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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oTaku

[만화]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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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1993년이었을 거다. 정확하진 않아도 분명 그 무렵이었다. 태어나서 내가 만화책 전권을 사본 기억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만화책을 보다가 운 적도 이때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화 보며 우는 경험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원작에서의 주인공 이름은 모른다. 도서출판 대원에서 번역본으로 나온 한국어 판에서 순수함이 묻어났던 신이와 진이 형제와 언젠가부터 스테디셀러 캐릭터가 된 '미중년'의 초절정을 보여주는 아버지로 구성된 가족 이야기인 <아기와 나>는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초등학생 형 진이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실제로 존재치 않는 '엄마'의 소중함을 수없이 역설하고, 남들과 같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앞서가야만 하는 입장의 외로움과 부담'을 말해주고 있다. 주변에 형성되는 주인공 진이를 둘러싼 관계의 문제들은 자라서 돌아볼 때는 웃을 수 있는 가벼움이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절실한 부분이었는가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다. 덧붙여 아버지 주변에 발생하는 문제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어린 시선은 오히려 만화를 읽는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만화의 가장 큰 포인트는 회상이다. 실제엔 없지만 그들의 회상엔 늘 주연으로 등장하는, 특히 진이의 회상에서는 오히려 너무 흐리게 드러나는 어머니의 존재는 회상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따뜻함을 주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회상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또다른 의미의 감흥을 가져온다.

아버지와의 충돌, 가족과의 갈등, 연인에 대한 사랑, 내 사람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고통, 그리고 어느덧 나보다 더 자라버린 내가 봐줘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까지 한꺼번에 담아내고 있다. 그 아버지의 회상을 보면서 몇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공부 안한다고 혼날까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서 보다가 울고 나온적도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코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동양적 정서가 발로되면 강화되는 이 코드는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강한 설득력을 갖는 주제중의 하나이다. <아기와 나>에서 회상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엄마의 사랑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보여진 엄마의 모습의 추억화된 잔상처럼 아련하고 애잔한 감상으로 남아있다.

 

 

 

赤ちゃんと僕 (1991~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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