘스 작품으로 보기에 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왕 즉위식 장면의 오류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욕먹지는 않을텐데,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없는 극 최후반부에 하필 그런 실수가 나온 점은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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