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 브론델로. 1968년생 호주 출신의 여성 지도자인 이 감독은 지난 2017년부터 9년째 호주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다. 호주가 아시아로 편입되어 아시아컵에 출전한 것도 이때부터였으니, 대회마다 호주를 피하기 힘든 우리에게도 익숙해야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뜻밖에 우리 대표팀은 감독 샌디 블론델로가 낯설다. 호주 국가대표 감독이지만 자신이 부임한 후 열린 아시아컵에는 2019년 대회에 등장한 것이 유일할 뿐, 이후 3번의 대회에는 모두 불참했다. 호주가 처음으로 아시아컵을 제패한 작년 대회에도 폴 고리스(Paul Goriss) 코치에게 팀을 맡겼다.
이유는 그가 WNBA에서 감독직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컵에 WNBA 선수들을 대거 선발하지 않는 호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까지 프로팀 일정으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건 참 이채롭다. 우리나라 대표팀을 맡은 감독이 이랬다면 경질이고, 당연히 그 이전에 이런 조건으로는 감독직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돌려서 생각하면 호주가 아시아컵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계 여자농구계에서 '절망의 벽'이나 다름없는 미국을 제외하면 최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호주인데, 2017년 첫 참가 이후 우승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감독은 물론 최정예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자국 시드니에서 열렸던 2023년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그런 스탠스로 임하면서 기어코 작년에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오히려 호주 농구가 더 강해졌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샐리 브론델로 감독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는 호주 사령탑으로 복귀한다. 하도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위키피디아에서 호주 여자농구대표팀을 검색하면 감독으로 폴 고리스라고 나오지만 여전히 샐리 브론델로가 감독인게 맞다. 지난 달 튀르키예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에 샐리 브론델로 감독은 팀을 이끌었다. 어차피 아시아컵 우승 자격으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해, 대회 결과에 의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을 맡았다. 뉴욕 리버티 감독 자리에서 경질되었기에 안 올 이유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고, 정예 멤버가 나선 대회니 나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시아컵은 상당히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지도자로서 무척 화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전신은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스의 코치를 시작으로 LA스팍스를 거쳐 피닉스와 뉴욕을 이끌었다. 2005년부터 20년 동안 지도자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피닉스 머큐리에서는 2014년부터 무려 8년간 팀을 이끌었고 부임 첫해 우승을 차지했으며, 뉴욕 리버티가 슈퍼팀을 만들면서 영입한 감독으로서 2024년에 다시 한 번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WNBA 감독상을 2014년에 수상했고, 올스타전 감독을 3번 맡았으며, 2023년 커미셔너컵도 우승했다. 2010년에 이미 호주 농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뉴욕에서 보여준 그의 농구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내외곽에 화려한 선수들이 즐비한 구성을 만들며 전성기를 달리던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고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슈퍼스타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경기력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팀 플레이가 돋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2024년 외에는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화려한 커리어는 확실히 조명을 받는 법인가 보다. 신생팀 토론토 템포의 창단 감독으로 선임됐다. 2025년부터 이어진 프로팀 지도자 커리어에 마침표 혹은 쉼표가 찍히는 듯 했지만, 그의 생명줄은 질기고도 길었다.
더 놀라운 건 코치진 구성이다. 독일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올라프 랑게(Olaf Lange)가 A코치로 합류했다. 호주 국가대표팀 감독이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을 코치로 쓰는 게 놀라운 건 아니다. 이들은 부부다. 샌디 브론델로가 샌안토니오에 있을 때부터 지도자로 함께했고, 샌디 브론델로는 호주 국가대표팀과 뉴욕 리버티에서 남편을 코치로 임명해서 오랫동안 함께 했다. 호주 국가대표 코치로 6-7년의 시간을 보낸 후, 올라프 랑게는 자신의 조국의 부름을 받아 처음으로 감독이 됐다. 아내가 뉴욕 리버티에서 경질되며 함께 팀을 나왔지만, 토론토의 감독이 되면서 부부가 다시 한 팀에 있게 됐다.

물론 능력만 있으면 상관 없는 일이긴 하다.
워싱턴 미스틱스는 2013년부터 10년간 팀을 이끌었던 마이크 티보(Mike Thibault)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아들인 에릭 티보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그는 아버지가 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코치로 오랫동안 함께했다. 성과를 내지 못해 2년 만에 티보 페밀리의 이름을 워싱턴 역사에서 지우게 했지만, 바로 팀을 옮겨 미네서타 링스의 코치로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낯선 장면이다. 과거 한 팀에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던 인물이 자신의 동생을 코치로 임명했다가 구설에 올랐고, 이후 다른 말들이 많아지면서 감독 임명까지 취소된 예가 있다. 능력 여부를 떠나 가족이 코칭스태프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 우리나라에서는 감독이 자신의 배우자를, 혹은 자녀를 코치로 임명하는 것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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