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틀린 클락의 인기가 대단하다. 미국은 물론, 여자농구와 WNBA에 전혀 관심없던 우리나라 팬들까지 '여자 커리'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이미지 관리도 잘 된 탓에, 농구 실력은 이미 레전드급이고, 외모도 뛰어나며, 심성도 곱다는 식의 피드도 보인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잘하는 선수이며 인기는 역대급인게 사실이다. 타이밍과 거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미친 3점슛'으로 알려져 있지만, 루키 시즌 리그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할 만큼 패스 능력도 좋다. 시야 자체가 탁월하다기보다 자신의 야투 장점을 활용해서 발생하는 빈 찬스를 잘 보는 경우가 많다. 인디애나 피버에는 켈시 미첼, 알리야 보스턴 같은 좋은 자원들이 있지만, 실력도 검증됐고, 슈퍼스타로서의 엄청난 인기와 파급력을 자랑하는 클락이 당연히 1옵션을 맡고 있다.
클락은 지난 시즌 4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35.4분을 뛰며 19.2점 5.7리바운드 8.4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했다. 3점슛은 355개를 던져 122개를 성공, 34.4%의 적중률을 보였다. 총 출전 시간(1416분)과 평균 출전 시간(35.4분) 모두 리그 2위다. 38경기에서 총 1466분을 뛴 댈러스 윙스의 아리케 오군보왈레가 평균 38.6분이나 소화하고 있어 2위일 뿐, 클락에게는 상당히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어시스트 1위였고, 득점은 7위, 3점슛은 리그에서 가장 많이 시도해 가장 많이 성공했다. 한 시즌 355개의 3점슛 시도는 WNBA 역대 최다 기록이다. 최다 성공 기록을 쓰지는 못했다. 1년 전 사브리나 이오네스쿠(뉴욕)가 128개의 3점슛을 성공했기 때문에, 역대 2위의 기록이다. 3점슛 성공률은 30위다. 100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선수 중에도 카일라 맥브라이드(40.7%), 켈시 미첼(40.2%), 켈시 플럼(36.8%), 아리케 오군보왈레(34.6%)가 더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그 누구보다 먼 거리에서 많은 3점슛을 던지는만큼 확률 싸움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평균 득점은 19.8점이고, 3점슛은 경기당 9개를 시도해 2.9개를 성공했다. 8.9개 시도, 3.1개 성공이었던 지난 시즌과 비슷한 흐름이다. 다만 성공률은 31.9%로 조금 더 내려왔다. 리그 46위다. 하지만 클락처럼 많이 던지고 많이 넣는 선수라면 이 정도 수치로 지적을 받을 상황은 아닐 것 같다. 어시스트는 지난 시즌보다 근소하게 더 늘어 경기당 8.9개다. 자기가 시도하는 3점슛 수 만큼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도 자기 포지션을 망각한 것 같은 트리플 더블 머신 앨리사 토마스와 어시스트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클락의 경기를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양날의 검'과 같은 턴오버다. 경기를 공격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긍정적인 실수도 있지만, 영상에서처럼 어이없는 미스도 상당하다. 클락의 기록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이 턴오버다. 턴오버는 어시스트가 많은 선수들에게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그림자일 수 있다. 앨리사 토마스도 2023년과 2024년, 137개-145개로 WNBA 한 시즌 최다 턴오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데 클락은 이보다 한 수 위다. 토마스의 턴오버 기록을 보이지도 않게 만들며, 무려 223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역대급 턴오버 수치다. 경기당 5.6개. 이번 시즌도 다르지 않다. 클락은 꾸준한 선수다. 득점과 3점슛, 어시스트 등 대부분의 수치가 지난 시즌과 별 차이를 만들지 않는 것 처럼, 턴오버 역시 8경기에서 45개를 범해, 경기당 5.6개로 작년과 똑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평균 어시스트가 1위인데 어시스트/턴오버 비율이 1.5수준이다. 리그 정상급 가드들이나 어시스트가 많은 선수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지금으로서는 WNBA 역대 3점슛 기록보다 턴오버 기록을 먼저 깰 기세다. WNBA 역대 최다 3점슛 기록은은 시도와 성공 모두 다이애나 터라시가 갖고 있다. 21시즌 동안 4014개를 던져 1447개를 성공해 36.0%의 정확도를 보였다. 클락이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프로 11~12년차에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역대 최다 턴오버 기록은 7시즌이면 넘어설 추세다.
역대 최다 턴오버를 기록한 선수는 다이애나 터라시(1520개), 수 버드(1393개), 배키 해먼(1224개) 등 모두 레전드 들이다. 그 정도 위상이 되지 않으면 이만큼 턴오버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들 모두 경기당 2점대의 턴오버를 범한 반면, 클락은 그 두배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만약 클락과 같은 유형의 선수가 국내에도 있다면... WKBL의 감독들은 이 선수에게 꾸준히 자율권을 주면서 경기를 하도록 둘까?
클락은 NCAA 시절부터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고 WNBA 입성 전부터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였다. 이런 배경을 제외하고, 비인기 리그인 WNBA에 클락같은 유형의 선수가 나타났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180cm 정도의 신장에 엄청난 3점슛 능력을 자랑하는 가드. 리딩 자체의 능력이 매우 탁월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강점인 야투를 무기로 상대 수비를 잘 이용하면서 매 경기 8개가 넘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선수. 퀵 쓰리와 로고샷으로 관중을 미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지만, 이게 들어가지 않으면서 경기 흐름이 끊어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리고 경기당 6개 정도의 턴오버를 범한다.
이런 선수가 WKBL에 있다면, 과연 감독들은 WNBA의 클락처럼 활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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