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산 BNK 썸 (19승 11패/ 2위 - 챔프전 우승)
2019년 공식 창단해 2019-20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BNK지만, 전신이었던 금호생명(KDB생명)-연맹 위탁팀(OK저축은행) 시절부터 포함해서 서사를 살펴보면, 짠내가 많이 묻어나는 팀이다. BNK의 전신인 금호생명은 2000년에 창단, 2000여름리그부터 WKBL에 참가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13개 실업 구단으로 운영되던 여자농구는 1997년 IMF 사태를 시작으로 프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수한 팀들이 해체하면서 5개 팀으로 줄어들었다. 국민은행, 삼성생명, 신세계, 한빛은행, 현대 등 5개 구단으로 시작된 WKBL은 그나마 2000년 금호생명이 창단하면서 지금의 6개 구단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호생명의 출발이 마냥 희망차지는 않았다. 창단 후 3연패로 시작한 금호생명은 4번째 경기에서 한빛은행을 77-67로 이기며 창단 후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나 내리 16연패를 당하며, 리그를 1승 19패로 마쳤다. 당연히 꼴찌였다. 승률 5푼. 영원히 깨지기 힘든 슬픈 기록이다. 하지만 신생팀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어진 겨울리그(10경기)에서도 금호생명은 단 1승에 그쳤다. 이것도 개막 9연패 이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국민은행을 74-71로 이기면서 가까스로 거둔 1승이었다. 창단 두 시즌만에 금호생명이 당한 25연패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금호생명은 2001여름리그(5승 20패), 2002겨울리그(8승 17패), 2002여름리그(3승 12패), 2003겨울리그(7승 13패), 2003여름리그(2승 18패)까지 계속 최하위에 머물며, 창단 후 7회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워낙 약한 선수층을 보완하기 위해 금호생명에는 외국인 선수를 다른 팀보다 1명 더 쓰게 하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지만 탈꼴찌는 요원했다.
그러나 2003년과 2004년, 신인왕을 수상한 곽주영과 정미란을 연이어 1순위로 지명했고, FA 시장에서 김지윤과 이언주를 영입하며 전력이 달라졌다. 디아나 잭슨과 태미 셔튼브라운이 활약하며 1명 많은 외국인 선수의 효과도 확실히 누렸다. 2004겨울리그에서 11승 9패로 3위를 차지했고,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국민은행을 2승 1패로 제압했다. 그리고 챔프전에서 1위 삼성생명에게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3연승을 달리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금호생명은 우승 후 외국인 선수를 다른 팀과 똑같이 1명만 보유하게 됐지만, 국내 선수 영입에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이어진 2005겨울리그에서도 정규리그 2위(11승 9패)를 차지하며 만년 꼴찌의 굴욕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졌고, 2006여름리그와 2007겨울리그에서는 최하위로 내려 앉았다.
지지부진했던 성적은 KDB생명으로 팀명을 바꿀 무렵부터 반등을 마련했다. 이경은-한채진-김보미-조은주-신정자 등이 중심을 잡으면서 경쟁력을 높였고, 대표팀 차출과 부상으로 가용인원이 5명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도 위기를 극복했다. 팀 역사 전체를 놓고 봤을때, 가장 다이내믹하고 꾸준한 경쟁력을 유지했던 시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기는 하필 '레알 신한은행'의 시대였다. KDB생명은 기존의 강팀들을 밀어내고 상위권으로 도약했지만, 신한은행은 넘지 못했다. 2007년 코치로 시작해 2010년부터는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던 김영주 감독이 물러난 2012-13시즌부터는 모두가 다 아는 몰락의 역사가 시작됐다. '선수들의 면면은 나쁘지 않지만 성적은 내지 못하는 팀', '좋은 자원들을 뽑아도 성장시키지 못하는 팀', '최악의 팀 캐미'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모기업 KDB생명은 팀 운영 포기를 선언하며 팀 사기를 더욱 떨어뜨렸고, 그런 와중에 인수 기업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무능함만 노출하더니, 인수 여부와 상관없는 해체를 결정했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처지에 몰린 KDB생명은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7-18시즌을 4승 31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시즌 중 22연패를 당하며, 단일리그 최다 연패의 기록을 새로 썼다. WKBL 역대 최다 연패 기록 상위 3개(25연패, 22연패, 15연패)가 모두 KDB생명(금호생명)의 몫이다.
시즌을 마친 후, 집 없는 고아 신세가 된 선수단은 WKBL 연맹 위탁팀이 됐고, OK저축은행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으면서 최소한의 생존 여건을 갖추는데 성공했다. 힘든 상황에서 2018-19시즌을 시작한 OK저축은행은 정상일 감독의 철저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고군분투했고, 4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BNK가 팀을 인수하며 다시 정상적인 팀의 위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기까지의 서사가 짠내나는 안타까움일 뿐이지, BNK의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라는 것이다. BNK는 2019년, 연맹위탁팀을 인수하여 창단하는 것을 결정했지만, 이전까지의 역사를 승계하는 것은 거부했다. 해체 후 새롭게 창단하는 과정으로 정리됐다.(하나은행도 마찬가지. 신세계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해체 후 재창단이라, 신세계 쿨캣의 역사와 서사를 승계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한빛은행에서 사실상 명칭만 바꾼 경우라 팀이 그대로 존속됐고, 신한은행은 현대를 인수하여 그 역사를 그대로 계승했다) KDB생명이 한국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KDB금융그룹의 계열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성적만 부진했던 게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산업은행'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처참한 행태도 많이 보였기에, 자랑스럽게 승계하고 싶지 않은 팀이기는 했다. 여자농구 최초로 부산에 기틀을 잡는 BNK가 신생팀으로 입지를 쌓기에 오히려 발목 잡는 서사를 만들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KDB생명의 역사는 여기서 끝났다. 금호생명-OK저축은행 시절 포함, 19년간 26번의 리그에 참가해, 챔프전 우승 1회, 챔프전 진출 2회, 플레이오프 진출 7회가 전부였다.
▲ 범 KDB생명의 역사 | |||||
연도 | 팀명 | 경기수 | 승 | 패 | 승률 |
2000~2010 | 금호생명 | 365 | 136 | 229 | 0.373 |
2010~2018 | KDB생명 | 285 | 99 | 186 | 0.347 |
2018~2019 | OK저축은행 | 35 | 13 | 22 | 0.372 |
합계 | 685 | 248 | 437 | 0.362 |
▲ WKBL 6개 구단 통산 성적 (1998여름리그~2024-25시즌) | |||||
팀 | 경기수 | 승 | 패 | 승률 | |
BNK 썸 | 범 KDB생명 시절 | 685 | 248 | 437 | 0.362 |
BNK 시절 | 177 | 69 | 108 | 0.390 | |
합계 | 862 | 317 | 545 | 0.368 | |
KB스타즈 | 899 | 464 | 435 | 0.516 | |
삼성생명 | 898 | 492 | 406 | 0.547 | |
우리은행 | 898 | 530 | 368 | 0.590 | |
신한은행 | 현대 시절 | 191 | 106 | 85 | 0.555 |
신한은행 시절 | 708 | 411 | 297 | 0.581 | |
합계 | 899 | 517 | 382 | 0.575 | |
하나은행 | 신세계 시절 | 476 | 220 | 256 | 0.462 |
하나은행 시절 | 422 | 144 | 278 | 0.341 | |
합계 | 898 | 364 | 504 | 0.405 |
BNK 인수 후에도 이 팀의 행보는 가시밭길이었다. 새롭게 창단 후 뛰어든 2019-20시즌, BNK는 1라운드 5경기를 모조리 내주며 창단 5연패로 시즌을 시작한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다미리스 단타스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경쟁력은 떨어졌다. 재창단 과정에서 기존의 주축이었던 한채진이 팀을 떠났고,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오히려 완성도가 갖춰지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5개팀 모두에게 1승 이상을 수확했고, 리빌딩과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실패한 삼성생명의 추락 덕분에 꼴찌는 면했다. BNK는 KDB생명을 승계하지 않는 방침을 세웠지만, 선수들 자체가 결국 KDB생명에서 이어졌기에, 이전과 다른 모습을 크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코칭스태프의 노력 만으로 선수단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힘들었다. 두번째 시즌은 창단 첫 해보다 좋지 못했고 5승 25패, 최하위로 마쳤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우리은행을 상대로 단 29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충격을 안겼다. 이름과 유니폼 컬러, 연고지만 바뀐 KDB생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2021년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정은 감독은 "전력의 2/3를 갈아 엎어야 한다"며 KDB생명과의 완벽한 단절을 선언했다. 그리고 팀 문화를 바꾸기 위해 핵심 자원, 베테랑 수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첫 해에 김한별과 강아정을 데려왔고,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영입했다. 창단 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 첫 챔프전 진출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던 BNK는 2023-24시즌 6승 24패, 6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반등에 성공해, 2024-25시즌을 2위로 마치고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BNK로서는 첫 우승, 전신인 KDB생명 시절까지 포함하면 19년, 23시즌 만의 우승이다. 그리고 당시 금호생명이 꼴찌 후 정규리그 3위를 거쳐 우승을 차지한 것 처럼, BNK도 꼴찌 후 정규리그 2위를 거쳐 우승을 이뤘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BNK가 KDB생명을 승계하지 않았기에, 공식적으로는 큰 의미 없는 이야기다. 그저 '최초의 우승'으로 기록될 뿐이다.
포지션 | 선수 |
가드 | 김민아(21, 170cm) 김보현(19, 174cm) 박혜진(35, 179cm) 심수현(22, 176cm) 스나가와 나츠키(30, 162cm) 안혜지(28, 163cm) 이소희(25, 170cm) 최서연(23, 170cm) |
포워드 | 김소니아(32, 177cm) 김정은(20, 176cm) 나카자와 리나(24, 178cm) 박다원(20, 179cm) 변소정(22, 180cm) |
센터 | 김도연(20, 187cm) 박성진(21, 185cm) 최민주(22, 180cm) |
비시즌 위기의 극복과 기회
박정은 감독 부임 후, BNK는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과 챔프전 진출을 순차적으로 이루어냈다. 하지만 세번째 시즌이었던 2023-24시즌은 달랐다. 개막전에서 전년도 챔피언십 시리즈 리턴매치를 펼쳐 아쉽게 우리은행에게 패한 BNK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연파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에게 패했고, 이 경기에서 김한별이 큰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이후 3연패. 2라운드 삼성생명 전에서 안혜지가 스틸에 이은 역전 레이업으로 연패를 끊었지만, 다음 신한은행 전부터 다시 패배가 이어졌다. 김한별이 복귀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고 5연패. 그리고 다시 13연패. 프론트 내부의 문제까지 터지며 팀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팀의 젊은 트로이카 안혜지-이소희-진안은 베테랑 김한별이 부상으로 빠진 뒤, 주축으로서의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37세의 노장이자 고질적인 부상을 달고 있는 김한별에게만 의존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후에도 불안감은 계속됐다. 대어들이 쏟아지는 FA 시장이 열리는데, BNK는 농구 실무를 담당했던 기존의 사무국장이 프론트 내홍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구단 사무국에 여자 농구를 제대로 이해하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BNK 트로이카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던 진안을 FA 시장 초기에 뺏겼다. 하지만 프론트의 공백을 박정은 감독이 직접 메우면서 조각이 맞춰졌다. 진안을 내준 BNK는 또 다른 대어였던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모두 잡았다. 진안을 지키지 못했지만, 예년의 다른 최대어들과 달리 진안이 일찌감치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BNK로서도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후 보상선수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한엄지를 잃었지만, 변소정을 영입하며 FA 시장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정은 감독이 전력의 2/3 교체를 주장할 때, "적어도 한 번은 FA 시장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전임 사무국장의 바람은 그가 떠난 후에 이루어졌다.
▲ BNK 선수단 변화 | |
박정은 감독 부임 직전 (2020-21시즌) |
구슬, 고세림, 김선희, 김시온, 김지은, 김진영, 김현아, 김희진, 나금비, 노현지, 문지영, 박찬양, 안혜지, 이소희, 이주영, 조세영, 진안 |
2021-22시즌 (17명 중 11명 잔류) |
강아정, 고세림, 김선희, 김시온, 김지은, 김진영, 김한별, 김희진, 노현지, 문지영, 안혜지, 이사빈, 이소희, 이주하, 진안, 최민주 |
2022-23시즌 (17명 중 7명 잔류) |
고세림, 김민아, 김시온, 김지은, 김한별, 문지영, 박경림, 박성진, 박인아, 안혜지, 이사빈, 이소희, 이주하, 진안, 최민주, 한엄지 |
2023-24시즌 (17명 중 6명 잔류) |
고세림, 김민아, 김정은, 김지은, 김한별, 문지영, 박경림, 박다원, 박다정, 박성진, 심수현, 안혜지, 이소희, 진안, 최민주, 최서연, 한엄지 |
2024-25시즌 (17명 중 2명 잔류) |
김도연, 김민아, 김보현, 김소니아, 김정은, 박경림, 박다원, 박성진, 박혜진, 변소정, 심수현, 안혜지, 이소희, 이이지마 사키, 최민주, 최서현 |
박정은 감독은 부임 4년 만에 선수단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자신이 부임하기 직전인 2020-21시즌에 뛰었던 선수 중 2024-25시즌 개막 당시 남아있던 선수는 안혜지와 이소희 뿐이었다. 본인이 말했던 2/3가 아닌 90%에 육박하는 선수단 교체를 단행했다. 같은 기간에 이렇게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팀은 BNK와 우리은행, 그리고 신한은행 정도인데, 우리은행은 기존 선수들, 신한은행은 핵심 선수의 이탈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한 반면, BNK는 자의적으로 선수단을 완전히 바꾼 경우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이동폭이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면이 강한 WKBL에서는 상당한 변화다. 그리고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경험 많은 이이지마 사키를 지명해 스쿼드를 보강했다.
BNK가 비시즌 위기를 극복하는 동안 다른 구단의 전력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이어졌다. 확고한 양강을 구축했던 KB와 우리은행에 큰 균열이 생기면서, 최상위권의 전력이 하향평준화 됐다. BNK에게는 기회였다. 전력의 전체적인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빅맨이 마땅치 않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박혜진-김소니아-이이지마 사키가 중심을 잡고 안혜지, 이소희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베스트 라인업의 무게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이는 개막 6연승으로 증명됐다.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자랑한 BNK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12승 3패를 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박혜진과 이소희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한 가운데, 매섭게 따라붙은 우리은행에게 정규리그 1위를 내줬지만, 챔피언 결정전을 3경기 만에 결정지으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은 감독의 인내심이 빛을 발했다. BNK는 박혜진이 33일간 엔트리에서 빠지며 9경기를 결장했고, 이소희는 1월 5일 경기 이후 사실상 정규리그 시즌 아웃이었다. 12경기를 결장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는데, 핵심 라인업에 긴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김소니아가 분전하고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지만, 김민아, 김정은 등도 부상을 당하며 위기가 이어졌다. 삼성생명이 바짝 따라붙었고, 우리은행은 순위를 추월했다. 이쯤되면 감독으로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다. 박혜진과 이소희의 복귀에 대한 조급함이 생긴다. 게다가 선두 경쟁을 펼치던 우리은행과 삼성생명도 각각 한엄지와 키아나 스미스가 부상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정은 감독은 기다렸다. 정규리그에서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은행에게 1위를 내줬다. 만약 플레이오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선수단 관리에 실패해,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챔프전 우승의 피날레를 만들며, 모든 시간을 성공의 과정으로 만들어냈다.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has to fail이다.
보완이 필요한 자리
'디펜딩 챔피언' BNK는 아시아 쿼터로 활용했던 이이지마 사키를 떠나 보냈지만, 선수들의 부상 변수만 없다면 여전히 안정적인 전력이다. 하지만 냉정히 2연패는 쉽지 않다. 박지수가 KB에 복귀하면서 리그 판도는 KB의 1강 체제로 바뀌었다. 과거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의 전성기 시절, 모든 팀들이 사실상 2위 싸움을 펼쳤던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BNK가 가장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센터다. 지난 시즌 BNK는 사실상 센터가 없는 팀이었다. 박성진이 30경기에 모두 나섰고, 후반기에는 선발로 꾸준히 출장했지만, 평균 출전 시간은 12분 43초였다. 박혜진과 이소희의 부재로 인해 센터 없는 농구가 의도대로 펼치기 힘들어서 기용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는 선발로 뛰지 않았고, 출전 시간도 더욱 줄어들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시즌, 정상적인 센터를 갖추고 시즌을 치른 팀은 삼성생명,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3팀. 하지만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가드진의 안정감이 떨어지면서 센터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핵심 빅맨을 새롭게 영입한 시즌이기에 완성도가 떨어졌다. 반면, 센터에 터줏대감 배혜윤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삼성생명은 기존 전력이 안정적으로 손발을 맞춰 왔던 팀이었다. 그리고 BNK는 삼성생명에게 정규리그에서 유일하게 열세(2승 4패)를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압했지만,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을 3-0으로 셧아웃 시킨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힘든 상대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음 시즌, 삼성생명은 아시아 쿼터로 센터 가와무라 미유키를 선발했다. 빅맨 활용이 더 수월해졌다. 진안-영인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하나은행은 이들이 함께 뛰는 두번째 시즌인 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KB는 박지수가 돌아왔다. 리그 전체적으로 센터들의 경쟁력이 작년보다는 높아질 것이다. BNK 역시 이 자리에 보완이 있어야 한다.
▲ BNK의 센터 자원 | ||||||
이름 | 연차 | 경기 | 시간 | 득점 | 리바운드 | 어시스트 |
최민주 | 4 | 31 | 2:59 | 0.5 | 0.9 | 0 |
박성진 | 3 | 68 | 11:01 | 1.8 | 2.2 | 0.4 |
김도연 | 1 | 7 | 8:38 | 3.1 | 2.6 | 0.4 |
지난 시즌 BNK의 베스트 라인업은 안혜지-이소희-박혜진-이이지마 사키-김소니아였다. 이번 시즌에도 사키 자리를 나카자와 리나가 대체하는 선에서 선발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가드 3명이 함께 나서는 구성인데, 심수현과 김민아에 스나가와 나츠키까지 있어서 대체 자원도 충분하다. 다만 안혜지와 이소희가 빠질 때는 가드로 대체할 수 있지만, 박혜진이 빠질 때는 고민이 생긴다. 안혜지-이소희가 코트에 있는 상황에서 박혜진이 아닌 다른 가드를 투입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워드가 투입되거나, 기존 포워드의 움직임에 변화를 가져가며 빅맨을 투입헤야 한다.
WKBL을 대표하는 금강불괴였던 박혜진은 2012-13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6시즌 동안 210경기를 결장 없이 뛰었다. 이 기간 동안 박혜진보다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없다. 평균 출전 시간도 박혜진이 리그 전체 1위였다. 현역 선수 중 총 출전 시간이 박혜진보다 많은 것은 박혜진보다 3시즌을 더 뛴 김정은(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평균 출전 시간은 현역 선수 중 박혜진이 1위다. 은퇴 선수를 포함해 역대 WBKL의 모든 선수를 뒤져봐도 박혜진의 평균 출전 시간은 2위로 최상위권이다.(1위는 박정은 감독이다) 이토록 많은 시간을 코트 위에서 활약한 박혜진이지만, 2018-19시즌 이후로는 전 경기를 소화한 시즌이 없다. 최근 2년간은 22경기에 결장했다. 여전히 평균 출전 시간은 30분이 넘지만, 부상으로 빠지는 경기가 대폭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박혜진을 괴롭힌 족저근막염은 많이 뛰는 선수들에게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박혜진도 이제 35살로 리그 최고참급이기에 이전과는 다른 활용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는 BNK가 박혜진이 없는 시간에 대해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BNK에는 센터 역할을 할 선수들이 존재한다. 젊은 빅맨이 3명이나 있다. 일단 지난 시즌까지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던 박성진이 더 성장해야 한다. 김도연 역시 기대감을 가져갈 수 있는 자원이다. 187cm로 팀 내에서 최장신이다. WKBL에서 박지수를 제외하면 가장 큰 선수다. 박지수의 등장 이후, 185cm 이상의 대항마가 새롭게 등장한 예는 없었다. BNK가 센터 경쟁력을 가져가는 선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기존의 베스트 라인업과는 다른 형태의 플랜B를 가져갈 수 있다.
에이스의 분업화
BNK는 지난 시즌, 확실한 센터의 부재와 백업 자원들의 뎁스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전체적인 선수단 규모가 얇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다. 이 약점은 실제로 드러났다. 선발 라인업에 부상이 발생하자 위기가 발생했고, 십시일반으로 이 약점을 채우다가 여러 자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BNK는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다. 리그가 3강 3약으로 나뉠만큼 팀간 전력차가 존재했다는 점, 최상위권 전력의 하향평준화와 함께 순위 경쟁을 펼치던 우리은행과 삼성생명도 부상 악재가 겹치며 BNK가 상대적으로 계속 싸울 수 있던 공간이 마련됐다.
FA 시장에서 박혜진과 김소니아를 함께 영입한 것도 큰 힘이 됐다. 2023-24시즌의 BNK는 구심점이었던 김한별이 빠지면서 와해됐지만, 2024-25시즌에는 박혜진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버텨냈다. 박혜진의 부상 이후 이소희와 김민아까지 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박혜진이 빠진 9경기에서 5승을 수확했다. 끝내 정규리그 1위를 지키지 못했고, 상반기 8할 승률의 팀이 갓 5할을 넘긴 것에 의미를 둘 수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주전 의존도가 높은 BNK에서 스타팅 멤버 2명이 빠졌고, 백업 멤버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지켜낸 승률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BNK는 빅맨의 약점이 확연했던 팀으로 밸런스가 잘 맞는 팀은 아니었기에 주축 선수들이 결장할 경우, 팀 전력의 붕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조건이었다. 그런 상황을 견디고 이겨낸 데에는 심수현-박성진 등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싸워준 효과도 있었지만, 상대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도 히어로볼을 이어간 김소니아의 역할이 컸다.
▲ 김소니아의 2024-25시즌 활약 | |||||
구분 | 경기수 | 시간 | 득점 | 리바운드 | 어시스트 |
시즌 전체 평균 | 29 | 35:33 | 16.5 | 9.5 | 3.0 |
박혜진 결장 경기 | 9 | 36:01 | 19.8 | 11.0 | 2.6 |
김소니아는 박혜진이 빠진 9경기 중, 삼성생명과의 5라운드 원정(1월 19일) 경기에서만 9점에 묶였을 뿐, 8경기에서 10+득점, 5경기에서 20+득점을 올렸고, 7경기에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삼성생명과의 4라운드 경기에서는 파울 트러블에 걸린 채 마지막 쿼터에 임했지만, 끝까지 코트를 지켰고 4쿼터에만 13점을 득점했다. BNK는 12점차의 열세를 마지막 7분에 뒤집었다. 종료 3.5초전 승부를 뒤집은 위닝샷의 주인공도 김소니아였다. 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졌던 1월 26일 신한은행 원정에서도 김소니아가 빛났다. 종료 직전 2분을 남기고 6점차의 리드를 지키던 BNK는 김지영의 돌파와 이경은의 3점슛, 최이샘의 미드레인지에 연속 실점하며 역전을 당했다. 이경은에게 자유투까지 내주고 3점차로 역전 당한 BNK는 종료 29초전 김소니아의 먼 거리 3점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신지현의 포스트 공략에 다시 리드를 내줬지만, 김소니아가 마지막 반격에서 종료 0.7초를 남기고 상대 파울을 유도했다. 3점 라인 밖이어서 자유투 3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김소니아는 3개를 모두 성공하며 또다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4일 후 하나은행 전도 마찬가지. BNK는 이번에도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승부는 2차 연장까지 이어졌다. 김소니아는 이 경기에서 무려 47분 4초를 뛰었고 연장에만 9점을 추가하며 31점 15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지켰다. 김소니아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BNK의 후반기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진안(하나은행)이 있던 시절부터 팀의 주축이었던 안혜지와 이소희는 여전히 BNK의 중심이다. 이제는 마냥 어린 선수도 아니다. 이소희도 어느 덧 프로 8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며, 안혜지는 팀에서 4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심은 박혜진과 김소니아다. 이중 박혜진은 예전만큼 코트에서 빈 틈 없는 움직임을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소니아가 행동대장처럼 이러한 부분의 아쉬움을 커버한다. 우리은행에서 김단비가 혼자 짊어지는 몫을 BNK에서는 박혜진과 김소니아가 함께 부담할 수 있다. 이번 시즌에도 BNK가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정상에 올랐지만, 정규리그 1위는 끝내 지켜내지 못했음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에는 KB가 절대 강자로 올라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BNK와 선두 경쟁을 펼쳤던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전력도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오히려 나아진 상황이다. BNK도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성장의 가능성
일단 뎁스의 약점은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 BNK는 지난 시즌 아시아 쿼터 전체 2순위로 선발한 이이지마 사키 효과를 톡톡히 봤다. 30경기를 개근하며 평균 30분 이상을 소화했다. BNK에서 전 경기 출전에 평균 30분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안혜지와 사키밖에 없었다. 평균 9.6점 5.3리바운드 1.5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스탯 자체로 매우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사키는 온 볼 플레이어가 많은 BNK에서 묵묵히 궂은 일을 수행했다. 기존의 핵심 자원들이 흔들릴 때는 주저없이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다. 더 빛날 수 있었지만,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였다. 본인이 욕심을 부렸다면 더 높은 스탯을 충분히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올해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로 선택받은 것이다.
안혜지-이소희-박혜진-김소니아로 이어지는 BNK의 라인업은 견고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하고 흔들림 없었던 사키가 들어오면서 BNK는 높이와 뎁스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번 시즌에는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순번이 6순위로 밀렸고, BNK는 나카자와 리나를 1라운드에 선발했다. 나카자와 리나는 일본 대학농구 명문인 도쿄보건대를 거쳐 2023-24시즌 W리그 2부에 있는 야마나시 퀸 비즈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삼성생명에 지명된 하마니시 나나미와 동료였다. 데뷔 시즌은 2경기에만 출전했고, 지난 시즌에는 25경기에 평균 15분 40초 정도를 뛰며 5.7점 4.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파워포워드가 주 포지션인데 3점슛도 나쁘지 않다. 경기 당 2개 정도를 시도해 34.0%의 결정력을 보였다. 객관적인 능력을 따지자면 사키보다는 부족한 선수다. 하지만 BNK 입장에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사키는 BNK의 기존 선수들이 갖는 강점을 살려주며 묵묵히 궂은 일에 집중했다. BNK가 아시아 쿼터 선수에게 바라는 기본적인 요건은 이번에도 같다. 공격의 핵심 옵션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만 놓고 보자면, 리나가 사키보다 나은 면도 있다. 선수 커리어와 노련미, 경기 운영 능력과 전체적인 기량에서는 당연히 사키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24살의 리나는 훨씬 젊은 선수이며, 178cm로 사키보다 신장 면에서 나은 조건이다.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은 더 낫다고 봐야 한다.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을 통해 궂은 일을 책임진다면 , 인사이드에서 김소니아와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리나의 사진이 낯익다 싶어서 계속 봤더니, <아기 공룡 둘리>에 나온 또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박혜진의 별명이 또치인데, 둘을 섞으면 진짜 또치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한 BNK는 2라운드에 스나가와 나츠키를 선발했다. 나츠키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 소속으로 29경기에 평균 23분 51초를 뛰며 6.4점 2.5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 출전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경기 선발로 나섰다. BNK와 선두 다툼을 벌였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우리은행의 베스트 멤버였다. 이런 자원을 2라운드에서 선발한 것은 상당한 수확이다. 지난 시즌 BNK는 아시아 쿼터를 사키 한 명으로 운영했다. 이번 시즌에는 아시아 쿼터 2명이 함께 뛸 수 있는 시간도 있다. 나츠키 정도 되는 자원을 2라운드에 선발했다는 것은 BNK가 선수 운영폭을 더 넓게 가져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BNK에는 박혜진을 비롯해 안혜지, 이소희, 김민아, 심수현 등 좋은 가드들이 많다. 박혜진과 안혜지, 심수현은 물론 나츠키까지 4명은 당장 리딩을 맡길 수 있는 선수들이다. BNK는 지난 시즌의 우리은행보다 리딩에 대한 부담이 적은 팀이기에 조금 더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박혜진과 이소희의 결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BNK가 얻은 장기적인 수확은 심수현의 성장이다. 2022-23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4순위로 선발된 심수현은 신한은행과 BNK에서 두 시즌 동안 29경기에 출전했지만, 평균 출전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보여줄 시간이 짧았기에 기록은 1.2점 0.3리바운드 0.4어시스트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평균 출전 시간을 16분 17초로 끌어 올렸다. WKBL 유소년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심수현은 전 소속팀이었던 신한은행에서도 높은 가능성을 인정했던 선수다. 박혜진-안혜지-나츠키 등 한 팀의 리딩 가드로 시즌 전체를 운영해 본 선수들이 있는 상황이기에 출전 시간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수 있지만, 성장의 여건으로는 나쁘지 않다. 데뷔 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가져가고 있는 김민아도 부상에서 잘 회복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선수다. 가드진의 운영폭은 BNK가 상당히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는 조건이다.
포워드 중에는 변소정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한은행에서 차세대 핵심 자원으로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2023-24시즌, 개막전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FA 보상 선수 이동과 트레이드 과정 속에 지난 시즌 BNK로 팀을 옮긴 변소정은 이적과 부상 회복의 첫 해를 보낸 만큼,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존의 베스트 라인업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아시아 쿼터인 리나겠지만, 성장 여부와 활용도에 따라 변소정과 센터인 박성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지만 2023-24시즌, 전체 2순위로 지명되어 30경기에 모두 출전했던 김정은도 백업 자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결론
2025-26시즌에 가장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팀은 단연 KB다. KB는 2023-24시즌에 27승을 올렸고, 지난 시즌에는 그 절반도 안되는 12승에 그쳤다. KB의 최종 성적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2023-24시즌에 더 근접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따라서 지난 시즌, KB에게 많은 승수를 거뒀던 팀들이 받는 타격이 클 것이다. KB에게 5승을 수확했던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은 반대의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난 시즌에도 KB와 5활 승률에 머물렀던 BNK로서는 상대적 손실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 19승을 거뒀던 BNK로서는 KB에게 몇 경기를 더 내주더라도, 잃은 승수를 찾아올 수 있는 상대를 살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게는 11승 1패를 거뒀다. 워낙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다음 시즌에도 이 정도의 상대 전적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선두 경쟁을 펼치며 5승 7패를 거뒀던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에게 더 많은 승리를 챙겨야 한다. 다음 시즌 BNK의 정규리그 위치는 삼성생명, 우리은행과의 맞대결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생명과의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
BNK는 지난 시즌 우리은행과 3승 3패의 동률을 이뤘지만, 박혜진과 이소희가 모두 빠진 경기에서 두 경기를 잃었다. 다른 4경기에서는 3승 1패로 앞섰고, 챔프전도 3연승으로 끝냈다. 정규리그 결과는 5할이었지만, 지난 시즌의 흐름을 유지한다면 자신감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야기가 다르다. 전반기를 12승 3패로 마쳤던 상황에서도 삼성생명에게는 1승 2패로 열세였다. BNK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가 삼성생명이었다. 플레이오프도 먼저 2경기를 이겼지만 원정에서 2경기를 내주고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어렵게 결과를 얻었다. 삼성생명과의 맞대결에서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삼성생명은 가와무라 미유키를 영입하며 높이의 강점을 더욱 견고히 했다. 배혜윤-미유키-이해란이 있는 삼성생명의 높이는 BNK에게 분명 부담이다. BNK로서는 삼성생명의 인사이드 제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삼성생명의 외곽 에이스인 키아나 스미스가 매우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BNK는 키아나를 제어할 수 있는 백코트진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키아나를 가장 괴롭힌 팀이 BNK였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3.0점, 경기당 1.8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37.5%의 정확도를 자랑했던 키아나는 BNK와의 경기에서는 평균 9.4점에 묶였고, 3점슛도 경기당 0.6개, 성공률은 18.8%였다. BNK는 키아나가 평균 10점을 넘지 못한 유일한 팀이었고, 경기당 1개 미만의 3점슛에 묶인 유일한 팀이었으며, 3점슛 성공률이 30%에 못미친 유일한 상대였다. 하지만 키아나를 묶은 대신, 배혜윤은 제어하지 못했다. 배혜윤이 가장 위력을 발휘한 상대가 BNK였다. BNK는 배혜윤, 이혜란 등 주 활동 범위가 인사이드인 선수들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리나의 인사이드 수비 능력이 어느 정도 발휘될 지 미지수인 가운데, 박성진, 변소정 등의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BNK는 1라운드를 거친 후, 정확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시즌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변수가 되는 KB의 전력은 1라운드를 거치면서 확실하게 평가가 될 것이다. 1라운드를 마친 후 BNK는 정규리그 목표를 우승으로 할 것인지, 혹은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갈 것인지를 설정해야 한다. KB가 기본적으로 8할-25승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면, 2위권 싸움이 5할 중반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팀이 독주하는 가운데, 확실한 넘버 투가 존재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독주가 두드러진 가운데, 2위 싸움이 치열했던 2015-16시즌과 2022-23시즌이 그랬다. 그렇다면 2위 싸움의 분수령은 17승 정도가 될 수 있다. KB가 독주의 시즌을 마련할 수 있을지, 다른 팀들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을 보일지는 1라운드를 마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고, 그에 맞는 대응을 현명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 BNK에게 더 필요한 부분은 안혜지와 이소희의 성장이다. 더 이상 어린 선수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혜지와 이소희는 여전히 정상에 올라섰다는 아우라는 주지 못하고 있다. 안혜지는 2024-25시즌 챔프전 MVP에 올랐다. 챔프전 3경기에서 평균 38분 49초를 뛰며, 12.7점 6.3어시스트 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역대 챔프전 MVP들에 비해 돋보이는 활약은 아니다. 하지만 평균 득점이 52.2점 밖에 안됐던 역대급 저득점 시리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혜지의 지분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선수생활 내내 야투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며 새깅을 당하는 대표적인 선수였던 안혜지가 챔프전에서 경기당 2개 이상의 3점슛을 36.8%로 적중 시킨 것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 안혜지는 2024-25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8경기에서 34.0%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자신의 프로 통산 기록보다 8% 이상 높은 적중률이다. 큰 대회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도모한 만큼 자신에 대한 박한 평가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이소희도 지난 시즌 보여준 3점슛 감각을 유지하면서, 팀의 확실한 득점원으로서 조금 더 비중을 가져가야 한다. 박혜진-김소니아에게 집중되고 있는 롤을 안혜지와 이소희가 더 많이 나눌수록, '팀 BNK'의 위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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