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부터는 더이상 최고액으로 주저앉힐 수 없게 되면서 WKBL 역시 FA 때마다 최대어의 이름이 그 해 시장을 대표해왔다.
2020년은 박혜진(BNK, 당시 우리은행)이 잔류를, 2021년에는 강이슬(KB)이 이적을 선택했다. 2022년에는 신지현(신한은행, 당시 하나은행)이 잔류한 가운데, 김단비(우리은행)가 이적을 선택하며 충격을 안겼다. F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제도 변경 이후의 3년과 달리 2023년은 다소 조용하게 넘어갔다. 김정은(하나은행)이 우리은행을 떠나 친정으로 돌아왔던 서사가 메인 스토리였다. 2024년에는 진안(하나은행)과 김소니아(BNK)가 중심이었고, 여기에 최이샘(신한은행)까지 모두 소속팀을 옮기면서 보상 선수의 이동까지 화끈한 이적 시장이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에는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도 이전보다 많지 않았고, 시장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태연(신한은행), 이하은(하나은행)의 은퇴로 FA 대상자는 9명에 불과했고, 여기서도 김나연(삼성생명), 이경은, 구슬(이상 신한은행)이 은퇴로 시장을 마감하면서 실질적인 FA는 6명이었다. 1차 대상자였던 강유림(삼성생명), 이명관(우리은행), 정예림(하나은행)은 잔류했고, 2차 FA 시장도 뜨겁지 않았다. 노장 김정은(하나은행)이 '은퇴 번복 후 1년 더'를 선택하면서 하나은행과 동행했고, 이적 후 부진했던 신지현(신한은행)도 팀에 남았다. 강계리(우리은행)가 이적했지만, 이 역시도 사인 앤 트레이드의 과정이었기에 FA 시장은 제도가 변경된 2020년 이후 가장 소강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몇 년 간 꾸준히 진행했던 FA 포스팅을 건너 뛰었다. 굳이 글을 쓸 것 까지는 없는 시장이라는 생각이 나의 게으름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이적'과 '잔류'라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역대 FA시장과 비교하여 대상 선수(10명)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면면이 화려해 모든 구단들이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뜨거운 시장이 될 수 있다.
| 이름 | 구단 | FA 취득 자격 | 이번 시즌 공헌도 |
지난 시즌 공헌도 |
보호 선수 (본인 포함) |
보상금 (계약금 대비) |
| 강이슬 | KB스타즈 | 2차 | 6 | 6 | 4명 | 300% |
| 김민정 | KB스타즈 | 2차 | 69 | 56 | 6명 | 100% |
| 김예진 | 우리은행 | 2차 | 42 | 35 | 6명 | 100% |
| 김진영 | 신한은행 | 2차 | 21 | 39 | 6명 | 100% |
| 박지수 | KB스타즈 | 2차 | 7 | -- | 4명 | 300% |
| 윤예빈 | 삼성생명 | 2차 | 31 | 73 | 6명 | 100% |
| 이윤미 | KB스타즈 | 1차 | 70 | 48 | 6명 | 100% |
| 이채은 | KB스타즈 | 1차 | 16 | 46 | 4명 | 200% |
| 이혜미 | 신한은행 | 2차 | 47 | -- | 6명 | 100% |
| 조수아 | 삼성생명 | 1차 | 29 | 23 | 5명 | 100% |
원소속 구단이 선수 1인 상한액(3억원)을 제시하면 이적이 불가능한 1차 자격 대상자는 이윤미, 이채은(이상 KB), 조수아(삼성생명) 등 3명이다. 이들 중 원소속 구단이 최고액으로 묶을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2차 자격 대상자 중에는 이번 FA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KB의 원투펀치' 박지수와 강이슬이 있다. 이번 FA 시장이 역대 가장 뜨거운 경쟁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비교적 이동 가능성이 높은 2차 자격 취득자 중 박지수와 강이슬을 제외하면 나며지 5명은 모두 보호 선수가 6명에, 보상금도 100%다. 타구단 입장에서 영입의 허들이 낮다는 의미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이들의 활약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
KB는 당연히 '집토끼 전면 사수'를 선언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무국장이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모두 잡겠다"는 선전포고를 던졌다. 박지수의 부상과 하나은행의 돌풍으로 정규리그 순위 싸움에서 고전하던 무렵, 임설 KB 사무국장에게 "정규리그를 무리하기 보다는 2위로 마쳐도 플레이오프에 올인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묻자, "그렇긴 한데, 저희는 FA를 다 지켜야 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KB는 시즌 중에도 '박지수와 강이슬 지키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타구단의 입장은 어떨까? KB가 수성을 외치는 것처럼, 다른 구단들은 당연히 영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적 시장 시작일이 밝은 만큼, 이미 자정 무렵에 연락을 보낸 구단도 있을 것이다. KB가 염윤아와 강이슬을 영입할 때, FA 시장이 열리는 날 자정에 '예의 바른 문자'를 먼저 보내면서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을 잡았던 것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기에, 이러한 적극성 어필에 나선 팀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박지수와 강이슬 중 누구냐'의 차이일 뿐, 둘 중 한 명, 혹은 둘 모두에게 강력한 러브콜이 이어질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FA 박지수에게 오퍼를 하지 않는 것은 구단을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는 말이 돌았던 것처럼, 박지수에 대한 관심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강이슬 역시 박지수에 버금가는 카드인 만큼, 애초부터 강이슬에게 집중하게나, 다른 쪽에 연막을 펼치고 강이슬을 메인 타겟으로 하는 팀도 등장할 것이다.
BNK의 경우, 주전 4인방인 박혜진, 김소니아, 이소희, 안혜지가 차지하는 셀러리캡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시장 참전이 어렵다는 볼멘소리와 관측이 존재하지만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기존의 4명도 훌륭하지만, 박지수와 강이슬은 그저 관망으로 놓치기에는 너무 큰 선수들이다. 기존의 선수들을 보호선수에 묶지 않고 풀어버린다 해도 영입에 나설 가치가 충분하다. 기존의 셀러리캡 때문에 BNK가 이번 시장을 정말 수수방관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명분과 조건의 싸움
2차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WKBL 선수들은 이적에 대해 전향적이지 않았다. 셀러리 캡과 선수 1인 상한액으로 인해 금액의 차이가 파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도 이유겠지만, 기묘하게도 WKBL은 다른 종목과 달리 FA 이적에도 '명분'이 존재해야 하는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옮기고 싶으면 옮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인데, 선수들은 이적을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명분을 찾아야 했다. 박혜진은 그 명분 때문에 처음에는 우리은행에 잔류했고, 두 번 째에는 고향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우승을 위한 이동도 있었다. 오히려 선수에게 '여자농구 흥행'이라는 대의적인 명분까지 덮어 씌우면서 FA 족쇄를 언급했던 구단도 있었다.
'명분'은 2차 FA 제도에 등장한 새로운 유령이었다. 몇몇 선수는 더 나은 조건도 명분이라는 기준에 맞춰서 포기 했다. 구단도 마찬가지. 신한은행은 이 '명분'이라는 덫 때문에 김정은(하나은행)과 박혜진(BNK) 영입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적어도 박지수와 강이슬이라면 이 허울 뿐인 명분 논쟁에 발목을 잡힐 것 같지는 않다. '상황과 조건' 자체에만 집중해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무시할 필요도 없지만, FA 선수의 진로 결정에 명분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우습다. 의지 이상의 명분은 존재할 수 없다. 박지수와 강이슬 모두, 영입과 수성에서 가장 확실한 기준은 구단들이 제시할 '조건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의 가능성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원소속 구단인 KB가 조금은 앞서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협상의 진행 경과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시작하는 위치에서 더 나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박지수 영입을 일찌감치 표명했던 구단들은 하나같이 'KB만큼 돈을 쓸 수 없다는 게 고민'이라고 한다. 허예은-강이슬-박지수가 모두 있는 KB보다 금액 싸움에서 밀린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
WKBL 구단들이 쓸 수 있는 금액은 전체 셀러리 캡(14억원)과 이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수당(2.8억원) 등, 총 16억 8천만원이다. 그런데 KB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총알을 더 확보했다. 정규리그(5천만원)-챔피언결정전(6천만원) 우승 상금과 이 금액의 400%까지 지출할 수 있는 상여금까지, 타 구단보다 5.5억원의 여유를 더 갖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강팀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비판하지만, 이전에도 설명했듯, 이는 제한할수도, 해서도 안되는 부분이다. 우승팀에게 예산을 더 허락하는 게 아니라, 우승팀이 지급할 수 있는 우승 보너스를 제한하는 제도다. 우승팀이 결정된 후, 다른 종목에서 늘 등장하는 몇 십억 단위의 '우승 보너스 잔치'와 같은 언급이 WKBL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상금+상금의 400%'로 묶어 뒀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 수당이라는 메리트 시스템을 없애는 것은 말도 안된다. 때문에 이 제도를 폐하는 것은 몰상식에 가깝다.
KB는 지난 시즌에도 셀러리 캡과 수당을 100% 소진하지 않았다. 총액에서 BNK보다 적은 2위였다. 우승으로 인한 선수단 전체의 연봉 상승 효과가 있겠지만, 염윤아의 은퇴, 그리고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의 연봉은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우승 상여금이 더해지기 때문에, 다른 팀들은 사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KB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우승 상여금이 없어도 셀러리의 여유를 갖고 있는 구단이 있다. 셀러리 캡 100%를 소진했던 삼성생명은 팀 내 최고 연봉자였던 배혜윤의 은퇴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애초 샐러리 캡의 83%밖에 활용하지 않아 수당까지 약 3억원의 여유가 있던 신한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셀러리 자체의 열세는 없다.
하지만 선수 1명에게 지급할 수 있는 최고액의 상한선을 3억원으로 묶어놓았기에 이 여유가 온전한 자율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 기준, 연봉이 최고액 3억원이었던 선수는 총 6명이며, 박지수와 강이슬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번에도 박지수와 강이슬의 연봉은 3억원에 고정될 것이고, 제시 금액의 차이는 수당에서 판가름 난다. 하지만 구단이 쓸 수 있는 이 수당의 범위는 앞서 언급했듯 총액 2.8억원이기에, 남들에게 없는 우승 상여금을 갖고 있는 KB가 예산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선수 한 명이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수 없는 구조이기에 본격적인 차이가 만들어지기 어렵고, 그로 인해 원소속 구단이자 우승 상여금까지 활용할 수 있는 팀이 더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구단들이 불만을 내세우기도 힘들다. 이미 통합 6연패를 달성하던 시절의 우리은행이 이를 통해 핵심 선수들의 연봉을 충분히 보전했던 전례가 있다. 그리고 KB는 이전부터 꾸준히 셀러리 캡 내에서의 연봉 상한선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해온 반면, 다른 구단들은 3억원 상한선 유지에 적극적이었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처럼 마냥 순진하지 않다. 똑똑하고 영악해서, 구단의 두루뭉술한 포장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선수도 있다. 구단들이 제시하는 금액 조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선수의 입장과 니즈에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
KB는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선수들을 챙기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모든 팀들이 핵심 선수들 관리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지만, KB는 더 두드러진다. 드래프트 현장에 이름을 마킹해오고, 초대형 꽃다발이나 메달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는 여자 농구에서 KB가 가장 먼저였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귀국 현장에서도 소속팀 선수들을 챙길 때 가장 눈에 띄는 팀이기도 하다. 다른 팀들 역시 정성을 기울이고 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KB가 한 발 앞서있다는 것은 현장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른 직업군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인 금융권이기에, 이러한 부분의 관리와 배려에 다들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만큼 잘하는 건 사실"이라는 게 KB를 보는 다른 구단의 설명이다. 여자 농구에서 가장 열성적인 청주 홈팬들의 열기와 더불어 KB가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가져가는 강점 중 하나다. KB 포함, 복수의 구단을 경험하고 은퇴한 선수들은 "모든 구단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잘해주지만, KB가 어떤지는 뛰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수와 강이슬을 영입하고자 하는 타 구단들이 금액 조건 외에도 경쟁해야 할 KB의 체급적인 부분이다.

선수의 니즈 - 박지수
여타의 조건에서 균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선수의 니즈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박지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FA 자격을 획득하면 어마어마한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선수임을 공인 받았다. 이런 가운데 박지수가 입은 발목 부상은 FA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박지수도 미국 WNBA 재입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현지, 혹은 특정 구단과 교감을 나눈 것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올해 열리는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챔프전을 앞두고 입은 발목 부상이 생각보다 심하다. 수술과 재활이 필요하고,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하다. 본인은 여전히 빠른 회복을 통해 대회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때까지 회복이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상을 당하고, 수술을 한다고 해서 박지수의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5월 1일 자로 자유 계약 신분을 획득했음에도 선수의 수술과 치료에 원소속 구단인 KB는 지척에서의 접근과 간호가 용이한 반면, 다른 구단들은 KB만큼 가까운 입장이 아니다. KB로서는 병실에 바짝 붙어서 선수를 간호하며 꾸준히 교감을 이어갈 수 있다.
약 4개월 정도의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박지수는 이번 비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다. 팀을 이적할 경우, 팀의 분위기와 문화에 적응하고, 훈련과 바뀐 전술 등 다양한 부분에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데, 부상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부상에서 회복하며 완전치 않은 상태로 새로운 환경의 팀에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반면 10년간 몸담은 KB에서는 같은 상황이라도 준비나 시행착오를 덜 수 있다. 특히 지난 시즌부터 부상이 반복된 박지수로서는 본인의 몸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으며, WKBL에서 유일하게 멘탈 트레이닝 코치를 두고 있는 KB가 편할 수 있다.
다른 팀들이 넘어야 할 벽은 또 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항마 없는 리그의 절대적 존재로 자리매김한 탓에 박지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뒷 말들이 오갔다. '표정이 건방지다'는 태도 문제 지적부터,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거나, '소속 구단으로부터 다른 특혜를 받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도 이번 FA 시장을 앞두고 등장했다. 소문이야 진위를 떠나 어디서든 횡행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KB 외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지수는 자신에 대한 뒷담화에 가까운 소문들이 어느 구단에서 시작됐는지는 물론, 선수 연봉 상한선 제도에 다른 구단들이 적극적이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부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구단들은 박지수와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핸디캡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와서 말을 바꾸고 둘러댄다고 덥석 믿을만큼 박지수가 순진하거나 어리지는 않다.

선수의 니즈 - 강이슬
강이슬과 관련해서는 WNBA와의 병행이 화두다. 당장 이번 비시즌은 상관이 없지만 내년에는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피닉스 머큐리와 트레이닝 캠프 계약이 이미 맺어진 상태다.
강이슬은 지난 2022년 워싱턴 미스틱스의 부름을 받아 WNBA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엔트리 탈락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출국 당시에 '사실상 정식 계약'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강이슬의 입지는 탄탄해보였다. 워싱턴 합류 후 연습 때도 팀의 상징과도 같은 엘레나 델레 던이 강이슬의 슛을 보고 "커리를 보는 것 같다"고 할만큼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고, 강이슬 또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 무대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하다.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실패한다 해도 본인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만 일정상의 문제가 있다. 강이슬이 WNBA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트레이닝 캠프를 소화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도 챔프전을 뛰느라고 트레이닝 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년에도 일정이 불투명하다.
2025-26시즌은 타이틀 스폰서의 홈 개막전 개최 일정과 시즌 도중의 월드컵 최종 예선 관계로 일정이 상당이 늦어졌다. 다음 시즌도 이렇게 밀리지는 않겠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으로 인해 10월 중순 개막은 사실상 어렵다. 이번 시즌 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정이 빨리 시작되기는 힘들다. 또한 팀당 7라운드로 일정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WKBL 포스트시즌 일정이 WNBA 트레이닝 캠프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강이슬은 지금까지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국내 일정을 우선으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다르다. 내년 WNBA 트레이닝 캠프는 강이슬에게 미국 진출의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강이슬을 잡고자 하는 팀들은 플레이오프 일정과 관계없이 강이슬의 WNBA 트레이닝 캠프 참가를 보장해줘야 한다. 선수가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WNBA 도전이 가장 큰 과제이자 목표인 만큼, 강이슬에게는 이번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당장 2026-27시즌 일정도 결정되지 않았고, WNBA 트레이닝 캠프 기간도 알 수 없는 조건에서 FA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예전에는 특별한 조건에 대해, 사인할 때 말로만 들어주겠다고 하고, 막상 닥쳐서는 팀이 우선이라는 명분과 여론전으로 몰고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강이슬을 잡고자 하는 구단들에게는 상당히 고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영입해야 하는 입장의 팀들에게는 부담이 더 크다. 많은 금액은 물론 보상선수까지 주고 영입한 에이스가 정작 플레이오프에는 없을 수 있다는 핸디캡을 수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단 데려와 놓고 일정이 겹치지 않기를 마냥 기도할 수도 없다. 현실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또한 강이슬을 1년만 쓰고 말 게 아니라면, 미국에 있는 동안의 지원도 필요하다. WNBA는 선수 관리를 우리나라처럼 하지 않는다. 팀 훈련도 많지 않고, 선수는 비는 시간에 스스로 자기 몸을 만들어야 한다. 주전급의 플레이타임을 소화하지 않는 선수는 더욱 개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박지수도 이러한 부분에 어려움을 겪었고, KB는 트레이너를 보내 지원하기도 했다. 강이슬이 WNBA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미국 리그를 온전하게 잘 소화하고, WKBL 복귀 후에도 그 기량을 기복없이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보면 금액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강이슬 또한 KB가 다른 팀보다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일정상의 배려 역시 새로 영입하는 팀보다는 기존 팀 입장에서 감수하는 데에 부담이 적은 부분이고, 미국 진출 선수에 대한 지원 또한 KB는 이미 해본적이 있기에 방법은 물론, 해당 예산 확보 역시 다른 팀들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KB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5년간 KB에서 2차례 우승에 기여했던 강이슬의 희생과 결핍에 대한 보상이다. 허예은의 성장은 그만큼 자신의 롤과 집중을 양복했던 강이슬의 배려가 동반됐다. 현재 KB의 우승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조화를 맞췄지만, 그 중에서 희생이 가장 많았던 선수는 강이슬이다. 플레이 뿐이 아니다. 강이슬은 작년에도 유럽 진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이 부분에서는 KB의 배려나 지원이 없었고, 끝내 좌절됐다. KB에서 활약하며 강이슬이 이룬 것도 많지만, 반대로 그 과정에서 잃은 부분도 있다.
최고 슈터였던 강이슬이 센터 역할까지 하며,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간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 보는 팬들은 강이슬이 장점인 3점슛을 더 시원하게 던질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며, 본인도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강이슬을 필요로하는 팀 중에서 그를 오롯이 슈터로만 쓸 팀은 없다. 포지션에 묶인 농구가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은 WKBL도 마찬가지다. '슈터였던 과거의 강이슬보다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하는 강이슬이 더 무섭다'는 것은 현장 지도자 대부분의 공통된 평가다. 180cm의 강이슬은 포스트업과 페인트존 공략이 과거보다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리바운드도 평균 6개 이상을 잡아내고 있다. 이러한 강이슬을 국내 리그에서 외곽 슈터로만 묶어놓을 팀은 없다. 강이슬 역시 자신의 역할 자체에 대한 부분보다는 본인이 희생하고 감내한 부분에 대해 합당한 보상과 피드백이 존재하는지를 더 강조하는 느낌이다.

조건의 싸움
그래서 이번 FA 최대어 경쟁은 '명분'보다는 '조건'의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상이라고 본다. 금액은 물론 그 외의 부수적인 부분까지 더 나은 조건을 마련하는 팀이 이기는 그림이다. '조건'의 범위는 물질적인 부분, 상황적인 부분, 그리고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부분까지 모든 부분을 포함한다.
금액에서는 '합리적 접근'은 의미 없어 보인다. 밀당을 위한 간 보기는 필패일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어차피 기반이 되는 샐러리는 최고액 싸움이다. 기량은 물론, 자존심도 세고, 머리도 좋은 선수들이기에, 애초부터 아낌없이 카드를 제시하는 싸움이 되어야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자칫 '합리적 범위'를 먼저 생각하다가 밀당의 실패로 감정적인 부분을 자극한다면, 비슷한 조건의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이미 과거 FA 시장에서 이같은 우를 범했던 사례들이 있다.
KBL에서 정관장은 KGC 시절이던 지난 2017년, 왕좌에 올랐지만 시즌 직후 바로 FA 전쟁에 돌입했다. 팀의 핵심이었던 오세근과 이정현이 FA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두 명 모두 잡겠다고 나섰던 정관장은 오세근은 지켰지만, 이정현은 잡지 못했다. 비슷한 입장의 KB는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이번 FA 시장에는 박지수와 강이슬이라는 거대한 두 빅 네임은 물론, 쏠쏠한 카드인 이채은도 있다. 또한 박지수와 강이슬을 제외한 2차 자격 취득자들은 과거 그들에게 주어졌던 기대에는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지만 보호선수가 6명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매력이 존재한다. 소속 구단 FA가 최대어 2명 포함 총 5명인 KB로서는 무조건 집토끼 단속에 나서겠지만, 다른 팀들은 다양한 전략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강이슬-박지수 쟁탈전의 승자는 결국 한 팀 혹은 두 팀이다. FA 시장에서 최소 4팀은 최대어가 아닌 선수들의 영입, 그리고 이후의 트레이드까지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 올인하는 게 현명할지, 투트랙 혹은 그 이상의 다양한 옵션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최대어 두 명의 거취는 다른 FA의 이동은 물론, 아시아쿼터 선발에도 지대한 영향일 미칠 수 밖에 없기에, 어쩌면 WKBL 출범 후 가장 재미있는 FA 시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필요한 집토끼를 한 번도 놓쳐본 적 없는 KB, 외부 FA 시장에서 오랫동안 은둔했던 삼성생명, FA 영입을 통해 확실한 변화를 기대하는 신한은행, 돌풍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한 하나은행, 되든 안 되든 관심있는 선수 모두에게 달려들 거라 천명한 우리은행, 한 발 물러선 것 처럼 보이지만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다른 팀들의 허를 찔러 왔던 BNK까지... 이번 FA 기간은 분명 '또 하나의 시즌'이라고 할만한 프런트와 감독들의 전쟁이 될 것 같다.
아울러 박지수와 강이슬은 지금까지의 전체 시장을 망라해도 손꼽을 수 있는 대어들인 만큼, 비교할 것도 따져볼 것도 많기에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상식적일 수 있지만, 다음 주에 박지수는 수술, 강이슬은 여행 일정이 잡혀 있어, 어쩌면 그 이전에 구단들의 잰걸음이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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