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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2025-26 선수 구성 (4) 삼성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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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17승 13패 / 3위) 

 

삼성생명은 단순하게 임근배 전 감독의 부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전의 삼성생명은 무조건 정상에 도전하는 팀이었다. 농구대잔치 시절의 동방생명을 이어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명문'이라는 자부심이 충만했고, WKBL 출범 시기에도 최고의 선수들로 진용을 갖췄다. 결과 여부를 떠나 항상 정상 도전이 목표였고, WKBL 초기에는 정은순-유영주, 이 후에는 이미선-변연하-박정은, 특급 외국인 선수 시절에는 얀 바우터스와 로렌 잭슨 등 화려한 선수들이 명맥을 이었다. WKBL 출범 시기, 신세계와 더불어 여름리그와 겨울리그를 주고받으며, 4년 동안 7번의 대회에서 4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2006여름리그에서 5년만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단일리그에서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전통을 잇기 위한 정상 도전이 계속됐지만, 최강자로 군림한 신한은행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항상 '타도 신한은행'의 선봉에 섰지만, 어느 순간 만년 2인자에 익숙해졌다. 2012-13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무너뜨리며 드디어 '레알 신한은행'의 깃발을 왕좌에서 끌어내렸지만, 자신들의 이름을 정상에 새기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에게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위세를 그대로 이어간 우리은행의 전성기에 내내 눌려있었다. 수없이 실패한 끝에 2018-19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저격하며, 신한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도 저지하는 주인공이 됐지만, 이번에도 왕좌는 삼성생명의 것이 아니었다. KB에게 완패를 당했다. 왕조 종결자였지만,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꾸준한 퀸 메이커였다.

 

삼성생명은 2015년, 임근배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남자 농구에서 15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던 임근배 감독의 첫 여자 농구 경험이자, 첫 감독 데뷔였다.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했다. 대개의 남자 지도자들이 그렇듯, 임근배 감독도 여자 농구에 대해 특별한 차이를 두지 않았다. 부임 초, 그는 "농구는 어디서나 똑같다. 다만, 남자농구보다 속도가 느리다. 빠르게 하겠다고 분주한데, 그게 그냥 정상 속도다. 지금 하는 농구는 성급한 농구다. 충분히 보고 줘도 되는데, 서두르니까 실수를 한다. 2-3배 느린 세상에 적응 중이다"라고 소회를 밝혔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을 9시즌 동안 이끌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남자 농구 가르치는 게 훨씬 쉽지. 남자 농구는 잘 하는 애들 모아서, 그냥 농구만 잘 가르치면 돼. 그런데 여자 농구는 달라. 그건 당연히 해야 하고, 좋은 선배이자, 좋은 선생이자, 때로는 좋은 아버지도 되어야 해. 프로가 되면서 연봉 차이가 나니까 남자 쪽으로 많이 몰렸지만, 예전에는 능력있는 지도자들의 1순위는 여자 농구였어. 훨씬 더 어렵거든"이라고 했던 신동파 선생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모든 팀들이 '타도 우리은행'을 내걸고, 많은 팀들이 '우리은행 같은 농구'를 표방했지만, 임근배 감독은 시간이 흐르면서 본인만의 마이 웨이를 확실하게 걸었다. 냉정하게 삼성생명의 전력이 우리은행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지했다. 되든 안되든, 당장 성적에 덤벼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여자농구에서 가장 착실하게 준비하고 도모하는 팀이 됐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 삼성생명은 꾸준하게 선수층을 두텁게 쌓아갔다. 자신들도 예상치 못했던 '언더독의 반란'에 성공하고 14년 만의 챔프전 정상에 올랐던 삼성생명은 챔프전 MVP였던 김한별을 이적 시장에 내보내며 다시 한 번 리빌딩에 돌입했다. 뜻밖의 우승은 대단한 성과였지만, 5할에도 미치지 못한 역대 정규리그 최저 승률 우승팀이었기에 객관적인 전력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져갈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과정에서 동포 선수인 키아나 스미스도 품었다.

 

지난 시즌은 9년의 임근배 체제를 마치고 하상윤 감독 체제로 새롭게 시작했다.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삼성생명은 이후 빠르게 전력을 정돈했고, 3강 싸움에 뛰어들었다.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BNK에게 패하며, 시즌을 끝냈다.

 

포지션 선수
가드 윤예빈(28, 180cm) 이주연(27, 171cm) 조수아(22, 170cm) 키아나 스미스(26, 178cm)
하마니시 나나미(27, 168cm)
포워드 강유림(28, 175cm) 김단비(33, 175cm) 김아름(31, 174cm) 유하은(19, 178cm) 이예나(20, 179cm)
이해란(22, 182cm) 임규리(22, 183cm) 최예슬(19, 180cm)
센터 방지온(22, 183cm) 배혜윤(36, 183cm) 가와무라 미유키(31, 185cm)

 

 

 

 

KB의 대항마

정상적으로 KB를 제어할 수 있는 팀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선수 구성면에서 보자면 가장 안정적인 전력으로 맞설 수 있는 팀이 삼성생명이다. KB를 견제하며, 정규리그 2위 싸움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전력을 갖춘 팀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가드-포워드-센터의 포지션 밸런스를 유지한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였다. 몇몇 선수의 이탈이 있지만 핵심 전력의 누수는 없다. 오히려 부상 선수의 복귀, 젊은 자원들의 성장, 아시아 쿼터의 합류 등을 고려하면,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삼성생명 특유의 기복을 줄이고, 꾸준함과 집중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은 3강 3약 구도의 시즌이었다. 삼성생명은 개막 4연패로 어렵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바로 7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여전히 상위권에 있었던 우리은행은 핵심 전력의 대거 이탈로 예년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고, 가장 힘을 내던 BNK는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박혜진과 이소희가 장기간 결장하며 위기를 맞았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스쿼드를 구성한 삼성생명은 포지션 밸런스와 더불어, 가용인원이 많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과 같은 구조에서는 장기 레이스에서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삼성생명은 1월 25일, 청주 원정에서 KB를 75-72로 이기면서 3연승을 달렸다. 10경기 7승 3패의 가파른 상승세 속에, 공동 1위였던 우리은행-BNK와의 차이를 0.5경기차로 좁혔다. 이 세 팀의 레이스에서 가장 우위를 보이는 쪽은 오히려 삼성생명이었다. 마땅한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BNK와 달리 삼성생명은 확실한 센터가 있었고, 가용 인원도 많았다. 다음 상대가 우리은행이었는데, 3연승 이후 5일 간의 휴식까지 이어져 일정도 유리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만난 우리은행에게 패했다. 키아나 스미스가 부상을 당하는 불운도 있었다. 하지만 1쿼터 리드를 잡았던 삼성생명은 키아나가 부상을 당하기 전, 이미 역전을 당했고 경기 흐름도 우리은행에게 넘겨준 상황이었다. 우리은행에게 패한 후에는 최하위 하나은행과의 백투백 경기가 있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이 두 경기도 모조리 내주고 만다. 다음 우리은행 전까지 4연패를 당한 삼성생명은 자연스럽게 선두 다툼에서 밀려났다. 키아나 스미스의 부상이 직접적인 요소가 됐지만,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팀 자체의 흐름을 반성할 필요도 있다. 

 

▲ 단일리그 이후 삼성생명의 정규리그 성적
시즌 순위 PO 비고
2007겨울 3위 준우승 1위와 4경기, 2위와 1경기 차 / 4위와 5경기 차
2007-08 2위 준우승 1위와 7경기 차 / 3위 금호생명과 성적 동률 - 4위와 11경기 차
2008-09 2위 준우승 1위와 14경기 차 / 3위와 2경기 차
2009-10 2위 준우승 1위와 7경기 차 / 3위와 2경기 차
2010-11 2위 4강 1위와 6경기 차 / 3위와 5경기 차
2011-12 4위 4강 1위와 8경기, 3위와 2경기 차 / 5위와 5경기 차
2012-13 3위 준우승 1-2위가 동률, 8경기 차 / 4위와 2경기 차
2013-14 4위 탈락 1위와 8경기, 3위와 3경기 차 / 5위와 3경기 차
2014-15 4위 탈락 1위와 14경기, 3위와 6경기 차 / 5위와 1경기 차
2015-16 4위 탈락 1위와 10경기, 3위와 1경기 차 / 5위와 5경기 차
2016-17 2위 준우승 1위와 15경기 차 / 3위와 4경기 차
2017-18 4위 탈락 1위와 13경기, 3위와 1경기 차 / 5위와 4경기 차
2018-19 3위 준우승 1위와 9경기, 2위와 3경기 차 / 4위와 6경기 차
2019-20 6위 미개최 1위와 12경기, 5위와 1경기 차
2020-21 4위 우승 1위와 8경기, 3위와 3경기 차 / 5위와 3경기 차
2021-22 5위 탈락 1위와 14경기, 4위와 1경기 차 / 6위와 6경기 차
2022-23 3위 4강 1위와 9경기, 2위와 1경기 차 / 4위 신한은행과 성적 동률 - 5위와 6경기 차
2023-24 3위 4강 1위와 11경기, 2위와 7경기 차 / 4위와 6경기 차
2024-25 3위 4강 1위와 4경기, 2위와 2경기 차 / 4위와 5경기 차

 

 

삼성생명은 2007겨울리그 이후 19차례의 리그를 치르는 동안 선두 경쟁을 펼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통의 강호'라는 이름을 달았고, 리그 2위도 5번 차지했지만 선두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1위와 한참 떨어진 상황에서의 2위였다. 2006 여름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던 것이 정규리그 1위 싸움의 마지막이었으며, 정규리그 우승은 2004 겨울리그가 마지막이었다. 약 20년 동안 선두 경쟁에서 멀어진 것이다. 오히려 플레이오프 진출을 걸고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펼친 적은 있지만(2015-16, 2017-18, 2021-22),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최근으로 올수록 삼성생명의 순위는 '육지 속의 섬'과 같다. 바로 윗 순위 팀은 물론 바로 아랫 순위 팀과도 승차가 크다. 순위가 일찍 결정됐다는 뜻이다. 시즌 마지막의 치열한 순위 전쟁에서 마치 중립국처럼 편안한 마무리를 했다. 양강이었던 우리은행과 KB가 치열하게 1위를 놓고 싸우는 동안, 그 아래에 머물며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준비에 나선 적도 많다. 2020-21시즌, 4할 대의 승률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과 KB를 연파하고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과 KB가 최종전까지 1경기 차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인 반면, 마지막 라운드 전체가 휴식기나 마찬가지였던 삼성생명의 시즌 운영이 가져온 결과라는 시선도 있었다. 물론,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안배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음에도 나온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 설명했다.

 

정규리그 말미에 경쟁권 사이에서 혼자 부유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삼성생명의 정규리그 집중력은 항상 시즌 막판에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반복됐다. 이것도 습관이 된다. 지난 시즌도 키아나의 부상이 큰 타격이었지만, 하나은행과의 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선두 경쟁에 사표를 던진 것은, 팀이 갖고 있는 원천적인 집중력과 뒷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상 선수 관리

삼성생명은 오랫동안 많은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팀이었다. 여러 장점이 있었지만, 가장 많이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삼성생명의 숙소인 삼성생명 휴먼센터에 자리잡은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였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선수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STC는 국내 최고의 선진 스포츠 시설로 각광을 받았다. 선수들의 몸 상태 관리를 과학적으로 할 수 있고, 부상 관리도 그 어느 팀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삼성에게 있었고, 많은 선수들에게 선망과 기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몇 년 째 선수들의 부상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러 다치는 선수도 없을 것이며, 돌발적이고 불운한 경우가 많기에 빈도 자체로 문제를 삼을 수는 없지만, 삼성생명은 매 시즌 부상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2023-24시즌 중에도 한 번 언급한 적 있는데, 삼성생명에는 유독 무릎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다. 그 당시 기준으로 5년을 살펴보면, 윤예빈, 조수아, 이해란, 키아나 스미스, 배혜윤, 이주연, 박혜미(이적), 김한비(은퇴), 김나연(은퇴), 임규리, 김한별(이적), 김민정(은퇴), 박하나(은퇴) 등이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 있다. 훈련 중 부상을 당한 선수들도 있지만, 경기 중 불의의 충돌이나, 국가대표에 나가서 다친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삼성생명에서 전염병처럼 이어진 무릎 부상의 연쇄는 팀 전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장점을 갖췄지만, 주력 선수들의 결장으로 최강 스쿼드는 차츰 '전설의 1군'이 되어 갔다. 가장 기대하는 전력이 구성되지 않았다. 

 

부상 문제는 지난 시즌에도 있었다. 특히 가드 포지션에 집중됐다. 큰 수술을 여러차례 받은 윤예빈은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해 8경기 평균 4분 35초 출전에 그쳤고, 이주연은 평균 22분 47초를 뛰었지만, 20경기를 결장했다. 윤예빈과 이주연은 삼성생명이 1라운드에서 지명한 후, 장기적으로 팀의 가드진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던 선수들이다.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를 잡아가던 키아나 스미스도 시즌 막판 7경기에 결장했다. FA 시장에서 신이슬을 내보낸 삼성생명으로서는 조수아에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아시아 쿼터로 선발한 히라노 미츠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선수들의 부상 관리는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아무리 선수층이 두터워도 주력 선수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러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주장인 배혜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으며, 비시즌부터 꾸준한 재활을 하며 시즌을 치르는 선수다. 게다가 이제는 36세의 노장이다. 팀의 새로운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키아나는 지난 3년 간 시즌을 개근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매 시즌 부상에 시달렸고, 3시즌 동안 29경기에 결장했다. 전체 경기의 32%를 부상으로 결장했다는 것은 선수는 물론, 팀에도 큰 손실이다. 2016-17시즌에 데뷔해 WKBL에서 9시즌을 보낸 이주연도 전 경기 출전을 기록했던 시즌이 한 번도 없다. 최근 3시즌, 40경기에 결장했다. 십자인대 파열로 큰 수술을 여러번 한 윤예빈은 말할 것도 없다. 장기적이고 다발적인 부상은 결국 선수의 경기력으로 연결된다. 

 

▲ 주요 가드 자원들의 지난 3시즌 경기 출전 비율
선수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경기 시간 경기 시간
윤예빈 12/90, 13.3% 80:10, 2.2% 3/11, 27.3% 3:23, 0.8%
이주연 50/90, 55.6% 1211:43, 33.7% 9/11, 81.8% 179:26, 40.8%
키아나 스미스 61/90, 67.8% 1599:09, 44.4% 9/11, 81.8% 245:53, 55.9%

 

 

 

 

안정감을 더해 줄 아시아 쿼터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아시아 쿼터로 히라노 미츠키를 선발했다. 1라운드 4순위로 미츠키를 선택했고, 2라운드에는 아무도 지명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앞서 언급했듯 미츠키는 기량 면에서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당초 삼성생명은 가드진 운영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예빈의 회복에도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고, 이주연-조수아-키아나가 확실하게 가드진을 채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랬기에 FA 시장에서 굳이 신이슬을 잡지 않았다. 미츠키 역시 주력 가드로서의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백업으로 나서며 주요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벌어주는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할 예정이었으며, 파이팅이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팀에 부족한 요소인 투지를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주전급 가드들의 부상으로 미츠키의 기량은 더 큰 아쉬움이 됐다. 후순위에 선발된 나가타 모에(KB)나 미야사카 모모나, 스나카와 나츠키(이상 우리은행)와 비교해도 아쉬운 결과였다.

 

이번에는 작년보다 기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1라운드 5순위로 가와무라 미유키, 2라운드 7순위로 하마니시 나나미를 선택했다. 미유키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상당히 상위 픽이 예상됐던 선수다. 이번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 지원한 선수 중 최장신이며 둘 밖에 없는 센터 자원이었다. 2013년 일본 W리그에 입성했고, 샹송, 도요타, 도요타보쇼쿠를 거치며, 성인 무대에서 12시즌을 활약했다. 프로 통산 256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빅맨으로 지난 시즌 한일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바 있다.

 

미유키가 5순위까지 밀린 것은 삼성생명에게 행운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그만큼 미유키의 상태가 커리어에 어울리는 상태는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트라이 아웃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일시적인 컨디션 문제였다면 삼성생명에게는 무척 다행이다. 다만, 구단마다 주요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확실할 수 있는 일본 루트가 존재하고, 일부 팀들은 일본인 코치도 있는데 미유키를 외면했다는 것은 이유가 있는 선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인 코치도 있고 센터도 필요했던 신한은행이 미유키보다 상대적으로 커리어에서 밀리는 미마 루이를 선발했다는 점에서 미유키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박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아시아 쿼터 선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아시아 쿼터로 선발하는 센터가 적어도 지난 시즌의 타니무라 리카 정도의 활약(평균 30분 출전 13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을 펼쳐줘야 하는 팀이지만 삼성생명은 다르다. 부상 변수가 크게 작동하지 않는 한, 국내 선수들이 폭넓게 가용될 수 있어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배혜윤이 여전히 건재한만큼, 미유키가 배혜윤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 정도만 해줘도 삼성생명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물론 그 이상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미유키 스스로도 컨디션 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삼성생명이나 KB가 가장 부담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는 팀이였을 것이다. 다만, 센터가 절실했던 신한은행이 자신을 외면하고 미마 루이를 선택했다는 점은 미유키에게 분명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미유키가 어떤 활약을 펼칠 지가 기대된다.

 

2라운드에 선발한 하마니시 나나미 역시 백업 자원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W리그 2부에 속해 있는 야마나시 퀸 비즈에서 4시즌을 뛰었는데 대부분 백업으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 출전했는데 이중 선발 출전은 6회, 평균 출전 시간은 12분 남짓이었다. 1-2번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지만 득점력이나 리딩 모두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커리어는 아니다. 삼성생명으로서는 기존 선수들이 가드진을 이끄는 가운데, 1-2번 자리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버텨줄 수 있는 자원으로 하마니시 나나미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론

지난 시즌의 전력도 괜찮았는데, 전체적인 구성 면에서는 작년보다 더 좋다. 부상 변수만 없으면 리그 상위권에서도 충분히 더 나은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 선두 경쟁에서 잡지 못했던 BNK-우리은행과의 경쟁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순위 싸움에서 KB를 가장 견제할 수 있는 팀이기는 하지만, KB와의 맞대결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팀의 기둥인 배혜윤이 박지수와의 매치업에서는 경쟁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KB와의 경기에서는 무력화되고 약점이 된다. 미유키 역시 박지수를 극복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전력이 가동된다고 하면 '포스트 배혜윤 시대'를 준비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KB에 박지수의 역할 대체자가 없는 것처럼, 삼성생명도 배혜윤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할 선수는 없었다. 이미 임근배 전 감독 시절부터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다른 형태의 농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농구를 하기보다는 배혜윤이 없는 시간을 버티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시즌 배혜윤의 평균 출전시간은 30분 13초. 여전히 출전 시간이 많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2016-17시즌 이후 8년 만에 전 경기에 출전했다. 활용할 수 있는 우위의 상황은 충분히 활용해야겠지만, 배혜윤이 36살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유키의 영입으로 배혜윤이 없는 시간도 배혜윤이 있을 때와 유사한 형태를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강한 압박에 강점이 있는 앞선과 달릴 줄 아는 젊은 선수들을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해란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두 시즌 연속 13점-7리바운드 정도의 기록을 유지했다. 조금 더 공격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득점은 키아나-이해란-배혜윤이 거의 균등하게 가져갔다. 무게 중심이 조금 더 키아나와 이해란 쪽으로 옮겨질 필요가 있다. 키아나는 지난 시즌 13.0점 3.2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3점슛이다. 3시즌 통산 35.6%의 성공률을 기록 중인데, 지난 두 시즌은 평균 37.9%다. 2년 연속 3점 야투상을 거머쥐었다. 다만 경기당 1.75개를 성공하고 있는데, 3점슛의 시도를 더 늘릴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WKBL의 3점슛은 강이슬과 키아나가 양분하고 있다. 지난 두 시즌, 강이슬은 경기당 2.3개의 3점슛을 성공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의 전력이 정상화가 된 만큼, 다음 시즌은 강이슬이 더욱 자신의 장점에 집중할 수 있는 시즌이다. 강이슬은 과거 4차례나 3득점상과 3점 야투상을 동시 수상한 바 있다. 2017-18시즌에는 무려 101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41.06%의 정확도를 자랑했고, 2021-22시즌에는 90개를 성공하며 42.86%를 기록했다. 키아나도 이제 WKBL 4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강이슬이 기록했던 고지에 이르는 모습이 나올 때가 됐다. 

 

삼성생명은 이주연-키아나 스미스-강유림-이해란-배혜윤으로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포워드에 김단비와 김아름이 힘을 보탤 수 있고, 빅맨 미유키도 있다. 윤예빈의 회복을 기대하는 가운데, 지난 시즌 전 경기를 책임 진 조수아도 주요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마니시 나나미의 활용 여부를 미지의 영역에 두고, 지난 시즌 많은 경기에 선보였던 최예슬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제외해도, 확실히 운영의 폭이 넓은 스쿼드다.

 

다만 강한 승부욕으로 분위기를 끌고가는 투지를 발휘하는 선수가 핵심 라인업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성적에 비해 단기전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치는 선수'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타짜들의 시대를 보낸 후, 김한별, 박하나, 김보미 등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독한 선수들이 엄청난 승부욕을 보여줬다. 하지만 2020-21시즌의 우승 이후, 삼성생명에서는 이런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없다. 팀의 에이스 롤을 이어받고 있는 키아나와 이해란도 이런 유형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질 때 지더라도 곱게 물러가지 않겠다는 투지와 승부욕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강팀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다. 삼성생명이 상위권 경쟁을 해야하는 팀들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우리은행에는 김단비가 있고, BNK는 박혜진과 김소니아가 그런 선수들이다. KB도 박지수, 강이슬은 물론 어린 축에 속하는 허예은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선수들은 너무 착하기만 하다'는 지적이 팀 내에서 몇년째 반복되는 것은 작지 않은 문제다. 코트에서는 때에 따라 못된 선수가 나와야만 한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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