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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gIbberish

호주의 농구 아시아컵 동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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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중국을 꺾고 2025 FIBA 아시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컵에 처음 등장한 2017년 레바논 대회부터 3회 연속 우승이다. 2년 마다 꾸준히 열린 여자 아시아컵에서는 2017년 인도 대회 2위를 시작으로 3위만 내리 3번 했는데, 이번 중국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남녀 아시아컵이 함께 열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호주는 2025년 아시아 농구 무대에서 남녀 동반 왕좌에 올랐다. 사실 신기할 일은 아니다. 완벽하게 판을 제압하는 압도적인 거물에 대해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아시아 농구에서 호주는 교란종 수준이 아니다. '생태계 파괴종'이다. FIBA 세계 랭킹에서 호주 남자대표팀은 7위, 여자 대표팀은 2위에 올라있다. 아시아로 무대를 좁히면 남녀 모두 호주가 1위다.

 

이번 아시아컵 결승에서 중국이 선전하면서 양한센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지만, 정상 전력이 아니었던 것은 호주도 마찬가지다. 2017년부터 아시아컵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 대회에 자존심을 거는 우리와는 달리 호주는 그다지 무게 중심을 싣지 않는다. 중국이 양한센을, 일본이 하치무라 루이-카와무라 유키를 소집하지 않은 것 처럼 호주 역시 같은 스탠스를 보였다.

 

▲ NBA에 등록된 호주 국적 선수
소속팀 선수
LA 클리퍼스 패티 밀스(G, 88) 벤 시몬스(G/F, 25)
골든스테이트 타란 암스트롱(G, 1) 알렉스 투히(F, 22)
댈러스 단테 액섬(G, 0) 카이리 어빙(G/F,11-이중 국적)
멤비스 조크 란데일(C, 2)
미네소타 조 잉글스(G/F, 7) 로코 지카르스키(C, 44)
샬럿 조쉬 그린(G, 10)
시카고 조쉬 기디(G, 3) 라클란 올브리치(C, 47)
애틀랜타 다이슨 다니엘스(G, 5)
오클라호마시티 알렉스 듀카스(G, 88)
인디애나 조니 퍼피(G, 12)
클리블랜드 타이리스 프록터(G, 24) 루크 트레버스(F, 33)
휴스턴 잭 맥베이(G/F, 58)

 

현재 NBA 로스터에 올라와 있는 호주 국적 선수는 모두 18명. 모두가 각 팀의 핵심 자원이거나,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구축한 선수는 아니지만 18명이나 NBA 로스터에 등록되어 있다는 것 자체로 상당한 수준임을 증명한다. 이중 국적자인 카이리 어빙도 다음 올림픽에서 호주 국적으로 바뀌어 출전할 가능성이 등장하고 있다. 이 18명 중 호주는 잭 맥베이 1명 만을 소집했고, 17명을 부르지 않았다. NBA에 등록된 선수 전원이 이번 호주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세계 7위의 전력을 구성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는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대회 3위를 차지한 이란을 4강에서 92-48로 박살냈다.

 

 

 

 

남자 대표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2017년 이후 5번 열린 여자 아시아컵에서 호주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과 중국이 남자농구보다 여자농구에서 더 강세를 보이며 세계 정상권에 근접하며 높은 경쟁력을 보였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호주 대표팀이 아시아컵에 최강의 멤버를 구축하여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220cm가 넘는 괴물 센터 장쯔위의 등장으로 중국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한쉬와 리유에류라는 장신 라인업을 갖춘 중국에 장쯔위의 가세는 분명 천군만마다. 장쯔위는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다른 팀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특유의 활동량과 스피드, 외곽포를 자랑하며 아시아 정상으로 군림한 일본도 장쯔위 앞에 무너졌다. 하지만 호주는 장쯔위를 궤멸시켰다. 성인 무대에서는 일본도 장쯔위 사냥법을 들고 나왔다. WNBA에서 뛰는 선수가 가세하면 중국의 전력이 조금 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같은 조건일 때 가장 전력이 급상승하는 것은 호주다.

 

▲ WNBA에 등록된 호주 국적 선수
소속팀 이름
뉴욕 스테파니 탤벗(F, 6)
미네소타 앨라나 스미스(F, 8)
시애틀 에지 맥베고어(F/C, 13)
시카고 레베카 앨런(G, 9)
워싱턴 제이드 멜버른(G, 5) 조지아 에이무어(G, 8)
인디애나 클로이 비비(F, 55)
피닉스 새미 휘트콤(G, 33)

 

WNBA 출범 이후 40명이 넘는 선수를 미국에 진출시킨 호주는 지금도 8명이 WNBA에 등록되어 있다. 이번 아시아컵에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호주는 역대 아시아컵에 WNBA 선수를 소집한 적이 없다. 여름 리그로 치러지는 WNBA 특성상, 아시아컵과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집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독도 오지 않는다. 호주 여자 대표팀의 감독은 2017년부터 샌디 브론델로가 맡고 있다. 디트로이트, 마애이미, 시애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그는 2014년 피닉스의 감독을 맡았고, 2022년부터는 뉴욕을 이끌고 있으며, WNBA에서 2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호주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서 2위와 3위를 한 번씩 차지했고, 작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전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는데, 두 번의 올림픽 모두 세계 최강 미국에게 패했다. 미국을 만나기 전까지는 거의 지지 않는 팀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WNBA 소속팀을 이끌어야 하기에 아시아컵에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호주 여자대표팀의 아시아컵은 항상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대회를 이끈다. 정규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오지 않는 대회가 호주 여자대표팀에게는 아시아컵이다. '최선의 성의'를 갖고 나서지 않는 대회지만 꾸준히 상위권이었고, 마찬가지의 상황과 전력으로 이번에는 우승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호주는 남녀 모두 아시아 농구의 생태계 파괴자다. 어차피 최강 전력의 팀이니, 최고의 선수들을 구성해서 수준 높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랬다가는 정말 생태계를 박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히 호주는 아시아 대회에서 경기를 뛸 때마다 판정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 아시아 대회의 판정은 이방인인 호주에게 철저히 매정하다. 엘리자베스 캠비지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고는 그 면전에서 돈 받았냐는 액션까지 취한 적이 있는데, 지나친 행동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녀 모두 최고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음에도 동반 우승을 만들어내니, "조금 더 성의있는 구성으로 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말할 명분도 없다. 

 

 

 

 

오세아니아인 호주가 뜬금 없이 아시아 스포츠에 뛰어든 건 축구 때문이었다. FIFA 월드컵 오세아니아 지역예선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오세아니아에 본선 진출권 0.5장 만을 허락한 FIFA 때문에 호주는 지역 1위를 차지하고도 남미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고, FIFA는 오세아니아에게도 1장의 티켓을 약속했지만, 중국을 밀어주기 위해 아시아 티켓만 늘렸다. 결국 분노한 호주는 오세아니아 축구 연맹을 탈퇴하고 아시아 축구 연맹에 가입했고, 나름 소기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 점차 호주와 뉴질랜드는 경쟁력이 거의 없는 오세아니아 대륙을 떠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대륙의 대회에 참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전체적으로 하나로 묶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다. 올림픽도 개최 메리트가 점차 떨어지는 시대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려는 국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가져오는 국제 행사다. 개최국의 이미지 부각과 관광 산업등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엄청나다. 201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던 인천시 역시 무리한 개최로 인한 상당한 후유증을 겪었다.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렸는데, 이는 베트남이 하노이로 대회를 유치했다가 포기했던 대회였다. 경제적으로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국가, 그러면서 기존의 인프라로 충분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국가가 필요하다. 한동안 국제 대회를 유치하지 않던 일본이 도쿄 올림픽 이후 다시 무대에 나서고는 있지만, 중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안게임 유치를 치를 수 있는 국가가 마땅치 않다. 따라서 대회를 주최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입장에서는 오세아니아(라고 쓰고 호주-뉴질랜드, 혹은 그냥 호주라고 이해한다)를 포함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호주는 아시안게임을 충분히 치러낼 체력이 있으며, 시드니, 멜버른 등 기존 도시는 물론 다른 주도(主都)들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32년 올림픽을 브리즈번이 유치했다. 호바트나 다윈, 퍼스는 거리 때문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은 물론 애들레이드 또한 국제 대회를 충분히 개최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 호주가 등장하게 되면 이 또한 격변의 대상이다. 호주는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적지만 우리나라보다 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나라다. 호주의 아시안게임 등장은 생태계 파괴보다는 메기 등장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시안게임을 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전초전으로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기대도 많을 것이다. 단, 병역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에 아시안게임 자체의 성적에도 목을 매는 우리나라에게는 거함 호주의 등장은 엄청난 장애물이다. 농구는 특히 그렇다. '아시아 정상'이 아닌 '메달 도전'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 우리나라에게 '진심으로 나서면 금메달, 그냥 나와도 메달 확보'인 호주의 등장은 엄청난 장애물이다. 주요 프로 스포츠 종목 중 직격탄을 맞는 것이 농구다. 축구는 비슷한 실력이고, 배구나 탁구는 호주가 관심을 갖지 않는 종목이다. 골프도 전체적인 선수풀에서 우리가 우위이며, 세미 프로인 핸드볼도 호주가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야구는 우리가 호주와 몇번 힘든 경기를 치른 적이 있어서 경계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호주에서 야구는 철저히 '그들만의 종목'이다. 호주는 크리켓이 우선이다. 하지만 전체 종목으로 시선을 돌리면 호주는 스포츠 대국으로서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는 나라다. 남다른 피지컬은 원주민과의 융화가 이전 보다 긍정적으로 이어지며 더욱 강점이 됐고, 아시아권에서는 올림픽보다 더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생활 체육과 사회 체육 저변이 넓어 다양한 종목의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며 육상-수영 등 기초 종목에도 강점이 많아 다방면으로 성장세가 좋은 자원들이 많다. 슈퍼 메기다. 어쩌면 아시아컵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한 호주 농구는 호주 스포츠의 본격적인 아시아 진출을 천명하는 선전포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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