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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NBA] UNDISPU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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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가 다시 정상에 올랐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 11일, 피닉스 머큐리와의 파이널 4차전에서 97-86으로 이기면서 시리즈 전적 4-0으로 피닉스를 완파했다. 그리고 WNBA 정상을 탈환했다. 4년 동안 3번의 챔피언에 오르면서, 이제는 의심할 나위 없이 라스베이거스 왕조의 시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2022년과 2023년에 정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왕조라고 할만하다. WNBA는 연속 우승이 지겹도록 나오지 않는 리그다. WNBA 출범 후 신사이 쿠퍼를 앞세운 휴스턴 코메츠가 4연패를 하고, 이어 리사 레슬리의 LA 스팍스가 2001년과 2002년의 주인공이 됐지만, 이후로 연속 우승은 나오지 않았다. 2023년, 라스베이거스가 21년만에 WNBA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해 뉴욕 리버티에게 왕좌를 내줬지만, 다시 정상 등극에 성공하며 4년 동안 3번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가 피닉스 머큐리를 시리즈 전적 4-0으로 완파하고,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유타, 샌안토니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는 팀이다. 1997년 WNBA 출범 당시 유타 스타즈로 창단했고, 유타 재즈와 자매 팀으로 존재했다. 당시 유타 스타즈라는 팀명을 가지면서 Stars가 아니나 Starzz가 된 것도 유타 재즈(Jazz)와 라임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재즈는 스타즈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성적도 별 볼 일 없었고, 유타가 운영을 거부하면서 2003년에 샌안토니오로 연고지를 옮기게 된다. 팀명은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즈. 꾸준히 하위권이었지만 배키 해먼, 루스 라일리 등이 영입된 후 반등했고,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거기가 한계. 2008년 파이널에서 디트로이트에게 3전 전패로 패한 것이 마지막 파이널의 기억이었고, 플레이오프에 나가도 우승은 커녕, 파이널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다시 경쟁력이 떨어진 샌안토니오는 리그 하위권으로 내려 앉았고, 모기업 CEO가 은퇴하면서 공동 소유주였던 아내와도 이혼을 하며 팀의 존폐가 흔들렸다.

 

결국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이 인수하면서 2017년, 라스베이거스로 다시 연고지를 옮기게 된다. 이것이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시작이다. 2021년, 사업가인 마크 데이비스가 팀을 인수하는데 마크 데이비스는 기존 자신이 운영하는 NFL의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와 더불어 라스베이거스 연고지의 스포츠 프렌차이즈 그룹을 원했기에 이전의 구단주 변경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었다.

 

WNBA 원년부터 존재했지만 여러차례 연고지가 바뀌고 팀명도 바뀌면서 신생팀 같은 이미지를 준 라스베이거스는 본격적으로 리빌딩에 나섰다. 켈시 플럼, 에이자 윌슨, 재키 영 등 3년 연속 WNBA 전체 1순위 신인을 영입하면서 미래의 핵심 라인업을 구축했다. 2021년에는 첼시 그레이가 합류했고, 2022년에는 NBA의 여성 지도자로 명성을 떨친 배키 해먼을 WNBA 역대 최고 연봉을 주며 감독으로 영입했다. 새 구단주 마크 데이비스는 니키 파가스 사장-배키 해먼 감독 체제를 구성하며 이전의 빌 레임비어 시대를 끝내 버렸다. 그리고 2022년 처음 정상에 올랐고, 2023년에는 리빙 레전드 캔디스 파커를 단기 영입하며 더욱 경쟁력을 높여 정상을 수성했다. 전성기를 넘긴 30대 후반 노장의 영입이 무슨 큰 의미가 되겠냐 싶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살짝 논란(?)처럼 등장했던 소위 '언니 농구'는 우리나라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역시 유명세, 자기 영역을 확실히 구축한 선배 선수가 주는 위압감과 존재감은 남다르다. WKBL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기량을 보였던 엠버 해리스가 말년의 티나 탐슨에게 밀렸던 일, 한참 전성기에 접어든 포워드 모니크 커리가 듀크대 선배인 가드 엘레나 비어드 앞에서는 꼼짝도 못했던 것처럼, 미국도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튼 리그 2연패를 달성했던 라스베이거스는 2024년, 쓰리핏에 실패한다. 이미 2023년, 서부의 라스베이거스에 맞서 동부에서 슈퍼팀을 구축했던 뉴욕 리버티가 2년 연속 8할 승률을 기록했고, 라스베이거스는 미네소타와 코네티컷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시애틀 스톰을 두 게임만에 잡아냈지만, 세미 파이널에서 무릎을 꿇었다. 2023시즌 파이널에서 만났던 뉴욕에게 1승 3패로 무너지면서 3연패는 물건너 갔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이가 배키 해먼 감독, 그 앞에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마크 데이비스 구단주다

 

 

왕조로 등극한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이번 시즌은 더욱 쉽지 않아 보였다. 켈시 플럼이 LA 스팍스로 떠났다. 주얼 로이드가 합류했지만 큰 시너지는 보이지 못했다. 이전 3시즌 동안 75%의 승률을 자랑했던 라스베이거스의 황금기는 끝난 것으로 보였다. 5할 승률이 간당간당했다. 2027년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면서 댈러스의 나리사 스미스를 영입했지만 당장의 효과는 없었다. 서부의 최강자로 다시 올라서고 있던 미네소타 링크스에게 8월 3일 58-111, 무려 53점차의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라스베이거스의 질주가 시작됐다. 신생팀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와의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대패의 충격에서 벗어난 라스베이거스는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정규리그에서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막판 16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상승세에도 선두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도 라스베이거스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상대는 시애틀이었다. 1차전을 25점차 대승으로 마친 라스베이거스는 승리를 눈 앞에 뒀던 2차전에서 4쿼터 역전패를 당했다. 스카일라 디긴스, 은네가 오구미케를 앞세운 시애틀의 저력에 주춤하는 듯 했지만, 3차전에서는 시애틀의 후반 추격을 따돌리고 2승 1패로 2라운드에 진출한다.

 

세미 파이널 상대는 인디애나 피버. 아이콘 케이틀린 클락이 시즌 아웃됐지만, 여러 의미로 가장 인기가 좋은 팀이다. 켈시 미첼과 알리아 보스턴의 활약. 그리고 하나원큐에서도 뛰었던 오디세이 심즈의 투혼까지 더해지며 인디애나가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4-5차전에서 30점 이상을 쏟아 부은 에이자 윌슨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1라운드와 세미 파이널에서 경기를 시리즈를 내줄 뻔 했던 절체절명의 위기를 딛고 일어선 라스베이거스의 파이널은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수월했다. 4경기만에 피닉스를 셧아웃 시키고 우승을 차지했다. 

 

라스베이거스에게는 운이 따른 시리즈였다. 피닉스는 플레이오프 내내 업셋의 주인공이었다. 1라운드 상대는 정규리그에서 27-17패 동률의 뉴욕. 뉴욕 리버티는 불운의 2인자였다. 휴스턴 코메츠와 LA 스팍스가 4연패와 2연패를 달성했던 WNBA 출범 초. 뉴욕은 파이널에서 이들의 우승을 4번이나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슈퍼팀 구성과 함께 샌디 브론델로 감독을 영입했고, 이후 2년 연속 파이널 진출과 함께 2024년에는 창단 후 첫 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피닉스보다 견고해 보였다. 그러나 피닉스는 1차전 패배 후 내리 두 경기를 잡으며 뉴욕을 떨어뜨렸다. 세미 파이널에서는 정규리그 1위 미네소타 링스를 만났다. 이번에도 1차전을 패했지만 3승 2패로 시리즈를 뒤집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라스베이거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두 팀을 피닉스가 제거했다. 

 

하지만 운이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라스베이거스에는 현역 여제라 할 수 있는 에이자 윌슨이 버티고 있었다. 윌슨은 모든 경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위력을 발휘했다. 나피사 콜리어(미네소타), 사투 사발리(피닉스) 등 핵심 선수들이 나가 떨어지는 불상사가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 윌슨은 상대의 발을 밟고 발목이 꺾였음에도 다치지 않는 강철 몸뚱이까지 과시했다. 이번 시즌 리그 MVP였던 윌슨은 파이널 MVP까지 차지하며, 챔피언-리그 MVP-파이널MVP-DPOY(올해의 수비수)를 한 시즌에 받은 NBA-WNBA 최초의 선수가 됐다.

 

 

두번째 파이널 MVP를 차지한 에이자 윌슨

 

 

최고의 선수

라스베이거스는 뭔가 재미있는 팀이다. 현 시점 최고의 선수인 에이자 윌슨의 포지션은 센터로 나온다. 하지만 193cm 88kg의 윌슨은 데뷔 당시만 해도 포워드였다. 그런데 윌슨이 뛰는 동안 라스베이거스는 확실하게 주전 라인업을 채워줄 건실한 센터가 마땅치 않았다.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캐롤린 스워드와 키아 스톡스의 기량은 리그 정상급 팀과의 매치업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솔직히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함께 했던 박지수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미국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라면 당연히 미국 선수보다 확실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박지수가 어려운 입장이었을 뿐, 스쿼드와 스톡스는 박지수가 일대일로 맞서도 충분히 결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리빙 레전드' 캔디스 파커가 함께 했지만 2023년 한정이었다. 물론 리즈 캠비지라는 압도적인 거물도 라스베이거스에서 두 시즌을 활약했다. 하지만 캠비지는 개인 기량과 별개로 건실하게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아니다.

 

결국 윌슨은 스스로 센터가 됐다. 데뷔 때와 비교해 플레이 스타일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대가 요구하는 센터의 역할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맞다. 골밑을 듬직하게 지키는 전통적인 개념의 센터는 WNBA에도 많지 않다. 많은 센터들이 움직임을 폭넓게 가져가고 슛 거리를 늘려간다. 2018년만 해도 윌슨의 플레이는 확실한 포워드였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포워드도 센터도 될 수 있다.

 

다시 포지션에 가드라는 이름을 찾은 재키 영도 마찬가지. 켈시 플럼-첼시 그레이와 쓰리 가드로 경기에 나서더니 어느 새 슬그머니 포지션이 포워드로 바뀌었다. 물론 영의 플레이가 공수에서 스몰 포워드에 가까운 모습이 많기는 하지만 신인 때부터 플럼과 볼 소유 시간을 다툴만큼 전형적인 가드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플럼이 이적한 올해, 영의 포지션은 다시 가드로 돌아왔다. 

 

곧, 라스베이거스는 전통적인 개념의 가드-포워드-센터가 포지션 밸런스를 이루고 있는 팀이 아니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23년에도, 센터인 파커와 스톡스의 3점슛이 상당히 많았던 게 라스베이거스다. 아무튼 라스베이거스는 4년간 3번의 우승을 달성했고, 에이자 윌슨은 이 시대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박지수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드래프트 동기로, 29살인 그는 우승 3회와 더불어 파이널 MVP 2회, 리그 MVP 4회, DPOY 3회, 올스타 7회 등 찬란한 업적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다이애나 터라시, 수 버드, 로렌 잭슨, 타미카 캐칭, 마야 무어, 실비아 파울스, 캔디스 파커, 앨레나 델레던, 브리애나 스튜어트 등 WNBA 최고의 선수들도 오르지 못했던 커리어를 수집했다.

 

 

뉴욕과 이별하게 된 샌디 브론델로 감독

 

뉴욕, 첫 우승 지도자와의 이별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전성기를 종식시킬 가장 강력한 후보였으며, 실제로 지난 시즌 그 목표를 달성했던 뉴욕의 전성시대는 해피엔딩이 되지 못했다. 슈퍼팀을 결성하고 두 시즌 동안 8할 승률을 기록했던 뉴욕은 5위로 내려 앉았고, 피닉스에게 패하며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넘지 못했다. 슈퍼팀 결성과 더불어 뉴욕을 맡았던 샌디 브론델로 감독은 작년, 뉴욕을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 직후, 뉴욕은 브론델로 감독과의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창단 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던 팀의 숙원을 풀어준 지도자였지만 선수 구성에 비해 최종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기에, 어쩌면 아주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 브리애나 스튜어트, 존쿠엘 존스, 엠마 미세먼 등 파이널 MVP 수상경력이 도합 4회인 3명에 뉴욕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한 사브리나 이오네스쿠, 그리고 베테랑 가드인 나타샤 클라우드가 합류한 뉴욕의 라인업은 코트니 밴더스룻과 카일라 쏜튼이 빠지긴 했지만 우승 시즌과 비교해서 무게감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 출신인 리오니 피비치와 마린 요하네스도 활용도가 높다. 오직 우승 하나만을 유일한 가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왕조 건설을 위해 슈퍼팀을 구성한 팀이 윈 나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어렵게 오른 왕좌 수성은 커녕 정규리그 순위는 물론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았다는 것은 누군가가 책임지는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2005년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스의 코치가 되며 WNBA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브론델로는 2014년 피닉스의 감독으로 부임해 8년간 팀을 이끌었고, 2022년부터 뉴욕의 슈퍼팀을 진두지휘했다. 2014년 피닉스의 우승과 함께 감독상을 수상했고, 작년 뉴욕의 우승으로 지도자 경력에 2개의 우승을 새겨 넣었다. 자신이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던 팀의 후신이 구축한 왕조를 넘지 못했고, 처음 감독을 맡았던 팀에게 패하면서 WNBA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잠시 쉬어가게 됐다. 

 

WNBA에서의 커리어에는 쉼표가 생겼지만, 국가대표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는 계속되고 있다. 브론델로는 피닉스의 감독이었던 2017년부터 자신의 조국인 호주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2018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2위, 2022 호주 월드컵에서는 3위를 차지했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자농구 팬들에게는 호주 대표팀을 이끄는 브론델로 감독이 잘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컵에서 최근 호주와 몇차례 경기를 치렀지만 브론델로가 벤치를 지키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컵은 WNBA 시즌과 일정이 겹친다. 이러한 이유로 브론델로 감독은 아시아컵때는 코치에게 호주 대표팀을 맡기고 참가하지 않았다. 그가 대표팀을 맡은 후 호주가 무려 5번이나 아시아컵에 나섰지만 브론델로는 한 번도 아시아컵을 맡지 않았다. 아시아컵을 대하는 호주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호주는 아시아컵에 정상적인 전력을 갖춰 나온 적이 없다. WNBA에서 뛰는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았다. 올해 대회에서도 WNBA에 등록된 8명의 선수를 참가시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번에는 처음으로 우승도 거머쥐었다. 사실상 아시아 여자 농구판에는 독보적인 메기다. 220cm가 넘는 장쯔위의 등장이 세계 여자농구계의 뜨거운 화두지만, 호주는 청소년 대회에서 이미 장쯔위를 상대로 해법을 찾아냈다.

 

사실 아시아대회에서 호주는 여전히 텃세를 받는 입장이다. 축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농구는 아시아 대회에서 호주에게 불리한 판정이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한다. 리즈 캠베이지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주심에게 돈받았냐는 액션을 취하고 퇴장을 당했던 부분은 선수가 지나쳤다는 점이 우선이지만, 충분히 그런 불만을 표출할만큼 편파적인 판정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호주가 진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한다면, 아시아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팀이 존재할까? 어쨌든 호주는 그 구성으로도 이번 아시아컵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챔피언이 됐다. 다음 아시아 대회에도 호주가 최선의 전력을 구축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브론델로 감독이 WNBA 지도자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아시아무대에서 호주 국가대표를 지도하는 브론델로 감독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신한은행에서도 뛰었던 앨레나 스미스(미네소타)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피닉스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피닉스의 감독이 샌디 브론델로였다. 스미스는 신한은행 시절 인터뷰에서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같은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 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브론델로 감독이 국가대표 경기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상 코네티컷의 황금 세대의 막을 내리는 트리거가 된 스테파니 화이트 감독

 

 

실패한 코네티컷의 잔재

뉴욕이 슈퍼팀을 구성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것처럼, 코네티컷도 꾸준히 윈 나우에 모든 걸 걸었지만 끝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프로 구단들의 운영 방침을 성적만 놓고 구분하자면 단순하게 '윈 나우'와 '리빌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리빌딩 과정에서 윈 나우를 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그 도전에서 달콤한 결과를 얻거나,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구성은 해체되고 다시 리빌딩으로 돌아간다. 코네티컷은 후자의 경우다.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해체된 도전자다.

 

코네티컷의 중심에는 앨리사 토마스가 있었다. WKBL에서도 하나은행을 거쳐 삼성생명에서 확실한 족적을 남겼던 토마스는 WNBA의 트리플 더블 머신으로 자리 잡으며 코네티컷의 정상 도전에 핵심 키워드였다. 하지만 코네티컷은 파이널에 두 번 올랐을 뿐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앨리사 토마스, 존쿠엘 존스, 코트니 윌리엄스, 자스민 토마스가 중심을 잡았던 2019년. 코네티컷은 엠마 미세먼을 감당하지 못했다. 5판 3선승제였던 당시 파이널에서 2승 3패로 무너졌다. 

 

이 후에는 더욱 라인업을 강화했다. 브리오나 존스가 성장했고, 드와나 보너도 합류했다.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원하는 목표를 재우치하지는 못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세미 파이널에서 라스베이거스와 시카고에게 패했다. 파이널에 올랐던 2022년에는 라스베이거스를 넘지 못하면서 그들에게 창단 첫 우승을 선물했다. 윈나우를 위해 구성된 멤버들이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하나 둘 팀을 떠났다. 2023년 세미 파이널에서 뉴욕에게 패한 코네티컷은 2024년도 세미파이널에서 미네소타에게 패했고, 우승을 꿈꿨던 윈 나우의 멤버들이 모두 흩어졌다. 

 

마지막 두 시즌을 맡았던 스테파니 화이트 감독의 이탈이 신호탄이었다. 인디애나 출신으로 인디애나 피버에서 활약했던 화이트 감독은 2023년 코네테컷에 부임하면서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돌연 코네티컷과 결별하고 사흘 만에 공석이었던 인디애나 감독으로 부임한다. 코네티컷이 화이트 감독이 나간 후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데 두 달이나 걸렸음을 고려하면, 이 결별은 화이트 감독에 의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화이트 감독이 인디애나 출신이며, 인디애나 피버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약했다는 점은 더욱 그런 스토리의 신빙성을 높인다.

 

코네티컷은 라시드 메지안 감독을 선임하면서 황금세대를 포기했다. 리빌딩으로 선회했다. 존쿠엘 존스와 코트니 윌리엄스는 먼저 팀을 떠났지만, 2024년의 실패 이후에는 브리오나 존스, 드와나 보너는 물론, 2014년부터 코네티컷에서만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의 중심이었던 앨리사 토마스마저 떠나 보냈다. 입장이 완전히 달라진 코네티컷은 플레이오프 단골의 이름표를 내려놓고 11승 33패, 11위로 리그를 마쳤다. 최하위인 시카고, 댈러스와 단 1승 차이였다.

 

해체된 코네티컷의 황금 세대는 새로운 팀에서도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의 감독을 받았던 화이트는 친정팀 사령탑을 맡은 첫 해, 기대했던 지도력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인디애나가 플레이오프에 복귀하고 세미 파이널에서 라스베이거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이번 시즌 '감독의 역량'이라는 부분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인디애나는 몇년 전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걸음을 걷는 팀이다. 날리사 스미스(2022년 2순위), 알리야 보스턴(2023년 1순위), 케이틀린 클락(2024년 1순위) 등 최고의 재능들을 신입으로 선발했고, 켈시 미첼이라는 경험 많은 선수가 버티고 있다. 인디애나는 이번 시즌, 날리사 스미스를 댈러스로 보내고 소피 커닝햄과 19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댈러스, 코네티컷, 피닉스가 엮인 4자간의 트레이드였다. 여기에 베테랑 드와나 보너까지 수혈했다. 

 

하지만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보스턴이 WNBA에서 흔치 않은 정통 빅맨으로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빅맨이지만 활용은 제한적이었다. NCAA 시절부터 슈퍼스타였던 케이틀린 클락에 의한 농구를 벗어날 수 없었다. 클락이 엄청난 매력과 외곽슛을 갖췄고 어시스트 능력도 좋은 선수지만, WNBA 역사상 누구도 본적 없는 턴오버를 기록중이라는 점에서 팀의 안정감이 갖춰지지 못했다. 화이트 감독은 클락이 중심이 되면서 발생하는 약점을 대체하지 못했고, 보스턴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클락에게 집중되는 상대의 거친 파울에 언론전도 불사했지만, 인기 기반의 여론만 동의했을 뿐, 경기력에서 나아지는 모습은 없었다. 결국 그의 전술 속에서 드와나 보너라는 또 하나의 스타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다가 트레이드 됐고, 선수들의 부상이 나오면서 정상적이지 못한 전력으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다.

 

보스턴의 활약과 포스트에서의 경쟁력이 힘을 발휘하며 라스베이거스와 5차전 승부를 벌였기에, 클락을 비롯한 부상 선수들이 합류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지만, 과연 클락이 복귀하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스타일의 농구를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결국 화이트 감독은 코네티컷의 감독 때 넘지 못했던 라스베이거스를 인디애나로 와서도 넘지 못했다.

 

WNBA의 People's MVP같은 앨리사 토마스도 마찬가지. 뉴욕과 미네소타라는 대어를 잡았지만 끝내 라스베이거스를 넘지 못했다. 홈팬들은 토마스를 향해 MVP라 외치며 열광했지만 진정한 MVP였던 에이자 윌슨의 벽에 다시 한 번 막혔다. 인디애나에서 상처뿐인 초반을 보낸 드와나 보너 역시 피닉스로 와서는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코네티컷 시절 라스베이거스를 넘지 못했던 듀오는 새 팀에서도 같은 결과를 맞이했다. 특히 보너는 인디애나에서의 9경기가 발목을 잡으며 2009년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득점 10점을 넘는데 실패했다. 

 

 

앨리사 토마스는 다시 한 번 라스베이거스와 에이자 윌슨을 극복하지 못했다

 

 

 

2년 연속 불운에 운 미네소타

지난 시즌 파이널은 미네소타에게 두고두고 아쉬울 시리즈다. 뉴욕에게 1차전을 이기고 2차전을 내줬던 미네소타는 3차전에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마지막 수비도 문제 없었다. 그런데 사브리나 이오네스쿠가 말도 안되는 거리에서 던진 버저비터가 림을 통과하며 77-80으로 경기를 내줬다. 워낙 외곽 능력이 좋은 이오네스쿠지만 이 득점은 당연히 운도 따랐던 3점이었다. 4차전을 이기고 5차전까지 갔던 미네소타로서는 행운이 따랐던 이오네스쿠의 3점슛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터.

 

절치부심한 미네소타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34승 10패로 승률이 8할에 근접했다. 승률 7할이 넘는 팀은 미네소타가 유일했다. 세미파이널에서 만난 피닉스가 뉴욕을 잡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미네소타를 상대로 업셋을 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에이스인 나피사 콜리어가 부상을 당했다. 3차전에서 콜리어가 부상을 당하고 경기를 내주며 1승 2패로 몰린 미네소타는 투혼을 발휘하며 4차전에서 콜리어 없이 3쿼터까지 앞섰지만 결국 역전패를 당하며 파이널에 오르지 못했다. 

 

콜리어의 부상 불운이 있었지만 정작 더 아쉬웠던 것은 2차전 역전패였다. 1차전을 82-69로 이긴 미네소타는 2차전도 전반을 48-32로 앞섰다. 20점차까지 앞서며 무난하게 연승을 가져가는 듯 했지만, 새미 휘트콤에게 결정적인 3점슛을 맞으면서 동점을 허용. 연장까지 가서 역전패를 당했다. 이때부터 미네소타에게는 뒷심부족이 전염병처럼 나타났다. 3차전도 67-63 리드 속에 4쿼터를 맞이했지만 9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역전패를 당했고, 마지막 4차전도 68-55의 리드 속에 4쿼터에 돌입했지만 무려 31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그러나 적어도 4차전 4쿼터에는 콜리어가 있었다면 달랐을 거라는 미련은 남았을 것이다. 

 

 

MVP 투표에서 윌슨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나피사 콜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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