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조금 진정 국면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FC 서울은 상당한 내홍을 겪었다. 팀의 써포터즈가 김기동 감독의 퇴진을 요구했다. 기성용 이적이 트리거가 됐다. 팀의 상징인 기성용을 내보냈고, 그렇다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하지만 FC서울 팬들이 집단 행동을 하면서 분노하는 것과 달리 외부의 시선들은 이런 모습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선수 말년에 팀을 옮기게 된 기성용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FC 서울 팬들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목소리가 적다. 일단 프로축구 구단의 써포터였으며, 이 팀의 창단 이전부터 현장에서 취재를 했던 입장에서 이런 차이를 설명하자면, 우선은 FC 서울 팬들의 괴리를 짚을 필요가 있다.
FC 서울은 인구 1000만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K리그 1의 유일한 팀이다. 갖고 있는 상징성과 대표성이 어마어마하다. FC 서울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① 높은 몸값의 좋은 선수들이 많고
② 강팀이며
③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
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괴리가 시작된다.
일단 ①번은 어느 정도 맞다. 몸값이 높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다. 하지만 몸값 대비 좋은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선수가 증명해야 할 것은 팀 성적과 개인 기록인데, 수년째 저조했기에 '좋은 선수'라고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값 기준이 높게 책정된 팀이다. 어찌보면 EPL의 몰락한 맨유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몸값 대비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것이지, 선수 개개인을 보자면 전체적인 전력 구성이 부족한 팀은 아니다. 따라서 ①번은 신빙성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일단 FC 서울은 강팀이 아니다. 2010년 이후 3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성적이 꾸준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11위에 머물렀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위스플릿에 있었다. 2018년에는 승강 플레이오프에 내몰렸고, 2020년에도 최하위 부산과 승점 단 4점차였다. 이런 팀을 강팀이라고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괜찮은 선수들로 구성이 된 만큼, 제대로 된 감독이 와서 스위치만 켜면 바로 팀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말도 안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조합의 문제 뿐 아니라, 게중에 적당한 옥석가리기도 필요하다. 야구에서 홈런 40개를 치는 슬러거들로 1번부터 9번까지 구성해봐야 밸런스가 좋은 팀에게 밀리는 것처럼, 축구 역시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에 맞는 선수들로 최선의 구성을 통한 훈련과 숙련을 통해 조직력과 완성도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강팀이 되는 것이다.
FC 서울은 몸값 높은, 비교적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일지 모르지만 강팀은 아니다. 전체적인 내리막이 시작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8년 동안 5명(황선홍-최용수-박진섭-안익수-김기동)이 감독을 맡았다. 대행(이을용, 김호영, 박혁순, 이원준, 김진규)까지 포함하면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끌었던 사령탑이 무려 9번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식 감독 5명만 따지더라도 평균적으로 2년을 버티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신임 감독이 한 팀을 맡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이들의 장단점을 나눠야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전술에 맞는 옥석을 가려내고 선수 보강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기간에 끝나는 일은 아니다. 보통 한 시즌이 꼬박 이런 상황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두번째 시즌에는 감독이 만든 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선수들이 익숙해지고 완벽하게 적응하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주축 선수의 부상이나 이탈과 같은 변수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2018년 이후 팀을 맡았던 FC 서울의 감독들에게는 대부분 이런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 선수들 역시 감독이 바뀔 때마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고, 이는 본인들이 갖고 있는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객관적 평가에서 상위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꾸준히 스플릿B에 머물면 선수 개개인이 아닌 팀 자체의 멘탈이 주저 앉게 된다. 가장 회복하기 힘든 부분이 이런 것인데, FC 서울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강팀'의 색깔을 잃었다. 지금 K리그에 'FC 서울은 부담스러운 강팀이다'라고 생각하는 상대팀 팬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이미지는 한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FC 서울이 2010년대의 영광을 다시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스위치 켜는 것처럼 '딸깍'하고 바뀌기에는 정점의 조건에서 이미 오랫동안 많은 것들을 잃었다.
아울러 ③번의 명문팀 조건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보통 명문이라 함은 역사와 전통, 서사와 함께 성적과 인기를 함께 담보하는 팀에게 붙는다. '인구 1000만의 수도 서울이라는 대표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인기' 외에 FC 서울이 갖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FA 서울 팬들은 다른 팬들이 비난하는 연고 이전에 대해 '연고 복귀'라며 큰 문제나 치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대로 '원래 서울이 연고지였다가 서울 공동화 정책으로 안양으로 잠시 떠났는데, 이후 복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은 다른 팬들이 이러한 FC 서울의 행보를 비난하는 이유의 가장 큰 원인을 이유없는 질시, 혹은 서울을 보유한 것에 대한 부러움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심양면 지원하던 안양을 버렸다'는 것은 사실 안양 팬들에게 국한된 문제일 뿐, 그 외의 제 3자들이 심판자처럼 간섭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의 축구팬들이 입을 모아 FC 서울의 연고 이전을 비난한 이유는 따로 있다.
1996년 수원 삼성이 창단하고, 이듬해 대전 시티즌이 합류하며 K리그는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승강제 없이 프로 단일리그로 10개 팀으로 운영되는 리그였다. 100년 구상을 바탕으로 우리보다 10년 늦게 출발한 일본의 K리그는 10개 구단 체제로 시작했지만, 매년 팀이 늘어났고, 1998년에는 18개 팀 체제가 됐다. 그리고 1999년에는 10개 팀 규모의 2부리그도 생기면서 유럽축구와 같은 승강제가 실시됐다. 2002 월드컵의 공동 개최국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일본보다 10년이나 일찍 프로축구를 출범시킨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월한 리그 규모와 발전이었다.
K리그도 2002 월드컵의 성공을 계기로 신생팀 창단 열기가 높아졌다. 당장 2003년에 대구와 광주가 창단했다. 그리고 비어있는 수도 서울에 새로운 팀이 창단하면서 리그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열기가 높았다. 한동안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새 구단을 창단할 기업이 어디가 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자리가 신생팀 창단이 아닌 기존 구단의 연고 이전으로 결정된 것이다. K리그 팬들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리라 기대했던 리그 규모 확대의 기대'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대한민국의 축구 써포터즈 문화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전후로 본격적으로 태동했으며, 2002 월드컵을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다. 국가대표 써포터즈였던 '붉은 악마'에는 '대표팀은 응원하지만 K리그에는 관심 없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K리그의 성장이 필수라는 데에 생각을 같이했고, 이러한 이들 중 서울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수원 삼성의 써포터즈인 그랑블루의 소모임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랑블루로 수원을 응원하다가 곧 창단할 서울 연고의 신생팀의 써포터즈가 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양 LG의 연고 이전으로 서울의 주인이 결정되며 그들 중 대부분은 수원의 지지자로 남게 됐다. FC 서울의 리그 데뷔(2004년)와 그 해에 등장한 써포터즈 '수호신'이 기존의 K리그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받은 이유다. FC 서울의 연고 이전(혹은 복귀)이 축구 팬들에게는 단순한 이전 이상의 큰 배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고 복귀라고 해도 생각할 지점이 있긴 하다. 당초 이 팀의 모태였던 럭키슴성 황소 축구단의 연고지는 대전이었다. 물론 프로축구 태동기에는 순환 경기를 하며 명목상의 연고라고 할 수 있지만 1987년부터는 광역 연고제를 채택했고, 럭키금성은 1989년까지 충청도를 연고로 했다. 서울을 연고로 가장 먼저 프로축구에 참가한 것은 일화(1989년)였고, 지역 연고제가 실시되면서 럭키금성과 유공이 서울로 이전을 한 것이다. 그러니 서울 연고의 정통성을 말하기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FC 서울의 대처도 적절치 못했다. 안양시에서도 연고 이전에 큰 반감을 나타내며 LG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자 FC 서울은 당시 'FC 서울은 안양 LG와 별개의 팀이며, 서울에 새롭게 창단한 팀'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좋았던 역사를 다시 FC 서울의 커리어로 슬그머니 편입한다. FC 서울은 홈페이지에 2004년 이전의 역사도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올려 두었다. 적어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면 본인들이 이전 당시 부인했던 안양 LG의 역사에 대해서는 최소한 함구 혹은 양보할 필요가 있지만, 안양 LG 치타스의 2000년 우승 기록도 자신들의 것으로 자랑스럽게 적시하고 있다. 적어도 1996년부터 2003년까지 7년의 역사는 본인들이 부인했던 바 있지 않는가? 사실 더 잔인하게 말하자면, 안양 LG 치타스는 럭키금성을 이어왔던 팀이 맞기 때문에 안양 LG 치타스를 부인한 순간, 이전의 럭키금성의 역사도 승계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거기서 거기라고 할 지 모르지만 어쨌든 2004년 서울 연고 이전을 계기로 모기업도 LG에서 GS로 바뀌었으니 그게 더 깔끔할 수도 있다.
그래서 FC 서울이 과거의 황소 마스코트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자랑스럽게 내걸고 창단 40주년을 기념해도 다른 팀 팬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FC 서울은 소위 '명문 구단'들이 갖는 역사와 전통, 서사에 관한 정당성을 갖추기가 힘들다. '강호'라는 이미지도 2010년 이후 2016년 우승까지 이어지다가 사라진 상황이기에 ③번의 요건도 채우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FC 서울에 대해서는 스스로 객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FC 서울은 냉정하게 평가할 때,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그 정도의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약팀'이었다. 그런데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지난 시즌, 5년만의 스플릿A 복귀와 더불어 ACL 진출권을 따내게 된 것이다. 다시 강팀으로 다져가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팬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FC 서울 팬들이 '김기동 퇴진'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구절절 이유를 대지만, 사실 경질 사유로 마땅치는 않다. 근본적인 이유는 '맘에 안들어서'다. '작년에 4위 했으니, 올해는 우승 경쟁하겠지'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거기다가 자신들이 사랑해마지않는 기성용을 내보냈다. 자기가 예뻐하는 선수들만 쓰고 팀의 상징을 내보냈다며, '정치질'이라 한다. 감독이 선수를 예뻐하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축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도 감독이 바뀔 때마다 'OOO호의 황태자'라는 언급을 하지 않던가? 당연한 것이다. 다만 그게 성적과 직결되고 팬들 마음에 들면 '명장'이 되는 것이고, 성적은 나지만 마음에 안들면 '독불장군'이라고 하며, 둘 다 안되면 '무능한게 정치질한다'로 평가 된다.
그런데 FC 서울은 현재 완성된 팀이라 보기 힘들다. 현재 순위표 상에서 FC 서울보다 상위팀 중 김천 상무 FC를 제외하면 모두 그 자리가 어울리는 팀들이다. 외국인 선수 1명도 없이 군인 정신으로 2년 째 리그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천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번 시즌에도 현재 2위다. 1위를 단독 질주 중인 전북과 3위 대전 역시 납득이 간다. 전북 역시 지난 3년간 내홍을 겪었다. 하지만 전북의 상황이 서울의 이전 암흑기 4년과 비할 바는 아니다. 지난 시즌 10위라는 성적은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2022-2023년의 전북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 비난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전북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동안 리그를 9번 재패했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5연패를 한 팀이다. FC 서울의 전성기에도 FC 서울보다 화려했던 팀이며 갖고 있는 자산과 힘이 서울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도 거스 포옛 감독에 대한 찬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름값 못하던 선수들이 제 몫을 하게 만든 부분이 그 핵심이지 이는 전술적인 차별성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전북의 선수 구성은 감히 FC 서울이 비할 바는 아니다. 포옛이 "기성용이 벤치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며 옛 제자를 두둔하는 듯 한 발언으로 FC 서울의 스쿼드를 칭찬했지만, 기성용의 가치를 그렇게 인정한다면, 왜 기성용이 매물로 나왔을때 쳐다보지도 않았을까? 냉정히 전북, 대전, 울산은 서울보다 선수 구성은 물론 선수 영입전에서도 앞서 있다. '린가드 착시 현상'이다. '제시 린가드'라는 빅 네임을 영입하면서, FC 서울이 마음만 먹으면 선수 영입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서울의 운신 폭은 현대가의 라이벌인 전북과 울산은 물론, 하나은행의 전략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대전에 밀린다. 아무리 잘해도 4순위다. 문제는 축구에서 선수 영입은 드래프트가 아니라는 거다.
FC 서울의 냉정한 위치는 '좋은 조건과 유리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최상위권에서는 조금 밀리는 애매한 상위권'이다. 그나마도 '좋은 조건과 유리한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축구 실력은 하위권'이었던 팀을 김기동 체제에서 이만큼 끌어 올린 것이다.
FC 서울 팬들은 비단 기성용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다. 박주영, 이청용, 데얀, 아디, 오스마르 등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냈던 점을 지적한다. 맞는 부분이다. 그런데 저들은 김기동 감독과 관계가 없다. 저들의 문제는 구단 자체에 물어야지 김기동 감독에게 항의할 부분이 아니다. 또한 김기동 감독은 기성용과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우는 했다. "다른 선수들도 네가 뛰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는 부분이 기성용에게 상처이고 예의가 아니라 할 수는 있지만, 애초 기성용이 김기동 축구와 맞지 않는 스타일인 것을 모르는 이가 있었던가? 하지만 기성용이기에 김기동 감독도 1년 이상을 보고 기다리고 생각한 것이고, 쓰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선수 본인에게도 전력 구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선수는 뛰고 싶다고 했고, 이에 난색을 표했으며, 은퇴와 이적 모두 선수가 원하는 방향대로 해줬다. 조금 더 정치적이었다면 그냥 좋은 말로 넘길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하며 명단에만 포함시키고 출전 시키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하게 끌고 갈 수도 있었다. 비겁하지만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며, 감독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권한이다. 오히려 이적을 통해 기성용을 예우했다고 생각한다.
이 글과는 논외지만, 기성용의 활용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이 결과 자체가 FC 서울과 김기동 감독, 기성용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 팀의 상징이었던 선수가 다른 팀에서 뛰는 꼴을 봐야하는 팬들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FC 서울이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팬들도 불만인 것 처럼 더 높은 성적을 원하기에 지금의 상황은 수긍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이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고 견고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보는 것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런데 기성용은 그런 축구와 부합하지 않는다. FC 서울은 지난 시즌 최소 실점 3위였고, 올해도 이 부문 2위다. 그런데 중앙 미들에서 수비 가담을 적극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이 틀을 가져갈 수 없다. 박지성도 유튜브에서 말했듯 기성용은 전성기 때에도 공격에 올라가서 수비로 내려오지 않던 선수였다. 전성기가 지난 지금은 그런 형태의 움직임을 애써 하려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포항 이적 후 첫 경기(전북 전)에서 전반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들어 교체로 투입된 이승우의 득점 장면에서, 완벽하게 약점을 드러내며 이승우 한 명에게 포항 수비가 무너지는 이유가되기도 했다. 중앙에서부터 이승우에게 중심을 뺏긴 후 기동력의 한계로 농락당했다. 좋은 시야와 킥 능력의 장점 이면에 기성용이 갖고 있는 단점이며, 김기동 감독이 보는 FC 서울에서는 기성용의 장점으로 얻는 효과보다 단점으로 잃는 손실이 더 컸던 것이다. FC 서울은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딜레마를 겪은 적 있다. 슈퍼스타 박주영을 데리고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던 이장수 감독 시절이다. 당시 서울은 히칼도-박주영이라는 창조적인 라인업을 갖췄고 공격에서 성과를 냈지만, 수비 능력이 극히 떨어지는 이들이 함께 뛰면서 파상적인 공격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부실한 수비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장수 감독은 박주영 대신 정조국을 투입했고, 팬들은 박주영을 외치며 이장수 감독을 비난했지만, 승점을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물론 이 체제는 해피엔딩이 되지는 않았다. 기성용이 선택한 팀이 포항이라는 점도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포항은 기업 구단 중 가장 가난한 팀이다. 일부 시민 구단보다도 예산이 적다. 울산과 리그 선두 싸움을 펼치전 2023년, 외국인 선수 쿼터 한 자리가 비어 있었음에도 끝내 채우지 못했다. 선수들이 체력적인 한계 속에 줄부상을 당하고, 감독이 비교적 몸값이 높지 않은 선수를 지정해 영입을 요청했지만, 구단은 거부했다. 자금 운영 능력은 리그 하위권인 팀이다. 기성용이 포항으로 이적한다는 것은 곧, 리그의 강팀들은 냉정하게 기성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네임벨류에서 기성용과 부합할 수 있는 전북, 울산, 대전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기성용 입장에서 강등권에 있는 팀들을 선택하는 것은 부담이 컸을 것이다. 결국 적정 조건에 맞는 팀은 포항과 광주 정도다. 그런데 광주는 자금의 한계는 물론, 이정효 감독 역시 기술적 능력을 운동량과 치환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포항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소위 '볼을 찰 줄 아는 선수' 자체가 씨가 마른 포항에게 기성용은 필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포항은 파이널 서드에서의 마지막 연결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 팀이다. 오랫동안 그랬다. 김기동 체제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도 공격은 제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포항이 막힌 공격을 뚫을 수 있는 활로는 이호재, 조르지, 조상혁을 박아 놓고 높이를 활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복잡하고 유기적인 축구를 하기에는 선수 구성과 전력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 문제는 장신들의 머리에 알맞는 패스를 공급할 선수도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인 기성용은 이 문제는 해결해줄 수 있다. 기성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활동량의 부재와 수비의 공백은 오베르단이 채워주고,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운동량을 로테이션으로 활용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오베르단이 퇴장을 당해 2경기를 빠졌다. 그리고 포항은 이 두 경기에서 8실점을 했다. 수도 없이 뒷공간을 열어줬다. 한 두 번 허점을 노출하면 정상적으로 라인을 끌어올리지도 못한다. 전북과의 후반부터 수원 FC와의 전후반 모두 그런 모습이 나왔다. 그렇다고 골키퍼가 강한 팀도 아니다. 솔직히 포항의 골키퍼 포지션은 K리그2 중위권 정도의 경쟁력이다. |
팬들은 이기적이고 간사하다. 기본적으로 '내로남불'이고, 같은 상황도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 그게 팬의 속성이다. 그렇지 않으면 팬이 될 수 없다. 엄정하고 객관적이며, 내가 응원하는 팀에 대해 차가운 이성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면, 팀을 전폭적으로 응원하는 열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K리그의 팬들은 언젠가부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서 도가 지나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다림이 없고, 조금만 불편하면 감독 퇴진을 외친다. 약팀을 어느 정도 반열에 올려놓으면, 그 자리가 자신들의 당연한 영역이라 여긴다. 울산 HD의 팬들이 김판곤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응원 거부를 하고 있다. 리그 3연패를 달성한 팀이 기대 이하의 내용과 함께 중위권으로 내려 앉아 있으니 속상할 만 하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은 작년 7월에 부임했다. 홍명보 감독이 운영하던 팀을 그대로 받아 1위였던 팀을 우승시키면서 마쳤고, 사실상 이번 시즌이 첫 해라고 봐야 한다. 속상한 것은 인정하지만, 김판곤 감독에게 신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포항도 박태하 감독 체제에서 정규리그를 채 100일도 보내지 않은 시점에 버스를 막았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전 감독들의 퇴진에는 구단의 결단 이전에 항상 팬들의 비난과 퇴진 요구가 있었다.
최용수 감독은 자신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레전드였다. 현역 시절을 팀에서 활약했고, 감독으로 리그 2회, FA컵 1회 우승을 차지한 인물이다. 이 팀 역사에 가장 화려한 결과를 안겨준 감독이었지만 팬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박진섭 감독은 광주 FC에서 확실한 족적을 남긴 젊은 감독이었는데, FC 서울에서는 채 한 시즌도 버티지 못했다. 시즌 도중에 경질 당했다.
이후, 남자 축구, 여자 축구는 물론 연령별 대표팀과 대학 축구까지 섭렵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안익수 감독을 임명했고, 안익수 감독은 강등 위기였던 팀을 구해냈다. 팬들은 안익수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다음 시즌 내용과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여지없이 팬들이 버스를 틀어 막았다. 감독이 선수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것이 공론화되면 팬들은 감독을 비난했다. 결국 안익수 감독도 팬들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구단과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퇴했다.
팬들 맘에 들지 않으면 구단을 압박해서 감독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이 이들에게는 축적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안들면 여과없이 발산하는 게 습관이 된 모습이다. 사실 모든 구단의 써포터즈가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자신들은 절박하다 여기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이 K리그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그 중 최근에 그런 주장과 감독 교체를 가장 많이 성공(?)시킨 팀이라 그런 모습이 더욱 빈번하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팀에게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 예는 많지 않다. 무성의하고 무기력한 경기가 반복되는 데에 침묵하는 것도 합당하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일부 써포터즈들의 모습은 분명 수위가 지나치다. 본인 스스로 일희일비하는 냄비팬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다면, 표현의 정도와 수위에 대해 합리적인 집단 지성을 발휘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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