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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WKBL] 2025-26 선수 구성 (1) 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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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가 완료됐다. 트레이드를 통한 변화가 가능하지만, 일단 이 상태로 6개 구단의 전력 구성은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신입선수선발회(국내 신인 드래프트)가 남아 있지만, 각 구단 전력에 확실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어린 자원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지면서 WKBL에서의 '유망주'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고, 무게감은 떨어졌다. 원래 '유망주'라 함은 데뷔 시즌부터 리그 판도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초대형 루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팀의 주력 옵션에 확실한 효과와 변화를 줄 수준은 되어야 한다. 최근 10년간 리그를 통틀어 볼 때, 이 정도 범위에 부합할 수 있는 선수는 박지수, 박지현, 이소희, 이해란, 키아나 스미스, 홍유순 정도 인데,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은 박지수 뿐이다.

 

 

▲ 주요 신인들의 루키 시즌
이름 시즌 출전 경기 성적
박지수 KB 2016-17 22G 28:29 10.4P 10.3R 2.8A 2.2B 2P:55.3%
박지현 우리은행 2018-19 15G 19:06 8.0P 3.7R 1.7A
이소희 OK저축은행 2018-19 15G 17:35 7.3P 2.0R 
이해란 삼성생명 2021-22 28G 16:51 5.8P 3.1R
키아나 스미스 삼성생명 2022-23 17G 30:20 13.2P 3.7R 4.4A 1.0S 3P:29.6%
홍유순 신한은행 2024-25 29G 26:18 8.1P 5.7R 1.4A 2P:54.3%

 

 

2019-20시즌 이후는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전과는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외국인 선수가 있는 리그와 없는 리그는 확실히 다르다. 신인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달라진다. 빅맨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지수는 그런 가운데에도 루키시즌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존쿠엘 존스(우리은행),  엘리사 토마스, 나타샤 하워드(이상 삼성생명), 카리마 크리스마스, 티아나 하킨스(이상 KDB생명), 나탈리 어천와(하나은행) 등 페인트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즐비했던 시즌이다. KB의 외국인 선수 선발이 실패했던 시즌이었고, 박지수 또한 부상으로 시즌 합류가 늦었던 상황이었지만, 스스로 '역대급 신인'의 위용을 증명했다.

 

 

 

 

당시 WKBL의 신인왕 기준은 시즌 절반 이상 출전(17경기)이었지만, 개인 기록 수상을 위해서는 2/3이상(24경기)을 뛰어야 했다. 박지수는 2경기가 부족해 개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2점 야투상(김한별 47.69%), 리바운드상(김단비 6.49개), 블록상(김단비 1.43개)은 사실상 박지수가 수상자나 다름 없었다. 해당시즌, 김단비는 35경기에서 226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는데, 박지수는 22경기에서 김단비와 똑같은 226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블록도 김단비가 총 50개였던 반면, 13경기를 덜 뛴 박지수는 1개 모자란 49개였다. 2점 야투 역시 김한별이 130개를 시도해 47.7%로 수상자가 됐지만, 박지수는 161개를 시도해 55.3%를 기록했다. 경기수 제한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시도와 결과를 통해 공정치 않은 표본 속에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지만, 박지수는 이러한 기준 때문에 역차별을 당한 신인이었다.

 

지난 시즌 홍유순이 역대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박지수도 하지 못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동등비교는 불가능하다. 외국인 선수는 물론 박지수(KB)와 박지현(우리은행)의 부재도 고려하면, 지난 시즌은 예년과 비교해 경쟁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록 자체를 폄훼할 필요는 없지만, 그만큼 2016-17시즌의 박지수는 압도적이었고, 이미 리그의 판도를 뒤흔드는 선수였다. 박지수는 루키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 평균 35분 31초를 뛰었고 평균 14.0점  12.0리바운드 3.0어시스트 1.5스틸 4.5블록슛에 야투율 75%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KB가 키아 스톡스의 철회로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큰 손실을 겪지 않았다면, 박지수도 더 놀라운 시즌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박지현, 이소희, 이해란도 이후 등장한 선수들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들이지만 루키 시즌의 활약이 리그 판도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었다. 15경기에 출전한 박지현과 이소희는 둘 모두 마지막 2경기만 선발로 나설만큼, 팀의 주전 라인업에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박지현은 이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3경기 모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개인 성적은 정규리그에 못미쳤다. 박지수 이후 리그 전체에 영향을 줄 만한 신인은 2022-23시즌의 키아나 스미스가 유일했는데, 키아나의 경우는 혼혈인 동포 선수라는 점에서 기존의 신인들과는 배경이 다르다는 차이가 있다. 아직 이번 시즌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 지원할 선수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리그에 변화를 줄 만한 '대형 신인'의 등장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현재 구성된 선수들을 토대로 일단의 전력을 가늠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1. 부천 하나은행 (9승 21패 / 6위)

 

이상범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팬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전력을 볼 때,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 시즌을 3할 승률로 마감한 팀이고, 해당 전력 대비 전력 보강 요소가 뚜렷하지는 않다. FA시장이 그 어느때보다 잠잠했기에, 적극적인 보강에 나설 기회도 마땅치는 않았다. 특히 보완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난 시즌 내내 문제가 됐던 가드진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지션 선수
가드 고서연(21, 172cm) 김시온(30, 175cm) 박소희(22, 178cm) 정예림(24, 175cm) 하지윤(19, 167cm)
포워드 김단아(28, 180cm) 김정은(38, 179cm) 박진영(21, 178cm) 엄서이(24, 176cm) 이다현(21, 179cm)
이이지마 사키(33, 173cm) 정현(19, 178cm)
센터 양인영(30, 184cm) 진안(29, 182cm)

 

 

가드의 고민

중심 자원은 아니지만 김유선과 이시다 유즈키가 빠지면서 가드진의 뎁스는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얇아졌다. 김시온이 비시즌에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김시온은 지난 시즌 총 820분 23초를 뛰며, 하나은행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다.(지난 시즌 리그 전체에서 800분 이상을 뛴 선수는 14명이다)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하나은행의 가드진에서 김시온은 가장 많은 시간을 뛰었고, 당연히 가드 자원들 중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에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겼다. 김시온이 팀의 리딩 가드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며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져갔다가 평가하기는 힘들다. 당연히, 김시온이 무조건 다음 시즌 주전 가드를 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직전 시즌 24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선수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한다는 것은 추가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 내용만 놓고보면, 김시온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중 확실하게 주전 가드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선수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팀의 젊은 자원인 정예림과 박소희에 대해 분명한 기대를 갖고 있는 하나은행이지만, 이들의 성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70cm 중후반대의 신장을 갖춘 이들이 박혜진(BNK)과 같은 형태의 가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같은 연차 시절의 박혜진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물론 당시의 박혜진이 뛰었던 우리은행과 현재 하나은행의 구성과 전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정예림과 박소희가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 정예림 지난 시즌(2024-25)과 박혜진 6년차(2013-14) 평균 성적 비교
이름 경기 시간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2P 3P
정예림 21 30:20 4.8 3.6 2.1 0.8 31.9% 23.2%
박혜진 35 35:42 12.6 4.9 3.7 0.9 44.3% 34.9%

 

▲박소희 지난 시즌(2024-25)과 박혜진 4년차(2011-12) 평균 성적 비교
이름 경기 시간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2P 3P
박소희 24 22:54 5.1 2.9 2.0 0.2 34.0% 16.9%
박혜진 34 30:57 8.0 3.4 2.5 1.0 44.3% 24.7%

 

정예림은 시즌 별로 기복이 심하다. 가능성을 보이고 이를 현실화하는 듯 했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거나, 뜻밖의 부진을 보이기도 했다. 꾸준하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박소희도 마찬가지. 프로 2년차였던 2022-23시즌에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해당 부문의 경쟁력이 높지는 않았다. 특히 가드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면서 만족스러운 성과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WKBL에서 최다 MVP기록을 쓰고 있는 박혜진과의 비교가 이들에게는 가혹할 수도 있다. 박혜진이 데뷔 때부터 경쟁자가 없을만큼 압도적 1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단는 점만 봐도, 박혜진은 루키의 출발점부터 정예림이나 박소희보다 분명 앞서 있던 선수다. 하지만 박혜진의 기량이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한 것이 프로 5-6년차 시점부터였다는 점에서 정예림과 박소희에 대한 기대도 아직 거둘 이유는 없다. 현재의 전력 구성을 볼 때, 하나은행은 어쨌든 이들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시즌 한 팀 경기당
3점슛 시도
한 팀 경기당
2점슛 시도
2점슛 대비
3점슛 시도 비율
리그 평균
3점슛 성공률
하나은행 시즌 
3점슛 성공률
2024-25 23.0개 37.8개 37.58% 27.2% 22.3%(6)
2023-24 22.8개 41.0개 35.68% 28.6% 29.5%(4)
2022-23 23.4개 42.9개 35.32% 28.8% 24.7%(6)
2021-22 23.1개 41.9개 35.54% 30.6% 28.0%(5)
2020-21 22.2개 43.0개 34.10% 30.2% 31.5%(2)
2019-20 20.7개 43.3개 32.35% 31.0% 32.0%(2)

 

2024-25시즌 우리은행 BNK 삼성생명 KB 신한은행 하나은행
경기당 
3점슛 시도
26.7개 23.7개 19.8개 24.0개 22.3개 21.7개
2점슛 대비
3점슛 시도 비율
42.9% 36.7% 34.3% 39.2% 38.1% 35.6%
3점슛 성공률 26.0% 29.0% 31.0% 26.7% 28.8% 22.3%

 

 

터지지 않는 외곽

가드진의 문제와 더불어 하나은행이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단편적인 문제는 3점슛이다. WKBL은 점진적으로 3점슛이 늘어나는 추세다. 센터도 빠르게 달리고 외곽을 던지는 세계 농구의 흐름에 어느 정도는 맞춰간다고도 볼 수 있다. WKBL에서는 지난 시즌 한 팀이 경기당 평균 23.0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2021-22시즌, 2022-23시즌보다 수치 자체는 적었지만, 비율로 놓고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2점슛 대비 3점슛의 시도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시즌은 37%를 넘어서며 직전 시즌보다도 2% 가까이 늘었다. 2019-20시즌부터 추세를 보면,  5시즌 만에 5% 이상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점슛 비율이 높아지면서 반대급부로 정확도는 떨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외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이와 반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과거 하나은행은 인사이드의 강점이 없는 팀이었다. 당시에는 외곽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 2019-20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2년간 평균 31.7%로 3점슛 정확도가 가장 높은 팀이었다. 비록 경기당 6.65개로 3점슛 성공 개수는 정확히 리그 평균 수준이었지만, 높은 확률을 고려하면 효율성은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외곽의 역할이 기대 이하다. 물론 하나은행이 굳이 외곽이 강조되는 흐름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지금의 하나은행은 양인영, 진안을 중심으로 포스트 자원을 충분히 구축하고 있어, 외곽보다는 확률 높은 농구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있다. KB가 대표적으로 그런 스타일이다. 빅맨 부재와 리바운드 열세라는 만성적 고민을 앓고 있던 KB는 과거 서동철 감독 시절에 양궁농구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우리은행에 맞섰다. 모든 팀들이 우리은행과 유사한 농구로 해법을 찾으려 할 때, 서동철 감독은 어쩌면 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보다 빨리(?) 3점 농구로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흐름에서 야투와 외곽이 강조된 시점에 박지수가 등장하며 KB는 오히려 높이로 승부를 걸었다. 팀이 확실하게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고 결과를 도모할 수 있다면, 굳이 트렌드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사이드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도 외곽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2점슛 대비 3점슛 시도 비율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팀이었다. 문제는 성공률이다. 

 

포스트가 강한 팀은 3점슛 비율이 적더라도 정확도는 오히려 높일 수 있다. 상대 수비를 페인트존 중심으로 좁힐 수 있는 만큼, 외곽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기회를 살릴수록 인사이드의 강점도 배가된다. KB가 박지수의 위력으로 가져가는 효과 중 하나가 외곽의 완벽한 찬스다. 강이슬의 역할도 있지만, KB가 압도적인 시즌을 치를 때에는 팀 전체의 외곽 정확도도 함께 상승한다. KB는 박지수가 합류한 2016-17시즌 이후 3점슛 평균 성공률이 30.1%로 리그 2위다. 박지수가 9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한 2022-23시즌은 25.1%, 해외 진출로 결장했던 2024-25시즌은 26.7%로 오히려 3점슛이 부진했다. 박지수가 정상적으로 활약한 7시즌만 놓고보면 31.4%로 같은 기간 리그 1위다.

 

지난 시즌의 삼성생명도 마찬가지. 박지수가 없는 WKBL에서 여전히 최고 센터로 군림한 배혜윤의 위력과 이해란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저돌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삼성생명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3점슛 시도가 20개 미만인 팀이었고, 2점슛 대비 3점슛 비율도 가장 적었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높은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3점슛 성공률이 저조했던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평균 성공률 30%를 넘긴 팀이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시도도 적은 3점슛이 정확도도 떨어졌다. 22.3%라는 저조한 성공률은 역대 WKBL에서 한 팀이 기록한 시즌 최저 3점슛 성공률이다. 팀 전체의 성공률도 저조했지만,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슈터도 없었다. 3점슛 성공률 50%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한 선수가 있었지만 센터 양인영이다. 14개 중 7개를 넣었다. 경기가 제대로 풀릴 때의 옵션이 아니었다. 경기당 1개 이상 3점슛을 시도한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적중률을 보인 선수가 고서연인데 26.0%였다. 상대로서는 하나은행의 외곽을 완전히 버리고 수비를 좁힐 수 있는 시즌이었다. 어차피 들어갈 확률도 낮고, 던지지도 못하는 외곽이 됐다. 상대는 페인트존을 중심으로 좁은 공간을 더욱 좁히면서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주요 선수들의 활용 범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 하나은행은 3점슛 부문에서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리그 평균보다는 성공률이 높아야 한다. 양인영-진안-김정은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찬스에서 외곽 정확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도 외곽의 문제는 확실한 리딩 가드의 고민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가드로서도 역할을 해줘야 하는 정예림이 3점슛에서도 열쇠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23.2%로 저조했지만, 정예림의 프로 통산 3점슛 성공률은 30.7%다. 특히 2023-24시즌에는 24경기에서 68개를 시도해 29개를 성공하며, 42.6%의 높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규정 3점슛 시도 수에 단 4개가 모자랐다. 정예림이 4개를 추가로 난사해 모두 실패했더라도 40.3%의 성공률로 당시 1위였던 키아나 스미스(38.5%)를 제치고 3점 야투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시즌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정예림이 3개 중 1개 이상을 성공하는 확률만 유지해도 팀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자원은 김단아다. 삼천포여고를 졸업하고 2017신입선수선발회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하나은행에 입단한 김단아는 부상으로 두 시즌 이상을 출전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팀에서 꾸준히 기대를 이어가고 있는 선수다. 김단아는 2021-22시즌, 116개의 3점슛을 시도해 43개를 성공하며, 야투율 37.1%를 기록했다. 해당 시즌에 강이슬(KB, 42.9%), 이소희(BNK, 39.9%), 김정은(우리은행, 38.3%) 등 워낙 대단한 정확도를 보인 선수들이 많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팀의 주 득점원이었던 신지현(48/155, 31.0%)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자랑했다. 2022-23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받았지만 계속된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외곽 능력이 검증된 선수인만큼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적어도 3점슛에 대해서는 기대를 걸 필요가 있다.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고서연이다.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은 26.0%였고, 프로 통산 수치도 큰 차이는 없지만 지난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외곽에서의 움직힘과 폭발력은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박소희의 외곽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루키 시즌 14.3%의 저조한 성공률을 보인 후, "3점슛이 장점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나쁘지 않다"고 했던 박소희는 2023-24시즌, 46개를 던져 12개를 성공하며 26.1%로 확률을 끌어올렸다. 박소희가 외곽에서 이 정도 적중률만 유지해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문제는 프로 4시즌 중 3시즌이 17% 미만이라는 점이다. 

 

 

 

아프다

하나은행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역설적으로 지난 시즌에 아픈 선수들이 많았다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대비 두드러지는 전력 보강은 없지만, 부상으로 로스터를 들락거렸던 선수들이 시즌을 꾸준하게 지켜준다면,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하나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양인영-진안-김정은으로 구성된 인사이드였다. 하지만 팀 전력의 절대 지분을 차지하는 이 3명이 모두 출전한 경기는 전체의 60%인 18경기였다. 세 선수 모두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있었고,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복귀해 경기를 소화했다. 정상적인 경기력이 유지되기 힘들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출전한 경기에서의 승률이 다른 경기들보다 나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팀의 핵심 라인업이 정상 가동되다가 개점 휴업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팀 전체적으로 전력을 꾸준하게 가져가기 힘들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리그 최고령 선수인 김정은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엄서이도 부상으로 단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여기에 김단아의 시즌 아웃과 정예림, 고서연의 부상 결장도 겹쳤다. 이렇게 빠진 전력만 돌아와도 작년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

 

 

 

 

아시아쿼터

아시아쿼터로 이이지마 사키를 선택했다.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뒤, 일찌감치 사키를 낙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사키가 포워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에게 가장 절실한 포지션의 보강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범 감독의 분석을 보면, 단지 가드 포지션을 보강한다고 팀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자농구에서 유행했던 포워드 농구를 펼칠 생각일 수도 있다. 센터로 분류하고 있지만, 양인영과 진안은 정통 센터보다는 포워드로서의 움직임과 역할을 더 선호하는 선수들이다. 범위를 넓히면, 하나은행은 기존의 빅3 자원에 사키까지 합류해며 상당한 포워드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BNK에서 30경기에 개근한 사키는 평균 33분 47초를 뛰며 9.6점 5.3리바운드 1.5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했다. 많은 시간을 뛰면서 운동량도 준수했고,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워낙 화려한 선수들이 많았던 BNK에서 궂은일에 중점을 두었을 뿐, 공격적 역량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3점슛도 나쁘지 않고, 전체적인 야투 능력이 괜찮아 공격 기회가 더 늘어나면 분명 지난 시즌 이상의 스탯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기도 갖춘 선수이고 볼 간수 능력도 있어서, 어느 정도 가드의 롤을 나눠가질 수도 있다. 하나은행의 앞선이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하면 포인트 포워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또한 경기력 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사키의 역할이 필요하다. 김정은이라는 베테랑이 있지만, 하나은행은 WKBL에서 대표적으로 정신력이 약한 팀이다. 김정은을 제외한 선수 전원이 유리 멘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혼자서 변화를 이끌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언어가 다른 외국인이지만, 김정은이 짊어지고 있는 이 부분을 사키가 나누어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키의 지명은 하나은행에게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시아쿼터 선수를 1명만 뽑은 것은 의문이다. 그만큼 참가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나은행은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팀이다. 국내 선수 등록 인원도 신한은행 다음으로 적다. 어린 선수들이 또래보다 출전 경험이 많기는 하지만, 이는 이들의 기량이 탁월해서라기보다 기존 자원들의 안정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3쿼터에 아시아쿼터 2명이 함께 뛸 수도 있다. 활용폭이 커졌는데도 1명만 뽑았다는 것은 선택받지 못한 지원자들이 기존 하나은행의 선수들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전체 선수단의 뎁스를 고려했을 때, 남은 인원 중 최선의 한 명이라도 더 포함시키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론

지난 시즌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리그 자체가 과도기를 맞이한 느낌이었다. 기존의 2강을 형성했던 팀들의 전력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전체적으로 리그가 하향평준화 됐다. 박지수(KB)와 박지현(우리은행)의 해외 진출로 리그의 에이스급 선수 두 명이 사라진 것도 큰 변수였다. 포지션 밸런스를 정상적으로 갖춘 팀이 드물었다. 센터의 품귀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비시즌 분석 당시, 높이는 하나은행이 가장 돋보였다. 이 강점을 충분히 누리지는 못했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았다는 점에서 하나은행이 확실히 우세했다는 부분은 검증됐다. 하나은행 외에 센터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팀은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이었다. 아쉽게도 전성기에 접어든 하나은행의 젊은 센터진은 삼성생명의 노장 배혜윤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쿼터 센터로 타니무라 리카를 영입하고 신인 홍유순이 활약한 신한은행을 상대로도 인사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삼성생명이나 신한은행을 상대로 리바운드에서 평균 2-3개 밖에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팀에게 6승을 수확했다. 3할 승률의 하나은행이 상대 전적에서 5할 동률을 기록한 상대가 이 두 팀이다. 이들은 하나은행과 더불어 3점슛 시도가 가장 적었던 팀들이다. 성공률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였지만, 하나은행이 이 두 팀을 상대로는 그래도 공격을 승부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는 변화가 있다. 삼성생명은 아시아쿼터로 가와무리 미유키(C)를 선발했다. 높이의 장점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신한은행도 리카가 빠진 자리에 미마 루이(C)를 채웠다. 두 팀 모두 정통 센터를 1라운드에 선택했다. 적어도 이들의 인사이드 경쟁력은 지난 시즌 이상일 것이다. 그리고 KB에는 박지수가 복귀했다. 하나은행이 박지수를 가장 괴롭힐 수 있는 조건인 것은 맞지만, 높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은행이 골밑의 강점만 갖고 승부 하기는 힘든 시즌이다. 그 장점을 살리기 가장 좋은 시즌을 최하위로 마쳤다.

 

양인영과 진안이 번갈아 뛰는 것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들 둘이 코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더블 포스트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모두 포워드에 가까운 센터들이다. 센터 치고는 슛 거리도 길다. 각각 공격과 수비에 장점이 있는 등, 함께 구성하면서 장점을 조합할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존재한다. 일단 하나은행은 양인영과 진안의 공존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두번째는 지난 시즌 발목을 잡았던 1번 포지션의 숙제 해결이다. 리그 전체에서 경쟁력을 다투는 수준이 아니라도, 어느 정도 버텨줄 수 있는 상황은 마련해야 한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시장에서 외곽 능력 있는 가드를 원했지만, 합당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국내 선수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여기에서 어떤 해법을 찾느냐에 따라 사키의 활용법도 달라질 것이다. 또, 사키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김정은의 출전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793분 34초를 뛰었다. 리그 15위에 해당한다. 2023-24시즌 하나은행으로 이적한 후, 두 시즌 연속 평균 30분 가까이 소화하고 있다. 38세의 노장이며, 어려서부터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김정은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출전 시간을 이보다 훨씬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엄서이의 복귀와 성장도 중요하지만, 핵심 전력에서의 역할은 사키의 활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결국 리딩 가드의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사키의 역할과 이어지며, 김정은의 효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범 감독은 15년 전, KBL에서 오세근을 선발했던 장면을 회상하며, "사키와 함께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솔직히 하나은행이 정상에 도전할 전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걸 아니면 도'가 가장 어울린다고나 할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면 무섭게 치고 올라올 수 있겠지만, 선수들 대부분이 정신적인 면에서 흔들림이 많다는 것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가 더 큰 팀이다. 이상범 감독이 정상 도전을 언급했지만, 그게 언제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여전히 도약이 아닐까? 어떤 길을 걷든, 창단 후 13년 동안 리빌딩만 계속하고 있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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