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들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지켜보는 팬들도 소식 하나하나에 손톱을 깨물었겠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가장 재미있었던 FA 시장이었다. 타 종목은 FA 시장이 진행되는 도중에 'ㅇㅇㅇ선수, ㅇㅇ로 이적 임박' 이라던가 '사실상 확정' 같은 기사가 많이 나오지만, 여자농구는 공식 발표가 나오거나, 선수가 사인을 했다는 결과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FA가 진행되는 와중에 선수의 선택 가능성이 보도되고, 가능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기사가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내년에도 FA가 되는 선수들이 많은데, 올해 뜨거운 5월을 보낸 KB는 나름 쉬어갈 수 있겠지만, 다른 팀들은 올해보다 더 치열한 FA 시장을 치렀으면 좋겠다.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4-5월이 뜨거워야 여자농구의 인기가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KB도 내년 한 해를 쉬어갈 뿐, 1년 더 지나면 박지수와 허예은이 동반 FA다.
화끈했던 FA 시장이 끝나고나서 재미있는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FA 선수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 지명이 진행됐는데, 강이슬을 우리은행으로 보낸 KB는 이다연을, 윤예빈을 KB로 보낸 삼성생명은 성수연을 선택했다. 그런데 직후 두 팀이 이다연과 성수연을 맞바꿨다. 삼성생명이 신입선수 선발회의 우선 지명권을 포함해서 넘겼지만, 아무리 재일교포 선수들의 참여가 있다해도, 전체적인 풀이 크게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3순위 지명권 확률을 15%로 만드는 게 최선인 '우선 지명권'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KB가 손해보는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또한 신한은행도 BNK와 대형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최이샘을 내주고 심수현을 복귀시키며 신입선수 선발회 우선 지명권을 받았다. 이를 통해 이번 선발회의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이 또한, 신한은행이 손해를 보는 트레이드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빅4의 라인업으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BNK에 화룡점정의 트레이드를 만들어줬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 두 개의 트레이드를 생각해보자.

◆ 이다연 ↔ 성수연+신입선수 선발회 우선지명권(3순위 확률 15%)
1. 상황
우선 우리은행이 KB에 대해 묶을 보호 선수는 4명. 강이슬, 김단비, 이명관까지 3명은 확정이었고, 남은 1명이 관건이었다. 이민지, 이다연, 한엄지, 변하정 중 1명이 묶일 것이고, 결국 이 중 1명은 보상 선수로 지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KB가 삼성생명에 대해 묶을 수 있는 선수는 6명. 윤예빈, 박지수, 허예은, 이채은, 송윤하까지 5명은 사실상 확정. 결국 남은 1명은 나윤정이나 양지수가 될 가능성이 높고, 둘 중 1명 혹은 이윤미, 성수연, 고현지 중 누군가가 삼성생명으로 가야하는 입장이다.
2. 전개
최종적으로 우리은행과 KB가 보호 선수로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은행에서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이다연이었고, KB에서는 성수연이었다. 이후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3. 유추
자 이제부터는 추리의 영역이다. 이 트레이드의 중심은 KB다. KB스타즈가 결국 소속 선수들을 모두 지키면서 이다연을 우리은행에서 삼성생명으로 옮겨주고, 그 수고비로 5%였던 신입선수 선발회 3순위 지명권 확률을 15%로 올렸다고 보면 된다. 그냥 '성수연을 보내고 이다연을 받는 게 훨씬 낫지 않았냐'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애초 트레이드 대상이 성수연으로 확정이었을 때에 가능한 샘법이다.
삼성생명은 믿을 수 있는 가드가 필요하다. 신이슬에 이어 윤예빈도 떠나며 삼성생명의 가드진 뎁스는 매우 얇아졌다. 부상이 반복되고 있는 이주연과 안정감에서 신뢰 구간에 이르지 못한 조수아만으로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포워드진은 상당히 탄탄하다. 이해란, 강유림, 김아름에 유망주인 최예슬과 유하은도 있다. 그래서 삼성생명이 KB로부터 '성수연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성수연의 객관적인 가치다. 프로 3년차인 성수연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9분 41초를 뛰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6경기도 모두 출전했다. 팀의 벤치 멤버였지만 맹렬한 헌팅독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본인이 주도적으로 플레이의 흐름을 바꿀 역량이 되느냐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 퓨처스리그와 박신자컵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성수연의 역할에 대해 "워낙 기존 멤버가 탄탄하고, 성수연이 코트에 들어왔을 때에도 받쳐줄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하는 KB이기에 저만큼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삼성생명 입장에서 성수연은 비교적 빈틈이 많은 '팀의 가드라인을 보강하는 카드'보다는 이주연과 조수아에 이은 '3번째 가드 카드'로 인식될 수도 있다. 가드가 필요한 삼성생명이지만, 성수연이 지금까지 보여준 커리어만 놓고는 흡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주연, 조수아의 롤을 대등하게 대체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 뒤의 백업'이라면 삼성생명의 구미에 딱 맞는 조건은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카드가 없다면, 상대에게 가장 아픈 카드, 혹은 확보한 후 트레이드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팀에 포워드들이 충분하다 해도 양지수, 나윤정, 이윤미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삼성생명이다.

여기에서 KB의 고민이 발생한다. KB에게는 잃고 싶지 않은 자원들이다.
나윤정은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이 반토막 나면서 장점인 3점슛을 비롯해 각종 수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부주장으로서 팀 내에서의 역할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선수다. 외곽의 장점은 확실하기에, 야투 부진을 극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염윤아가 은퇴하고, 강이슬이 팀을 떠나면서 KB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팀에서 30대인 선수는 김민정과 일본인 선수인 사카이 사라가 전부다. 20대 후반 연령대에서 팀 분위기를 이끌어주고 주장과 더불어 팀의 가교 역할을 해야하는 선수로서 나윤정의 가치는 분명하다.
양지수는 김완수 KB 감독이 일찌감치 낙점한 유망주다. 이채은이 지난 시즌 괄목할 성장을 보이며, 주전으로 올라섰고, 통합 우승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지만, 어쩌면 김 감독이 이채은보다 먼저 기회를 주면서 수년 전부터 기대를 걸었던 게 양지수다. 이윤미는 부상으로 시즌 소화를 거의 못했지만, 양지수와 마찬가지로 김완수 감독이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기대하는 선수다. 박신자컵에서 이윤미가 부상을 당해 시즌 소화가 어렵게 됐을 때, 핵심 전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뼈아픈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이윤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비시즌의 흐름이 좋았던 이윤미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렀다면, 사카이 사라-이채은-양지수-성수연 등 맹렬했던 KB의 헌팅독에 또 한 자리가 더해졌을 것이다.
사실 이 중 누구를 잃어도, 객관적으로 우리은행에서 받아올 수 있는 카드(이민지, 이다연, 한엄지, 변하정 중 1명)가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팀 적응과 부상 리스크 등 종합적인 면에서 봤을 때, KB는 통합 우승을 경험하며 성장한 자신들의 기존 자원들을 지키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봤을 것 같다. 결국 KB로서는 '성수연을 우선 지명권과 함께 다시 데려오는 트레이드'가 아니라, 강이슬을 잃었지만 윤예빈을 확보한 상황에 '나윤정-양지수-이윤미-성수연을 모두 지키는 협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4. 결론
KB와 이 트레이드에 잠정적으로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삼성생명은 가드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성수연으로는 팀의 약점을 상쇄하기는 무리라고 봤고, 추후에 트레이트 카드로 활용하든, 아니면 팀의 강점인 포워드 라인을 더 위력적으로 구축하든,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KB보다 우리은행의 자원이 더 낫다고 생각해 이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삼성생명은 과거에도 염윤아(하나은행→KB)와 고아라(삼성생명→하나은행)의 트레이드로 생긴 보상선수 지명에서 하나은행과 합의를 통해 하나은행이 아닌 KB 선수를 선택한 바 있다. 하나은행으로부터 이하은을 받고, 하나은행이 KB에게 김보미를 선택하도록 한 뒤, 이 두 선수를 교환하는 형태로 김보미를 품었다. 결과적으로 김보미는 삼성생명의 업셋 우승에 큰 기여를 하고 은퇴했다.
이다연은 삼성생명이 이전부터 눈여겨 봤던 선수다. 신이슬을 신한은행에게 내줬던 당시, 보상 선수로 이다연을 지명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다연은 신한은행보다 삼성생명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고, 삼성생명 역시 처음에는 이다연을 선택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팀에 결핍된 '파이터 기질'과 '투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최종 선택은 이다연이 아닌 김아름이 됐다. 결국 이다연은 우리은행을 거쳐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 최이샘 ↔ 심수현+신입선수 선발회 우선지명권(1순위 확률 100%)
1. 스토리
청주여고를 졸업하고 2013년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최이샘은 도중에 잠시 농구를 그만뒀지만, 2015년 돌아온 이후 성장세를 이어갔고, 2016-17시즌부터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임영희, 박혜진, 양지희, 이승아, 김정은, 박지현, 김단비 등 확실한 핵심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는 우리은행에서 에이스 롤을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제2, 제3의 옵션으로 매서운 모습을 보였고, 빈틈 없는 우리은행 왕조의 한 축으로 굳건한 역할을 했다. 해결사가 많았던 당시의 우리은행으로서는 리그 최고의 볼 없는 움직임을 보여준 최이샘이 퍼즐의 완벽한 한 조각과 같았다. 꾸준히 성장한 최이샘은 국가대표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최이샘에게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따라다녔다. 우리은행에 있어서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은행에 있기에 본인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다재다능하고 좋은 신체 조건과 야투 능력을 갖고 있어서 좀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인데,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은행에 있어서 제한된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반대로, 몸이 약하고 정신적으로도 튼튼하지 못한데다가 영리하게 상황을 풀어내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우리은행처럼 강한 동료들이 약점을 가려주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당연히 최이샘에게 관심이 있는 팀들은 후자보다 전자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가장 대표적인 팀이 신한은행이었다. 2022년 최이샘은 FA 권리를 행사하며 신한은행으로 이적이 임박한 듯 했지만, 우리은행에 잔류했다. 하지만 2년 후 다시 취득한 FA 때는 결국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2. 전개
그러나 이 이적은 해피 엔딩이 되지 못했다. 2020년 이후 4시즌 중 3시즌에 평균 10점 이상을 득점하며 전성기에 접어들었던 최이샘은 이적 후 신한은행에서 두 시즌 동안 60경기 중 46경기에만 출전했고 평균 22분 43초를 뛰었지만 평균 6.0점 5.2리바운드에 그쳤다. 두 시즌 내내 최이샘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이적 후 첫 시즌을 마친 비시즌에도 최이샘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았고, 이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선수 본인이 시즌 중에 이적을 원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 가운데 결국 전격적인 이적이 발표됐다. 최이샘을 보낸 신한은행은 BNK로부터 심수현과 함께 신입선수 선발회 우선 지명권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순위 자격을 확보했다.
3. 상황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이샘에 대한 평가는 상반됐었다. 우리은행에 있어서 최대치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은행에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극명히 대립되는 평가였다. 따라서 이적한 최이샘의 활약은 더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첫 시즌부터 최이샘의 활약은 우리은행 시절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부상으로 13경기를 결장하는 불운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에이스 역할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단비에 이어 김소니아마저 떠나면서 최이샘이 신지현과 더불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최이샘과 신지현 모두 그 정도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에이스의 부재 속에 신한은행은 목표했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25-26시즌을 앞둔 시점에 최이샘과 관련한 이슈는 WKBL을 근접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최이샘이 은퇴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최이샘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구나단 전 감독(현 BNK 코치)은 물론, 그와 함께 팀을 꾸렸던 코치진이 2024-25시즌을 마치고 모두 팀을 떠났다. 그리고 신한은행에 있던 동기인 구슬도 유니폼을 벗었다. 최이샘의 이적에는 절친인 구슬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소문도 이미 있던 터였다. 어쩌면 최이샘의 의욕을 꺾는 요소들이 연이어 발생한 상황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비시즌 훈련에 최이샘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취재진에게 자주 노출되면서 의문이 커졌다. 로테이션 멤버도 아니고 팀의 중심이자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 쪽에서 물음표가 발생하면 팀 분위기와 사기에는 안좋은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이 시점에 신한은행의 새 코칭 스태프에게 '최이샘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던 기자들이나 농구인들도 있었다. 최이샘의 워크에식이 꾸준히 거론됐다. 신한은행은 최이샘을 안고 가는 선택을 했지만, 시즌 내내 이 딜레마를 풀지는 못했고, 최이샘도 끝내 신한은행에 적응하지 못했다.
신지현 역시 확실한 부활을 보여주지 못하며, 최이샘과 더불어 '계륵이 됐다'는 혹평이 나왔지만, 신지현에 대해서는 '부상과 긴 슬럼프로 경기력이 떨어지고 힘든 상황이지만, 늘 훈련에 적극적이고 성실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반면, 최이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2025-26시즌을 마치는 시점에 신한은행은 프런트마저 전면 교체했다. 단장부터 국장, 차장이 모두 바뀌었다. 최이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영입에 나섰던 이들이 팀에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신임 서동철 단장은 최이샘과 관련한 내용에 진지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결국 코칭스태프와 함께 이적을 결정했다.
"아마 이 트레이드가 발표되면 팬들이 실망을 많이 할 것 같아. 비난도 많이 할 거야. 전체적으로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내가 욕을 먹더라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FA 시장이 치열하게 돌아가던 때, 서동철 단장이 무겁게 했던 말이다. 결국 그 트레이드는 FA 시장이 마감되는 시점에 이루어졌다.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팀 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트레이드를 요청할 정도로 마음이 떠난 선수를 무작정 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팀이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 부분의 문제를 먼저 언급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고액 연봉자로서 에이스 롤을 부여 받은 선수라면,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이샘에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본인이 의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겠지만 최이샘은 신한은행에서 악성 재고가 되어버렸다. 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왜 신한은행이 BNK와 손해가 되는 것 같은 트레이드를 진행했느냐'라는 부분이다.
일설에는 타 구단은 배제하고 BNK하고만 논의를 이어갔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BNK 외에 신한은행으로 부터 최이샘과 관련한 이적 제안을 받았다는 구단의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숙고하지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최이샘에 대한 평가는 2년 전 FA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즌 중에 이미 최이샘이 이적을 원했기에, 이와 관련한 소문은 모든 구단에 돌고 있던 상황이고, 많은 구단이 최이샘의 경기력 여부를 떠나 '베테랑으로서의 안정감과 꾸준함'에 큰 의구심을 품었다. 신한은행은 어디와 협상을 해도 최이샘이라는 준수한 카드를 들고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4. 유추
신한은행이 BNK를 트레이드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결국 신입선수 선발회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신한은행이 선택할 선수는 그 동안 확실한 1순위로 여겨졌던 수피아여고의 임연서가 아니라 재일동포 선수라는 것이 중론이고, 사실이다. 신입선수 선발회까지 아직 시간이 있고, 그 사이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기에 신한은행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사실상 해당 선수와 교감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동포선수를 영입하는 상황에서 드래프트 제도는 어려움이 많다. 선수에게 "드래프트에 지원하면 좋은 순번에 뽑힐 수 있다"고 하는 것과 "우리 팀이 지명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로 선수를 끌어오려면 그 주체가 구단이 아닌 연맹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WKBL이 그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드래프트 제도는 구단이 선수에게 확약을 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따라서 동포선수 영입은 드래프트가 아닌, 과거와 같은 자유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구단들도 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있는 자원들을 찾고, 가능성 있는 선수에 대해 기회를 주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드래프트 제도는 열심히 찾은 유망주를 다른 팀에 내주는 '닭 쫓던 개'가 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첼시 리 사태로 제도의 격변을 겪었지만, 해당 사건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악용하고 사기를 친 대상자들과 주변의 조언에도 기초적인 검증조차 하지 않은 당시 책임자들의 문제다.
동포선수들도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하는 현재 구조에서, 괜찮은 선수를 찾아낸 구단이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해당 선수와 먼저 접촉을 하고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해야 한다. 키아나 스미스(전 삼성생명), 홍유순(신한은행) 모두 그런 노력이 필요했고, 올해의 신한은행 역시 이 같은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1순위 지명권을 100% 확보하는 방법은 BNK로부터 우선 지명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하다. 신한은행의 거래 상대가 BNK로 특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즌 중부터 타진했던 최이샘의 트레이드와 관련해서 원활한 방향성이 잡히지 않자, 신한은행은 BNK를 타겟으로 신인 지명권 1순위 100%를 확보하고자 했을 것 같다.
당초, 신한은행이 최이샘의 트레이드와 관련해 박지수, 강이슬 등 대어급 FA를 잡기 위한 셀러리 캡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고 했는데, 이 부분은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런 의도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FA를 잡은 후에도 어차피 진행했어야 하는 트레이드였다. FA 영입전에 뛰어든 시점에 최이샘의 트레이드는 물론 신인 지명권 1순위 확보까지 모두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먼저 트레이드의 결판을 지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셀러리 캡 확보'라는 명분은 굳이 BNK에게 '가려운 곳 긁어주듯' 최이샘을 제안하는 트레이드 요청에서 1순위 지명권이 신한은행의 가장 큰 니즈라는 것을 가리기 위한 연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BNK도 1순위 지명권을 신한은행이 온전히 확보할 경우, 그 목적이 임연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간파했을 것이다. 그리고 1순위로 예상되는 동포선수에 대한 정보도 모든 구단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신한은행이 제안한 트레이드의 가치를 놓고 숙고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BNK에게는 최이샘이라는 카드가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초 핵심 식스맨급으로 분류하는 선수들은 신한은행의 요청을 거부하면서 지켜냈다. 심수현도 좋은 유망주지만 현재 BNK의 구성을 볼 때 최이샘을 얻는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딜이었다. 1순위로 언급되는 동포 선수의 역량도 생각해야 하지만, 임연서 역시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순수 국내 선수 풀에서는 '원 앤 온리'의 평가를 받고 있기에, 자신들의 셀러리 캡만 정리한다면 '받아야만 하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5. 후폭풍
두 구단이 합의해서 진행한 트레이드이므로 규정상 논란이 될 것은 전무하다. 오히려 현장의 반응은 트레이드 이후의 상황이다.
우선은 신한은행이 BNK의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트레이드를 한 것에 대한 원망(?) 섞인 반응이 있다. 대부분이 악성 재고가 되어버린 최이샘이 계륵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전례가 될 수 있는 문제인만큼 냉정하고 잔인하게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옳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철저히 계산적으로 보자면, 최이샘이라는 카드를 아무 대가 없이 내려놓는 것 보다는 최소한의 수확이라도 건지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BNK의 셀러리 캡과 관련한 반응이다. BNK는 최이샘을 영입한 후, 기존 선수들을 트레이드 없이 지키겠다고 밝혔다. 최이샘이 자신의 연봉을 1억 5천만원이나 양보하는 페이컷을 했다고 하는데, 다른 구단들은 여전히 갸웃하는 느낌이다. 한 관계자는 "주전이 아닌 선수들의 연봉을 최저 연봉으로 일괄 적용해도 1억 정도는 오버가 될 것 같은데, 셀러리 캡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BNK는 "31일에 선수 등록을 마치고 결과가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며 여유있는 입장이다.

6. 이후의 숙제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신한은행이 당초 목표로 했던 '그 선수'가 선발회에 나올 것이냐가 우선인데, 이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자로 예상되는 선수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하려 했던 구단이 있다. 이 선수는 해당 구단에 '아시아 쿼터가 아닌 드래프트에 지원할 것'이라며 고사했다고 한다.
아시아쿼터로 올 경우 연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드래프트의 경우는 첫해 최저 연봉에서 시작한다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시아쿼터와 달리 신입선수 선발회를 통해 1라운드에 선발되면 최소 3년의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경기력 여하에 따라 2년차부터의 연봉은 아시아쿼터 선수보다 더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이 가능하다. FA 시장에서는 빈 손으로 철수했지만, 아시아쿼터 영입전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어느 정도 확보한 신한은행으로서는 신입선수까지 의도대로 될 경우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나아진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드 포지션의 확실한 유망주인 심수현을 다시 품에 안은 입장에서, 기존의 신지현-신이슬-김지영과 또 다른 유망주인 허유정까지, 이 많은 자원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지는 또 다른 숙제다.
BNK와 최이샘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 안혜지-이소희-박혜진-김소니아가 있는 BNK는 과거 최이샘이 뛰었던 우리은행 시절과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절 함께했던 박혜진과 김소니아가 실제로 존재한다. 소위 '빅 4'라 불릴 만큼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최이샘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처럼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신한은행보다는 BNK가 최이샘에게 딱 맞는 옷일 수 있다. 또한 온 볼 플레이어가 많은 BNK에서 최이샘의 가치는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사견이지만 BNK는 박혜진의 활용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예리함과 무게감은 여전하지만, 6시즌 연속 결장 없이 35경기를 개근하고, 교체 없이 40분을 뛰어도 좀비처럼 멀쩡했던 금강불괴는 아니다. BNK 이적 후에도 박혜진은 경기당 34분 이상을 뛰고 있다. 시즌의 어느 시점부터는 체력적인 과부하가 느껴진다. 박혜진의 부담과 출전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면 박혜진은 물론 BNK도 더 무서워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다음 시즌 가장 이상적인 BNK의 라인업은 안혜지-이소희-최이샘-김소니아-타니무라 리카가 선발로 나서고 박혜진과 바네사 데 헤수스가 슈퍼 서프로 활약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최이샘에게 에이스 롤의 부담이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평범한 로테이션 롤이 되어서도 안된다. 본인 스스로도 멘탈과 워크에식이 지적받았던 부분을 일신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최이샘을 지도했던 지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리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선수'라는 평가가 붙는 것은 탈피해야 하는 요소다. 최이샘이 경기당 25~30분 정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면서 과거 우리은행 시절에 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BNK의 경쟁력은 확실히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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