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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K리그] 한 경기 4명 퇴장의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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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K리그에서는 대단한 사건이 있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제주SK의 K리그1 31라운드 경기에서 무려 4명이 퇴장 당했다. 한 경기에서 4명이 퇴장 당한 것도 놀라운데, 4명이 모두 한 팀(제주)이었고, 이 중 3명은 다이렉트 퇴장이었다는 점도 더욱 놀랍다. 저 퇴장 중 3명이 후반 추가시간에 몰아서 나가는 바람에 제주가 압도적인 수적 열세로 싸운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반 34분에 첫 퇴장을 당하고 페널티킥까지 헌납해서 1-2로 끌려가던 제주는 힘든 상황에서도 멋진 골을 연달아 집어 넣고도 초유의 퇴장 사태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보통 이정도의 퇴장 이슈가 발생하면 경기를 운영한 심판진의 문제도 당연히 지적이 된다. 거친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에 적절한 제어가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그런데, 퇴장 판정과 관련해서는 심판의 오판은 전혀 없다. 모든 퇴장이 적절했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여기서 또 놀라운 점이 발생하는데, 이 모든 퇴장의 중심에 수원FC의 공격수 싸박이 있다는 것이다.

 

전반 34분, 송주훈은 싸박을 후려쳐서 퇴장을 당했다. 골키퍼 김동준은 후반 추가 시간에 싸박의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막으려다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해 퇴장 당했다. 4분 뒤 안태현은 싸박의 드리블 과정에서 키퍼가 처리한 볼에 대해 골킥이 아닌 코너킥 판정이 나오자, 격분하며 볼을 경기장 밖으로 걷어차면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제주의 드로잉 공격에 오버스럽게 몸을 던지며 방해하는 행동을 취한 싸박을 이창민이 몸으로 들이 받아 퇴장을 당했다. 이창민은 경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대기하던 선수였다. 경기도 뛰지 않고 퇴장을 당했다.

 

전체적으로 제주 선수들은 판정과 상대 선수 싸박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걸로 보인다. 싸박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제주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모르지만, 이날 2골을 기록한 싸박의 행동은 축구만 놓고 볼 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될만한 모습은 없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묘하게 제주 선수들의 신경을 긁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도 정상적인 플레이로 극복해야 한다.

 

'레전드' 지네딘 지단은 2006년 월드컵 결승에서 상대였던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받아 퇴장을 당했고, 우승이 유력했던 프랑스는 결국 이탈리아에게 패했다. 마테라치는 당시 지단에게 가족을 들먹이며 넘지 말아야 할 수준의 저속한 언사를 내뱉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마테라치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오히려 이 장면은 2000년을 전후하여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지단에게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고, 마테라치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영웅이 됐다. 지단은 여전히 마테라치와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마테라치는 지단과 화해할 용의가 있다며 "더이상 지단에게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면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테라치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봐도 더러운 행동이었다. 만약 지단이 참고, 그의 뛰어난 축구 재능으로 극복했거나, 최소한 경기 내내 버텨내기만 했어도, 후일담으로 마테라치의 행동이 전해지면, 그 문제에 대한 비난이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단이 몸소 행한 행동은 프랑스가 월드컵을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이유 중 하나가 됐고, 찬란했던 지단의 커리어에만 상처를 남겼다. 

 

스포츠란 그렇다. 억울하고, 분노할 상황에 놓여도 규정을 넘어서는 행동으로 응징하면 본인만 손해다. K리그에 브라질 용병들이 득세하던 시절, 국내 수비수들은 자신의 팀에 온 브라질 선수들에게 포르투갈어로 유용한 욕설을 배워서 외우기도 했다. 다혈질인 브라질 선수들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였다. 올바르고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몸싸움이 존재하는 종목에서는 피지컬은 물론 멘탈 싸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이애 대한 선수 스스로의 관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날 제주 선수들은 집단으로 평정심을 잃은 모습이었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퇴장 후의 반응이다. 송주훈은 싸박을 고의로 가격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화면에 잡혔다. 김동준의 핸드볼 파울도 마찬가지. 그런데 송주훈은 퇴장 후 계속 억울하다는 행동을 보였고, 김동준은 VAR까지 확인하고 판정을 내린 심판 면전에서 박수를 치며 조롱했다. 퇴장을 당했음에도 다시 경기장에 나와 대기심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핸드볼을 범한 상황도 자신의 볼처리 실수로 인해 벌어진 참사였다. 유감스럽지만, 송주훈과 김동준은 조금도 억울할 것 없고, 퇴장 당해 마땅한 상황이었다. 

 

안태현과 이창민도 마찬가지. 안태현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공을 경기장 밖으로 걷어찼다. 당연히 경고가 주어지는 상황이다. 이미 경고를 받았으니 경고 누적으로 퇴장이다. 손뼉을 치며 억울해 할 상황이 아니다. 이창민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싸박에게 달려드는 순간 퇴장을 각오한 행동이다. '어차피 넘어간 경기, 깽판이라도 치겠다'라는 식의 악다구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축구팬들은 유튜브를 통해 여러 나라의 축구 영상을 접한다. 종종 중국 축구의 어이없는 플레이와 이해할 수 없는 폭력적인 장면들을 보며 비웃고 조롱한다. 중국 축구의 현주소라고 비웃는다. 이날 제주의 퇴장 장면은 그러한 장면의 한 컷에 몰래 숨겨둬도 모자랄 것 없는 몰상식의 연속이었고 대한민국 프로축구 최고 레벨의 리그에서 나온 모습이라는 게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여기서 끝날 것도 아니다. 이날 퇴장 당한 선수 4명 중, 안태현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추가 징계가 마땅하다. 송주훈은 고의적으로 선수를 가격했다. 이창민은 경기장 난입과 더불어 폭력적 행동을 보였다. 모두가 의도성을 갖고 저지른 행동이다. 이들은 상대 선수에게 고의적인 위해를 가했고, 이는 당연히 중징계 사안이다. 심판을 조롱하고, 퇴장 후 다시 경기장으로 나와 대기심과 언쟁을 벌인 김동준도 마찬가지다. 김동준은 송주훈의 퇴장으로 PK를 허용했을 때에 이미 자제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 UEFA는 과거 자신에게 옐로카드를 준 심판 앞에서 박수를 쳤다가 경고 한 장을 더 받고 퇴장당했던 웨인 루니에게 2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추가로 내린 바 있다. 루니는 자신의 행동으로 이미 경고 한 장을 더 부여 받았음에도 출장 정지가 추가로 부과됐다. 반면 김동준은 이미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더 이상 현장에서 받을 수 있는 징계가 없었기에, 박수를 치며 조롱한 행위, 퇴장 후 다시 들어와 언쟁을 벌인 행위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 큰 징계가 불가피하다.

 

제주는 현재 리그 11위. 최하위 대구와 승점 8점 차이가 나기에 다이렉트 강등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선수들이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면 순위 경쟁에 치명적인 불리함을 안을 수 있다. 하지만 변명의 여지는 없다. 자업자득이다. 나와서는 안되는 모습을 보였고, 연맹은 이에 대해 관용없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이로 인해 제주가 이후 순위 싸움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이는 연맹의 과도한 조치로 인함이 아니라, 스스로 저지른 과오 때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집단 분노 조절 장애같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도 그들의 프로답지 못한 처신이 어떤 스노우볼이 되어 팀을 위태롭게 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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