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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2025-26 선수 구성 (7)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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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 각 팀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시즌 개막까지 4달 이상이나 남았다. 아직 정규 리그 일정조차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각 팀들의 비시즌 훈련은 퓨처스리그가 끝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위해 국가대표도 소집된 상황이라, 각 팀들이 정상적인 주전 라인업과 함께 나서는 시즌 준비는 한 달 뒤쯤에야 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가 끝난 시점에서 6개 구단의 선수 구성을 바탕으로 전력을 평가해 본 것은 이후의 준비과정에서 큰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선수 선발회가 있지만, 여기에서 각 구단의 전력에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레이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WKBL 자체가 7월~시즌 시작 시기에 활발하게 선수 교환에 나서는 리그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다. 기본틀이 지금의 구성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전술적 역량을 통해 선수 구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그렇게 확률이 높지는 않다. WKBL의 선수 풀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지난 시즌에는 FA 자격을 획득한 대어급 선수들의 이동이 많아 전체적인 전력 재구성이 이루어졌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은 최대어가 자기 의지에 의해 팀을 옮길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2020년 이후, 가장 조용했던 FA 시장이었다. 굳이 FA 시즌에 대해 글을 쓸 이유가 없을만큼, 열기 자체가 낮았다. 지난 시즌의 기본 전력이 그대로 유지되는 시즌이다. 따라서 현재의 선수 구성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가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1. 예측

솔직히 순위를 예상하는 것만큼 미친 짓은 없다. 순위 예측과 승부 예측은 항상 누군가의 반감을 일으키고, 맞춰봐야 본전이며, 틀리면 조롱거리가 된다. 그래도 기자일 때는 적극적으로 그런 콘텐츠를 기획했고, 후배들에게도 참여를 독려했다. 이것은 팩트 전달이 아닌 예측의 범위다. 여기서 논쟁 거리를 제공하며 관심도를 높이는 것도 기자가 할 일 중의 하나다. 기자의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 되며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다면, 조롱거리가 되어도 상관없다. 거짓 정보를 전달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히 지탄받을 부분이지만, 이는 그것과 다른 문제다. 하지만 지금의 난 그와 같은 위치가 아니니, 괜히 나서서 총알받이가 될 이유는 없다. 확실한 순위 예측은 시즌 직전에 해도 늦지 않다. 다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자면 1강 3중 2약의 구도가 예상된다. 1강은 KB, 3중은 우리은행, BNK, 삼성생명, 2약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다.

 

2. 비대칭 전력

이전 글들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 WKBL은 에이스의 존재감이 전체적인 균형을 갖춘 라인업보다 우위로 나타나는 리그다. 전체적인 수준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면서 특출한 기량을 보이는 슈퍼 에이스의 존재감과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각자마다의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현재 WKBL 리그 수준에서 A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에이스, 혹은 준 에이스들의 기량을 보면 어느 정도 구단 전력을 가늠할 수 있다. 출전 시간과 기록 등을 놓고 볼 때, 각 구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내 선수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BNK 우리은행 삼성생명 KB 신한은행 하나은행
선수 박혜진
김소니아
안혜지
이소희
김단비 배혜윤
키아나 스미스
이해란
박지수
강이슬
허예은
신지현
최이샘
진안
양인영
김정은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박지수다. '비대칭 전력'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선수들을 무기에 비유하자면, 박지수는 WKBL에 존재하는 유일한 핵무기다. 그래서 어느 팀에 가든 박지수를 보유하는 팀이 기존 전력과 상관없이 바로 우승 후보가 되는 것이다. 데뷔 후, 박지수는 확실한 위력을 선보였다. 4-5번 포지션에서 박지수와 어느 정도 자웅을 가릴 수 있는 카드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7관왕을 수상하며 리그를 압도했던 김단비(우리은행)는 직전인 2023-24시즌, 베스트5에 선정됐지만, 그 외의 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김단비가 2024-25시즌에 수상한 개인상 중, MVP, 득점상, 리바운드상, 블록상, 윤덕주상, 우수수비 선수상 등 6개가 박지수의 몫이었다. 한 시즌을 압도하는 위력의 김단비도 박지수가 갖는 지배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 박지수의 상대팀 별 통산 성적 (BNK는 KDB, OK저축은행 포함)
경기수 승률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BNK 41 37 4 0.902 16.3 13.5 4.4 1.0 2.4
우리은행 41 21 20 0.525 16.4 13.0 3.0 0.7 2.0
삼성생명 40 30 10 0.750 15.6 12.8 4.2 1.2 2.0
신한은행 41 34 7 0.829 18.1 12.3 3.4 1.2 2.0
하나은행 44 37 7 0.841 15.9 12.3 4.3 0.8 2.0

 

박지수는 프로 입단 후 총 207경기(159승)에 출전했고, 현역 생활 중 승률이 76.8%에 이른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MVP를 수상한 박혜진(BNK / 510경기 316승, 62.0%)이나 레알 신한은행의 마지막 생존자 김단비(우리은행 / 545경기 340승, 62.4%)은 물론, 비슷한 시기에 입단해 라이벌리를 형성했던 박지현(158경기 121승, 76.6%)보다도 높다. 물론 우리은행의 왕조 시작 이후에 입단해 활약했던 최이샘(신한은행 / 259경기 203승, 78.4%)보다는 낮다. 박지수의 위력이 압도적이었기에 거의 모든 팀들이 제대로 된 대항을 못한 반면, 우리은행은 가장 효과적으로 박지수와 KB를 괴롭혔고, 양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박지수를 상대하는 내내, 우리은행은 전체적으로 리그 최고의 선수진을 구성하고 있었다. 박지수를 제외하면 리그 최고 선수로 평가될 수 있는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팀이었다. 센터는 없었지만, 선발 라인업의 높이도 경쟁력이 있는 팀이었다. 박혜진-박지현-김단비-최이샘-김정은으로 라인업을 구성할 때는 5명의 평균 신장이 180cm를 넘었다. 선수 5명의 신장이 179cm~183cm에 고르게 포진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의 이러한 전력이 와해된 것은 지난 시즌이었고, 박지수는 튀르키예 진출로 이 시즌을 쉬었다. 센터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KB보다 우세였던 우리은행에게 2025-26시즌은 달라진 상황 속에 박지수와 KB를 상대하는 첫 시즌이 될 것이다.

 

결국 KB는 따로 떨어뜨려놓고 생각해야 한다.

 

KB를 제외하고 에이스의 힘이 가장 강한 팀은 우리은행과 BNK다. 김단비는 지난 두 시즌, 자신의 가치를 우리은행에서 충분히 증명했다. BNK는 박혜진이 전성기 시절보다는 하락세에 접어든 모습이 보이지만, 김소니아와 함께 뛰면서 이 부분을 상쇄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김단비를 도울 수 있는 준에이스급 자원이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BNK와의 맞대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생명도 좋은 자원이 많은 팀이지만 에이스의 진검 승부에서는 아직 박지수, 김단비, 박혜진, 김소니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선수층과 포지션 밸런스에서는 우리은행이나 BNK보다 우위를 보인다. 하나은행은 진안과 양인영이 자신들이 가져가는 비중에 비해 리더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이 끌어가고 있지만, 코트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김정은 혼자 책임지기에는 버거운 부분이 많다. 신한은행은 에이스의 존재감이 가장 빈약한 팀이다. 신지현과 최이샘은 지난 시즌 팀에 합류했다. 이적 첫 시즌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3. 아시아 쿼터로 보는 안정감

아시아 쿼터 선발에서 어느 팀이 잘 뽑았는지의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아시아 쿼터가 팀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KB는 아시아 쿼터 활용에 여유가 있다. 사실, 아시아 쿼터가 없어도 되는 팀이다. 3순위에서 선발한 사카이 사라는 일본 W리그에서도 확실한 커리어를 보여준 선수이기에 어느 정도 검증도 된 선수다.  트라이 아웃 때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사카이 사라가 걸출한 기량을 자랑하며 핵심 주전의 한축을 차지하면 정말 좋겠지만, 허예은의 백업 역할만 해도 KB에게는 큰 어려움이 없다. 허예은의 백업 - 허예은을 대체하는 주전 1번 - 허예은과 투가드 등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행복한 고민이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에도 삼성생명은 히라노 미츠키를 지명하면서 기량보다는 투지와 근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당장 아시아쿼터 선수가 주력으로 무언가를 풀어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선발한 가와무라 미유키는 대표적인 센터다. 배혜윤의 부담을 줄여주기만 해도 된다. 미유키의 커리어를 볼 때, 박지수를 제외하면 특별히 고전할만한 센터가 없는 것이 WKBL이다. 트라이 아웃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로 인해 5순위까지 밀렸는데, 부담이 적은 팀에 선택된 만큼 오히려 차분하게 강점을 보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배혜윤과 더블 포스트로 기용되는 상황도 있을지 궁금하다. 하마니시 나나미는 앞선의 백업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생명 가드진이 워낙 잔부상이 많아 활용도가 예상 외로 많아질 수도 있다.

 

BNK는 주전 한 자리의 고민이 있다. 지난 시즌, 이이지마 사키는 훌륭하게 그 자리를 채웠다. 이번 시즌은 고민이 될 수 있다. 나카자와 리나가 신장과 운동 능력, 운동량에서는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키의 운영 능력과 노련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주전 라인업 3명이 사실상 가드인 팀에서 스나가와 나츠키를 선발 카드로 꺼낼 수는 없다. 하지만 변소정, 박성진 등, 선발로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에, 아시아 쿼터로 인해 심각한 고민이 발생할 상황은 아니다. 리나가 잘해서 주전의 한 축을 맡아주면 좋겠지만, 주요 백업 자원의 역할을 수행해도 시즌을 운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나츠키까지 가세한 가드진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오히려 그만큼 강점이 될 수도 있다.

 

KB, 삼성생명, BNK를 제외한 다른 3팀은 아시아 쿼터 선수의 역할이 확실히 필요한 팀이다. 전력의 안정감만 놓고 보면 KB, 삼성생명, BNK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리딩 가드가 필요한 팀이다. WKBL에서 리딩 가드로서 시즌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것은 심성영이 유일하다. 유승희는 2-3번을 주로 오갔었고, 강계리는 한 시즌 내내 주전 포지션에서 활약했던 경험이 없다. 경기 리딩은 김단비가 함께 부담을 가져간다 해도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팀의 앞선을 책임질 가드는 분명 필요하다. 이민지의 성장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국내 선수의 구성면에서 빈 틈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엄지가 정상적으로 회복한다 해도 센터의 부재라는 부분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포지션을 선택하든, 우리은행으로서는 아시아 쿼터 선수가 스타팅 라인업을 반드시 채워줘야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스나가와 나츠키와 미야사카 모모나를 효울적으로 활용했다. 아시아 쿼터 선수 두 명을 제대로 사용한 유일한 팀이었다. 이번에도 두 명의 가드를 선발했다. 세키 나나미와 오니즈카 아야노는 W리그 히타치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며, 지난 시즌 나츠키와 모모나가 했던 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아시아 쿼터 선수가 단순히 스타팅 라인업을 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요 옵션으로 역할을 가져가야 하는 팀이다. 하나은행은 가드-포워드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양인영-진안을 보유하고 있지만, 팀의 중심이 안쪽으로 쏠려 있다. 게다가 김정은이 38살의 노장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사이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가드진은 이번에도 보강이 안됐다. 지난 시즌에도 '외곽 능력이 있는 가드'를 아시아 쿼터로 선발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시즌 내내 답을 찾지 못했다. 이이지마 사키는 포워드다. 하지만 볼을 다룰 줄 아는 선수다. 작년 BNK에서 했던 역할을 기본으로 하면서 더 많은 옵션이 요구될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타니무라 리카가 골밑에서 고군분투했던 팀이다. 홍유순의 활약도 큰 힘이 됐지만 리카가 골밑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면 플레이오프 싸움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리카는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선수 중 유일하게 팀의 득점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로 미마 루이와 히라노 미츠키를 선발했다. 초점은 루이다. 센터가 절실했던 신한은행은 경험 많은 가와무라 미유키를 외면하고 루이를 선택했다. 신한은행은 다른 선수들이 지난 시즌보다 나은 활약을 펼친다해도, 루이가 지난 시즌의 리카 정도의 활약을 기본적으로 보여줘야 플레이오프를 도모할 수 있다. 지난 시즌 4강 팀들의 전력이 평균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 2025-26 아시아쿼터
선발 선수 아시아 쿼터 필요성
하나은행 이이지마 사키(F) 절실
신한은행 미마 루이(C) 히라노 미츠키(G) 절실
KB 사카이 사라(G) 별 의미 없음
우리은행 세키 나나미(G) 오니즈카 아야노(G) 필요
삼성생명 가와무라 미유키(C) 하마니시 나나미(G) 큰 의미 없음
BNK 나카자와 리나(F) 스나가와 나츠키(G) 팀 전력에 도움

 

 

4. 변수

시즌의 가장 큰 변수는 부상이다. 특히 KB는 박지수의 부상이 최고의 변수다. 박지수가 건강하게 시즌을 버틸 수 있다면, 그 외의 상황들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에이스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도 김단비의 몸 관리가 중요하다. BNK 역시 지난 시즌, 박혜진과 이소희의 부상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또한, 매 시즌 핵심 자원의 부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삼성생명도 이 점이 화두가 될 수 있다.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KB

시즌에는 참 많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KB는 박지수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른다면 큰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내외곽 밸런스와 팀의 전술적 역량과 적재적소에  적용되는 변화, 다양한 패턴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 모든 조건을 넘어서는 선수가 존재하면 상대로서는 답이 없다. 그동안 박지수가 있는 KB를 괴롭혔던 우리은행은 박지수와 최전선에서 맞서는 선수는 물론 여기에 도움을 주는 선수들까지 리그 최고 수준의 조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조력자들의 레벨도 KB가 더 높다. 강이슬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슈터이며, 허예은은 지난 두 시즌 연속 베스트5에서 선정됐다.

 

BNK

디팬딩 챔피언 BNK는 사키의 공백이 가장 큰 변수다.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은 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지난 시즌 이상의 결과로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비시즌 훈련 기간에 리나, 변소정, 박성진 등의 성장과 활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박혜진의 건강도 변수다. WKBL을 대표하는 금강불괴였던 박혜진은 최근 2시즌 동안 22경기를 결장했다. 고질병인 족저근막염은 많이 뛰는 선수들에게 재발 가능성이 높다. 많은 가드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BNK지만 안혜지-이소희가 코트에 있는 상황에서 박혜진 대신 가드를 투입할 수는 없다. 백업 가드진의 가장 효과적인 활용법을 찾는 것은 가드진 운영에 고민이 있는 팀들에게는 부러운 상황이겠지만, 박혜진이 없는 상황에서의 운영법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또한 박혜진 없는 상황에서의 운영은 BNK에게 플랜B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랜A가 될 수도 있다. 챔프전 MVP를 수상한 안혜지가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위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지난 시즌에 발휘한 존재감을 앞으로도 몇 년은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단비를 도울 수 있는 2옵션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에는 이명관과 한엄지가 나눠서 이 역할을 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2년차가 되는 이민지가 성장하는 것이다. 포인트 가드를 볼 수 있는 자원이고, 야투와 돌파 등 외곽에서의 실마리도 풀어줄 수 있다. 온 볼 플레이어지만 림에 가까워 질수록 더 위력을 발휘하는 김단비에게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아군'이 될 수 있다. 이민지 혼자서 2옵션의 역할이 아직 무리라면, 한엄지가 함께 이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 한엄지는 볼 없는 농구가 가능한 선수기에 과거 최이샘이 했던 롤을 가져갈 수 있다. 

 

유승희의 회복도 중요하다. 큰 부상으로 지난 2년간 단 2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유승희가 복귀해서 부상 이전에 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은행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유승희는 2021-22시즌 신한은행에서 평균 12.0점 5.5리바운드 3.3어시스트로 김단비가 중심을 잡은 팀의 2옵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3점슛도 30% 정도의 결정력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이며, 코트에서 악바리같은 근성도 갖춘 선수다. 유승희가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가장 재미없는 저득점 경기를 해야만 했던 지난 시즌과는 다른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삼성생명

삼성생명의 변수는 늘 똑같다. 개인적으로 삼성생명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먼저 무너지는 정신력이다. 무형의 부분을 핵심 범주에 집어놓고 평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삼성생명에게 가장 부족한 점이 이 부분이기에 늘 언급을 할 수 밖에 없다. 전력에서 분명 우위에 있음에도 투쟁력과 기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 팀이다. 다른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 삼성생명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독종같은 승부욕을 보여주는 모습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앞서 언급한 부상 관리도 중요하다. 지난 시즌, 윤예빈-이주연-키아나 스미스가 정상적으로 정규 리그를 치르지 못했다. 선수층이 두터워도 베스트 라인업에서 꾸준히 결장이 발생하면 시즌 운영이 어렵다. 매 시즌, 부상으로 주전 라인업의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도 삼성생명의 약점이었다. 36살에 접어든 배혜윤의 몸 관리도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키아나 스미스, 이해란 등 젊은 주축들에게 에이스의 타이틀이 넘어와야 하지만, 삼성생명은 여전히 배혜윤이 책임지는 영역이 상당하다. 점진적으로 배혜윤의 부담을 줄여가야겠지만, 적어도 당장은 이 부분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와무라 미유키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배혜윤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스쿼드에 존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신한은행

센터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팀 구성이다. 여러 모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지난 시즌도 타니무라 리카의 활약으로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쳤다. 따라서 미마 루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W리그 아이신과 미쓰비시에서 활약한 루이는 지난 시즌 W리그 2부에서 19경기에 평균 19분 10초 정도를 뛰며 6.6점 5.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력 자체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야투 능력은 있는 선수다. 자유투는 다소 아쉽다. 신한은행은 일본 W리그에서 12시즌 동안 256경기를 뛰였던 베테랑 가와무라 미유키보다도 루이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루이의 활약은 신한은행에게 필수 요소다. 루이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인사이드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신한은행은 상당히 힘든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신지현과 최이샘이 살아나야 한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 중 평균 10점 이상을 올린 선수가 1명도 없었던 유일한 팀이 신한은행이었다.

 

신인 홍유순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반대로 김진영은 어느 시점부터 코트에서 보이지 않았다. 김진영은 자유투에 극단적인 약점이 있다. 플레이도 거칠고 투박한 면이 있지만 주요 전력으로 활용할 때, 분명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페인트 존에서 싸워줄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은 신한은행은 김진영을 잘 다듬을 필요가 있다.

 

확실한 리딩가드도 변수가 될 부분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 리카와 홍유순이 인사이드 경쟁력을 가져간 시점에도 제대로 볼 투입을 하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그나마 가드진에서 가장 가드다운 모습을 보였던 이경은도 은퇴했다. 하나은행 시절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적 후 부침을 겪었던 신지현의 회복이 가드진의 고민도 함께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신지현이 1번 롤을 가져가면서 득점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포워드 자원의 경쟁력이 높은 편도 아니기에 가드진에서 확실한 역할을 하는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 FA로 영입했던 신이슬과 기존의 김지영은 물론 신인급인 허유정까지 폭넓은 성장이 필요한 팀이다.

 

새롭게 코칭스태프가 구성된 만큼 장기적인 비전도 그려야 한다. 신한은행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팀의 미래'라고 단언했던 심수현, 이다연, 변소정을 모두 떠나보냈다. 신한은행은 현재 30대 중반 이후의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유일한 팀이다. 31살의 최이샘과 30살의 신지현이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들인데, 팀에 합류한지는 1년 밖에 안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젊은 팀이라는 느낌도 없다.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하나은행

박지수가 워낙 독보적인 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박지수가 없는 센터 자리에서는 당연히 가장 돋보여야 하는 선수가 진안과 양인영이다. 두 선수 모두 지금이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노장 배혜윤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골밑에 버티기보다는 4번처럼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선수들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블 포스트의 위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부족했다. 부상 악재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졌다. 백코트의 약점을 해결하지 못한 시즌이기에, 이번에도 인사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야 한다. 지난 시즌 팀 리바운드 1위를 기록한 것은 분명 성과였지만, 잡는 것에서 끝났다는 게 문제다. 

 

인사이드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지는 가드진의 경쟁력은 고민이다. 올해도 아시아 쿼터 시장에서 믿을만한 가드 수혈에 실패했다. 애초부터 이이지마 사키를 1순위로 낙점하고 있었기에, 전체 12순위인 2라운드에는 괜찮은 가드를 선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아시아 쿼터를 1명만 지명했다. 사키에게 가드의 롤을 맡길 것이 아니라면, 수년째 공을 들이고 있는 젊은 선수들 중에서 대안이 나와야 한다. 기본적으로 볼 관리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프로로서의 자격에 관한 문제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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