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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영화] 영원은 존재하는가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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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벤자민 버튼은 그렇게 태어나고 살아야했는지, 왜 그의 아버지는 그렇게 쉽게 그를 포지해야 했는지 등, 몇가지 상황에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인데, 그다지 시간의 길이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결코 극장의 시간마저 거꾸로 흐른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늙은 모습으로 태어나서 점점 젋어지다가 어려지면서 생을 마감한다면 그건 축복일까? 나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이 그런 수순으로 전개된다면?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피부, 노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겨지는 신체조건들에 만족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종국의 상태는 노화나 어려짐이나 같은 상황이 된다. 그저 시선이 다를 뿐, 어려지는 것은 일종의 퇴화가 된다. 그 상황이 일반적이라면 늙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어려지는 과정이 인류에게는 시들어가는 것이 된다. 벤자민 버튼의 어머니가 말했듯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하는 곳은 같기 때문"이다. 젊어지는 것과 늙어지는 것이 크게 다를 것 없다면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던 그것은 같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벤자민 버튼은 가족을 떠난 후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가치 있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늦었다는 것은 없다."

 

'모두와 다른 특별한 삶'을 다른 이들이 가지지 못한 부러운 어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소유 또한 남들과 같지 못함에서 기인하는 외로움과 아픔이 있음을 말해준다. 명암이다. 그는 남들이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하는 - 점차 어려지는 것이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 이라고 한다면 - 능력을 날 때부터 가졌던 대가로 남들에게는 너무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주저하게 되고 결국 돌아서게 된다. 그는 사회적으로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고, 자신의 아이 앞에 나설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평생을 사랑했던 사람 곁을 떠나야했다.



 

 

생일 축하한다는 엽서로 시작해서 학교 입학식에 같이 가고 싶다던가, 남자 아이를 쫓아다니지 말라고 잔소리 하고 싶고, 상처 받았을 때 안아주고 싶다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결국 아버지로 나설 수 없는 아버지의 슬픔과 아픔을 표현한다. 그는 날이 갈 수록 젊어졌지만, 몇몇 아는 사람들에게만 그의 사실이 통용되었으며 넓은 세상에서는 외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군중속의 고독이란 그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했던 큰 짐이 아니었을까?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고 무던히도 강조하는 세상이지만, 다원화 된 사회에서도 일반화 할 수 없는 존재의 다름은 이질적이고, 통념의 벽을 넘지 못한다. 벤자민 버튼은 죽은 선장의 유언을 빌어 말한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나간 시간에 대해 미친개처럼 울부짖을 수 있고, 운명을 탓하며 욕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걸 받아드린 초연의 벌새로 돌아가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에 그는 영원히 사랑했던 사람 하나를 담았다. 기차역에 설치된 거꾸로 가는 그 시계가 내려졌다고 했을때, 벤자민 버튼의 거꾸로 가는 나이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리라 기대했던 건 너무 SF적 욕심이었나보다.

평생 널 사랑했다고 고백하며, 자기 전에 "굿 나잇 데이지" 를 말했던 벤자민. 그리고 멀리에서 같은 대답을 하고 살았던 한 여인의 최후를 통해, '시계가 거꾸로 흘러도 영원히 존재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인지, 아니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를 두고 모조리 소멸해버린 기억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허리케인에 침수되는 커다란 시계는 벤자민 버튼이라는 인물 자체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크게 억울할 것은 없다. 지워지는 것은 벤자민 버튼이 유별났기 때문이 아니다. 지워짐은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이다. 사는 내내 달랐지만 죽은 후의 그는 모두와 같았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두 아이를 키우게 할 수는 없다"며 데이지를 떠나던 벤자민의 선택이 과연 현명한 사랑의 발로였을까? 아이에게 제대로 된 아버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발상과 전개는 결국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위한 허수아비 하나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이지 않는가. 정말 사랑하기에 헤어지고, 헤어져도 사랑할 수 있다는 가슴 속 메아리와 자기 위로는 더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긴다는 걸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9, 미국)

 

감독 :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벤자민 버튼 : 브래드 피트(Brad Pitt)

데이지 :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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