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침이 많았던 한 달이었다. 손발이 잘려나가도 어떻게든 기어서 비참하고 처절하게라도 나아갔지만, 숨통이 끊겨버리니 방법이 없더라. 하지만 이 역시도 핑계다. 상황이 어찌되었던, 발행일은 독자와의 약속이며, 기본 중의 기본이다. 플랜B - 플랜C까지 모두 막혀버렸다는 것은 결국 실패한 이들의 핑계에 불과하다.
나는 프로다운가, 혹은 내가 있는 이곳에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들이 그 자격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참 오랫동안 해왔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매사에 부정적인 인간이 어이없는 관대함을 떤 까닭에, 이 또한 나 답지 못해, 정신차리라고 정죄를 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가진 직업에서 모자람이나 부끄러움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2001년, 처음 기자라는 이름을 달았다. 늘 떳떳하다고 착각했지만, 2014년 4월 16일에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과오이자, 비참함이다. 그리고, 3월호 Letter를 작성하며, 그날 이후 가장 큰 자괴감을 느꼈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신뢰'라는 단어에 너무 개방적이었던 것 같다.
'철저한 실패'와 마주하고 있다. 패배감을 떠나, 모욕적인 기분을 티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 중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을 만나고 일상을 진행하려는 내가 스스로도 참 역겹고, 가엽다. 딛고 있는 계단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참기 힘든 화가 밀려오는 하루하루다.
이번 시즌은 유독 이런 걸음이 잦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가 따르지 못하면 할 말이 없다. 뒤늦게 나온 3월호를 책상 위에 두고, 한 페이지도 열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평생 열지 않을 것 같다.
'뭐라도 해야 나아질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가 어떻든, 그동안의 관계가 어떠했든, 주변에게 우리 역시 그저 주변일 뿐이다.
'프로'라는 말을 달기에 나는 아직도 미숙했고, 그들은 자칭할 자격과 의지가 없다. 무력함을 극복하기 전까지, 한없이 가라 앉아 움직이지 않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지금, 그런 것이 필요하다.
덧.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의 인간 관계는 좁고 얕은 것이 좋다. 사회성의 퇴화는 어쩌면 진화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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