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웅장한 개막식과 함께 스포츠를 통한 세계 화합의 장을 열었던 제30회 2012 런던 올림픽이 시작부터 심판 판정으로 인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회 초반, 이틀 연속으로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됐다.
우리시간으로 28일 벌어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했던 박태환은 예선을 1위로 통과하고도 실격처리를 받았다. 하지만 주최 측은 경기가 끝난 후 박태환의 실격사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도 못했다. 영상으로도 잡아내기 모호했던 장면을 거의 '매의 눈'급의 동체시력으로 판단하여 실격 판정을 내린 심판진은 당당하게 실격사유를 발표하지도 못하고 그저 우리 대표팀의 이의제기만 피해다니고 있었다.
결국 4시간이 넘는 장고 끝에 주최측은 박태환의 실격을 철회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역영을 펼치고도 어이없는 판정에 마음을 놓지 못했던 박태환은 끝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예선에서의 판정 촌극이 빚은 참사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공평해야 하는 올림픽 경기에서 책임지지 못할 판정을 내려버린 심판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태환의 실격 이후 전 세계 언론과 수영 전문가들은 판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결국 국제수영연팽이 판정을 번복했고, 관계자는 심판의 실수였던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심판은 실수라고 말하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헌신하고 인내해 온 선수의 지난 4년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박태환 사태가 벌어진지 하루만에 대표팀에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이번에는 유도였다. 29일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벌어진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66kg 이하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8강에서 만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하는 깃발이 올라가자마자 국제유도연맹의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 심판위원장이 결과 발표를 저지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심판위원회의 위원이 판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받아들인 위원장이 연장에서 에비누마가 펼쳤던 기술에 대해 포인트가 인정된다는 의견을 심판들에게 다시 전달했다. 결국 심판들은 자신들의 판정을 번복하고 에비누마의 승리를 선언했다.
동네 친목잔치에서도 이런식으로 대회를 운영하면 싸움이 난다. 심판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심판위원장이 의견을 전달해 판정을 낼 거였으면, 대체 경기장의 심판들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들은 심판이 아니라 경기 진행 요원인가? 판정도 자신들의 채점으로 하면 될 것을 굳이 불필요한 전문 인력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특히 연장에서 에비누마가 시도했던 기술은 처음에 유효로 판정이 났다가,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에 의해 무효로 확정했던 기술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판정이 끝나자, 심판위원장이 다시 심판들을 모아 기술에 대해 포인트를 인정한다고 전달하는 것은 경기의 질서와 체계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가 박빙이었던 만큼, 심판 판정에 대해 일본 측에서 항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아서 재심을 요구하고, 또 발 빠르게 이를 받아들여 사상 유례없는 판정 번복을 선언한 유도 심판진은 유도는 물론 올림픽과 국제 스포츠의 권위와 위신을 스스로 바닥으로 매쳐버렸다.
조준호의 승리로 끝났으면 애매한 판정으로 자국 선수가 패했다고 성토했을 일본 언론 마저, 결과를 떠나 이러한 결정을 내린 심판진의 결정에 대해 올바르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몰상식한 판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조준호는 빠르게 자신을 추스려 존중받을 자격도 없는 판정에 승복했으며, 이어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동메달을 획득해, 스스로 스포츠맨십과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과연 스포츠맨십과 올림픽 정신이 선수들에게만 해당되는 중요한 문제일까?
박태환에게 당당하게 실격을 선언했던 수영 심판과 사상 유례없는 판정 번복을 석연치 않게 자행한 유도 심판들에게 당신들의 올림픽 정신과 스포츠맨십은 과연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3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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