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승격을 놓고 당황스러운 행보를 보여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8개 구단 이사회가 10구단 창단을 놓고 결국 여론을 역행하는 선택을 했다.
KBO는 지난 6월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 10구단 창단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창단 유보였다. 10구단 창단에 대한 표결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이사회를 마친 후 KBO는 충분한 준비없이 10구단을 창단할 경우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야구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이에 따른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러한 제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이사회가 전반적으로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향후 고교야구팀의 증대와 신인지명제도 보완 등, 아마야구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의 제반 여건이 조성된 후 10구단 창단을 재논의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원 인프라와 수준 저하? 언제부터 제기된 문제였던가?
이들은 향후 고교 20개팀, 중학 30개 팀을 10년 내에 창단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창단 팀과 기존 팀 지원을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KBOP 수익금의 일부, NC 다이노스의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수익금의 일부를 활용해 'Baseball Tomorrow(베이스볼 투모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춰서 프로구단 창단까지 자연스럽게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KBO의 발표에 수많은 야구인들과 팬은 물론 현장 관계자들도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고교야구팀 수가 충분하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10구단 창단을 미루고 있는 각 구단들의 행태를 보면 기존 학원 스포츠의 저변이 늘어나리라는 기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의 인기 학과를 들어가고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보다 운동선수를 선택해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은 국내 스포츠가 엘리트 체육 위주로 집중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이러한 폐해를 줄이고자 엘리트 스포츠와 사회 체육의 저변을 병행하도록 노력하고, 야구 및 축구 등 주요 인기 종목에서부터 주말 리그제 전환 등 ‘공부하는 선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KBO 이사회가 프로의 문호를 ‘질적 저하’를 이유로 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야구부 창설만 내건다고 해서 유망주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700만 관중을 내다보고 있는 프로야구의 인기에 사로잡혀서 이대로의 현실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존 구단들의 지독한 이기주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의 프로야구는 팬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많은 이들의 노력 속에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그 결과 WBC에서의 선전과 올림픽 전승 우승, 아시안게임 제패의 쾌거의 밑바탕과 원동력이 되었다. 기존 구단들 역시 이러한 성과를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을 해왔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가 출범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은 환경과 수준 높은 경기력, 훌륭한 인프라를 구축해오지는 못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이 모기업인 삼성 라이온즈는 야구단에 끊임없는 투자를 하면서도 안전 검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붕괴 위험의 경고까지 받았던 대구구장을 여전히 보수해서 사용하고 있다. 두산과 LG가 사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인 잠실야구장은 80년대 아마 야구를 위해 지어진 경기장으로 지금도 원정팀의 선수대기실이 부족하고 샤워시설이 없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전, 광주 등 지방 구장과 외야 관중석이 없는 목동 구장 등은 여전히 프로야구팀의 홈구장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이다. KBO 이사회의 주요 참석자들이 생각해야할 인프라의 확충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물론 학원 야구와 아마추어 및 사회인까지 두루 넓혀진 저변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프로의 문호를 닫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졸속하고 옹졸한 논리다.
사익에 눈 멀어 더 큰 미래를 보지 못하다. 아니, 보지 않다!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는 오랫동안 수익사업이지 못했다. 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에게는 그저 광고 효과를 통한 그룹 이미지 상승의 추상적인 효과만을 제공했고,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물음표를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진형 KBOP 이사는 KBO 홍보팀장이던 시절 “수익사업으로서의 야구단 운영이 이제는 가시권에 왔다” 고 밝힌 바 있다. 10개 구단이 정착되고, 총 1천만 관중이 야구장에 운집하게 된다면, 기업들도 단지 홍보와 이미지 효과가 아닌 현실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야구단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프로야구는 지난 겨울, 선수협 사태와 경기 조작 파문 등의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700만 관중을 목표로 했던 관중동원은 순항하고 있다. 현재의 흐름과 인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800만 관중 동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남권에 새로 창단한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도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NC 다이노스는 이미 마산구장을 새롭게 단장하며 지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퓨처스리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권의 밥그릇 뺏기는 것을 기피한 롯데 자이언츠가 창단 때부터 1군 진입 결정까지 말도 안 되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NC 다이노스의 등장을 저지했지만, 결론적으로 얻은 것은 야구팬들의 비난과 대기업답지 못한 행태에 대한 일갈 뿐 이었다. 여기에 다 들어차봐야 잠실, 사직, 문학 야구장의 반도 되지 않는 지방 경기장의 제대로 된 대체만 이루어진다면, 10개 구단 천만 관중 달성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미 10개 구단이 되고자 하는 전북과 수원의 지자체 경쟁도 물이 올라있다.
하지만 10개 구단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며 기존 구단들은 이러한 기회를 걷어차 버리려 하고 있다. 제한된 파이를 기존 구단들이 나눠먹겠다는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성명을 통해 즉각 반발했고, 많은 야구계 인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결정 연기의 이유조차 궁색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중고교 야구팀을 늘린다 한들 프로의 문호가 한정된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유소년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까? 야구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결정한다. 그 논리대로라면 국제 수준에 기량이 미치지 못하는 종목의 프로화와 대표 지원은 모두 돈 낭비에 불과하다. 인프라를 확충하고 학원에 대한 지원부터 유소년을 키워내는 작업이 선결되지 않는 한, 수준 떨어지고 경쟁력에 걸맞지 않은 일부에 대한 돈 낭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온당한 의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에 따르자면 우리나라는 박태환과 김연아라는 슈퍼스타를 발굴하지 못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스포츠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꾸준한 투자와 충분한 인프라가 아니라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눈부신 활약과 성적이었고, 그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인프라’와 ‘수준’을 문제 삼아 현재의 KBO 이사들과 같은 논리를 펼쳤다면, 그들에 대한 지원은 없었을 것이다. 모든 종목에 균등한 인프라와 발전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우리에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호투와 추신수의 활약 역시 한국 야구의 우수한 인프라와 학원 스포츠의 역량이 이루어낸 개가는 결코 아니다.
학원 야구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지원과 인프라의 확충과 당장의 제10구단 창단은 선후의 순서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즉시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구단들은 현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하향 평준화’의 논리는 NC다이노스의 1군 승격을 막기 위해 롯데 자이언츠의 장병수 사장이 들고 나왔던 주장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주장이 NC의 1군행 때는 좌절되었고, 제10구단 창단 때는 제대로 먹혔다. 논리의 일관성도 없으며, 주장의 설득력도 없다는 증거다.
선수협은 노조 창설 … 팬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선수협은 이에 올스타전은 물론 WBC 보이콧을 선언했다. 나아가 선수노조 설립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라면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만 오직 대한민국 구단들에 의해서 터부되었던 ‘노조’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사실 KBO는 선수협 출범 당시, 총 관중 500만 명을 넘어서면 노조 설립을 막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제는 무슨 근거를 들고 나와 반대한다 해도 설득력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KBO 자체가 프로야구를 운영하고 구성하는 구단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기관인 만큼,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구성체도 적법한 위치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존재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도 온당하다.
‘노조’라는 단어에 대해 반체제적이고 혁명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 문제일 뿐, 선수 노조는 선수협이 당연히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고 폭거에 가까운 기존 구단의 10구단 발목잡기는 이러한 당위성을 더욱 공고히 해주고 있다. 선수협은 당연히 노조 창립을 이루어내야 하고, 폭거에 가까운 구단의 난폭행정을 막기 위해서라면 올스타전과 WBC는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팬들 역시 냉정한 결단을 함께해야 한다. 결국 팬들은 야구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공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구단의 무사 안일한 생각을 바꿔야만 한다. 그리고 그래봐야 피해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아간다는 무책임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단체행동과 실력행사를 펼쳐야 한다.
6월 24일, ‘프로야구 10구단 수원유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 앞에서 10구단 창단 승인을 촉구하는 집회와 삭발식을 가졌다. 수원 시민 30만 명의 서명이 담긴 유치기원 성명서, 전북도지사의 강력한 10구단 유치 선언, 선수협과 일구회등 전 현직 선수들 및 원로까지 가세한 야구인들의 열망과 팬들의 염원을 KBO 이사회는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렸다.
이로 인해 9구단 체제의 기형적 운영이 당장 내년부터 이어지게 되었고, 심지어는 균형적인 8개 구단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망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수많은 종목에서 새 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고 노력을 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는 것을 KBO는 기존 구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에 차려놓은 밥상마저 걷어차는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 야구의 발전에 기존의 구단들이 많은 노력과 희생을 감수한 부분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며, 기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야구팬으로서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앞으로의 대승적인 발전을 발목 잡는 행태마저 눈감아 줄 수는 없다. 기존 기업 구단들의 노력과 희생도 대단했지만, 야구에 열광하고 끊임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선수들의 이름과 팀을 외쳤던 팬들의 성원과 눈물도 대단했고, 열약한 그라운드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의 의지도 눈물겨웠다. 이 모든 것을 구단의 기업논리로만 해석하고 제단해서는 안 된다. 구단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구단일 뿐, 한국 야구 자체가 자신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공부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하 국익을 저버린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충분히 국가에 공을 세우고 자신의 노력으로 남들이 부러워 할 지위에 오른 이들이었다. 하지만 끝내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국익보다는 사익을 선택했기에 후세에 지탄받는 부끄러운 이름이 되어버렸다. 어이없는 이유를 들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부끄러운 몇몇 KBO 이사들도 충분히 숙고하기를 바란다. 자신들이 현재 한국 야구사에 얼마나 지탄받고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록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2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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