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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iNside sports

신세계, 무책임한 농구팀 해체. 입으로만 ‘상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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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을 운영하고 있던 신세계는 13일 전격적으로 여자농구팀의 해체를 선언했다. 지난 1997년, 여자농구 명문구단이던 태평양 농구단을 인수해, 이후 네 번 챔피언에 올랐던 신세계는 최근 그다지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장래성이 높은 팀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신세계는 결국 해체를 선택했고, 6개 구단 체제로 운영하며 신규 구단 창설이 절실하던 여자농구계는 파행 운영의 위기에 빠졌다.

대기업의 책임의식은 어디로?


신세계는 “금융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여자프로농구에 한계를 느껴 더 이상 농구단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신세계를 제외하고 여자농구단을 꾸리고 있는 팀들이 모두 금융권(삼성생명, 신한은행, 우리은행, KDB생명, KB스타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WKBL이 금융팀 위주로 어떤 운영을 이어가서 신세계 구단이 한계를 느꼈는지는 알 수 가 없다. 현직 농구 관계자는 “금융단 위주의 운영 때문이라는 발표는 그야말로 핑계에 불과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그러한 불이익과 불편이 있었다면, 충분히 협의와 조율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신세계는 전격적으로 팀 해체를 선언했다.

게다가 신세계는 2011-2012 시즌 여자 프로농구의 타이틀 스폰서였다. 타이틀 스폰서였던 대기업이 자사가 운영하던 농구단을 철수 시키는 상황은 앞으로 여자농구 운영에 더욱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며 새로운 스폰서 유치에도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명문 구단을 인수해서 오랫동안 농구팀을 운영해 온 대기업의 책임의식이 의심스럽기만 한다.

기본도 예의도 망각한 구단의 해체과정


신세계의 팀 해체는 해체 그 자체도 문제지만, 갑작스런 통보의 형태로 진행되었기에 그 과정도 도마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2009년 팀을 운영할 능력이 없었던 금호생명은 금호생명 팰컨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며,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를 인수한 구리 KDB생명 위너스는 2010-2011 시즌 준우승에 이어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유통업을 필두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신세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 하나이며, 이번 해체 역시 기업의 자금난이나 경영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굳이 해체를 해야 했다 하더라도, 최소한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팀을 지켜주는 것이 그렇게도 무리였을까?

신세계는 인수 기업을 찾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론화 한 번 되지 않은 상황을 물 밑에서 진행하다가 일방 통보로 마무리 지은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신세계가 무책임하게 손을 털고 떠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여자농구의 일원으로 함께해 온 신세계가 여자 농구계의 어려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여자농구계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발을 빼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질타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동계올림픽 종목 후원? 농구는 가치가 없나?


신세계는 여자프로농구단을 해체하는 대신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동계 올림픽 종목을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신세계 쿨캣의 해체가 경영난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 2010년 14조 5,569억 원의 총매출을 기록하며, 순이익도 1조 76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스포츠 팀들이 해체 및 매각 수순을 밟았던 가장 큰 이유가 경영난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행보라는 것이다.

금융팀 위주의 운영이라는 이유도 타당치 않은 상황에서 신세계가 보여주는 이러한 모습은 오랫동안 좋은 성적이 나지 않는 여자농구에서 발을 빼고,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 투자의 방향을 선회하겠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신세계는 이에 대해 "동계 올림픽 종목도 여러가지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고, 단지 광고 효과 때문에 관심받기 위한 선택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투자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양새로 방향을 바꾸는 신세계가 체육계에서 얼마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신세계로서는 “내가 내 돈 주고 투자하겠다는 데 왜 남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느냐”고 큰 소리 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신뢰도 져버린 신세계에 대한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신세계 그룹은 당당하게 투명경영과 상생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친환경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가 추구하는 상생경영이 오랫동안 몸 담았던 여자농구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결정과 얼마나 부합되는지는 충분히 고려해봐야 할 상황이다.

농구코트 누비던 선수들, 공 대신 카트를 끌게 할 것인가?


책임 있는 구단 인수도 아니고, 일방적인 해체를 선언한 신세계는 선수들의 희망사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이적과 직무 전환 등 충분한 처우를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세계에 소속된 선수들이 전부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말이 좋아 직무 전환이지, 평생을 농구 하나만 보고 살아온 선수들에게 다른 직무를 준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농구 코트에서 만나왔던 신세계의 선수들을 신세계 백화점이나 이마트 매장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신세계의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구단을 운영했지만 비인기 종목에 성적도 마뜩치 않자, 같은 돈 쓰는 거 좀 더 생색낼 수 있는 쪽으로 돌려보겠다는 발상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신세계라는 대기업이 ‘스포츠’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전체를 ‘신세계‧이마트 여자프로농구’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도 자사가 운영하는 농구단을 일방 통보 형태로 해체시키며 여자농구의 파행을 초래한 신세계가 앞으로도 과연 떳떳하게 ‘상생경영’을 내세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2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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