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위성우 감독의 시대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은행을 14시즌동안 이끌었던 위성우 전 감독은 재임기간 동안 정규리그 452경기에서 340승 112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무려 75.2%다. 14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 올랐고, 정규리그 1위는 무려 10회, 챔피언결정전 정상은 8회, 이중 통합 우승은 7번이었다. 14년 동안 수많은 감독들과 승부를 나눴지만, 그 어느 감독과의 맞대결에서도 상대전적이 밀린 적이 없다. 2012-13시즌, 구병두 코치가 임시 감독직을 수행 중이던 KB에게 74-76으로 패해 구병두 대행과의 맞대결에서 0승 1패가 된 것이 유일한 열세의 기록이지만, ‘감독 맞대결에서 밀렸다’고 하기에는 쉽지 않은 표본이다.
우리은행은 포스트 위성우 시대의 리더로 그의 '우승 보좌관'이었던 전주원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전주원.
1972년생으로 선일(초중고)의 성골이자, 실업농구 현대를 시작으로 WKBL 출범 후 현대를 이어받은 신한은행까지, 선수 생활 전체를 학창시절에는 선일, 선수 시절에는 신한은행만으로 이어갔던 완벽한 원 클럽 우먼. 선수 시절에도 일찌감치 ‘천재 가드’로 평가받았고, ‘바스켓퀸’ 정선민과 더불어 WKBL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주저 없이 꼽히고, 한국 여자농구 역대 최고 가드를 말할 때에도 빠짐없이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이다. ‘레알 신한은행’시절을 이끌었던 주장이자, 코치였고, 위성우 감독과 더불어 우리은행의 성공 역사를 함께 썼다. 선수와 지도자로 수확한 챔피언 반지 수가 17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 코치를 역임했고, 프로팀 코치였던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 여자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WKBL 최장기간 감독직 수행자였던 위성우 전 감독에 이어 우리은행을 이어받게 됐다.

1.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4시즌 동안 우리은행을 이끈 위성우 전 감독은 역대 WKBL에서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감독이다. 그리고 우승 보좌관으로 그 옆을 지켰던 전주원 감독 역시 WKBL에서 코치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지도자이기도 하다. 2011-12시즌, 신한은행의 막내코치를 시작으로 2012-13시즌부터는 우리은행의 A코치 역할을 수행했다. 프로팀 코치만 15년에 국가대표팀 코치도 2년간 병행했다. 소속팀 코치를 맡으며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병행했던 그이기에, ‘준비된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뭘 준비가 돼? 오랫동안 코치를 하는데도 준비가 안되고 부족하니까 15년간 코치만 했겠지.(웃음)”
“감독으로 보내는 첫 비시즌인데, 난 지금도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야. 비시즌 준비는 지금까지랑 크게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작년까지는 큰 그림을 그리는 건 내 몫이 아니었잖아. 사실 시즌을 치르며, 이기고 지는 건 승부의 세계에서 늘 있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그거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다만,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나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못할까봐, 그게 가장 신경 쓰이고, 또 그렇게 되면 그게 제일 괴로울 것 같아.”
위성우 전 감독의 기록은 우리은행의 성공 역사다. 14시즌 동안 평균 승률이 75%가 넘었고, 2024-25시즌까지 13시즌 동안은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지도력과 우리은행의 저력도 한몫 했지만, 꾸준한 전력 구성 역시 단단한 밑받침이었다. 위기마다 기댈 수 있는 새로운 중심이 등장했다. 양지희의 은퇴에는 김정은이 FA로 영입됐고, 임영희의 은퇴 무렵에는 박지현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했다. 이후에도 김소니아와 최이샘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박혜진의 이적 직전에는 김단비를 FA로 품에 안았다. 핵심 자원들이 FA 및 해외 진출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며 고전한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13승 17패로 정규리그 4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성공했지만, 위성우 감독 체제에서 유일하게 5할 승률에 실패한 시즌이었다. 우리은행의 전력 구성이 왕조 시절 이후 가장 열악한 상황이었고, 전주원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서 신임 감독이 됐다.
“상황이 좋을 때 받는다고 부담이 적고, 상황이 좋지 못하다고 더 부담이 큰 건 아닌 거 같아. 이 자리는 언제 받아도 부담인 자리지. 멤버상의 문제는 핑계일 뿐이고, 위 감독님이 만들고 세워놓은 것들이 워낙 크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누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거지, 전력이 예전에 비해 어떻다는 것은 생각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
코치로 함께 걸었던 찬란한 역사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주원 감독은 여러 차례 “누구도 위성우 감독님만큼 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비교를 떠나, ‘준비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신임감독 전주원’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서 기대가 높다는 건 나도 알아.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내가 이 팀에 있었던 시간도 있었고, 또 위 감독님 밑에서 배운 시간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보고 배우는 거랑 직접 하는 거는 분명 다른 문제거든. 분명 그 분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었다고 생각하고, 감독이 처음인 나로서는 역시 그분만큼 하고 싶지만,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할지도 몰라. 감독이 된 후, 인터뷰를 하면 되게 자신 있게 말하고는 있는데, 당당하게 말하는 것만큼 자신이 넘치는 건 아니거든. 감독이 처음이라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맞아. 다 퀘스천이고… 모든 면에서 위 감독님보다 약할 거야. 하지만 내가 자신감이 없으면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영향을 줄 거 같아서, 일부러 자신 있게 말하고 있는 거야. 자신 있는 척하는 거지.”
“도쿄 올림픽 때도 운이 좋았어. 경기 대진과 내용을 다 평가해서 비난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졌잖아. 다 진 거에 비해서 욕 그렇게 안 먹기가 쉽지 않잖아? 운이 좋았어.”
“사실 부담은 당연히 커. 그런데 나보다 위성우 감독님이 더 걱정이 많으셔. 본인이 감독할 때보다 더 걱정이래. 위 감독님께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어렵거나 도와달라고 할 때, 내가 뭔가 놓치고 있을 때 말씀해 달라’고 하는데, 위 감독님은 걱정은 하시면서도 ‘혼자 해야 잘할 거’라면서, ‘나 없다고 생각하고, 의지하지 말라’고 하셔.”

2.
생각해보면, 코치라는 자리에 15년, 수석코치로만 한 팀에서 14년을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도자의 영역을 굳이 감독과 코치로 나눌 필요는 없지만, 지도자의 길에 접어든 사람이 평생 감독이라는 꿈을 꾸지 않는 것도 상식적이지는 않다. 승승장구하는 코치로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WKBL의 여성 감독은 3명. 역대 여성 감독이 가장 많은 시즌을 앞두고 있다. BNK의 박정은 감독과 신한은행의 최윤아 감독은 모두 전주원 감독의 후배다. 최윤아 감독은 신한은행 현역 시절, 전주원의 뒤를 이은 야전 사령관이었고, 전주원 감독이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 선수이기도 했다. 또한 전주원 코치가 지도했던 외국인 선수 노엘 퀸(Noelle Quinn)은 WNBA 시애틀 스톰에서 코치를 거쳐 감독을 5년이나 역임하고 물러나기도 했다. ‘지도자 전주원’의 걸음이 더디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감독’이라는 직함까지의 시간은 결코 빨랐다고 할 수 없다. 감독 데뷔에 적령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40대 초반이 트랜드가 되고 있는 시점에 비추어보면, 코치 자리에서 15년을 인고하고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에 오른 감독 자리는 분명 늦은 감이 있다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후배들, 혹은 내가 데리고 선수들이 감독이 되는 걸 보면서 쫓기거나 심적으로 급해졌던 건 정말 전혀 없었어. 만약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아마 진작에 감독을 했을 거야.”
꾸준히 방어적이던 그가 처음으로 전주원다운(?) 말을 꺼냈다. ‘우리은행 코치 전주원의 감독 도전 및 제의’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내용은 거의 없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코치 전주원’은 공식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암암리에 이미 여러 번 이야기가 돌았다. ‘코치 전주원’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던 팀은 이미 여럿이었고, 심지어 그에게 감독을 제안하지 않은 구단을 찾는 게 훨씬 빠르다. 그는 꾸준히 그 제안을 고사하며 여기까지 왔다.
“나는 내가 수백억 원의 재산이 있어도 코치는 계속했을 거야. 일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벌고, 생활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것과 일은 별개라고 생각하고, 나는 계속 내 일을 하는 게 좋아. 그리고 그게 어떤 포지션인지도 중요하지 않아. 내가 배운 게 농구니까, 내가 아는 모든 걸, 선수에게 잘 가르치면 되는 거고, 그 자리가 코치든 감독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거든. 그리고 코치를 하면서도 ‘내가 감독이라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라거나, ‘감독이 되면 이렇게 해야겠다’ 같은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어. 그냥 코치면 코치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거고, 이제 감독이 됐으니 감독으로서 집중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나보다는 위 감독님이 생각이 많으셨어. 사실 처음에 다른 팀에서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는 위 감독님이 코치로 함께 있자고 잡으신 적도 있는데, 나중에 후배들이 감독이 되니까 그때는 또 ‘네 나이도 있는데 넌 언제 할래’라면서…”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는 “나서기보다 등 떠밀어줘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선수 생활을 마흔 살까지 했는데, 더 뛰라고 했으면 43살 정도까지는 더 했을 거야. 그때 단장님이 ‘많이 애썼는데 너무 고생하지 말고, 지금까지 잘했으니까 이제는 힘든 거 하지 말고 코치를 해라’라고 권유하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코치를 시작했거든. 만약에 몇 년 더 선수로 뛰자고 했으면 더 뛰었을 거야. 내가 약간 그런 스타일이야. 먼저 나서는 걸 잘 못해. 누가 등을 떠밀어줘야 하는 스타일이거든. 도쿄 올림픽 때도 사실 그런 상황이었잖아.”
“그리고 맞이한 상황에 대해서는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거든. ‘어떡하지’라고 고민하기보다는 ‘이제부터 이런 준비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쪽이야. 우리은행 감독도 마찬가지고. 위 감독님한테 보고 배운 것도 있고, 또 살면서 여러 감독님들께 배워 왔잖아. 그런 것들 중에서 좋았던 것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활용하는 거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노하우는 있겠지. 작년에 이상범 감독님(하나은행) 같은 경우는 너무 잘하셨지만, 그래도 여자농구가 경험이 없으면 또 쉽지 않은 종목이잖아. 그런 면에서는 나도 경험이라는 걸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3.
전주원 감독이 코치로서 경험했던 시절에 비해 전력이 하락하긴 했지만, 우리은행의 전력 상황은 적어도 작년 같은 시점보다는 나은 편이다. FA 시장에서 강이슬을 잡았기 때문이다. WKBL에서 감히 ‘S급’ 이라고 구분할 수 있는 선수 중 2명을 품게 됐다. 에이스에 대한 의존이라는 큰 고민을 덜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아시아쿼터 선수도 작년보다는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선수층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게다가 강이슬은 국가대표에 차출되어 팀을 비운 상황이고 팀 내에 부상 선수도 여전하다. 아이신과의 연습 경기에도 강계리, 한연우, 변하정, 이민지, 그리고 신인인 김리혜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부상이 참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야. 아까 연습 경기를 하는데, 선수 5명이 코트 밖에 서있기 밖에 못하잖아. 물론 부상자가 없다고 해도 불안하고 부담인 건 마찬가지겠지. 그런데 부상자까지 있으니까 그런 마음이 더 한 것 같아. 연습이 안되고, 준비가 안되는 것 만큼 불안한 건 없으니까. 그리고 (이)명관이도 부상이 길어서 몸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고, (후지모토) 마코도 이제 제대로 합류한지 2주 정도밖에 안됐거든. 오늘 20분 밖에 안 뛰었잖아.”
부상 선수의 복귀 시점은 제각각이다.
“(강)계리는 이번주 정도까지만 쉬면 합류가 될 것 같고, (변)하정이랑 (김)리혜도 시즌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한)연우는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아. 지금 좋아지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수술을 했으니까 좀 봐야지. (이)민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병원에서는 12월 정도면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더 봐야해. 정상적으로 올라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줘야지. 아직 어리고, 발전 가능성도 많은 선수기 때문에 무리 시킬 생각은 없거든. 조금 여유 있게 보자면,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이 다 준비가 되려면 1-2라운드 지난 시점, 혹은 상반기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아.”

4.
그렇다면 새 시즌, 우리은행의 농구는 어떤 모습일까? 대략 그려볼 수 있는 예상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2-13시즌 우리은행을 맡았던 위성우 감독의 농구를 단순하게 보면 체력과 수비, 그리고 높이의 강점을 볼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 농구의 토대가 된 강한 압박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수비가 돋보였고, 양지희를 당시 국내 최고의 빅맨으로 성장시킨 것도 우리은행 전성기의 큰 역할을 했다. 강한 훈련, 운동량, 수비의 기조는 우리은행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기본’이지만 높이에 관한 부분은 변화를 맞이했다. 박지수(KB)의 등장과 양지희의 은퇴로 인해, 우리은행이 ‘높이와 확률‘의 농구를 할 수 없게 된 것. 위성우 감독은 박지수가 등장한 2016년 이후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존쿠엘 존스, 나탈리 어천와, 크리스탈 토마스, 르샨다 그레이 등 빅맨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꾸준히 선택했지만, 결국 빅맨에 대한 기대치를 이어가기 보다는 팀 색깔의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2020년 이후의 우리은행은 3점슛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2012-13시즌부터 2018-19시즌까지 7시즌 동안 가장 많은 외곽을 던진 팀은 ‘양궁농구’를 앞세웠던 KB다. KB는 이 기간 동안 경기당 21.3개의 3점슛을 시도해 31.1%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사실, 우리은행은 외곽도 무서운 팀이었다. 해당 기간 3점슛 성공률이 가장 좋았던 팀이 우리은행(32.0%)이기도 하다. 하지만 3점슛 시도는 경기당 18.09개로 KDB생명(OK저축은행 포함), 신한은행보다 많지 않았다. 특히 2점슛 대비 3점슛 시도는 리그 중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9-20시즌 이후에는 완전히 흐름이 바뀌었다. 2019-20시즌 이후 7시즌 동안 총 3점슛 5000개 이상을 시도한 유일한 팀이 우리은행(5438개)이며, 2점슛 시도가 유일하게 8000개에 미치지 못하는 팀 또한 우리은행(7873개) 뿐이다. 지난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경기 당 28.83개의 3점슛을 시도해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한 팀이었다. 다만 성공률은 27.9%로, 우승팀이었던 KB(27.46개 시도, 33.0%)의 3점슛 조화에 미치지는 못했다.
오랫동안 팀을 이끌던 사령탑이 14년만에 바뀐 이번 비시즌. 우리은행은 리그 최고의 슈터인 강이슬을 FA로 영입했다. 당연히 우리은행의 초점은 이번에도 3점슛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지난 9월 15일. 우리은행은 서울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일본 아이신 윙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90-72로 이겼다. 정확한 기록지를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3점슛이 매우 높은 확률로 15개 정도 성공했다. 경기에 출전했던 김단비, 심성영, 이명관, 오승인, 박소영, 카타야마 나나, 후지모토 마코 모두 3점슛을 기록했다. 이쯤되면 외곽에 대한 중요성은 실제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3점슛 넣어야지. 그런데 2점도 넣어야 해. 2점과 3점을 따로 나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봐. 내 색깔? 글쎄. 이제 첫 시즌인데 내 색깔이 어딨어? 지금 내 색깔이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봐.”
전주원 감독은 3점슛에 대한 부분에 대해 “중요하지만 그것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점슛 하나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 강이슬이라는 최고 슈터의 가세는 외곽의 무게감을 더해주겠지만, 이로 인해 외곽의 활로가 개척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파생되는 다른 시너지 효과에 더 기대를 하는 모양새다. 에이스인 김단비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부분이 어쩌면 가장 큰 장점. 전주원 감독은 새롭게 자신이 만들어가야 할 농구의 ‘색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색깔은 시간이 지나면 입혀지는 거야. 지금은 새로운 조합의 시즌이잖아. 내가 팀에 오래 있었지만, 그때는 코치로 있었던 거고, 지금이랑은 다르지. 만약 내가 감독 경험이 몇 년 있다고 하면, ‘올해 어떤 스타일로, 어떤 농구를 하겠다’라는 리빌딩 같은 그림을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 같긴 해.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프로팀을 처음 맡는 감독이란 말이지. 내가 원하는 농구를 먼저 규정하고 거기에 선수들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이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올 시즌은 그 장점들을 빨리 빨리 살려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가다 보면 색깔이라는 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겠지.”
물론, 전주원 개인이 좋아하는 농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팀 색깔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사실 난 짜인 패턴에서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우리 팀도 원래 짜인 패턴이 크게 없어. 물론 ‘우리은행의 조직력’을 장점으로 많이들 얘기하지만, 조직력과 짜인 것은 다르거든. 수비와 체력은 특별한 요소가 아니고, 그냥 기본이야.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안돼. 그런 기본에 약간의 롤을 부여하면, 선수들이 거기에 응용력을 발휘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나 스타일도 우리 팀의 상황에 맞는지를 보는 게 우선이잖아. 예를 들어 내가 픽앤롤 플레이를 하고 싶어. KB처럼 가드와 센터의 조화가 좋은 팀이면 훌륭한 무기가 되겠지만, 우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잖아? 포스트 하이-로우 게임, 정통 센터를 활용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쳤을 때, 지금 내가 우리 팀에서 이런 걸 강조할 수 있을까? 결국은 이런 것도, 저런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내 농구를 하겠다고 선수들을 실험하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 선수들이 잘하는 걸 찾아서 그걸 극대화하고 팀이 잘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전주원 감독은 오히려 반문한다.
“내 농구는 뭔데? 나는 잘 모르겠어. 솔직히… 지금 내가 그냥 해오던 걸 시합 때 보여주면 다른 사람 모두는 그게 다 내 농구라고 생각해.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라고. 그냥 선수들의 장점을 어떻게 더 끌어내느냐가 관건이고 이걸 선수들이 잘해주면, 밖에서 볼 때는 그게 ‘감독의 농구’가 되는 거지. 어떤 장점을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 지를 잘 생각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포워드만 14명인 팀이잖아. 잘 생각을 해봐야겠지.”
오랫동안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 어떤 후임자가 그 뒤를 이어도 영광의 시대를 이어가기 보다는 부침을 겪는 것이 대부분의 종목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고비와 시행착오가 필수적이지만, 승리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참을성과의 거리를 만들고, 극복을 위한 인내에 충분한 배려를 할애할 여유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인수인계 또한 없는 사례는 아니다. 전통과 명문이라는 타이틀을 이어가는 팀들은 감독과의 환승 연애에서도 시련은 있어도 실패하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분명 우리은행은 '왕조의 시대'를 마쳤다. 하지만 왕조의 종식과 함께 몰락하지 않았고, 꾸준히 새로운 시대의 주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준비된 감독'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전주원 농구'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은행의 치세를 이끌었던 '위성우 농구'의 DNA가 어떻게 이어질 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개막 이전에 박신자컵이 있지만, 여기에서도 우리은행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할 것이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주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11월 4일'을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모든 부분이 그가 말하는 '농구의 기본'에 이르지 못했다. 11월 4일은 우리은행의 다음 시즌 개막전이다. "체력은 어떻게든 그때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남긴 전주원 감독이 우리은행에서 펼칠 농구의 얼개는 아마도 개막 이전까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 손대범 위원과 대화하던 도중, '현재 WKBL의 코치 중, 감독이 되어 자신의 농구를 하는 것을 보고 싶은 지도자'로 서로 의견이 맞았던 인물이 3명이 있다. 그 중 1명은 감독이 되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와 함께 임기를 마쳤고, 다른 1명은 감독으로 승승장구 중에 있다. 그리고, 손대범 위원과 내가 그 3명 중 가장 먼저 언급했던 그 주인공이 드디어 감독으로의 첫 시즌을 앞두고 있다. 여러 모로 새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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