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산 우리은행 우리원 (21승 9패 / 1위 - 챔프전 준우승)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2012-13시즌 이후 단 한 번도 3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10년 넘게 정규리그에서 1위, 못하면(?) 2위의 성적을 올렸다. 2012-13시즌 0.686의 승률로 통합 7연패에 도전하던 신한은행과 동률을 이룬 뒤, 맞대결 성적에서의 우위로 정규리그를 차지하고 챔프전까지 석권했던 우리은행은 이후, 단 한 번도 승률이 7할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2023-24시즌까지 12년 동안 392경기에서 306승 86패로 78.1%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른 팀들과의 성적을 비교해보면, 우리은행이 얼마나 압도적인 12년의 행보를 이어왔는지가 두드러진다.
압도적인 우리은행에 비할 수 있는 팀은 없다. 심지어 KB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팀의 승률은 채 50%도 안된다. 그리고 모든 팀들이 12년 간 업 앤 다운이 있었던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꾸준히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결과만 놓고보면 조금의 위기도 없이 안정적으로 강자의 입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 2012-13시즌~2023-24시즌 정규리그 통산 성적 | ||||
팀 | 경기수 | 승 | 패 | 승률 |
우리은행 | 392 | 306 | 86 | 78.1% |
KB스타즈 | 393 | 245 | 148 | 62.3% |
신한은행 | 393 | 187 | 206 | 47.6% |
삼성생명 | 392 | 184 | 208 | 46.9% |
하나은행 | 392 | 135 | 257 | 34.4% |
BNK | 392 | 120 | 272 | 30.6% |
성적만 기준으로 하자면, 이 기간 중 우리은행의 가장 큰 시험은 위성우 감독이 부임했던 2012-13시즌이었다. 리그 정상을 다투던 우리은행의 영광은 2007겨울 리그에서 막을 내렸다. 플레이오프 단골이었던 우리은행은 2007-08시즌 11승 24패로 5위를 차지하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고, 2008-09시즌부터는 4년 연속 꼴찌가 된다. 과거 금호생명 레드윙스가 2000년 창단 후 7시즌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당시는 여름리그와 겨울리그로 나뉘어 열리던 시기라 온전히 4년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단일리그 시스템이 정착된 후 4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것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4시즌 동안 독보적인 최하위로 전락했고, 이 중 3시즌은 승률이 1할대였다. 위성우 감독이 부임하기 직전 4시즌은 155경기에서 28승 127패, 18.1%의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힘든 시기였다. 두 시즌 연속 평균 20점 이상을 올리며 득점왕을 수상했던 김계령은 2011년 팀을 떠났고, 올스타 슈터였던 김은혜는 2010-11시즌 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팀은 강제적인 리빌딩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출전시간을 늘려가던 기대주 고아라도 2011-12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획득하자 삼성생명으로 이적했다. 이탈 선수는 있었지만 영입 선수 중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없었다. 김소니아가 2012-13시즌에 팀에 합류했는데, 이때의 김소니아는 지금처럼 성장하기 전이었다. 당시 김소니아는 4경기에 평균 2분 55초를 뛰며 2.0점을 올렸다.
당시 우리은행은 경기를 잘 풀어가다가도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팀이었다. 수년째 패배가 누적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슛을 던지지 못하고 볼을 돌리다가 자멸하는 경기가 많았다. 리빌딩 시기에 기회를 잡고 경기에 투입되던 선수들이 감독에게 독대를 요청하고는, "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뛰고 있다"고 토로하거나, 선수단을 이탈하기도 했다. '훈련을 싫어하는 선수는 있어도, 경기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선수는 없다'고 했는데 우리은행은 달랐다. 분위기가 완전히 와해된 팀이었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부임 후, 강한 체력과 적극적인 압박을 바탕으로 한 수비 농구를 강조했고, 그 시즌에 부활한 외국인 선수 제도를 통해 티나 탐슨을 뽑으며, 역대급 반전의 챔피언 스토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로 루스 라일리를 선발했지만, 그가 해외 선교활동을 이유로 팀 합류 시기를 맞출 수 없자 티나로 대체했는데, 이 결정이 우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시즌에는 센터 유망주 배혜윤이 팀을 떠났고, 노엘 퀸과 사샤 굿렛으로 구성한 외국인 선수 선발도 기대에 못미쳤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성장과 수비 농구의 정착으로 독주 채제를 구축했다. 위성우 감독 부임 이전까지 직전 4시즌에 평균 70.8점을 실점했던 우리은행은 2012-13시즌, 60.3점으로 평균 실점을 무려 10점 이상 낮췄고, 이후로도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 됐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지난 2023-24시즌까지 우리은행의 평균 실점은 61.5점. 두번째로 실점이 적은 KB보다 약 5점 정도의 차이가 난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상기할 때, 아무런 위기 없이 걸었다 해도 10년 넘게 리그 최상위권의 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정상에 오른 후 꾸준히 편안한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다. 나름의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른 대안이 등장했다. 2017년 양지희가 은퇴했지만, 김정은을 FA로 수혈했고, 임영희의 은퇴 시점에는 박지현이 입단했다. 김정은이 친정 하나은행으로 떠났지만, 직전 시즌 김단비가 합류했다. 이승아의 이탈로 가드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듯 했지만 이은혜가 이 자리를 잘 채웠고, 박혜진의 공백은 경험이 없던 김진희, 김은선이 깜짝 등장하며 버텨줬다. 우리은행은 적재적소에 선수를 가장 잘 기용하는 팀이었다.
그런데 2024-25시즌을 앞두고 맞이한 상황은 위성우 감독이 그동안 겪었던 상황과는 차원이 달랐다. 핵심 자원이 대부분 이탈했다. 고아라와 노현지가 은퇴했고, 박혜진, 최이샘, 나윤정이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떠났다. 박지현은 해외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2023-24시즌, 6경기에 평균 2분 남짓 뛰었던 백지원의 은퇴는 큰 타격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공백은 달랐다.
박혜진은 12년 동안 위성우 감독의 뮤즈이자 페르소나였다. 새로운 주역들이 등장해도 승부처에서 볼을 잡고 플레이를 이어가는 1옵션은 항상 박혜진이었다. 박혜진은 '코트 위의 위성우'였다. 2023-24시즌은 부상으로 17경기 밖에 뛰지 못했는데, 위성우 감독은 그럼에도 큰 고비에서의 1옵션은 박혜진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런데 그런 박혜진이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위성우 감독으로서는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박혜진 없는 시즌을 치르게 됐다. 박혜진 외의 다른 5명은 직전 시즌 25경기 이상을 뛴 선수들이었다. 이전에도 주축 선수가 은퇴하거나 이적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우리은행은 이를 극복했다. 대부분은 그들의 이탈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워낙 포지션 별로 중심을 잡고 있던 자원들이 튼튼했기에, 하나의 빈 자리는 십시일반으로 채워가며 새로운 주인공을 키워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의 이탈은 파급력이 컸다. 게다가 은퇴 선수들과 박지현을 제외하면, 핵심 라인업이 오롯이 상대방의 전력으로 추가되는 상황이라 상대적인 손실도 있었다.
2024-25시즌에 나서는 우리은행 선수단은 전년과 비교해 절반의 멤버가 바뀌어 있었다. 김예진, 박혜미, 심성영, 한엄지 등을 수혈했지만, 떠난 선수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전력 상실이었고, 신인들과 아시아 쿼터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2023-24시즌에도 어느 정도 활약을 했던 선수는 김단비와 이명관 뿐이었고, 이들 모두 우리은행에 합류한지 각각 2년, 1년 밖에 되지 않은 선수들이었다. 10년 넘게 구축했던 위성우 감독의 농구에 익숙한 주력 선수가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김단비는 이미 리그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였고, 과거 신한은행에서 코치였던 위성우 감독에게 집중 지도를 받은 이력이 있었기에 희망이 모조리 사라진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도가 새 시즌을 앞둔 우리은행의 처지였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이번에도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21승 9패. 또 승률 7할을 넘었다.
포지션 | 선수 |
가드 | 강계리(32, 167cm) 김솔(20, 174cm) 심성영(33, 165cm) 유승희(31, 175cm) 이민지(19, 176cm) 정채원(19, 171cm) 세키 나나미(25, 171cm) 오니즈카 아야노(26, 168cm) |
포워드 | 김단비(35, 180cm) 김예진(28, 174cm) 박혜미(30, 182cm) 변하정(20, 180cm) 오승인(25, 183cm) 이명관(29, 173cm) 편선우(23, 178cm) 한엄지(27, 180cm) |
단비은행 아산점 시즌2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의 핵심은 단연 김단비다. 정규리그 MVP 포함 7관왕에 오른 김단비는 리그 전체에서 가장 돋보였다. 우리은행의 조직적인 플레이와 여러 선수들의 활약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모든 것은 김단비가 있기에 가능했다. 김단비가 유일하게 결장했던 경기에서 한 쿼터 무득점이라는 엽기적인 수모를 당한 것만 봐도, 김단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했음을 알 수 있다. 김단비는 공격과 수비의 중심이었고, 가드이며, 포워드였고, 센터였다. 또한 리더였고 주장이었다. 매우 과중한 부담이지만 김단비에게는 익숙하다. 김단비는 이미 신한은행 시절, 단비은행을 짊어지고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바 있다.
▲ 외국인 선수제도 중단 후, 단비은행 비교 | |||
시즌 | 팀 | 주요 선수 (10경기 이상 출전) | 결과 |
2020-21 | 신한은행 | 김단비, 김수연, 김아름, 김이슬, 유승희, 이경은, 정유진, 한엄지, 한채진 | 17승 13패, 정규리그 3위 PO 4강 |
2021-22 | 신한은행 | 김단비, 강계리, 곽주영, 김아름, 김애나, 김태연, 변소정, 유승희, 이경은, 이다연, 이혜미, 정유진, 한채진 | 16승 14패, 정규리그 3위 PO 4강 |
2024-25 | 우리은행 | 김단비, 김솔, 김예진, 미야사카 모모나, 박혜미, 변하정, 스나가와 나츠키, 심성영, 이명관, 이민지, 한엄지 | 21승 9패, 정규리그 1위 챔프전 준우승 |
'고독한 에이스'로 많은 역할을 혼자 담당하면서 팀의 몰락 속에 버텼던 것 같지만, 신한은행 시절에도 단비은행은 나름의 성과를 냈다. 2020-21시즌 이후에는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KB와 우리은행을 제외하고는 신한은행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외국인 선수가 있었던 2019-20시즌 이전이 신한은행에게는 더 힘겨웠다. 국내 선수들 간의 경쟁으로 범위가 좁혀진 후에는 오히려 성적이 괜찮았다. A급 3명으로도 S급 1명을 당하기 힘든 WKBL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KB와 우리은행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국내 선수들 간의 대결에서는 김단비의 아우라에 범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신한은행은 2시즌 동안 60경기에서 33승 27패를 기록했다. 김단비는 이중 54경기에 출전했다. 김단비가 결장한 6경기에서 신한은행은 1승 5패를 당했다.
2024-25시즌의 우리은행은 2020-21시즌, 2021-22시즌의 신한은행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나은 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 베테랑이 없고, 센터가 없으며, 팀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선수도 없다. 김단비에 대한 의존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주변 여건이 나아졌다. 압도적 강팀이 없다. 이전 신한은행 시절의 김단비는 냉정히 KB와 우리은행은 전력 열세의 상대임을 인정하고 싸워야 하는 입장이었다. 당시에는 KB와 우리은행은 보내고, 하나은행과 BNK를 확실히 잡는 가운데, 삼성생명과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이 신한은행의 '선택과 집중'이었고 김단비 역시 이 기조에 충실했다. 하지만 2024-25시즌에는 확실한 강팀이 없었다. 리그를 제패하던 양강 시절의 우리은행의 위용을 이어가기는 힘들지만, 과거의 단비은행 시절(신한은행)보다는 경쟁 면에서 오히려 나은 조건이었다.
우리은행은 과거 위성우 감독이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켰을 때 보여줬던 질식 수비를 다시 꺼내들었다. 시즌 평균 실점이 57.1점이다. 2007-08시즌의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단일리그 이후 우리은행 밖에 달성하지 못한 50점대 실점이 또 등장했다. 우리은행의 전성기 시절보다도 더 적은 실점이었다. 우리은행의 수비가 당시보다 더 강했다기보다, 리그 전체의 공격력이 당시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기존의 2강이 와해되면서 공격에 확실한 강점을 갖는 팀이 사라졌다. 박지수와 박지현이 해외 리그에 도전하면서, 혼자서 상대 수비를 깨뜨리는 선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상 김단비 한 명만 남았고, 넓게 보면 김소니아(BNK)까지 포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위성우 감독 부임 초기에는 수비에 집중했지만, 왕조의 시대에 접어든 우리은행은 공격도 강점이 있는 팀이었다. 수비가 강했을 뿐, 거기에 치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4-25시즌은 달랐다. 상대 득점을 최소화해야 이길 수 있었다. 김단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단비 외에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공격 옵션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수비를 꺼내들었고, 이러한 우리은행의 수비를 손쉽게 깨뜨리는 팀도 나오지 않았다. 평균 50점대 실점 팀은 우리은행 하나 뿐이지만, 50점대 득점에 묶인 팀은 무려 3팀이었다. 삼성생명은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기에는 팀 컬러가 여전히 모호했고, 신흥 강자가 된 BNK는 선두 싸움이 낯설었다. 다른 3팀은 탈꼴찌와 플레이오프 마지노선 확보 사이에서 치열한 전쟁 중이었다. 잔뜩 웅크린 우리은행의 수비를 깨는 것보다는 김단비 외에 확실한 공격 옵션이 없는 우리은행의 공격을 막는 것이 상대에게도 더 수월했다. 그래서 상대도 수비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 2024-25 시즌이 역대급 저득점 시즌이 된 데에는 우리은행의 생존전략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한 탓도 크게 한 몫했다. 리그 평균 득점이 60.5점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에 묶이니, 경기당 21.1점으로 경기당 리그 평균 득점의 1/3 이상을 해내는 김단비의 공격력은 더욱 타격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은행의 평균 득점이 59.3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김단비는 팀 득점의 35.6%를 책임지며, 팀 리바운드의 27.7%, 팀 어시스트의 29.5%를 혼자 담당했다.
그런데 다음 시즌에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우리은행은 여전히 단비은행이어야 한다. 지금 구성에서 단비은행의 간판을 내리면 상위권 경쟁력을 이어가기가 버겁다. 작년보다 리그 상황이 좋지 않다. 우리은행의 전력도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지겠지만, BNK, 삼성생명과는 여전히 치열한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지수가 복귀한 KB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훨씬 앞서 있다. 여전히 김단비가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확률 떨어지는 외곽팀 딜레마와 아시아 쿼터
우리은행은 센터가 없는 팀이다. 보통 마땅한 센터 자원이 없는 팀들은 포워드 중 최장신 선수를 센터로 등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은행도 과거 최이샘을 센터로 등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다. 센터가 아예 없다.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은 센터가 없는 팀이고, 당연히 센터 없는 농구를 해야 한다. 센터는 없지만 180cm 정도의 포워드들이 많기 때문에 압도적인 센터를 상대하지 않는 한 WKBL에서는 어느 정도 세로 수비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 강력한 몸싸움과 적극적인 박스 아웃은 위성우 감독 체제에서 한 번도 누락된 적 없는 팀 컬러이기에, 센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리그 평균보다 많은 리바운드를 건져냈다. 우리은행은 2025-26시즌도 이와 같은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 지명권이 있었던 우리은행은 센터 대신 가드를 뽑았다.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던 가와무라 미유키(삼성생명)가 3순위까지 선발되지 않았다. 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에게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센터 최대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선택은 세키 나나미였다. 2라운드에는 오니즈카 아야노를 선발했다. 두 선수 모두 170cm 정도의 신장을 갖춘 가드이며, 지난 시즌 W리그 최하위였던 히타치 소속의 선수였다. 세키 나나미는 고교 졸업 후 바로 히타치에 입단해 6시즌을 소화했지만, 총 87경기에 평균 10분 정도를 뛰었고, 선발로 나선 경기는 1경기 뿐이다. 오니즈카 아야노는 대학을 거쳐 2021-22시즌에 히타치에 입단했고, 4시즌 동안 43경기에 평균 6분 여를 뛰었다.
센터가 없는 우리은행에게 미유키는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한다해도 박지수(KB)와 매치업에서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트라이 아웃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량을 보여줬다. 우리은행은 미유키를 뽑아 취약 포지션을 보완하면서 변화의 승부수를 던지기 보다는 지난 시즌과 비슷한 기조로 아시아 쿼터를 선발했다. 기본기를 갖추고 있으며, 뛰어나지는 않지만 외곽을 던질 수 있고, 많은 활동량으로 앞선에서 상대를 괴롭히고 볼 운반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과 비슷한 흐름의 농구를 지향한다고 할 때, 우리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는 외곽이다. 센터 없는 농구에서 우리은행이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3점슛에서 지난 시즌에는 문제가 발생했다. 확실한 높이의 강점을 활용할 줄 알았던 우리은행은 박지수가 중심으로 자리잡은 KB와의 높이 싸움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낸 후, 외곽의 비중을 확실하게 늘려갔다. 정확히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중단된 이후의 변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중단된 2020-21시즌 이후 5시즌 동안, 우리은행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졌다. 우리은행의 공격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2020-21시즌 이후 5시즌 통산(150경기), 경기당 평균 3점슛 지표 | |||
팀 | 3점슛 시도 | 3점슛 성공 | 3점슛 성공률 |
우리은행 | 26.63개 | 8.02개 | 30.11% |
KB스타즈 | 22.57개 | 6.65개 | 29.44% |
삼성생명 | 22.14개 | 6.20개 | 28.91% |
신한은행 | 24.03개 | 7.39개 | 30.74% |
BNK | 20.82개 | 5.97개 | 28.66% |
하나은행 | 21.27개 | 5.76개 | 27.08% |
▲ 우리은행 최근 5시즌의 3점슛 비중 변화 | ||||
시즌 | 경기당 3점슛 시도 | 경기당 2점슛 시도 | 야투에서 3점슛 비율 | 3점슛 성공률 |
2020-21 | 25.50개 | 39.07개 | 39.49% | 29.28% |
2021-22 | 26.43개 | 38.47개 | 40.73% | 31.40% |
2022-23 | 26.30개 | 39.07개 | 40.23% | 34.09% |
2023-24 | 28.17개 | 37.57개 | 42.85% | 29.82% |
2024-25 | 26.77개 | 35.63개 | 42.90% | 26.03% |
최근 5년의 변화를 보면 2020-21시즌이 우리은행의 3점슛 시도(25.5개)가 가장 적었던 시즌이다. 하지만 이미 이 시즌에도 우리은행의 3점슛 시도는 리그 1위였다. 2019-20시즌에도 리그에서 두번째로 3점슛 시도가 많은 팀이었지만, 당시에는 경기당 21.41개를 시도해, 리그 평균(20.73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가 중단된 2020-21시즌에는 리그 평균과 3개의 차이를 보였고, 매 시즌 3점슛의 비중이 높아졌다. 2021-22시즌 이후로는 전체 야투 시도에서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지난 시즌에는 거의 43%에 육박했다. 리그 평균보다 5% 이상 높다. 전반적으로 외곽 농구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지만, 3점슛이 전체 야투에서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팀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공격의 주요 루트가 외곽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확도다. 2024-25시즌 우리은행의 3점슛 성공률은 26.03%로 리그 5위였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2023-24시즌까지 12년 동안 평균 3점슛 성공률이 31.5%로 리그 1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당혹스러운 수치다. 직전 4시즌의 평균도 31.1%였다. 3점슛 정확도 하락은 기존의 주축 선수 이탈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주포의 무게감이 줄어들었다. 이전 시즌 우리은행에는 나윤정(KB),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박지현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김정은(하나은행), 김소니아(BNK)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3점슛 성공률도 높은 선수들이고, 설령 야투가 잘 듣지 않을 때에도 외곽에 버려둘 수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팀을 떠나면서 외곽의 주포가 사라졌다.
▲ 시즌 별 우리은행 외곽 주포 | |
시즌 | 선수 |
2020-21 | 박혜진(53개, 48.2%) 박지현(43개, 28.9%) 김진희(29개, 19.3%) 김정은(28개, 33.7%) 김소니아(28개, 30.0%) |
2021-22 | 박혜진(49개, 35.0%) 김정은(46개, 38.3%) 김소니아(43개, 32.3%) 최이샘(35개, 32.4%) |
2022-23 | 김단비(52개, 36.9%) 박혜진(42개, 37.8%) 박지현(37개, 33.9%) 최이샘(33개, 37.9%) 나윤정(27개, 28.1%) |
2023-24 | 최이샘(48개, 30.6%) 나윤정(43개, 36.8%) 박지현(38개, 30.6%) 김단비(34개, 30.4%) 이명관(33개, 31.4%) |
2024-25 | 이명관(33개, 30.6%) 심성영(28개, 25.9%) 김단비(27개, 22.3%) 스나가와 나츠키(26개, 27.4%), 이민지(23개, 32.9%) |
우리은행은 매 시즌 30경기 기준으로 40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선수들이 꾸준히 존재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경기 당 1.1개를 성공한 이명관이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선수였다. 경기 당 1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선수가 이명관, 심성영, 이민지 등 3명인데, 이들 모두 평균 1.0개를 살짝 넘겼다.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심성영은 2014-15시즌 이후, 10시즌 만에 가장 낮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외곽에서 확실한 득점원이 없다보니 김단비에 대한 견제는 더 심해졌고, 김단비의 3점슛도 22.3%라는 저조한 수치에 머물렀다. 김단비 역시 2010-11시즌 이후, 15시즌 만에 가장 저조한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김단비의 기록에 존재하는 옥의 티다. 김단비는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도 19개의 3점슛을 시도해 단 2개를 성공(10.5%)하는데 그쳤고, 챔프전도 1-2차전에서 10개 중 1개만 성공하며, 외곽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외곽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평균 득점은 59.3점에 묶였다. 우리은행보다 득점이 적은 팀은 최하위 하나은행(55.5점) 뿐이었다. 만약 우리은행이 3점슛에서 자신들의 평균에 준하는 30% 정도의 성공률만 가져갔어도 팀 평균 득점은 62.5점까지 올라간다. 정규리그 2위이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BNK(62.7점)와 비슷한 수준이 되는 것이다.
새 시즌에 우리은행이 조금 더 원활한 농구를 하기 위해서는 외곽에서 힘을 내는 선수들이 나와줘야 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기대할 부분도 충분히 있는 선수 구성이다. 앞서 언급한 심성영은 물론, 한엄지와 박혜미도 외곽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전문 슈터처럼 외곽에서 꾸준하게 3점슛을 터뜨려줄 수는 없지만 필요할 때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확실한 3&D 자원으로 올라설 수 있는 김예진은 지난 시즌 많은 3점슛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35.4%의 성공률을 보인 만큼 외곽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들보다는 심성영이나 이명관이 외곽에서 조금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명관은 프로 통산 3점슛 성공률이 30%가 넘는만큼, 이제는 외곽에서 조금 더 득점과 확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은행이 기대할 수 있는 기대주 이민지가 있다.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지난 해 신입선수선발회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우리은행에 선발된 이민지는 데뷔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평균 15분 52초를 뛰며, 7.1점 1.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1경기에서 23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3점 야투율은 32.9%였다. 이민지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7경기에서 평균 6분 여를 뛴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열린 퓨처스리그 당시 위성우 감독은 이민지에 대해 "손이 좋고,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드라이브 인때 볼을 손에서 놓는 것과 슛을 던질 때의 손 터치가 좋다고 칭찬한 위성우 감독은 "일정 부분 타고나야 하는 건데, 그런 부분에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또한 "가끔씩 보면 아주 대담한 플레이를 할 때가 있다. 배포가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민지에 대해 후반기에는 확실히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퓨처스리그 3경기를 모두 교체없이 뛰며 26.7점 9.3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한 이민지는 3점슛도 26개 중 11개를 성공(42.3%)했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14경기에 출전해 평균 20분 이상을 뛰었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경기당 8.7점 2.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경기 당 1.4개의 3점슛을 33.9%의 확률로 성공했다. 특히 5라운드에는 5경기 모두 10+득점을 올리며 평균 12.8점을 올렸고, 44.8%의 3점슛 정확도를 자랑했다.이민지의 활약이 더해지며, 우리은행은 5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쳤고, 이러한 이민지의 활약은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위를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아직 19살의 루키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미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유승희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선수다. 큰 부상으로 최근 2년 간 단 2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기에, 일단은 가장 좋은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승희가 정상적으로 회복한다면 외곽은 물론 2-3번 활용에서도 조금 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김단비에게 휴식을...
김단비가 북치고 장구쳐야 하는 것이 우리은행의 숙명이지만, 반대로 그런 김단비에게 적절한 휴식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김단비는 2023-24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익히 잘 알려진 자신의 지배력 이상의 투혼과 집중력을 보여줬다. 체력적인 어려움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대5의 싸움을 펼치기도 했고, 챔프전에서는 '난공불락' 박지수를 상대했으며 우승으로 시리즈를 마쳤다. '김단비는 지치지 않는다'는 놀라운 그림을 만들었다.
그러나 2024-25시즌은 달랐다. 정규리그를 잘 버텼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계가 보였다. 김단비도 지쳤다. 확실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KB와의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진행됐다. 챔프전에서는 박혜진과 이소희가 정상적으로 복귀한 BNK를 극복하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도 20(득점)-12(리바운드)에 준하는 활약을 펼쳤지만, 직전 시즌의 지배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전체적으로 우리은행은 효율적인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했고, 주력 자원들의 일대일 매치업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 BNK에게 패했다. 1년 사이에 김단비가 노쇄한 것은 아니다. 김단비는 여전히 견고했지만, 그를 도울 수 있는 조력자들에게 한계가 있었다. 이명관과 한엄지가 분전하고, 시즌 후반에는 신인 이민지가 힘을 보탰지만, 박지현-박혜진-최이샘이 버티던 이전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김단비는 정규리그에서도 평균 35분 55초를 뛰었다. 전체 2위다. 직전 시즌과 큰 차이는 없지만 코트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에이스급 선수들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코트에서도 스스로 체력을 관리한다. 이 선수가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 발생하는 위압감과 지배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에이스가 코트에서 자기 호흡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동료들이 마련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이 부분에서 역부족이었다. 볼을 갖고 넘어오는 것은 물론 포스트 플레이와 배급, 야투 등 공격 전 부분과 수비까지 모든 면에서 김단비가 리더였고, 김단비가 빠지면 약점이 크게 나타났다. 김단비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따라서 김단비의 역할에 대한 확실한 조력자는 있어야 한다.
앞선에서는 세키 나나미와 오니즈카 아야노가 번갈아 가며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사실,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확신의 범주에 두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외곽과 야투를 주무기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아직 젊은 선수들이기에, 이번 시즌에 상당한 발전을 이룰 가능성도 있지만, W리그에서의 활약을 보면 야투에 확실한 강점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두 선수 모두 3점슛 성공률이 27% 정도인데, 시도 자체도 많지 않았다. 경기당 1~2개를 던지는 수준이었다. 자유투 성공률도 두 선수 모두 좋은 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야투에 장점이 있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앞선에서 볼을 끌고 와서 배급하고, 찬스가 났을 때 슛을 시도하는 부분과 수비에서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 지난 시즌 나츠키와 모모나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데, 그보다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에도 아시아 쿼터 선수 2명을 모두 유기적으로 활용한 유일한 팀이었던만큼, 이번 시즌에도 같은 노하우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이민지의 성장과 유승희의 회복이 이어진다면 가드진의 운영은 지난 시즌보다 나을 것으로 보인다. 2024-25 시즌의 우리은행은 새롭게 구성된 선수들이 많은 상황이라 전체적인 과도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팀에 대한 적응도가 높아진만큼, 기존의 멤버들이 지난 시즌보다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베테랑이 된 심성영이 가드 라인에서는 맏언니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또한, 이번 시즌 영입한 강계리도 코트에서 악착같고 부지런한 움직임이 장점인만큼, 우리은행이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차피 포지션 파괴의 농구를 해야 하는 팀이라 포지션 밸런스를 따지는 게 큰 의미는 없지만, 가드진이 안정되면 이명관과 김예진이 3번 역할을 하면서 김단비의 백코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한엄지의 회복과 변하정의 성장 여부에 따라 김단비의 인사이드 부담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다. 김단비를 비롯해 한엄지, 변하정, 박혜미 모두 내외곽을 오갈 수 있는 자원들이고, 이명관과 유승희는 가드와 포워드를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조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다.
결론
그렇게 다 따져서, 돌고 돌아 다시 김단비다. KB의 강력한 스쿼드의 우승 시나리오가 박지수 없이는 조합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은행 역시 다양한 경우의 수와 성장 및 회복의 희망적 전망이 김단비라는 중심축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청사진이다. 과거의 우리은행은 특정 자원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채워낼 수 있는 슈퍼팀이었지만, 지금은 김단비가 빠지면 심장이 멈추는 팀이다. 모든 강점이 김단비 없이 따로 존재한다기 보다, 김단비가 가장 편안하고 확실하게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최적화되는 것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누군가가 박혜진, 박지현처럼 김단비 없는 곳에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내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시즌은 그러한 작업이 새롭게 맞춰지는 기간이었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지 않았지만, 다른 경쟁자들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었기에 큰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오랫동안 이어온 수비 DNA를 이식하면서 시즌을 치렀고, 마지막 순위 싸움에서는 오랫동안 정상을 지켰던 팀 답게 뒷심을 발휘했다. '강팀'이라는 이름표를 코트에 먼저 던져놓고,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법을 가장 잘 아는 팀이다. 이번 시즌에는 김단비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김단비 중심의 최적화를 제대로 이루는 '단비은행 시즌2'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외곽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3점슛 자체의 힘을 가져가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수비를 최대한 끌어내야 안쪽을 파고드는 김단비의 공격을 더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모로 우리은행에게는 시한부 같은 시즌의 연속이다. 여전히 금강불괴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김단비도 이제 35세. 언제까지 혼자 짐을 짊어질 수는 없다. 지난 시즌의 지배력을 볼 때, 적어도 2-3년은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단비가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을 때, 다음 세대를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이 준비되어야 한다. 선수의 절반이 바뀐 2024-25시즌이었지만, 리빌딩이라기보다는 과도기로 보였다. 확실하게 중심축을 내려잡을 수 있는 젊은 자원들이 대거 드러나지는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FA를 포함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고민이 될 것으로 보였던 지난 시즌의 위기도 극복하고 1위로 마무리한 저력의 팀이기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2012-13시즌 이후 진행된 13년과는 다른 행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분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왔던 팀이기에, 이번에도 뭔가 생각지 못한 묘수를 꺼내들거나 결과를 도모할 수도 있을 거라는 미묘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역시, 무형의 힘을 가장 강하게 갖고 있는 팀이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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