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는 지난 2023년 아사니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3천 달러(420만원)의 연대기여금을 FIFA(국제축구연맹)에 납부해야 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FIFA는 2024년 12월, 광주FC에 선수 등록 금지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광주FC는 이후 이적 등에 따라 10명이 넘는 선수들을 등록했으며, 이 선수들과 함께 K리그와 코리아컵, 그리고 AFC가 주관하는 ACLE를 치렀다.
연대기여금은 무엇인가?
프로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이적료가 발생하면 연대 기여금(Solidarity Contribution)과 훈련 보상금(Training Compensation)을 지급하게 되어있다. 인류가 만든 스포츠 중 가장 세계화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또 시스템이 구축된 축구에서, 이는 국제축구연맹이 지정한 규칙이며 FIFA에 가입된 모든 나라 리그와 구단, 소속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스포츠에서 선수가 이적을 하게 되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게 이적료를 지급하게 되어 있는데, 축구는 이 과정에서 복잡한 규정을 더 두고 있다. 연대 기여금과 훈련 보상금이다.
우선 연대 기여금은 선수가 계약 기간 중 해외 리그로 이적료를 받고 이적할 때 발생하는 금액이다.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해당 선수가 현재 뛰고 있는 팀에게 지급하는 이적료 외에, 만 12세~23세 시절에 뛰었던 모든 팀에게 연대 기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만 12~15세에 뛰었던 팀에게는 이적료의 0.25%, 만 16~23세에 뛰었던 팀에게는 0.5%를 기준으로 활동한 햇수에 따라 지급하게 되어있다. 이 금액은 해당 선수가 국제 이적을 할 때마다 계속 지급해야 한다. 선수가 은퇴할 때까지 계속 존재한다. 가령 A라는 선수가 B라는 유소년클럽에서 14세~23세까지 활약하다가 C라는 구단에 입단하고, 이후 D라는 해외 구단으로 이적을 하게 되면 C구단은 D구단에게 이적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B구단은 D구단에게 연대 기여금을 받는데 이는 ①이적료X0.25%X2(12~15세), ②이적료X0.5%X8(16~23세)의 합산 금액이 된다.
반면 훈련 보상금은 선수가 만 23세 이하일 때만 적용된다. 우선 선수가 처음으로 프로 구단과 계약을 하게 되면, 이 구단은 해당 선수가 만 12~21세 시절에 뛰었던 모든 팀들에게 훈련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후 해당 선수가 해외 이적을 하게 되면 그때는 직전 프로팀에게만 이 금액을 지급한다. 훈련 보상금의 기준은 각 대륙과 클럽의 규모를 차등하여 적용한다. 차등 기준은 이미 정리되어 있다.
연대 기여금과 훈련 보상금은 구단에 큰 수익을 안기고 이적을 하는 선수가 성장하는 데에 지금의 구단은 물론 유소년시절부터 선수를 육성한 구단에도 그 기여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축구의 유스 시스템이 더 공고히 자리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한다.
광주는 왜 연대 기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나?
광주가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상황은 맞지만, 돈이 없어서 이 금액을 납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광주는 이번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자신들은 '연대기여금을 납부했고, FIFA의 행정 착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 실수는 광주 측이 범했다. 광주는 실 납입액보다 적은 금액을 납부(실제로는 1000원 미만의 금액이 부족했다고 한다)했고, 이에 따라 FIFA는 정상 금액이 아니기에 연대 기여금 전체를 광주에 반환하고, 이를 통보했다. 그런데 해당 금액이 다른 계좌로 반환되었고, 담당 직원이 휴직하며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FIFA는 2024년 12월, 광주에 선수 등록 금지 처분까지 내렸는데, 이 역시도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FIFA의 징계 조치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내려졌는데, 축구협회 또한 이 내용을 광주 구단에 이메일로 전달만 했을 뿐, 이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국제 규정 위반과 징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축구협회가 전달한 메일도 광주는 담당자가 휴직 중이라 확인하지 못했다. 또한, 축구협회는 K리그 운영 주체인 한국프로축구연맹에는 이를 전달하지 않아, 연맹은 해당 징계를 모르고 있었다.
현재 상황은?
광주는 뒤늦게 연대 기여금은 물론 벌금도 납부했고, 이에 따라 FIFA로부터 징계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따라서 FIFA의 선수 등록 금지는 해제되었다.
이제 문제는 없나?
그렇지 않다. FIFA의 선수 등록 금지는 취소가 아니라 해제다. 광주의 연대 기여금 미납에 대한 징계를 없었던 것으로 한 게 아니라, 뒤늦게 벌금과 함께 금액을 납부했음으로 내린 징계를 끝낸 것이다. 결국, 광주는 FIFA의 선수 등록 금지 조치를 받은 작년 12월부터, 조치가 해제된 5월 중순 이전까지 약 5개월 동안 부정 선수를 출전시킨 것이 된다. 12월부터 5월까지 광주는 FIFA 규정에 의하면 미등록-무자격 선수를 데리고 경기를 치렀다. 미납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면 연대 기여금 납부로 끝났을 일이지만, 광주FC는 벌금도 냈다. 사람으로 치면 위법 사항을 선고받고 전과까지 남긴 것이다.
이에 따라 몇몇 K리그 구단이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해당 경기에 대한 광주의 몰수게임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K리그 연맹은 문제 없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 해석이 문제다.
연맹의 이러한 조치는 대한축구협회가 광주 FC 사태에 대해 '고의적으로 저지른 사안이 아니라 행정 실수에 의한 것이므로 징계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징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의성 여부가 아니라 위반 여부다. 연맹보다 협회가 상위지만, 그보다 더 상위인 FIFA에서 위반으로 결정하여 징계를 내리고 벌금까지 부과했다. 그런데 광주는 그 징계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는 FIFA의 징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어느 구단이나 단체가 FIFA에 이 부분을 문제제기 한다면 대한축구협회가 징계를 받게된다. 이미 많은 매체들에 의해 보도된 바와 같이, 대한축구협회가 FIFA의 지침을 어겼기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정지와 같은 징계도 가능한 사항이다.
또한 징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대한축구협회 자체가 이번 사태에 상당 부분 책임을 동반하고 있다. 협회 스스로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내린 꼴이다.
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냈는데, 면허가 취소된 걸 몰랐기에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다. 그런데 판사가 면허 취소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당사자였다. 심지어 상위심에서는 이를 잘못으로 인정해 벌금까지 내렸는데, 하급심에서는 ‘실수니까 문제 없어’라고 한다. 사고 피해자들은 이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런 모양이다.
다만 대부분의 경기에 대한 몰수패는 인정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K리그 경기 규정에 따르면 경기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경기 결과를 뒤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포항의 이의 제기
협회의 유권해석에 따른 연맹의 조치는 촌극이다. 행정상의 실수라 해도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광주와 가장 마지막 경기를 치른 포항은 48시간 이내에 이 사항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포항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찌질하다.
포항과 광주의 경기가 펼쳐진 5월 18일은 이미 광주의 이번 사태가 대대적으로 공론화 된 후였다. 그렇다면 포항은 경기 전에, 연맹에 정확한 유권 해석을 요구했어야 한다. ‘FIFA에서 등록 선수로 인정하지 않은 선수’를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가 ‘실수였음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조치인지에 대해 미리 확인했어야 하고, '문제 없다'고 한 협회와 연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 등록 절차에 문제 있는 선수가 경기에 뛰었다는 점을 사후에 인지했다면 경기 후 이의 제기가 맞지만, 이 경우는 사전에 대한민국 축구계 전체가 인지한 상황이었으므로 사전에 주최 측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했어야 한다. 그런데 경기 후, 그것도 지고 나서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은 규정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찌질하기 그지 없다. ‘만약 이겼어도 이의를 제기했을까’라는 의문과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확한 사안은 지켜봐야겠지만, 광주는 ACLE에서도 8강에 올랐다. 상당한 상금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광주에게 패한 해외 구단들이 ‘해당 경기에서 광주는 FIFA 규정을 어기고 미등록 선수를 출전 시켰다’고 AFC에 제소를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AFC 또한 대한축구협회처럼 “해당 직원이 장기 휴직 중이라 몰랐다. 고의성 없는 실수니까 문제 없다”고 할까? 구단 간의 국제 이적과 FIFA의 징계와 관련한 사항을 소관하는 직원이 휴직 중이라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프로 구단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조치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전개 사항과 결정 또한,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의 협회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무능하고 초라하다.
그동안 많은 축구팬들이 대한축구협회의 무능을 성토할 때, 개인적으로는 협회를 두둔해왔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다른 경기 단체들과 비교해 대한축구협회는 일을 잘하는 단체에 속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몇몇 단체의 수장들은 해당 종목이 비인기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 종목들이 축구만큼 국민적 관심사의 대상이었다면, 아마 숱한 비난과 모욕적인 평가에 내몰렸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기 단체라는 사실이 소름끼칠 정도인 곳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대한축구협회가 할 말이 없다. ‘실수’와 ‘미숙함’이라고 변명하기에는 너무나 큰 과오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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