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길을 걸을 때의 불안한 유쾌함.
서늘한 바람부는 그늘에서의 낮잠.
빗방울 떨어지는 창가 구석자리에서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책 읽기.
푹 자고 난 후 뒤척이는 침대 위의 게으름.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의 피아노 소리.
어느날 갑자기 떠나는 무계획한 여행.
여전히 철이 없어서, 그리고 아직도 철이 드는 게 그렇게도 두려워서...
무책임에 한없는 태업이 즐겁기만 하다.
게으름을 방해하는 눈치없는 자명종과
무엇인가를 독촉하는 인정머리 없는 다이어리와
제멋대로 저장하고 지워대는 부질없는 기억들 따위가 한없이 귀찮다.
직업과 직함이라는 것이 생겨, 기호를 마음대로 말할 수 없게 됐다.
나는
'우승으로 기억되는 승부는 많아도 감동으로 기억되는 승부는 흔치 않았던' 프로야구 팀을 사랑했고,
'전국구 인기구단의 시작이었던 전설의 팀'을 좋아했으며,
'내가 보는 축구의 모든 것을 의미했던' 유럽의 어느 축구 팀을 사랑했지만 그 팀을 말 할 수 없게 됐다.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악기를 만지고, 마이크를 잡고, 사진을 찍고...
세상을 살면서 내가 해왔던 모든 것들이 결국은 결과에 대한 가치이자 나에 대한 가치가 된다.
그리고 지금 나의 '직업'이 '객관성'이라는 함정을 파고 마스크를 내게 덮어 버렸다.
그래도 음악이 가진 초월의 힘을 증명했던 프레드 머큐리와
반항과 일탈이 시대의 메시지라는 작은 진리를 울림으로 만든 커트 코베인,
마니아에서 대중을 넘어 노래를 했던 본 조비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릇없는 내게 처음으로 '인정하다'라는 단어를 가르쳐준 김경호라는 존재와
참으로 고마웠던 악보위의 사람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할 수는 있다.
아무짓도 안했는데 비춰지는 것 만으로 한껏 왜곡의 멋을 부려준 왼편 사진의 거울처럼
세상에는 아직 어떤 마법과 같은 것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부족한 음악을 듣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
아직도 음력 1월 1일 오후 8시 30분이면 폭탄 문자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분들...
똑같은 마음을 말은 못해도 다른 공간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고마운 분들...
내게 모든 것에서 처음이었던 사람...
여전히 그 이름만으로도 내게 울림인 그 사람...
세상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물러 줬던 당신...
그래서, 나...
이 생애에 이런 과분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다음 세상에서도 자랑스러워 하겠다고...
시간을 초월하는 모든 것들을 소망하며 또 한번 무모한 세번째 블로그에 던지는 도전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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