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신과 악마의 완벽한 재해석.. 당신의 세계관이 흔들릴까 두렵다면 이 책을 절대 펼치지 마라!
저 광고 문구가 너무도 강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세계관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류의 소설이 대부분 안타까운 것은 중반가량까지는 상당한 기대와 긴장을 주지만, 말미로 향하면 '설마'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되고, 결국 설마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 역시 그랬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폐기시키려 했으나 3인의 수도사에 의해 나뉘어져 전해진 '루시퍼의 복음'을 두고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충돌하며 벌어진 일들을 통해 신과 악마, 그리고 빛의 천사였지만 악마의 지도자이자 지옥의 왕이 된 루시퍼, 사탄에 대한 해석을 하고 있으며, 결론적으로는 종말론에 대한 희망을 던지고 있다.
문제 제기만 늘어놓은 채 덮어버리는 내용도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치 않은 재료들을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고, 무리하게 미래를 지향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책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3등분 된 복음의 두번째와 마지막 본이 발견된 1970년과 2009년으로 시간을 달리하며 긴장감을 높여갔지만, 결론에서 무리한 해피앤딩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사실 이 책에서는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비외른 벨토의 최후와 복음서의 비밀이라는 두가지 결론이 마지막까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다. 하지만 이 두가지 모두 기대에 못미치게 매조지되고 있다.
이 책은 루시퍼를 외계인으로 확정지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때 세계의 미스테리를 다룬 많은 책들을 보며 가장 짜증스러운 결론이 외계인설이었다. 여러가지 가설을 던지다가 모르겠다 싶으면 대충 다 외계인이라고 둘러댄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먹으면서 차라리 외계인설이 가장 타당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논리적 설명이 쉽지 않는 부분에서 가장 타협하기 좋은 영역이 외계인이다. 그런면에서 루시퍼가 사실은 외계인이었으며, 에스겔서에 나온 내용은 그 외계인을 묘사한 부분이라는 주장을 그다지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루시퍼를 외계인으로 전제한다면, 루시퍼가 반란을 일으킨 대상인 신은 무엇일까? 서구에서의 신은 하나님이다. 외계인 루시퍼가 대항한 하나님도 또 다른 외계인이어야 처음의 가정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님에 대한 호구조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인류가 루시퍼보다 더 궁금해야 하는 대상은 신이다. 그러나 애써 루시퍼를 파해치며 궁극의 지점을 눈앞에 두지만 차마 들여다보는 것도 하지 않고 황급히 유턴하고 만다. 아마도 성경에서의 사탄은 건드렸지만 감히 하나님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나보다. 그리고 루시퍼를 말하면서 미카엘 역시 배제되어 있다. 수많은 성경 외전에서 루시퍼와 함께 등장해야 하는 이름인데도 말이다.
소설 중반부터 더크와 모니카가 노빌레 교수와 실비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결론은 드라큘 기사단으로부터 벨토가 계속 안전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만 남겨두었다. 초반과 중반에 가졌던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겠지만, 결코 만족스러웠다고는 할 수 없는 느낌. 왠지 한참 전에 읽었던 2012에서 받았던 아쉬움이 다시 떠올랐다.
Lucifers evangelium (2010)
톰 에겔란 Egeland, T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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