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틀린 클락은 이제 프로 2년차지만, 이미 슈퍼스타다.미국 남자 농구가 국제 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는 미국 여자 농구지만, 그 인기 수준은 기대 이하였다. 그들이 갖춘 국제 경쟁력과 성적에 비추어보면 처참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 있다. 농구는 마냥 신사적인 스포츠가 아니다. 격렬한 몸싸움이 존재한다. 국지전의 충돌이 존재하는 피지컬 종목에서 여자부보다는 남자부에게 더 큰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다.
반등하는 WNBA
미국 여자프로농구 WNBA는 1997년 샬럿 스팅, 클리블랜드 로커스, 휴스턴 코멧츠, 뉴욕 리버티(이상 동부), LA 스팍스, 피닉스 머큐리, 새크라멘토 모낙스, 유타 스타즈(이상 서부) 등 8개 팀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디트로이트 쇼크와 워싱턴 미스틱스가, 1999년에는 올랜도 미라클과 미네소타 링스가 창단했고, 2000년에는 무려 4팀(인디애나 피버, 시애틀 스톰, 마이애미 솔, 포틀랜드 파이어)이 더 창단하면서 16개 팀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거대 규모의 리그가 꾸준히 유지되지는 않았다. 2002년 유타와 올랜도는 연고지를 이전했고, 마이애미와 포틀랜드는 해체됐다. 이후에도 클리블랜드와 샬럿이 사라졌다. 신규 창단팀도 있었지만, WNBA 초대 우승팀인 휴스턴 코멧츠가 2009년 해체된 데 이어, 2010년에는 새크라멘토도 여자농구를 떠났다. 그렇게 12개 구단 체제가 정착됐다.
힘든 시기였다. WNBA 선수들의 연봉 수준은 그들의 세계적 위상이 맞지 않았다. 이 선수들에 비해 WKBL 선수들의 연봉이 높다보니, '한국 여자프로농구 연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낭설이 퍼지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연봉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우리나라보다 고연봉인 국가와 리그는 많다. 아시아의 맹주로 자리를 굳힌 일본도 우리보다 연봉이 평균적으로 근소하게 낮은 수준인데, 프로 리그로 전환이 임박한 만큼 리그 수준에 맞게 곧 WKBL을 추월할 것이다.
다만 WNBA의 연봉 수준이 지나치게 낮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WNBA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리그에 연봉으로 활약했다. WNBA가 다른 나라 리그는 물론 NBA와도 다르게 여름리그로 운영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래서 자유계약 시절에는 WKBL에도 타미카 캐칭, 마리아 스테파노바, 샤미크 홀즈크로, 로렌 잭슨 등 세계적 슈퍼스타들이 뛸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했던 2012-13시즌부터 2021-22시즌까지는 예전 만큼 높은 레벨의 선수들이 영입되지는 못했다. 연봉에 제약이 있는 드래프트 시스템이다보니 최고 레벨의 선수들은 WKBL에 지원하지 않았다. 러시아, 중국, 체코, 튀르키예 등 우리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나라들로 향했다. 하지만 WKBL의 연봉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었고, 개인 매니저에 준하는 통역은 물론, 거주할 집과 식사 등이 최상급으로 제공되는데다가, 유럽에서 종종 발생하는 급여 체납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존쿠엘 존스, 엘리사 토마스)나 황혼기의 스타가 WKBL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WNBA에서 활약하는 미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미국에서도 경계의 시선이 높아졌다. WNBA 정규리그와 파이널 MVP를 석권했던 브리애나 스튜어트가 바로 이어진 겨울 시즌에 러시아 리그를 뛰다가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중국 리그를 뛰던 시절 흉기 테러를 당했던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러시아에서 마약 혐의로 구금되는 사태 등이 벌어지며,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다. WNBA의 적은 연봉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선수들이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 중국, 튀르키예 등으로 원정 아르바이트를 떠난다는 것이 일반에게도 적극적으로 공유됐고, WNBA의 선수 연봉 정상화 노력이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NBA 슈퍼스타들도 이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했다.
결국 WNBA는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가 신생 구단으로 참가했고, 캐나다 최초의 WNBA 구단 토론토 템포는 다음 시즌 리그 참여를 확정했다. 포틀랜드를 연고지로 하는 팀은 아직 팀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토론토와 함께 2026시즌에 합류할 예정이며, 2028년에는 테네시 서밋도 함께 하며, 다시 16개 구단 체제가 된다. WNBA는 팀당 경기 수도 대폭 늘릴 예정이기에, 기존의 겨울 리그를 진행하는 국가들과도 경기 일정이 겹치게 된다. 자연스럽게 해외 리그 병행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이미 선수들의 연봉 제도를 손봤으며, 이 역시도 더 나은 조건으로 개선하는 중이다. 개인 스폰서와 관련된 부분도 훨씬 자유롭게 풀면서, WNBA 선수들이 수입 문제로 해외 리그를 병행할 조건을 차단해 가고 있다. 여기에 케이틀린 클락이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하며 WNBA는 위상 제고에 더 큰 탄력을 받고 있다.
리그를 압도하는 인기
클락이 예전부터 독보적으로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다. 미국 선수들이 압도적인 신체 조건을 앞세워 세계 여자농구를 지배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피지컬보다 기본기와 기술의 차이를 더 확실하게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 호주 등 몇몇 국가들이 대항마로 등장했지만, 미국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 시기에 등장한 클락은 고교시절이나 대학 초반에는 페이지 베커스, 헤일리 반 리스보다 더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 2-3학년을 거치며 위상이 달라졌다. 라이벌들이 부상이나 정체기에 있었던 것과 달리, 엄청난 3점슛 능력을 자랑하며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NCAA를 폭격했고, 유망주 순위를 뒤집었다.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미친 3점슛은 '여자농구의 스테픈 커리'라는 찬사를 이끌었고, 여러 명문대를 마다하고 고향인 아이오와 대학을 선택한 점도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신데렐라가 됐다. 명문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에 막혀 정상 등극은 실패했지만 그가 뛴 대학 경기는 역대 NCAA 모든 종목의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준비된 슈퍼스타의 면모를 과시했다. 빅터 웸반야마의 샌안토니오 행보다 더 뜨거운 관심 속에 전체 1순위로 인디애나 피버에 입단했고, 나이키와 8년간 40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포함해 게토레이, 스테이트팜 등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그의 WNBA 데뷔전은 화려했다. 코네티컷 선과의 2024시즌 개막전이었는데, ESPN이 중계한 역대 WNBA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WNBA는 보도자료를 통해 ESPN2, ESPN+, 디즈니+에서 210만명의 팬들이 해당 경기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클락의 인기는 WNBA 전체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경기의 시청률도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고, WNBA 관련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다. ESPN.com과 앱에서의 WNBA 콘텐츠 인기도 급상승했고, 타미카 캐칭 시대 이후 침체에 빠져있던 인디애나 피버는 클락의 입단으로 평균 관중수가 급증했다. 심지어 일부 NBA 구단의 평균 관중수보다도 높았다. WNBA가 중계권으로 11년간 2조원 이상의 계약을 이끌어 낸 데에는 클락의 지분도 상당했다.
그런데 클락을 두고 차별 논쟁도 심심찮게 불고 있다. 흑인 중심의 WNBA에 백인 슈퍼스타가 등장하며, 클락을 괴롭히는 장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락에 대한 거친 수비를 지적하고, 클락에게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선수에 대한 비아냥, 클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 같지 않은 부분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은 클락에 대한 거친 수비다. 클락의 부상이 우려될 정도로 상대방이 거친 플레이를 펼친다는 것이다. 불만의 요지를 보면 '어려운 시기를 거치던 여자농구를 구원해줄 메시아 같은 클락이 나타났는데, 시기심에 불타는 선수들이 실력이 모자라니까 비겁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다가 클락이 다치기라도 하면 결국 본인들 손해라는 것을 모른다'는 수준까지 전개된다. 이런 비판에는 전 NBA 스타인 찰스 바클리도 가세했다.
슈퍼스타가 부상으로 기량이 흔들리고 장기간 결장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손해다. 그런데 라이징 스타에 대한 강력한 차징은 어느 종목에나 존재한다. '새싹은 초반에 밟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을 상대하는 팀들의 기조이고, 약점은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클락이 183cm의 장신이지만 피지컬이 단단한 느낌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공격 템포와 장점인 슈팅을 흔들기 위한 강한 차징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때에 따라 이런 것이 지나쳐서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농구의 영역에 포함된다. 비판에 가세했던 찰스 바클리 역시, 현역 시절 루키였던 샤킬 오닐에게 거칠고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고, 고의적으로 위험한 차징을 자주 시도했다. 샤킬 오닐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바클리와 칼 말론을 콕 짚어서 '수비가 아닌 싸움을 거는 선수'라며, '더러운 플레이를 한다'고 직격할 정도였다. 오닐은 자신에 대한 바클리의 수비를 '린치'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바클리가 클락에게 그런 시선을 주는 것은 여자농구의 몸싸움은 남자농구와는 다르다는 선입견의 발로는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천사 클락, 악마 리스
또한 클락과 대비되는 자리에 있는 앤젤 리스는 적극적으로 악마화되는 경향이 있다. 리스는 클락에게 공개적으로 라이벌리를 주장하는 선수이며, 맞대결에서도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종종 이런 부분이 지나쳐 선을 넘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리스가 주장했던 남자 선수들과의 연봉 문제 발언까지 겹치면서, '리스는 주제파악도 못하는 악질적인 선수'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명문대를 마다하고 고향팀을 선택해 NCAA 파이널까지 올랐고, 항상 페어플레이를 하는 케이틀린 클락은 천사고, 리스는 악마다. 아이러니 하게 리스의 이름은 앤젤이지만... 아무튼 이런 경향은 WNBA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클락으로 인해 WNBA를 확인하게 된 국내 유튜버들에게도 대부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라이벌리와 관련해 최강자와 도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구조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독보적인 1순위 신인이지만 인터뷰를 하면 늘 겸손하다. 동기들을 모두 존중하고, 본인은 그들 중 한 명일 뿐이며, 늘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 한 명만 언급해달라면 말을 못한다. 자신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낸 선수를 넌지시 언급하면, 우회적으로 부인한다. 말로 직접 하지 않을 뿐, '걔는 나와 같은 급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명확히 보인다. 이 1순위 선수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 그에게 도전 의식을 보인 선수는 '입 털 시간에 운동이나 더 해라'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스포츠에는 이런 선수들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
클락과 앤젤 리스도 다르지 않다. 리스가 꾸준히 클락을 경계하지만 클락은 리스를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2024년 1순위인 클락에 비해 리스는 7순위다. 리스는 자주 조롱의 대상이 되고, 그가 범했던 본 헤드 플레이는 클락의 베스트 플레이와 교차되며 비하의 도구가 된다. 하지만 경기 전체를 두고 볼때, 리스가 그렇게 폄훼당할 선수는 아니다. 클락도 실수한 장면만 엮으면, 한심한 선수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클락이 주목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엄청난 외곽슛 능력 때문이었다. 1-2번을 겸하는 클락의 전체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칭찬하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WNBA 입성 전부터 인기의 정점에 있었지만, 이미 리그에서 위치를 선점한 젊은 스타들과 비교해 기량 자체로 당장 최고의 위치에 올릴 수 있는 지는 지켜봐야 했다. 그런데 클락은 WNBA 입성 후 자신의 인기와 유명세가 거품이 아님을 빠르게 증명했다. 켈시 미첼, 알리야 보스턴 등 기존의 주력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신인인 클락에게 1번 롤을 몰아준 인디애나의 방향성도 한 몫했지만, 기회를 결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은 이미 '준비된 것'이었음을 설명한다.
클락은 데뷔 시즌, 정규리그에서 40경기를 뛰며 평균 19.2점(7위), 5.7리바운드(18위), 8.4어시스트(1위)를 기록했고, 장점인 3점슛은 리그에서 가장 많이 시도(355개, 평균 8.9개)했고, 가장 많이 성공(122개, 평균 3.1개)했다. 성공률은 34.4%로 리그 30위였다. 물론 던진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시즌 100개 이상 3점슛을 성공한 선수들 중에서도 카일라 맥브라이드(40.7%), 켈시 미첼(40.2%), 켈시 플럼(36.8%), 아리케 오군보와일(34.6%)에는 못미쳤다. 그래도 플레이 스타일에서 궁극의 라이벌로 주목 받은 사브리나 이오네스쿠(33.3%)보다 3점슛 모든 면에서 앞선 것은 고무적이다. 그리고 위력적인 야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어시스트 능력이 돋보인 부분은 클락이 자기 득점을 챙기면서도 충분히 경기를 전체적으로 이끌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한 것다. 이번 시즌도 4경기에서 평균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에 있다. (사실 미국 여자농구는 어시스트를 특별히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4번이나 올스타에 뽑힌 15년차의 베테랑 코트니 밴더슬룻은 평균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때에도 국가대표에서 외면 받았다.) 3점슛의 엄청난 장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보니, 외곽에서 자신의 슛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려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들어 골밑까지 돌파를 시도하고, 골밑의 우군이나 오픈 상황을 맞이한 동료에게 확률 높은 찬스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클락에 비해 앤젤 리스는 정말 비교도 되지 않는 선수일까? 아니다. 일부에서 올린 영상이나 글을 보면, 클락과 리스가 마치 슬램덩크 초기의 서태웅과 강백호 정도(혹은 그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나친 비약이다. 비록 7순위였지만, 2024년 드래프티 중 클락에 이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이 리스다. 2순위였던 카메론 브링크는 LA스팍스로 향했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충분한 활약을 펼쳐지 못했다. 현재까지의 모습은 선수보다는 샐럽에 가깝다. 지금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시즌 후반에야 합류 가능성이 있는데, 복귀 후에는 화제성에 부합하는 모습을 코트에서 보여줬으면 한다.
반면 리스는 루키 시즌 34경기를 뛰며 13.6점 1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MVP' 에이자 윌슨, 'WNBA 최고의 수비수' 나피샤 콜리어, '리빙 레전드' 티나 찰스를 넘어 리바운드 전체 1위에 올랐다. 190cm로 장신인 포워드지만, 루키인 리스가 피지컬에서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윌슨, 찰스, 존쿠엘 존스, 알리야 보스턴을 뛰어 넘어 리바운드 리더가 됐다는 것은 충분한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스는 이번 시즌도 4경기에서 평균 14.0개의 리바운드로 이 부문 선두에 있다. 꾸준히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8일 피닉스와의 경기에서는 13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38경기 만에 500득점-500리바운드를 돌파했다. 역대 WNBA 최단 경기 신기록이다.
클락이 엄청난 선수지만 앤젤 리스도 대단한 선수다. 클락의 부양을 위한 도구, 선과 악의 대비로 무시되는 경향은 다소 아쉽다. 서사의 과정으로 클락이 마치 절대 선처럼 보이지만, 스포츠에서 선악의 구도는 정상적이지 못하다. 클락에 대한 리스의 태도와 리스의 주관적인 발언들을 통해 그가 인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으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그릇된 금쪽이'같은 선수로 매도하는 모습도 있는데, 그런 선수라면 이미 WNBA에서 걸러진다. '역차별' 주장도 나오는데, 아무리 미국 농구계에서 흑인들의 위상이 높고, PC(Political Correctness)의 영향력 증가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과 해석이 만연하고 있다 해도, 'WASP(White Anglo-Saxon Puritans)의 나라' 미국에서 심각한 결격사유를 안고 있는 선수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일반의 인식처럼 문제있는 돌출행동을 하는 선수도 아니고, 실력이 없는 선수다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클락 역시 코트에서 마냥 여리고 착한 선수는 아니다. 클락이 우리나라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서자 은퇴한 농구인들도 클락의 플레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기량과 정확한 슈팅 능력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농구를 착하게 하는 선수는 아니다. 못된 플레이를 잘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못된 플레이'라고 하니 나쁘게 들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칭찬이다. 코트에서 마냥 착한 선수는 필요없다. 어시스트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이타적이기보다 이기적인 농구를 한다. 운영 능력으로 만드는 어시스트라기보다 자신의 슈팅을 제어하기 위해 집중된 수비수들을 활용하는 어시스트다. 무리한 야투 시도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혹스러운 슛 셀렉션도 성공하면 예술이 된다.
클락은 지난 시즌 경기당 5.6개의 턴오버로 이 부문 1위였다. 시즌 통산 223개를 범했는데 WNBA 한 시즌 개인 최다 턴오버 기록이다. 이전까지 WNBA에서 한 시즌 200개는 물론 140개의 턴오버를 기록한 선수도 없었다. 개막전에서 이미 10개의 턴오버를 기록했던 클락은 득점-슛 시도-어시스트-턴오버가 모두 많을 만큼, 볼을 오래 소유하는 선수다. 이번 시즌에도 평균 턴오버가 5.0개로 가장 많다. 역대 최다 턴오버를 기록한 선수들은 다이애나 터라우시(1520개)와 수 버드(1393개)인데 이들은 WNBA를 대표하는 전설로 20년 이상을 뛰었고, 55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감독인 베키 해먼이 1224개로 이 부문 3위인데, 3명 모두 경기 당 평균 턴오버는 2점대다. 지금의 추세라면 클락은 7시즌이면 이들을 모두 넘어설 수 있다. 그만큼 화려한 클락의 플레이에도 약점은 있고, 보여지는 것만큼 클락이 이타적이고, 순한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수는 선수마다의 특성이 있고, 개성이 있다. 그 자체로 볼거리와 이슈도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등장하는 슈퍼스타는 팀이나 종목보다 더 큰 이름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이 된 서장훈이 방송에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에 "있어! 나!"라고 말한 바 있는데, 아주 틀리다고 부인할 수는 없지 않을까? 클락도 마찬가지다. 이제 2년차지만 이미 데뷔와 동시에 리그의 위상을 넘어서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줘야, 더 많은 영감이 되고, 더 큰 흥행이 된다. 그리고 클락은 그 길을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의 과보호는 큰 의미가 없다. 지금은 '클락에 대한 린치가 심하다'고 비난하지만, 클락이 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각종 기록에 도전하는 상황에 이르면, 클락에게만 관대한 '클락 콜' 논란이 발생할 것이다.
클락은 현재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지난 주말, 뉴욕 리버티와의 경기에서 왼쪽 대퇴사두근을 다쳤다. 최소 2주 정도 결장한다는 소식이다. 인디애나 피버의 스테파니 화이트 감독은 "언제 부상을 당했는지 모르겠고, 경기 후 다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고의적인 파울이나 상대의 의도적인 거친 플레이에 의한 부상이 아니다. 정상적인 경기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클락 만큼 주목을 받고, 클락 만큼 볼을 소유하는 선수라면 경기 중 상대의 압박과 컨테스트는 누구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기 후,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매체가 판정에서 인디애나가 손해를 봤다는 분석을 내놨고, 피해자 중 하나로 클락이 지목됐다. 화이트 감독도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는데, 더 명백한 오심성 상황을 차치하고 클락에 관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WNBA도 오심이 적지 않다. 국내 농구의 판정도 팬들에게 신뢰도가 낮지만, 종종 경기를 보다보면 "저건 WKBL보다도 심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발생한다. 다만 여기에 대처하는 방식은 WNBA가 더 세련됐다. 뉴욕-인디애나 전의 상황보다 훨씬 모호하거나 심각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이토록 문제제기가 됐던 적은 없다. 이 역시 클락 효과다. 클락이 대단한 선수이며 주목받는 선수라는 것은 당연히 동의하지만 WNBA차원에서 클락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논란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클락의 엄청난 인기와 파급력을 인정하는 것일테니, 어서 건강히 복귀해서 리그 정상권의 싸움을 이어가는 선배들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fAntasize | 글 > iNside spo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WKBL] 2025-26 선수 구성 (1) 하나은행 (4) | 2025.06.09 |
---|---|
[WKBL] 아시아 쿼터 제도의 활용과 보완 (5) | 2025.05.30 |
[WKBL] 역대급 저득점은 판정의 영향? (3) | 2025.05.28 |
[WKBL] 세상에서 가장 늦은 2024-25시즌 리뷰 (4) | 2025.05.27 |
[WNBA] 인디애나와 뉴욕, 케이틀린 클락과 사브리나 이오네스쿠 (2) | 202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