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에 교토를 왜 갔는가? 사실 교토 여행은 그다지 계획에 있지도 않았었다. 급하게 처리할 업무 때문에 일본에 갔고, 오사카 인근에서 수습을 해야 했다. 일정은 너무 일찍 끝났고, 이것 때문에 중남미 여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차피 계획이 틀어진 김에, 일본 여행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일본에 수없이 오면서도 관광을 해본적은 없었기에, 딱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사카 인근이니 간사이 주요 도시를 돌아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사카, 고베, 교토, 나라 등이다. 어디를 베이스캠프로 할 지를 고민하다가 교토를 선택했다. 일본의 천년고도인 교토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무려 17개나 있다고 했다. 이것만 돌아봐도 뭔가 건질 게 있을 것 같았다. 교토를 중심으로 적당히 돌아보면 될 것 같았다. 다만, 한 여름 7월이 교토 여행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기간 내내 뇌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에 상심하고 잠을 청했는데, 새벽에 살짝 눈을 떠 보니 뭔가 세상이 이채로웠다. 박자 맞추듯이 꾸준하게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사라졌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비오던 거리는 너무나 화창하고 맑은 햇살로 가득차 있었다. 시간은 아직 새벽 6시가 안된 상황... 장마 뇌우가 계속 예보된 이 도시에서 비만 보다가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잠시라도 태양이 비출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외출을 시도했다. 교토역 안에서 하루를 다 보낸 어제보다 활동 범위를 더 넓혀서 교토역 주변을 둘러 볼 생각이었다.
차에 아직 가시지 않은 빗물의 흔적이 분명 오늘과는 달랐던 어제의 날씨를 말해준다. 민박집 바로 옆 주차장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길냥이는 길냥이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길냥이입니다. 새벽부터 카메라를 들이대는 불청객을 강하게 쏘아본다.
그 회사 담당자에게 설명을 들어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AKB48의 2011년 당시 인기 멤버들이 커피를 광고하고 있다. 자판기에 붙어있는 사진이다.
교토역 북쪽 출구로 나가서 요도바시 건물을 지나 그냥 생각없이 조금만 걸으면 거대한 사찰이 나온다.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라는 절의 정문인 다이시도몬(大師堂門)이다. 저 위에는 공사중인가 했는데, 공사중이 아니라 새들이 집 짓지 못하게 하기 위에 막아놓은 거 같았다. 이 문이 치온인, 난젠지의 산문과 더물어 교토의 3대문으로 꼽힌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히가시혼간지의 본당인 고에이도(御影堂)는 일본 목조 건물 중 최대 크기라고 한다. 사실 들어서는 순간 절 입구의 문보다 더 거대한 본당의 위치에 압도됐었다. 본당 입구에 있는 사람들의 크기와 견주어 보면 이 본당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봤던 사찰보다 크기가 거대하다는 느낌이다.
파나마 운하에도 한글 설명서가 있는데 교토는 뭐 당연히... 어디서나 한글이 보이면 마음이 안정 된다. 파나마 운하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한글 설명서 역시 읽어보면 종종 틀린 문맥과 맞춤법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절 입구에는 이런 우물도 아닌 비스무리한 장치가 있어서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 나오는 데, 저렇게 갖춰놓고도 "먹지마시오!" 라고 당당하게 써 있다. 처음에는 당시 큰 이슈였던 동일본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문제로 먹지 말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안 먹는거라고 한다. 특히 일본 신사에는 입구마다 이런 것들이 있는 데 그냥 손 씻는 용이라고 한다. 손 씻는데 굳이 용까지 갔다 놓을 이유가 있었을까...
어디서봐도 참 크다. 옆에 붙어있는 현대식 건물은 어떤 다른 용도의 건물이 아니라 고에이도를 수리하는 공사중인 모습이다. 2011년에 저런 상태였으니 지금은 공사가 완료 되었겠지. 결국 저기도 다 절... 넓은 광장같은 고에이도의 내부를 찍어보고 싶었지만, 내부는 촬영 불가였다.
고에이도를 나와, 옆길로 이동하며 다른 건물들을 구경했다.
히가시혼간지 주변으로는 수로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물길이 나 있다. 뭔가 성 주변이 이렇게 되어 있으면 전쟁 때의 방어를 위해서라고 생각할텐데, 사찰 주변이 이렇게 되어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멀리 보이는 교토타워가 현재와 과거가 어우러진 교토를 말해주는 거 같다.
히시혼간지 건물 중 한 곳. 밖에서보니 위성 안테나가 달려있다. 그래... 스님들도 TV는 보실테니까...
그렇게 히가시혼간지에서 나와 길을 타고 쭈욱 걸으면 10여분 정도를 걸어서 니시혼간지(西本願寺)에 이를 수 있다. 일본 불교 정토진종의 총본산이라고 하네요. 원래는 히가시혼간지와 니시혼간지가 하나로 붙어서 그냥 혼간지 였는데, 사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1602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절을 분리시켰다고 합니다.
니시혼간지도 히가시혼간지와 마찬가지로 사찰 주변에 수로가 형성되어 있었다. 다만 히가시혼간지와는 달리 바짝 말라 있었다.
그런데 기둥 한 곳에 이런 게 묶여 있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사고 등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이렇게 해놓던데...
사실 니시혼간지에 들어가서 특별히 눈에 확 띄는 인상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히가시혼간지의 고에이도가 워낙 인상적이라 그랬는지 생긴 건 비슷하고, 크기는 히가시혼간지에 미치지 못해 강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게다가 공사중...
본당 뒷쪽으로 더 가니까 카라몬이라는 문이 있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지은 후시미 성에서 가져온 거라고 한다. '문에 세겨진 아름다운 조각들을 보다보면, 해가 지는 지도 모른다'고 해서 '해가 지는 문' 이라는 별명도 있다고 하는데, 사진 한 장 찍고 30초간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도저히 그 정도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이 문이 무려 일본의 국보 중 하나라던데, 나의 예술적 수준과 양식이 그 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다.
'fAntasize | 글 > dReam hun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한 여름의 간사이, 그리고 교토 (8) | 2025.05.15 |
---|---|
[파나마] 파나마의 자연인(?) - 작은 동물 농장 (0) | 2025.05.15 |
[파나마] 그들의 바다, 라스 라하스 (0) | 2025.05.14 |
[파나마] 도시의 근교, 모터쇼도 F1도 아니지만... (1) | 2025.05.14 |
[파나마] 파나마, 시티의 일상 (0) | 2025.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