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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영화] 스포츠 영화, 이 이상은 없다 -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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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각본을 대입하면 뭔가 이상해지는 것이 스포츠 영화다. 여러 종목에 다양한 관점을 적용하며 많은 영화가 나왔지만, 대부분이 순수한 스포츠 이상의 감정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종목 자체로 놓고 보자면 그래도 영화화 했을 때 가장 위화감이 덜한 것은 야구다. 종종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따른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런 지적을 받는 야구 마니아들은 당당하게 '야구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대응하기도 한다. '야구에는 Athletic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한계와 지적.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작위적인 각본이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영화에서는 야구가 그 어느 종목보다 돋보인다.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1989년에 제작된 영화 <메이저리그>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영화 중에서 All Time No.1이다.


만년 하위팀에, 희망이라고는 기대할 것 없던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는 기존의 사장이 사망한 뒤, 클럽 콜걸 출신인 그의 미망인이 새로운 사장에 취임하며 위기에 놓인다. 그녀는 기존의 연고지인 클리브랜드를 떠나 팀을 마이애미로 옮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 따라 일방적으로 연고지를 옮길 수 없다. 그래서 '연간 80만달러 이하의 수익을 얻을 경우 연고지를 떠날 수 있다'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계획에 돌입한다. 인기와는 담을 쌓을 팀을 구성해, 팀 수익을 떨어뜨리려는 것.

독립 리그 감독 경력이 전부인 타이어 가게 사장 루 브라운을 감독으로 앉힌 것을 시작으로 멕시코에서 활약하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만 기다리는 제이크 테일러, 펑크족 출신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파이어 볼러 릭 본, 은퇴를 바라보며 야구보다 사업에 관심 많은 로저 돈, 종교의 자유를 찾아 망명한 부두교도인 쿠바인 페드로 세라노, 그리고 제발로 걸어온 윌리 헤이즈 등, 빅 리그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로 팀을 구성한다. 그들은 시즌 초반 명성에 걸맞게 연패의 늪에 허덕이며 꼴찌에 머물지만, 사장이 자신들을 불러 모은 이유를 알고부터, 그리고 이전부터 시작된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 등에 의해 문제점을 고쳐 나가며 반전을 만들어 간다. 결국 숙적 뉴욕 양키즈를 누르고 리그 1위를 달성하는 해피 앤딩이다. 다만, 월드시리즈 우승도 아메리칸리그 우승도 아닌 정규리그 1위다. 이로 인해 더 높은 결과(아메리칸 리그 우승, 월드시리즈 우승)를 도모하는 속편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사실상 1편의 패러디 수준에 그쳤다.

너무나 뻔한 스토리 구성이지만, 다큐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코미디로 구성한 점과 실제의 야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톰 베린져, 찰리 신, 웨슬리 스나입스, 코빈 번센, 르네 루소 등 굵직한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줬으며, 야구 경기 중에 나누는 선수들 간의 대화와 우리나라에는 익숙치 않은 (지역 방송의) 편파 해설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또 다른 면을 재미있게 엮어주고 있다. 지금은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일반화 됐다고 할 수 있지만 1990년대의 한국 야구팬의 시점에서 보자면 상당히 이채로운 부분들이었다.

누구나 예상했던 역전의 드라마지만, 1루에서 도루를 준비하는 웨슬리 스나입스가 "어디 가려고 그러냐?" 라는 상대 1루수에게 "멀리는 안갈거야" 라고 말하며 홈을 노리는 모습이나, 무릎이 좋지 않은 톰 베린저가 2사 2루에서 홈런 사인을 보낸 후 기습적인 번트 앤드 런을 통해 경기를 뒤집는 장면. 등장하는 상대 구원투수를 향해 "자기 아들이랑 야구할 때도 95마일의 광속구를 던지는 째째한 선수" 라고 소개하던 편파 코멘트는 인상적이었다. 스토리를 끌어가는 주연인 톰 베린저는 물론,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는 '와일드 씽' 찰리 쉰의 시크한 이미지는 지금봐도 야구선수 다운 멋이 풍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고 양키즈와 벌이는 최종전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보여주는 긴장감이 압권이다.

 

"30년 만에 천막을 뛰쳐 나온 인디언들이 리그 챔피언에 도전한다."

 

인디언스의 점퍼를 입은 수녀의 경기장 입장은 물론, 하늘에서 잡아서 보여준 7만 5천 관중이 운집한 만원 사례의 제이콥스 필드의 전경은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드론이 없던 시대, 잠실 야구장 이상의 경기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시절이기에 만원 관중 속에 뜨거운 열기와 함성이 가득찬 제이콥스 필드의 열기는 영상의 한계를 넘어 전율을 선사한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경기장에 나가라는 감독의 지시와 함께 9명의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수비 위치로 나서는 순간, 제이콥스 필드의 전 관중이 기립하며 외치는 함성과 환호는 2002년 월드컵 현장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와 비교될만큼 짜릿함을 전달한다. 경기 막판, 최고의 스타 릭 본이 마무리 투수로 들어설 때, 그의 등장 테마곡을 부르며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스포츠의 지역 연고가 완벽하게 구현되어 홈-원정 1-3루의 구분 없이 경기장 전체가 종교처럼 홈팬들 부르짖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배처럼 숭고하기만 했다. 기발한 작전으로 끝내기 결승점을 뽑는 순간, 홈베이스를 스치고 지나가는 웨슬리 스나입스에게 세이프를 선언하는 심판과 덕아웃을 박차고 나오는 선수들, "Indians Winning! Indians Winning! Oh My God, Indians Winning!"이라고 외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해설자 해리 도일 역의 밥 유커의 목소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대단하다.  

 

 

 

 

코미디 위주의 철저한 오락 영화이며, <머니 볼>과 같은 깊이는 없다. 경기 외적인 감동의 요소도 그다지 찾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학창 시절 선수 경험이 있었던 찰리 신에 비해, 또다른 주요 투수인 에디 해리스 역을 연기한 셀시 로스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투구 폼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팬, 특히 야구팬이라면 장면 하나 하나에서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영화 내내 등장하는 팬들의 감정 기복과 대화를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다만, 제이콥스 필드에서의 최종전이 주는 감동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에서 즐기는 걸 추천한다.

 

 

 

 

메이저리그 (Major League, 1989, 미국)

 

감독 : 데이빗 S. 워드(David S. Ward)

제이크 테일러 : 톰 베린저(Tom Berenger)

릭 본 : 찰리 신(Charlie Sheen)

로저 돈 : 코빈 번슨(Corbin Bernsen)

윌리 메이스 헤이스 : 웨슬리 스나입스(Wesley Snipes)

레이첼 팰프스 : 마가렛 휘튼(Margaret Whitton)

린 웰스 : 르네 루소(Rene Ru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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