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25시즌은 상당한 저득점 경기가 펼쳐지며, 내외부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농구 수준이 예전과 같지 못해 프로답지 않은 경기력과 더불어 지독한 저득점 양상으로 인해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KBL과 WKBL을 막론하고, 이미 수년째 계속되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WKBL이 KBL의 기조 변화를 따라 하드콜을 따라가면서 경기가 거칠어지고, 적은 파울콜로 인해 득점 기회도 줄어들면서 저득점 양상이 됐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한다. WKBL 관계자가 시즌 초부터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의견을 묻기도 했다.
우선 분명히 할 부분이 있다. 하드콜과 소프트콜의 구분이다. 언젠가부터, 심판이 몸싸움을 크게 용인하고 파울을 잘 불지 않는 것을 '하드콜', 비교적 파울이 자주 불리는 것을 '소프트콜'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심판이 판정을 내리는 영역에서 하드콜과 소프트콜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현재의 흐름은 하드콜'이라거나 '소프트콜을 적용하라'는 지침이 없다. 농구 규칙과 심판 판정 기준에는 규정만 존재한다. 심판은 그 규정을 기준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심판의 판정 적용을 놓고 보는 이들에 의해 하드콜과 소프트콜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영역의 단어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보는 이들이 "너무 하드콜(혹은 소프트콜)인 것 같다"라는 말을 쓸 수는 있지만, 국내 농구룰은 물론 당연히 FIBA 규정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하지만 굳이 이 구분으로 리그의 판정 스타일을 말하자면, WKBL은 원래부터 하드콜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 WKBL을 본 팬들은 기억하겠지만, WKBL은 선수가 코피를 흘려도 파울로 인정하지 않은 적도 있다. 엘보우에 선수가 가격당했을 때도 '고의적이지 않은 우연한 접촉'이라며, U파울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파울 자체를 주지 않은 적도 있다. 심판이 휘슬을 너무 아껴서 경기가 거칠어지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다는 비판이 많았다. 징계규정도 매우 보수적이라 주먹질을 하고 싸운 선수들의 출장 정지가 달랑 한 경기였다. 오히려 "남자 농구인 KBL은 소프트콜이고, 여자 농구는 하드콜"이라며, "KBL과 WKBL이 바뀐 것 같다"고 했던 기자도 있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의견을 설파했던 이들은 당시 "그래도 소프트콜보다는 하드콜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국제대회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아시아컵을 마친 후 국가대표를 다녀온 선수들은 "몸싸움에 대해서는 WKBL보다 관대했지만 핸드채킹에 관해 매우 엄격했다. WKBL에서는 용인됐는데, 국제대회에서는 모두 파울로 불렸다"고 현장에서의 체감을 공유했고, 이미 핸드채킹에 대해 관대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WKBL은 이 부분을 엄격하게 보기 시작했다. 각 구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고, 비시즌 연습 경기부터 바뀐 기준이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자유투가 급속히 늘어나며 진통을 겪기도 했다. 연습경기에서 득점의 절반 가까이가 자유투로 나오기도 하며, 시즌을 앞두고 연맹과 각 구단 감독들이 다시 모여, 기준에 대해 적정전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후로는 전보다 하드콜이라는 지적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2024-25시즌, 선수들의 접촉에 대한 심판의 판정이 관대해지는 '하드콜 현상'이 이슈가 됐다. 시작은 KBL이었다. 선수들이 직접 불만을 토로했다. 몸싸움을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정상적인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부상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몇 년 전 WKBL 판정에 대해 지적했던 부분과 같다. 그런데 WKBL이 개막한 후 WKBL의 판정도 먼저 개막한 KBL의 흐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각 팀의 득점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그 원인 중 하나로 판정 문제가 부각됐다.
2024-25시즌의 저득점 양상은 어느 정도였을까? 그리고 여기에 파울수 감소로 인한 영향도 있었을까? WKBL의 역사 전체를 찾아보기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체력이 모자라서, 단일리그 이후의 상황만 조사했다. 사실 경기 수와 여러가지 부분을 고려할 때, 단일리그 이후만 확인해도 충분한 데이터 정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단일리그 이후 WKBL의 시즌별 평균 득점과 경기당 한 팀의 평균 파울 및 자유투 횟수, 그리고 평균 자유투 성공률을 정리한 그래프다. 작아서 잘 안보이기는 하는데 크게 보면 좀 낫다. 맨 위의 그래프가 자유투 성공률, 두번째가 평균 득점, 세번째가 경기 당 평균 파울 수, 맨 아래가 경기당 자유투 시도 수다.
시즌 | 07-08 | 08-09 | 09-10 | 10-11 | 11-12 | 12-13 | 13-14 | 14-15 | 15-16 |
득점 | 63.6 | 67.5 | 70.6 | 64.8 | 69.2 | 64.0 | 66.5 | 65.7 | 65.6 |
파울 | 19.4 | 20.1 | 19.1 | 19.0 | 17.7 | 17.3 | 18.1 | 18.5 | 18.6 |
자유투 | 14.9 | 16.6 | 15.8 | 14.7 | 16.6 | 13.8 | 14.2 | 13.3 | 14.1 |
FT% | 73.3 | 74.4 | 76.2 | 73.7 | 75.4 | 72.4 | 74.1 | 73.6 | 70.7 |
시즌 | 16-17 | 17-18 | 18-19 | 19-20 | 20-21 | 21-22 | 22-23 | 23-24 | 24-25 |
득점 | 65.4 | 69.1 | 69.5 | 68.9 | 70.0 | 71.3 | 69.2 | 66.4 | 60.5 |
파울 | 19.0 | 18.3 | 17.6 | 17.3 | 19.1 | 19.9 | 18.8 | 19.2 | 18.6 |
자유투 | 14.4 | 15.5 | 14.7 | 13.3 | 14.8 | 16.1 | 14.4 | 14.1 | 12.4 |
FT% | 72.4 | 70.9 | 73.3 | 75.3 | 73.1 | 74.0 | 74.2 | 71.2 | 72.9 |
표로 보면 이렇다.
결론만 놓고 보면, 단일리그 이후 역대 최저 득점인 것도 맞고, 자유투가 가장 적었던 시즌인 것도 맞다. 아마 WKBL 역대 최저 득점 시즌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나 파울콜 자체가 급감한 시즌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 파울이 가장 가장 적게 불린 시즌이었지만, 단일 리그 이후 18시즌 전체 통계를 보면 한 팀의 경기 당 파울 수는 평균 18.8개였다. 18.6개 였던 2024-25시즌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유투는 역대 최저 수치였다. 파울 수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자유투가 인정된 파울 수의 감소폭은 전체 파울수의 감소 수치보다 컸다. 한 팀이 자유투를 내주는 파울을 범한 것은 경기당 6.6개로 이전 시즌보다 평균 1.0개가 줄었다. 이에 따라 매 경기, 한 팀 평균 12.4개의 자유투가 주어졌다. 단일 리그 이후 18시즌 평균 14.7개의 자유투가 주어졌으니, 기준보다 평균 2개 정도의 자유투가 적었던 것이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예년보다 2점 정도 감소할 수 있는 결과다. 혹시 자유투 정확도의 변화로 인해 득점에 영향이 미친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자유투 성공률도 조사했는데, 큰 차이는 없었다. 18시즌 평균 자유투 성공률은 73.5%였고, 11번의 시즌이 72~75%사이의 성공률을 보였다. 2024-25시즌도 이 11번에 포함된다. 자유투 성공률은 평균 득점 변화에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이 글의 주제는 파울콜과 자유투, 그리고 저득점의 상관 관계다. 파울콜이 적어 자유투가 줄어들면, 당연히 득점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득점 감소는 몰라도 역대 최저 득점까지 떨어지는데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까? 이번 시즌 평균 자유투 시도수가 역대 최저 수치인 것은 맞지만 지난 해 대비 줄어든 것은 경기당 1.7개다. 그런데 평균 득점은 무려 6점 정도가 내려갔다. 콜과 자유투 수의 감소만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아닐까? 지난 18시즌의 흐름을 봐도 자유투 숫자나 파울 수의 변화가 득점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상당한 요소가 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WKBL은 단일 리그 이후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활용과 중단이 반복됐고, 팀 당 경기수는 40경기에서 35경기, 30경기로 줄어들었다. 이 또한 체력적인 부분에서의 원인이 될 것이고, 득점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변수로 볼 수 있는 조건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평균 득점의 등락은 존재했다. 다만, 지금은 평균 득점의 급락 시기에 있다. 지난 시즌 대비 5.9점이 줄었다. 2010년에도 5.8점이 줄었던 적이 있으니, 이런 변화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몇 시즌째 꾸준히 하락한 적은 없었다. 지금은 3년째 꾸준한 평균 득점 하락기에 있다. 2021-22시즌에 71.3점으로 단일리그 이후 최다 득점을 기록한 후, 3시즌만에 무려 10.8점이 떨어졌다.
평균 득점 변화의 시기에 주요 원인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1. 2012-13시즌 이후의 저득점 흐름
WKBL의 평균 득점은 2010-11시즌에도 급격히 줄었지만, 다음 시즌에 바로 반등했다. 하지만 5.2점이 줄어들었던 2012-13시즌부터는 꾸준한 저득점 추세가 이어졌다. 2012-13시즌 64.0점까지 떨어진 평균 득점은 이듬해 66.5점으로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하락한 것에 비해 반등폭이 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2016-17시즌까지 65점대의 저득점 시즌이 지속됐다.
2012-13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한 것이었다. WKBL은 팀 당 1명씩의 외국인 선수를 드래프트로 선발할 수 있게 했고, 이렇게 뽑힌 6명의 선수들은 3라운드 부터 시즌을 소화했다. 보통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되면 더 공격적인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시행 후 5시즌 동안 저득점의 기조가 이어진 것이다. 이후 외국인 선수 제도는 세부적인 내용에서 변화를 겪기도 했는데, 전반적인 외국인 선수 제도의 부활이 수비적인 부분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며 저득점 양상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 좋은 기량의 선수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수비 강화가 목적인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까지의 흐름에 더 큰 충격을 준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많이 넣고 적게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에 더 주안점을 둘 것인가는 그 당시의 분위기에 좌우되는 경향도 존재한다. 요즈음에는 포지션 별 역할의 고착화와 높이를 활용하는 농구에 대해 '구식'이라고 평가하며,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슈팅 능력을 갖춰야 하고, 빅맨도 달리고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게 현대 농구의 일반적인 흐름이 됐다. 하지만 10년 전 이런 것을 도입했다면 '앞서간다'는 말보다는 '기본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이 있다. 그 팀의 성향이 리그의 흐름은 물론 전체적인 내용에도 영향을 준다. 공격과 수비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 내외곽 공략 비율이 어떻게 되느냐, 속공과 지공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 등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팀이 생기고, 이에 따라 다득점과 저득점의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시점 WKBL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팀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2009-10시즌과 2011-12시즌의 평균 득점이 비약적으로 높았던 이유는 왕조의 시대를 구가하던 전성기 신한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2008-09시즌 WKBL의 평균 득점은 67.5점. 그런데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팀의 평균 득점은 65.9점이다. 신한은행 혼자 평균 득점을 1.6점이나 높인 것이다. 다른 5개팀의 평균 득점이 64.3점~68.6점에 머문 반면, 신한은행은 75.6점을 기록했다. 리그 최강으로 군림하는 1위 팀이 고득점 농구를 하면, 다른 팀들도 끌려오는 흐름이 된다. 시즌 평균 득점이 70점을 넘어섰던 2009-10시즌에는 KB와 신세계도 평균 71점 이상을 올렸다. 물론 선두 신한은행은 평균 76점을 기록했다.
평균 득점이 급락했던 2010-11시즌에는 신한은행의 평균 득점이 69.7점으로 내려왔다. 신한은행이 통합우승으로 패권을 쥔 이후, 처음으로 평균 득점이 70점 아래로 떨어진 시즌이었다. 대외 변수가 있었기에 득점 감소가 있었을텐데, 솔직히 이 때에 어떤 변수가 작용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2011-12시즌, 다시 평균 76.4득점으로 독보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평균 70점을 넘어선 팀이 없었지만, 최하위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팀이 60점대 후반의 높은 득점을 기록했다. 리그를 확실하게 제압한 신한은행의 득점 추이가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시즌 | 신한은행 평균득점 |
평균득점 2위팀 |
시즌 평균 득점 | 신한은행 제외 5개팀 평균득점 |
2007-2008 | 70.4 | KB, 금호생명 65.3 |
63.6 | 62.3 |
2008-2009 | 75.6 | 금호생명 68.6 |
67.5 | 65.9 |
2009-2010 | 76.0 | KB 71.9 |
70.6 | 69.5 |
2010-2011 | 69.7 | 삼성생명 67.9 |
64.8 | 63.8 |
2011-2012 | 76.4 | KB, KDB생명 69.8 |
69.2 | 67.8 |
평균 득점 | 신한은행 | KB | 금호생명 KDB생명 |
삼성생명 | 신세계 | 우리은행 |
2007겨울 ~ 2011-2012 |
73.5 | 67.6 | 67.3 | 66.6 | 65.7 | 64.2 |
그런데 2012-13시즌에 변화가 발생한다. 직전 시즌,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잡았던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에게 덜미를 잡혔다.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가 큰 패착이 됐다. 하지만 부활한 외국인 선수 제도 외에도 우리은행이 가져간 파격적인 변화가 효과를 냈다는 점이 주목할 사항이다. 임달식 감독을 도와 신한은행의 연속 통합 우승을 보좌했던 위성우 코치가 우리은행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시즌이다. 그리고 초임 감독 시절에 통합 6연패를 구가하던 신한은행을 침몰시키고 우승을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의 우리은행은 철저한 수비 농구로 승부를 걸었다. 흔히들 '공격은 인기를, 수비는 승리를 가져온다'고 말하지만, 당시 우리은행의 방침은 이것보다는 오히려 생존 전략에 가까웠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기존의 강팀들에 밀리기 때문에 다득점 경기로 가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고, 많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몸싸움, 전투적인 리바운드와 강력한 압박 및 수비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시즌에 등장한 우리은행의 전면 강압 수비는 상대를 질식시켰고, 전체적인 리그 판도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우리은행의 득점은 최하위였던 직전 시즌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1.6점이 늘었다. 하지만 실점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평균 실점을 무려 10점 이상이나 줄였다. 이러한 우리은행이 시즌의 전반적인 흐름을 주도하면서 수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모든 팀이 전년 대비 득점과 실점 모두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2012-13시즌 | 2011-12시즌 | 변화 | ||
우리은행 | 득점 | 65.5 | 63.9 | +1.6 |
실점 | 60.3 | 70.7 | -10.4 | |
신한은행 | 득점 | 67.8 | 76.4 | -8.6 |
실점 | 62.8 | 71.1 | -8.3 | |
삼성생명 | 득점 | 61.5 | 67.5 | -6.0 |
실점 | 62.9 | 67.4 | -4.5 | |
KB | 득점 | 64.2 | 69.8 | -5.6 |
실점 | 67.6 | 68.4 | -0.8 | |
하나외환 (신세계) |
득점 | 61.1 | 68.2 | -7.1 |
실점 | 64.8 | 70.9 | -6.1 | |
KDB생명 | 득점 | 64.1 | 69.8 | -5.7 |
실점 | 65.9 | 67.1 | -1.2 |
그리고 이후로도 4시즌 동안 완만하게 65점대의 평균 득점으로 시즌이 유지된다. 개인적으로 이 때의 WKBL이 가장 재미없던 시기였다. 우리은행과 '우리은행 아류'가 점령한 시즌이 이어졌다.
2012-13시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이 연이어 리그를 제패하자, '레알 신한은행' 시절과는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신한은행은 호화군단으로 전력 자체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팀들이 우승에 도전했지만 신한은행을 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초호화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 신한은행의 전력 자체가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는 것을 자타가 공인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전주원과 진미정의 은퇴, 정선민의 이적으로 전력에 큰 변화가 생겼던 2011-12시즌에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리빌딩까지 성공한 상화이었다. '레알 신한은행'은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었다.
그런데 이런 신한은행을 무너뜨린 우리은행을 보는 시선은 달랐다. 새로운 강자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신한은행이 어쩌다가 일격을 당한 것이고, 2012-13시즌은 이변이라는 시선이 더 컸다. 이승아-박혜진-임영희-양지희가 축을 이루고 여기에 외국인 선수가 추가된 라인업은 지금 돌이켜 볼 때는 상당한 스쿼드로 평가받지만, 당시 기존의 강팀들에게는 '여전히 해 볼 만한 상대'라는 분석이 주류였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선수층도 두텁지 않아,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도 높았다. 우리은행을 '잘 하는 선수들'보다는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라고 여겼다. 다른 팀들에게 신한은행은 여전히 어려운 상대였지만, 우리은행은 해 볼 만한 팀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무너지지 않았다. 2012-13시즌 보다 더 나은 완성도를 보이면서 기존의 강호들과 신한은행을 무너뜨렸다. 연승 기록을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레알 신한은행'의 치적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우리은행이 꾸준히 강세를 이어가자, 일부 구단은 고위층에서부터 "우리도 우리은행처럼 하면 되지 않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선수들의 면면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은 우리은행이 꼴찌에서 통합우승으로 올라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방식을 통해 우리 팀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냐'는 압박이 상당했던 시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리은행처럼 경기를 하는 팀들이 늘어났다. 대부분의 팀들이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는 농구로 전환했다. 체력이 강조됐고, 전면 강압수비를 들고 나오는 팀들이 많아졌다. 많이 뛰는 농구를 강조하며 '빠른 농구'를 표방했지만, 지금까지 하던 농구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승부를 걸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모습도 나타났다. 수비 농구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애초부터 팀 체질을 이 기조에 맞췄던 우리은행과 성급하게 성공 모델을 따라가고자 했던 다른 팀들의 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수비에서 힘을 빼고, 공격에서는 빠른 농구가 아닌 급한 농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우리은행은 이 시기를 거치며, 다른 팀들과의 차이를 벌렸다. 국내 선수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며, 2014-15시즌부터는 공격에서도 힘을 내는 팀이 됐다. 여전히 '강력한 수비'가 우리은행의 핵심 DNA였지만, 공격력도 1위팀 다운 위용을 갖췄다. 해당시즌 유일하게 평균 득점 70점을 넘긴 팀이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가장 강한 수비와 적극적인 리바운드, 거친 몸싸움을 펼치는 팀이었고, 심판의 판정 범위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었다. 여기에 승리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선수들이 성장하고 해결사로 올라서면서 공격력도 리그 최고가 됐다. 이제, 우리은행을 최강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게 혹독하게 당했던 다른 경쟁자들은 여전히 '우리은행같은 강력한 수비'에 집중했다. 우리은행은 운동량과 높이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가로수비와 세로수비가 모두 되는 팀이었다. 2015-16시즌부터는 팀이 전성기에 돌입했다.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가장 적은 실점을 하는 팀이 됐다. 2016-17시즌에는 존쿠엘 존스와 모니크 커리로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구성하며 33승 2패, 승률 0.943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우리은행이 져야 뉴스가 되는 시기였다. 2015년부터 두 시즌 동안 우리은행은 평균 71.0점을 득점하고 59.4점을 실점했다. 70점대의 득점도 우리은행 뿐이었고, 50점대의 실점도 우리은행 뿐이었다. 다른 팀들은 우리은행처럼 수비하고자 했지만 미치지 못했고, 공격도 우리은행에 밀렸다. 그나마 '양궁 농구'를 표방했던 서동철 감독의 KB가 다른 모습을 가져갔을 뿐, 이후 임근배 감독의 삼성생명이 마이웨이를 외치기까지, WKBL의 흐름은 '절대적 수비'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여 있었다.
2. 우리은행의 변화와 박지수의 등장
그런데 2016-17시즌을 마친 후, 우리은행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양지희가 은퇴했다. 양지희는 신정자와 더불어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우리은행의 핵심 선수였다. 양지희로 인해 우리은행은 국내 선수의 높이 싸움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우리은행은 가드에 이승아-박혜진, 포워드에 임영희, 센터에 양지희 등, 주축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확실한 피지컬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던 양지희가 은퇴하면서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지희는 우리은행의 유일한 센터였다. 외국인 선수를 센터로 뽑아 높이를 보강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는 다른 팀도 뽑는다. 게다가 디펜딩 챔피언인 우리은행의 드래프트 순번은 후순위라 기량에서 앞서는 빅맨을 수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높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가던 우리은행은 '센터 없는 팀'이 됐지만, 도전자들은 달랐다. 삼성생명에는 배혜윤과 허윤자가 버티고 있었고, KDB생명에는 미래가 촉망되던 김소담과 진안이 있었다. 양지희가 없는 우리은행이 페인트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매치업이 됐다. 신정자가 은퇴했지만, 곽주영의 영향력이 강해진 신한은행도 센터 없이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KB에는 본격적으로 풀타임 시즌에 돌입하는 박지수가 있었다. 양지희 한 명이 은퇴했을 뿐인데, 우리은행은 그동안 강점이었던 페인트존에서의 높이를 완전히 잃게 됐다. 높이와 지공, 버티는 농구로 승부를 걸기에 마땅한 조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FA 시장에서 김정은을 영입한 것인 천군만마와 같았다. 심각한 위기가 닥칠뻔 했던 고비를 넘겼다. 신세계 입단 당시부터 소녀 가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했던 베테랑 김정은에게 우리은행 특유의 강력한 수비를 주입시켰고, 김정은을 활용하는 공격도 새로운 옵션으로 장착했다.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 새롭게 국내 선수 트로이카를 형성했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빠른 움직임을 강조했다. 리그 정상급 반열에 올라선 해결사들이 즐비한 까닭에 공격에서의 강점도 유지할 수 있었다. 강한 수비도 여전히 강조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색깔이었다. 리그를 압도했던 시기의 독주도 이제는 힘들었다. 3시즌 연속으로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우리은행에게 이제부터는 박지수를 앞세운 KB의 반격이 매섭게 펼쳐졌다.
특히 박지수가 리그에 적응하면서부터 KB는 공격력에서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 됐다. 2016-17시즌 평균 62.5득점 64.6실점이었던 KB는 한 시즌 만에 73.4득점 66.5실점으로 다이내믹한 변화를 만든다. 2012-13시즌, 우리은행이 트렌드를 바꾸면서 한 시즌만에 평균 10.4점의 실점을 줄였던 것과 달리, 이 시즌의 KB는 한 시즌만에 평균 득점을 10.9점이나 올렸다. 우리은행이 강력한 수비로 탈꼴찌와 우승을 한 번에 차지한 것과 달리, KB의 반등은 공격력에 있었다. 양지희의 은퇴와 김정은의 영입으로 이전과 변화를 가져간 우리은행, 그리고 무시무시한 공격력으로 중무장한 KB의 등장에 리그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고 평균 득점은 65점 대에서 69점 대로 올라섰다.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이전까지 리그의 트렌드를 우리은행이 이끌었다면, 이제는 우리은행과 KB가 양강으로 함께 흐름을 주도했다.
3. 압도적인 낙폭의 2024-25시즌
그리고 2024-25시즌, 평균 득점 그래프는 폭포처럼 내리막을 그렸다.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이 된 부분이다. 앞서 언급됐던 파울콜과 자유투의 감소도 이유는 될 수 있지만, 결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WKBL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켜 국가대표팀의 국제 경쟁력도 도모하겠다'는 목표로 외국인 선수제도를 중단했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가 빠져나간 자리에 기회를 얻는 선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경기력 하락이 더 크게 체감됐다. 외국인 선수 제도 중단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구단들도 두 시즌 만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팀의 핵심 선수들 중 특히 베테랑들은 외국인 선수가 빠져나간 이후 "농구가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2024년에는 FA 시장에서 충격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2017-18시즌 이후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리그의 양강으로 굳건히 위치를 지켜왔던 우리은행과 KB의 전력이 한꺼번에 해체됐다. KB는 팀 전력의 절대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박지수가 튀르키예 리그로 떠났다. 우리은행은 찬란한 역사의 주역들이 한 번에 이탈했다.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이 이적했고, 박지현은 해외리그에 도전했다. 오랫동안 WKBL은 우리은행과 KB가 정상 전쟁을 벌이고, 다른 팀들이 2강 아래에서 자웅을 다투는 구조였다. 그런데 하늘 위에 존재하던 두 팀의 전력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2023-24시즌 정규리그에서 KB와 우리은행은 거의 전 부문에서 1-2위의 기록을 유지했다.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이 정상에 올랐지만, 정규리그에서는 KB가 모든 면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KB는 72.7득점 61.1실점으로 최다 득점팀이자 최소 실점팀이었다. 우리은행은 68.7득점 62.0실점으로 두 부문 모두 2위였다. KB,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리그 평균 득점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팀이 없었고, 실점도 이 두 팀이 독보적으로 적었다. 삼성생명이 66.3실점으로 리그 평균 실점 66.4점에 수렴했을 뿐, 모든 팀들이 이 두 팀에 견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막강하던 전력이 해체되면서, 우리은행과 KB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결사가 빠져나간 만큼, 해법은 공격보다 수비다. 당연히 수비가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기본 DNA에 수비가 장착되어 있던 우리은행은 57.1실점으로 팀의 전성기 시절보다 더욱 지독한 짠물 농구를 펼쳤다. 평균 득점은 59.3점이었다. WKBL 정규리그 우승팀이 평균 60점도 올리지 못한 것이다. KB도 우리은행과 사이좋게 평균 59.3점에 묶였다. 리그 공동 4위의 득점력이다. 이들보다 득점이 적었던 팀은 리그 최하위였던 하나은행(55.5점)이 유일했다. 평균 득점이 전년 대비 무려 13.4점이나 떨어진 KB는 수비에서 우리은행 만큼의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KB의 평균 실점은 60.8점이었다.
그동안 리그를 주도했던 팀들이 완벽하게 색깔을 바꿨고, '선 수비, 후 공격' 형태로 시즌을 치렀다. 문제는 이 두 팀이 전력적으로 무너졌지만, 이들을 완벽하게 대체할 리그의 강자는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력 상승 효과가 있었던 BNK는 '강팀'이라는 이름표가 아직은 낯선 팀이다.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지만, 정규리그 순위 싸움에서는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전력이 철저히 무너진 우리은행이었다. 삼성생명은 이전 글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했던 대로, 강팀보다는 도깨비 팀이다. 좋은 전력이지만, 리그 트렌드를 이끌 정도의 기세와 흐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최상위권의 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약했던 시즌이다. 플레이오프를 전망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누가 우승을 하든, 역대 WKBL 우승팀 중 최약체일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승팀 BNK는 물론, 준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까지 역대 WKBL 파이널에 올랐던 모든 팀들 중 최약체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시즌. 당연히 모든 팀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존의 강팀들이 무너졌지만, 새롭게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린 팀들은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의 힘을 과시하지는 못했다. 그 동안의 강자들이 수비에 치중했고, 그 변화 속에서도 우리은행은 선두 싸움에 뛰어들었다. 3강 3약으로 나뉘면서 정규리그 막판까지 1위와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고, 과감한 대결보다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플레이가 우선이 됐다.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일본 선수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판도를 바꾸기에는 그 영향력이 상당하지는 않았다. 감독들도 화끈한 공격보다는 확률 높은 공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파울 1개, 자유투 1개에 더 민감하지 않았을까 한다.
게다가 박지수와 박지현이 다른 리그에 도전하면서, 상대의 강한 압박과 수비를 개인 능력으로 부수고 궤멸시킬 수 있는 선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혈혈단신으로 상대 수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카드는 냉정하게 김단비(우리은행)가 유일했다. 각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위력은 물론, 전체적인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이전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수비가 강조되는 시즌이었는데, 이에 맞설 수 있는 공격 카드는 많지 않고, 심지어 리그에서 가장 파괴적인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선수 중 2명이나 부재중이었다. 전체적인 구조가 다득점으로 이어지기 힘들었다. 서로 수비에 치중하는 상황에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슈퍼스타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의 선수들은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다른 의미로의 피말리는 싸움이 반복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시즌 초반 연맹 관계자와 이야기를 할 때도, "파울이나 자유투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시즌 내내 저득점 기조는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고려해도 심각한 저득점 시즌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4. 다음 시즌은?
기존 선수들이 확실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파울의 기준을 조금 더 강하게 해서 자유투를 늘리는 것이 합당해보이지는 않는다. 농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에 자유투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투가 많이 나온 경기는 하이라이트를 봐도 뭔가 남는 게 없는 느낌이다. 저득점 경기보다는 다득점 경기가 당연히 더 재미있지만, 자유투로 점수가 많아지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그렇다고 명백한 자유투 상황을 불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자유투가 많아진 효과로 득점이 높아지는 것은 다득점 경기가 주는 재미와 흥미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견으로는, 지금의 저득점 기조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더 내려갈 데가 없다. 2024-25시즌의 평균 득점은 낮아도 너무 낮았다. 단일리그 이후 한 시즌 최저 평균 득점이 63.6점이었는데, 17년 만에 그 기록을 깨면서 60.5점까지 떨어졌다. 아무리 WKBL 팀들의 공격력이 주저 앉는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어떤 변수를 만들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조용한 FA 시장으로 인해 대부분의 팀들이 지난 시즌과 비슷한 전력을 유지했다는 점도 이번 시즌과 같은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주력들이 모두 빠져나간 충격에 시달렸던 우리은행이나 새로운 구성을 만들어가는 상황이었던 BNK는 지금과 같은 전력으로 리그를 끌어가는 노하우가 학습되었을 것이다.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 시즌'을 치렀던 다른 팀들도 이제는 적응기를 지나 다른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박지수가 복귀한다. 박지수의 복귀는 일단 KB의 전력 자체를 바꿔버린다. 삼성 농구단의 임근배 단장은 박지수에 대해 "혼자 50점을 가져가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그는 "20점 득점하고, 10점 만들어주고, 20점을 막는 선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박지수의 2023-24시즌 성적은 20-15-5였다. KB의 평균 득점을 혼자서 10점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박지수가 들어오면 강이슬-허예은이 연동하는 KB의 공격력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굳이 수비에 치중하는 농구를 할 이유가 없다. 알아서 다득점과 적은 실점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팀들이 정상적으로 박지수를 제어할 수 없다. 적극적인 수비와 짠물 농구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KB가 전체적으로 판을 흔들면, 다른 팀들도 KB에 맞춰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KB가 넣는 만큼 따라가야 한다. 전력차가 많이 나는 팀들에게는 한계가 발생하겠지만, 디펜딩 챔피언인 BNK나 라이벌 우리은행, 도깨비 팀인 삼성생명은 자신들만의 대척점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2024-25시즌 처럼 압도적인 저득점의 흐름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 당연히 이게 정답이고 올바른 분석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득점 흐름의 변화의 원인을 보자면 전체적인 리그의 분위기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고, 판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분하지만, 그것만으로 평균 득점이 5점 이상 떨어진다는 결론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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