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ize | 글/dReam hunting

파나마의 상징, 운하

728x90

 

이 또한, 여행을 마친 후, 문화저널에 기고했던 글로 시작해보겠다.

 

 

 

 

별로 익숙치 않은 파나마지만 웬만큼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파나마의 위치는 지도에서 짚어 낼 수가 있다. 아메리카 대륙 중앙에서 가장 얇은 부분 중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건 파나마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운하로 인해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파나마의 상징이자, 어찌 보면 파나마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를 보기 위해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 시티에 위치한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다녀왔다.

식민 역사의 상처를 인계하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와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운하이지만 파나마 운하는 열강의 이권다툼에 소외된 약소국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1500년대에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에 의해 먼저 계획은 세워졌지만,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881년이었다. 

수에즈 운하를 완성시켰던 프랑스에 의해 착공되었으나, 말라리아와 황열병등이 만연하며 프랑스는 결국 운하의 굴착권을 미국에 팔아 넘겼다. 미국은 이어 운하와 관련된 모든 지역의 치외법권까지 소유하려 했지만, 당시 이곳을 지배하고 있던 콜롬비아에 의해 좌절되었고, 미국인 파나마의 독립을 지원하여 파나마의 독립과 아울러 운하에 관한 권리 일체를 독점하게 되었다.

결국 1914년 8월 15일에 기선 안콘이 공식적으로 운하를 개통하고 퀸 엘리자베스호가 처음으로 운하를 관통하며 파나마 운하의 시작을 알렸으며, 현재가지 100만척 이상이 운하를 통과했다. 1963년 5월 12일에 모든 갑문과 쿨레브라 수로에 조명장치를 설치하여, 이때부터 운하는 24시간 통과가 가능하게 되었다.

운하의 운영을 위해 파나마를 콜롬비아로부터 독립시켰던 미국은 운하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누려왔으나 1977년 맺은 양국 간의 협정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을 기해 운하를 파나마에 반환했다.

길지 않지만 막대한 규모의 물길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운하 사업으로 인해 전국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전문가 집단과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대운하 사업은 좌초됐지만 이후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이 결국 대운하 사업의 문제와 맞물려 계속 의문과 의혹, 그리고 불신과 반목을 낳고 있다.

사실 파나마 운하의 길이가 전장 64km, 전체적으로 80km 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 건설하려 했던 운하는 그야말로 대운하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의 거대한 규모는 거리로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카리브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각 선박마다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최소 4천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지불해야한다. 하지만 남아메리카 대륙을 크게 둘러야 하는 엄청난 시간과 위험을 대폭 감소시켜주는 대륙 관통의 가치에 매년 14000척 이상의 선박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완성되었을 때 과연 산업 경제적 가치가 존재할 것인지가 의심스러웠던 우리나라의 대운하와는 확연히 다른 조건과 결과를 갖고 있는 것이다.
 
갑문식 운하
파나마 운하는 갑문식으로 작용되고 있다. 처음 계획에서는 수평식으로 계획되었지만, 파나마의 지형이 복잡한 탓에 갑문식으로 건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각각 이중의 항로로 되어있는 세 쌍의 갑문들은 배들이 서로 반대편으로 통과할 수 있게 되어있다. 중앙의 산맥을 횡단할 수 있게 차그레스 강을 막아서 만든 해발 26m의 가툰 호수로 선박을 끌어올린 후 반대편 해면으로 다시 내려놓는 엘리베이터 같은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 파나마 운하의 특징이다. 가툰 호수의 담수는 물의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는데도 소요가 되는데 선박이 갑문을 통과할 때마다 약 1억 9700만 리터의 담수가 사용되고 있다.

태평양쪽에서 진입할 경우 선박은 제일 먼저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통과하게 된다. 갑문 통과 후 미라플로레스 호수를 지난 선박은 페드로미겔 갑문을 지나게 되고 가툰 호수에 이르게 된다. 이 구간이 게일라드 수로라고도 불리는 쿨레브라 수로인데 운하에서 가장 좁은 부분이며 12.8km에 이른다. 이 수로는 파나마 지협의 중앙 산맥을 가로 지르고 있으며, 건설당시 굴착된 재료들은 이집트 피라미드를 63개를 쌓을 만큼의 막대한 양이었다.

가툰호수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가툰 갑문이 나오고 이를 통과하면 카리브해로 나가게 된다. 이렇게 운하를 통과하여 나가는 데는 대략적으로 8시간이 소요되게 된다.

운하의 현재와 미래
사실 파나마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산업 혹은 관광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천연자원의 보고도 아니며, 국가의 규모 역시 작다. 그런 파나마에 운하가 갖는 의미는 국운을 걸만큼 거대하고 막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운하를 반환받은 후 파나마정부는 파나마 운하청(ACP, Autoridad Del Canal De Panama)을 설립하여 운하의 운영, 경영, 보존 및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하부 구조의 지속적인 보수 관리와 현대화에 최근 10년간 무려 15억$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 파나마에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운하를 건설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통해 가결되어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된 공사는 운하를 확장하고 더 큰 규모의 새로운 갑문을 건설하여, 더 큰 적재량의 선박도 운하를 지날 수 있게 하려 하는 것이다.

이 공사는 태평양과 대서양쪽의 진입로를 더 깊게 만들고 기존의 수로와 가툰 호수를 더 깊고 넓게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새로 건설하는 갑문들은 427m의 길이와 55m의 폭으로 건설될 예정이며 이는 축구장 4개의 크기와 같다. 물론 운하 확장으로 인한 환경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야생 환경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지리학, 생물학, 고고학 환경 영향 연구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https://mhj21.com/41415

 

 

이 글을 작성한게 2011년이니 14년 전. 당시와 달라진 부분들이 존재할 것이다. 당시 준비 중이었던 운하의 보수는 결과를 냈을 것이고, MAGA라는 이름의 새로운 패권주의를 들고 나온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이 운하의 소유권을 가져가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운하의 초입이다. 멀리 보이는 쪽이 입구인데, 태평양 쪽에서 운하로 들어오는 수로다.

 

 

 

 

미라플로레스 갑문이다. 태평양 쪽에서 파나마 운하로 진입할 때 가장 먼저 거져야 하는 관문이다.

 

 

 

 

홍콩에서 온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지나고 있다.

 

 

 

 

통행 허가가 떨어진 선박이 조심스럽게 갑문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수로에 작은 배가 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한 크기다. 좌우에 따르고 있는 전동차들이 갑문 내에서 선박을 끌고 이동하는 견인 차량 역할을 한다.

 

 

 

 

선박이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면 갑문이 닫힌다. 다른 선박의 진입을 막는 역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갑실의 물높이 조절을 해야해서 막는 것이다. 파나마 지형 때문에 운하가 수평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갑문으로 갑실을 구분하고 물높이를 조절하여 선박이 지날 수 있도록 한다. 갑문이 닫혔다는 것은 갑실 사이의 물높이 조절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다. 솔직히 공사장 폐수 느낌이다. 일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질이 아니다. 파나마 지협을 지나기 위해서는 바다보다 26m 높이 위치한 가툰 호수를 지나야 한다. 때문에 물이 엘리베이터 형식으로 갑실 사이의 높이를 조절하여 선박을 높은 위치로 띄워서 갑문을 지나게 한다. 갑실 사이의 물의 높이가 같아지면 갑문이 열리고 선박이 지나갈 수 있다. 사진 순서대로 물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 보일 것이다.

 

 

 

 

갑실 사이 물의 높이가 같아질 때까지 선박이 대기하는 동안, 선박 안에서 선원들은 여유가 넘친다. 먼 바닷길을 헤치고 온 이들은 운하 전망대에서 광경을 지켜보는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밝게 웃어 주는 여유를 보였다.

 

 

 

 

갑실 사이의 수위가 조절되고 갑문이 열리자 대기하고 있던 선박이 전동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 전진하고 있다.

 

 

 

 

미라플로레스 갑문은 한 번에 통과할 수 없다. 갑문을 지나면 미라 플로레스 호수로 이어지는데 호수와 수위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차례 더 갑문을 지나야 한다. 앞쪽의 갑문이 열릴 때까지 다시 대기에 들어갔다. 배에 써있는 걸 보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온 선박인 것 같다. 다만 'ORHAN DEVAL'이라는 게 선박명인지, 사명인지, 선박 소유주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어디 말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갑문이 열리고 선박이 미라플로레스 호수로 진입하고 있다. 이 선박은 호수를 지나 페드로미겔 갑문을 지나야 하고 쿨레브라 수로를 거쳐 가툰호수를 지난 후 마지막 관문인 가툰 갑문을 지나면 카리브해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가툰 호수를 지나고 있는 대형 선박. 운하를 위해 차그레 강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와 작은 교량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컨테이너 선의 위용이 다소 어색하면서도 이색적이다.

728x90

'fAntasize | 글 > dReam hun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나마, 시티의 일상  (0) 2025.05.14
운하의 흔적  (0) 2025.05.12
중남미의 커피 농장  (0) 2025.05.10
해발 3474미터의 일출  (0) 2025.05.09
파나마 인디오 마을  (1) 2025.05.07


Popular Posts
Calendar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5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