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무모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가을야구 단골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을 펼치고 고배를 마셨다.
손시헌과 정수빈이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전력에서 이탈한 두산은 김동주, 고영민, 임태훈, 이재우, 고창성 등 가을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대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중 김동주의 제외는 큰 우려를 낳았다.
김동주의 제외는 김진욱 감독의 시즌 운영을 볼 때, 크게 놀랄 부분은 아니었지만, 큰 경기에서 팀의 구심점을 잡고 이끌어나갈 리더가 없다는 약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독마저 초보사령탑인 상황에서 선수 중 10명은 포스트 시즌 첫 경험이라는 것은 팀의 걱정을 더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1-2차전을 통해 현실로 나타났다. 과감한 주루플레이와 선수들의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 마지막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고비에서 터지는 장타 한방 등 그동안 두산이 가을 야구의 명승부에서 펼춰줬던 경기력은 3차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보여지지 않았다.
롯데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었던 선발진의 맞대결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대안도 전무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롯데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것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던 니퍼트-노경은-이용찬의 선발 높이에 대한 신뢰였다. 하지만 선발 싸움에서 승부를 짓지 못한 두산은 계투 싸움과 결정적인 순간에 1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두산 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열세에 있는 선발의 무게감을 계투진의 활약과 타선의 힘으로 극복하는 것은 지난 2010년까지 두산이 보여줬던 모습이다. 그러나 두산은 올시즌 반대로 롯데에게 그 내용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김동주가 빠진 두산의 타선은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고, 팀을 이끄는 구심점이 되는 베테랑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수 부상 속에 두산은 군 복무를 갓 마친 민병헌을 엔트리에 집어넣어야 했고, 외야의 구멍을 막아주길 기대했던 맏형 임재철은 자기 앞가림을 하기에도 버거운 컨디션이었다.
벤치의 초보운영도 단기전 승부에서의 약점으로 나타났다. 이미 2차전에서 윤석민의 9회말 번트로 전술적 의문을 남겼던 두산 벤치는 4차전에서 투수 운용에서 깔끔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김진욱 감독으로서는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좋은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며 롯데를 막아가던 김선우를 6회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서 내렸다. 이때까지 김선우의 투구수가 단 74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보다 불펜의 두께가 부족한 두산으로서는 '발 빠른' 교채라기보다 '성급한' 교체였다는 이쉬움을 남겼다.
또한 3-0의 여유있는 리드에서 니퍼트를 투입했고, 니퍼트는 스스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못하고 연속 4안타를 내주며 역전패의 단초가 되고 말았다. 고원준이 무너진 롯데는 롱 릴리프의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 송승준을 3회에 올렸지만, 두산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8회말 위기에서 올라온 홍상삼이 8회 시작과 동시에 올라왔어도 그렇게 흔들렸을까? 올시즌 구원 2위를 기록한 프록터에게 3점차의 2이닝을 맡아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였을까? 지난 두 시즌동안 대부분 5일 로테이션을 철저하게 보장받았던 니퍼트를 굳이 8회에 올려 위기를 자초한 부분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대거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세대교체 속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두산은 못했다기 보다 미숙한 모습으로 일관하며 결국 2012년 가을시리즈의 조연으로 제일 먼저 전락하고 말았다.
사진 : 뉴시스
문화저널21 / 2013년 10월 13일
'fAntasize | 글 > iNside spor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금융리더, 여자농구에 다 모였다 (0) | 2013.11.27 |
---|---|
미안하고 고마운 하나외환의 첫 시즌 (0) | 2013.11.27 |
올림픽이 장난인가? - 올림픽 망치고 있는 심판 논란 (0) | 2013.11.27 |
선수협의 '타당한' 요구, KBO 이사회는 여전히 나몰라라... (0) | 2013.11.27 |
기업 구단의 이기주의 … 결국 제10구단 출범, 발목 잡았다 (0) | 2013.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