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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영화] 불가항력에는 무지함이 답이다 - 노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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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연관된 대재앙의 징후를 쫓아 인명을 구하고자 했던 시도는 불가항력의 대재난 앞에 무력하게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결말로 하고 있다. 외계인이라는 구원에 대하여 좋지 않은 평도 있지만 그렇게 몹쓸 결론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이 영화가 결국은 '재난영화'였다는 사실을 마지막이 되서야 인지하게 되는 것이 약간은 당황스럽다. 어쨌든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CG - 비록 그것이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고와 파괴, 그리고 절망에 관한 것이었지만- 는 분명 세계 영화 산업의 발전을 함께 목도할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만 숫자에 담겨진 비밀에 관한 부분은 과정과 답은 있으되 알아봐야 유익할 것 전혀 없는 백해무익의 넋두리에 불과했다는 게 최후의 결론이다. 일찍 그 비밀을 풀었다고 해도 달라질 결과가 없다. 알고 죽냐, 모르고 죽냐의 차이다. 그리고 굳이 그런 메세지를 선택된 몇몇에게 남겨줄 이유 역시 전혀 없었다는 것도 이 영화의 단점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시한부 환자에게 의사가 친절하게 "3개월 남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정도의 가치였다고 할까? 사실 이 모든 걸 제 3자의 입장에서 봤기에 의미가 없지, 만약 당사자였다면 그래도 최후의 시간을 인지하는 게 상당한 이점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온갖 입장에 다 대입을 해봐도 새로운 별에서 새로운 아담과 이브 역할을 하게 될 신인류의 조상 두 명을 때맞춰 휴거처럼 데려가면 될 것을, 불필요하게 50년의 비밀까지 만드는 우를 범했다는 생각이 든다. 멸망 때까지 수수께끼로만 남을 '노아의 방주'가 사실은 어떤 것이었는지 던져주고, 지구 원주민으로 살아온 우리가 사실은 다른 별에서 온 이주자의 후예라는 조금도 도음되지 않을 TMI를 전달한다.

새로운 별에 토끼 두 마리와 안착한 두 어린이. 처음에는 좋다고 나무를 향해 달려갔다. 설마 사과 나무일까? 뱀도 있겠지? 새로운 지구의 선악과인 건가? 하지만 이제 학교도 컴퓨터도 TV도 없는 그 곳에서 뻘쭘하게 남을 둘이서 매일 매일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는 뭔가 너무도 암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기에 그들은 너무도 어리기 때문이다. 

결국 신인류의 조상 역시도, 성경의 창조주만큼이 무책임한 건 사실이다.

 

 

 

노잉 (Knowing, 2009, 미국)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Alex Proyas)

존 코스틀러 :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

다이애나 웨이랜드 : 로즈 번(Rose Byrne)

캐일럽 코스틀러 : 챈들러 캔터버리(Chandler Canterbury)

루신다 엠브리 : 라라 로빈슨(Lara Rob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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