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뉴욕 리버티와 새로운 뉴욕을 꿈구는 인디애나 피버의 경기에서 ‘젊은 팀’ 인디애나의 득세는 아직 이르다는 걸 뉴욕이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케이틀린 클락이 입단한 지난 시즌 이후 뉴욕과 인디애나의 경기는 더욱 관심을 받았다. 인디애나보다 훨씬 빅 네임이 되어 버린 클락과 사브리나 이오네스쿠(뉴욕)의 맞대결이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오리건 대학을 거쳐 2020년 전체 1순위로 뉴욕에 입단한 이오네스쿠는 5시즌 동안 3번의 올스타에 선발되고, 미국 국가대표로 FIBA 월드컵과 파리 올림픽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미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가드로 올라섰다. 수 버드, 다이애나 터라시 등 WNBA의 전설적인 가드들을 이어 첼시 그레이, 주얼 로이드 같은 선수들이 등장했지만, 이들보다 뒤에 등장한 이오네스쿠는 정확한 외곽슛과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NCAA 역사상 최다 트리플더블(26회)을 작성하며 각광을 받았고, WNBA 진출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2023시즌에는 36경기에서 128개의 3점슛을 성공하며 44.8%의 적중률을 자랑했다. 올스타전 3점슛 콘테스트에서도 WNBA 역사상 최고점인 37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NBA에서 스태픈 커리(31점)가 세운 점수보다 높은 기록이었다. 덕분에 NBA 올스타 위크앤드에 커리와 3점슛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미네소타 링스를 잡고 챔피언에 올랐던 WNBA 파이널에서도 결정적인 3점슛으로 팀 우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오네스쿠는 NCAA에서부터 미친 3점슛을 자랑하며, 1-2번 포지션에서의 슈퍼스타를 예약한 클락과 자강두천의 싸움을 펼칠 젊은 터주대감(?)이라 할 만 했다.
지난 시즌 첫 맞대결부터 뉴욕과 인디애나의 경기는 이오네스쿠와 클락의 맞대결로 더 관심을 받았다. ‘WNBA판 스테픈 커리’의 맞대결이었다. 일단 전력면에서 확실한 밸런스와 함께 리그 최강으로 인정받은 뉴욕과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성장세에 있는 인디애나의 차이가 확실했기에 팀으로서의 결과보다는 비슷해 보이는 두 선수의 대결이 더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작년 5월의 첫 맞대결부터 경기 광고 메인에 이오네스쿠와 클락이 등장했다. 하지만 차이는 확실했다. 인디애나의 홈에서 펼쳐진 두 팀의 첫 맞대결에서 뉴욕은 102-66으로 무자비하게 인디애나를 박살냈다. 이오네스쿠와 클락의 맞대결은 큰 의미가 없었다. '루키' 클락은 30분 동안 9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3점슛 7개 중 1개를 성공하는 등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오네스쿠도 14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3점슛 2개로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은 아니었다. 다만 뉴욕은 여전히 팀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증명한 브리애나 스튜어트의 31점 10리바운드 활약과 존쿠엘 존스의 제공권을 앞세워 경기를 압도했다.
이틀만에 뉴욕의 안방으로 옮겨 벌어진 리매치도 뉴욕의 승리였다. 초반부터 기세를 잡은 뉴욕이 전반에만 20점 차 리드를 잡았고, 인디애나는 후반 내내 열심히 따라가기만 했다. 91-80의 대승. 다만 클락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고무적일 수 있는 모습이 나왔다. 클락이 24분 동안 3점슛 4개 포함 22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분전한 것. 팀은 패했지만 12점 5어시스트의 이오네스쿠보다 훨씬 나은 스탯이었다. 물론 3점슛은 이오네스쿠도 4개 성공. 여전히 스튜어트가 경기를 지배하는 뉴욕에서 굳이 이오네스쿠가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기에, 클락의 비교 우위 스탯이 큰 의미를 주지는 못했다.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뉴욕이 다시 한 번 인디애나에 참교육을 시전했다. 104-68 대승. 스튜어트가 13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쉬어갔지만, 베나이자 레니-해밀턴이 20점을 올렸다. 존쿠엘 존스가 여전히 제공권을 장악한 가운데 이오네스쿠는 3점슛 2개 포함 16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준수한 활약. 클락은 29분 동안 3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부진했다. 3점슛 7개 포함, 10번의 야투 시도 중 단 1개 성공에 그쳤다. 코트마진 –28로 최악이었다.
뉴욕에게 3연패를 당한 인디애나는 홈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83-78로 승리를 거뒀다. 클락이 19점 12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그동안의 패배에 대해 설욕했다. 3점슛 4개를 앞세운 이오네스쿠도 22점(3리바운드 4어시스트)을 득점했지만, 클락과의 맞대결로 따지면 완패였다.
2024시즌 성적 사브리나 이오네스쿠(뉴욕, G, 180cm, 1997년 12월 6일 생) 38G 32.1Min 18.2P 4.4R 6.2A 3P:2.8(33.3%) 케이틀린 클락(인디애나, G, 183cm, 2002년 1월 22일 생) 40G 35.4Min 19.2P 5.7R 8.4A 3P:3.1(34.4%) |
지난 시즌 개인 기록을 놓고보면 클락이 비교우위를 스탯을 남겼다. 루키 시즌이었지만 클락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NCAA 시절부터 쌓은 인지도와 인기가 허명으로 그치지 않았고, 프로 첫 시즌부터 WNBA를 이끌 슈퍼스타로서의 성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클락이 이오네스쿠를 ‘확실히 앞섰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객관적인 비교하기에 조건에서의 차이가 있다. 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승을 위해 싸우는 뉴욕은 브리애나 스튜어트, 존쿠엘 존스 등 확실한 우선 순위의 선수들과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이오네스쿠에게 포커스가 집중될 수 있는 팀은 아니다. 반면 리빌딩이 목표였던 인디애나는 켈시 미첼, 알리야 보스턴도 있었지만, 클락에게 확실하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클락 위주의 농구를 펼칠 수 있다. WNBA는 물론 인디애나의 팬들도 그것을 더 좋아한다. 우승과 팀 성적에는 이오네스쿠가 더 가깝고, 개인적인 푸쉬는 클락이 훨씬 더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그리고 현지 시간으로 24일. 뉴욕과 인디애나가 이번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여전히 리그 정상급 전력을 갖춘 뉴욕과 이번 시즌 전력 강화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도모하고자 하는 인디애나의 경기는 급격한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다.
스튜어트-존스-이오네스쿠를 앞세운 뉴욕과 보스턴-렉시 헐-클락을 앞세운 인디애나는 초반부터 난타전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2쿼터 들어 분위기가 뉴욕 쪽으로 기울었다. 나타샤 클라우드의 3점슛 2개가 터졌고, 이오네스쿠의 바스켓 카운트가 이어지며 뉴욕이 14점차의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3쿼터 들어 분위기가 바뀐다. 보스턴, 켈시 미첼, 헐의 득점이 이어지면서 인디애나가 무섭게 추격했다. 미첼은 스틸에 이은 속공 성공과 3점슛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클락 역시 코스트 투 코스트 플레이를 통해 마린 요하네스를 달고 속공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스탭백 3점슛으로 바스켓카운트까지 성공하며 4점 플레이로 인디애나의 분위기를 만든다. 뉴욕이 좀처럼 반격을 하지 못했고, 클락은 3쿼터 종료 버저비터를 특유의 로고샷 3점슛으로 성공했다. 14점차의 열세를 8점차 리드로 바꾸며 4쿼터에 돌입한 인디애나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고, 나타샤 하워드의 골밑 마무리가 이어지며 82-72까지 도망간다. 하지만 이제부터 디펜딩 챔피언의 시간이었다. 나타샤 클라우드가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 스틸에 이은 어시스트로 분위기를 바꿨고, 존쿠엘 존스가 풋백 득점에 이어 연속 3점슛까지 성공했다. 존스 혼자 내리 8점을 득점하며 뉴욕은 다시 리드를 찾아왔다. 82점에 묶여있던 인디애나는 보스턴의 골밑 득점으로 추격하지만, 뉴욕은 이오네스쿠의 점퍼로 달아났고, 다시 클락의 돌파가 성공하며 86-86 동점이 됐다. 남은 시간은 2분.
여기서 보스턴의 파울로 자유투를 얻은 이오네스쿠가 2개를 모두 놓쳤다. WNBA 통산 400개가 넘는 자유투를 90% 이상의 확률로 성공시켜온 이오네스쿠의 이번 시즌 첫 자유투 실패였다. 이후 양 팀은 존스와 보스턴의 자유투로 2점씩을 추가했지만, 필드골은 좀처럼 듣지 않았다. 이오네스쿠는 오픈 찬스에서 연이어 3점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빗나갔고, 클락의 3점슛도 림을 외면했다. 종료 12초 전, 회심의 돌파에 성공한 클락이 페인트 존에서 존스를 끌어당기고 비어있던 드와나 보너에게 멋진 패스를 연결했지만, 보너의 슛은 클라우드의 블록슛에 막혔다. 이어진 공격에서 미첼이 공격 시간에 쫓겨 시도한 플로터는 짧았고, 이제 기회를 잡은 쪽은 뉴욕. 이오네스쿠가 돌파를 시도했고, 수비하던 헐이 파울을 범하며 자유투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이오네스쿠가 놓치지 않았다. 90-88. 남은 시간은 2.9초. 작전타임 후 경기를 재개한 인디애나는 소피 커닝햄이 클락에게 볼을 연결했고, 클락은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노련하게 클락의 볼을 컨테스트한 클라우드의 손질에 막히며, 슛도 던져보지 못하고 경기가 종료됐다. 클락과 인디애나는 클라우드의 파울을 주장했지만, 정상적인 수비 성공으로 보였다. 이번 시즌 뉴욕으로 새롭게 팀을 옮긴 WNBA 10년차 베테랑 나타샤 클라우드는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와의 개막전에서도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친 데 이어 이 경기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뉴욕 리버티의 확실한 '클라우드 나인'이다. 결국 인디애나는 이번에도 뉴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난 시즌과는 달리 차이를 부쩍 좁혔다는 느낌이다. 비록 패했지만, 인디애나에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WNBA MVP를 수상했던 스튜어트(16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와 존스(26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상대로 알리야 보스턴이 27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인디애나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미첼(15점 4어시스트)도 준수했고 헐(15점)도 분전했다. 클락은 3점슛 2개 포함 18점 5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이오네스쿠는 2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해, 여전히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뉴욕이 정점에 있는 팀이라면, 인디애나는 여전히 올라서고 있는 팀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스튜어트와 존스는 이제 정점에서 내려오는 시점인 반면, 인디애나의 주역들은 이제 루키 포지션을 벗어났다. 또, 당장 이번 시즌만 보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디애나는 피닉스와 코네티컷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던 16년 차의 베테랑 드와나 보너를 영입하며 이번 시즌 전력을 높였는데, 현재까지는 기대 이하다. 보너는 이번 경기에서는 아예 선발에서 제외됐다. 보너는 WNBA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2시즌 이후, 지난 2024년까지 402경기를 소화했는데 이중 선발로 나서지 않은 경기는 단 2경기 뿐이다. WNBA 통산 7500점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며, 역대 WNBA 최다 득점 부문에서도 다이애나 터라시, 티나 찰스에 이어 3위에 올라있는 선수다. 그런 보너가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4경기 만에 선발에서 빠졌다. 이 경기에서 23분을 뛰었지만 자유투로만 단 2득점. 4개의 야투를 모두 놓쳤고,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블록을 당했다. 이번 시즌 4경기에서 평균 21.3분을 뛰며 2.5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보너는 데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평균 득점이 10점 미만으로 내려간 적 없는 선수다. 과거와 같은 활약까지는 힘들지 모르지만, 지금의 부진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디애나로서는 분명 잃을 것보다 나아질 것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댈러스는 또 졌다. 애틀랜타에게 75-83으로 패했다. 귀염둥이 페이지 베커스는 1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희망찬 루키의 WNBA 시작은 리그 4연패다. 뭐, 아직 좌절은 이르다. 케이틀린 클락의 인디애나는 작년, 5연패로 시작했다. 6번째 경기에서 LA 스팍스에게 첫 승을 거뒀다. 작년 인디애나가 초반에 뉴욕, 코네티컷이랑 연달아 만나는 불운이었던 것처럼, 댈러스도 초반에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미네소타와 두 경기를 치렀다. 다음 경기가 예년과 달리 힘이 쫙 빠진 코네티컷인 만큼 승리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서 이기면 베커스는 클락보다 그래도 1경기 일찍 첫 승을 경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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