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년 전 오늘은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굴욕의 처참한 만행이 자행된 날이다. 112년 전 일본은 6월 30일, 우리의 경찰권을 빼앗았고, 7월 12일, 조선통감으로 임명된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에게 ‘병합 후의 대한(對韓) 통치방침’을 내려 사실상 국권침탈에 대한 공작을 전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8월 29일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우리의 실질적인 통치권과 국호를 모두 빼앗아갔다. 바로 경술국치(庚戌國恥)가 벌어진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여 대비하였다면 당하지 않았을 비극을 겪었고, 그 상흔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국력 강화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에 이번 정부도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 위원회까지 조직하여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은 런던에서 보여준 우리 태극전사들의 가슴 뭉클하고 뜨거운 투혼이 온 국민의 새벽을 하얗게 만들었던 한 달이었다. 전 세계 인구의 0.6%가 전 세계 면적의 단 0.07%에 모여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작지만 강한 나라’ 라는 것을 온 세계에 다시 한 번 널리 알렸다. 올림픽에 나선 우리 대표선수들은 금메달 13개 등 총 28개의 메달을 획득해 세계 5위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세계 15위, 인구수 25위, 국토면적 109위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올림픽의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가늠할 수 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온 세계에 내닫은 우리 선수들로 인해 국민들인 열광하고 환호했다. 그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대한민국으로 인해 행복하지만은 못했다.
IOC 오심 의혹 - 일본에는 ‘벌벌’. 한국에는 ‘뻔뻔’
첫 날부터 이어진 공정치 못한 오심 논란은 승리의 주인공으로 환하게 웃어야 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딸(신아람)을 펜싱장 피스트(PISTE)위에서 한 시간 남짓, 비극의 주인공으로 눈물 흘리게 만들었고, 어이없이 벌어진 독도 파문은 축구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들(박종우)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을 근대 올림픽의 이상으로 내걸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심을 인정하지만, 판정은 번복할 수 없다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한 선수의 지난 4년을 모욕했다.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체조, 쇼트트랙 등 각종 종목에서 이러한 어이없는 판정 문제에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고 그 때마다 국력과 스포츠 외교의 문제를 한탄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문구를 들고 승리를 만끽했다하여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메달을 박탈하겠다는 으름장을 IOC가 하고 있다.
우리 조국, 우리 영토를 우리 땅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찌하여 정치적인 것인가? 독도를 분쟁지역이라 하는 것은 일본의 주장이다. 때문에 독도 언급을 정치적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IOC가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IOC가 그 본연을 망각한 행위 아닌가? 오히려 그들은 욱일승천기를 유니폼의 디자인으로 사용한 일본 체조팀에 대해서는 공론화조차 시키지 않았다.
유럽 전역에 큰 상처를 입혔던 나치의 철십자 마크에 대해서는 그토록 강력대응 하면서, 일본이 일으킨 대동아전쟁의 상징과도 같은 욱일승천기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남자 체조팀은 단체전에서 당당히 이 유니폼을 입고 심판에게 판정 이의를 제기하여, 4등으로 끝났던 승부를 은메달로 뒤집기도 했다. 복싱과 체조, 유도에서 판정 이의를 제기할 때 마다 원하는 결과를 받아 든 일본의 모습은 이웃나라인 우라나라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조국의 아들딸들이 태극기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국력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스포츠 외교력보다도 더 한심하고 안타까운 것은 현장에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이다.
IOC가 정치적이라고 지적한 ‘독도 문제’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조금의 항의도 하지 않은 채, 선수의 행위가 계획적이지 않았고 우발적이었으니 선처해달라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이므로 이를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나 문제로 지적될 수 없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소명은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독도가 분쟁지역이고, 올림픽 무대에서 꺼내어 들어서는 안 되는 화두라고 인정한 셈이다. 심지어 대한축구협회는 일본에 보내는 공문에서 이를 [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라고 표현하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기뻐한 행위가 스포츠맨십을 어긴 것이라고 자인했다. 그러면서 일본축구협회에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까지 첨부했다.
대체, 이 나라의 스포츠 외교를 맡고 있는 이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은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112년 전 경술국치가 진실로 비분강개한 것은 일본에게 힘에서 밀렸을 뿐 아니라, 백성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할 우리의 위정자들이 일부가 그릇된 역사의식과 빈약한 국가관으로 나라의 주권을 팔아먹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을사오적이 득세했고, 이완용의 지시를 받은 윤덕영은 순조대왕(純祖大王)을 압박하여 조선왕조의 멸망과 식민지 날인을 이끌었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지난 4년간, 피땀 흘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 세계인의 박수를 이끌어낸 우리 선수가 정당한 승리를 빼앗기고, 떳떳하게 내 조국 내 땅을 외친 선수가 불합리한 처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재벌 출신의 수장을 비롯한 소위 스포츠 외교의 전문가라는 이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존심도, 당당한 역사의식과 국가관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놓고서는 “떼를 쓰는 것은 현명치 않다”며, 온 국민의 비난을 받은 자신들의 대처를 합리화하고 오히려 국민 수준이 부족하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 발언을 하는 스스로가 대한민국 국민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한일전 승리이후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자랑했던 선수는 시상대에 오를 자격을 상실하고, 메달 박탈 위기에 처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우발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다 하더라도 “내 조국, 우리나라의 영토를 세계만방에 자랑한 일이 참으로 자랑스러웠구나”라는 깨우침을 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후회를 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이후에 그 어떤 젊은이가 우리의 국토와 역사를 ‘논란’이라 칭하는 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겠는가?
선수들이 빼앗긴 것은 그저 메달과 승리가 아니라, 지난 4년간의 노력과 정당한 승부의 대가였다. 그러한 그들의 당연한 결실을 조국이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이들에게 그토록 강조하고 교육해 온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에 대해 스스로 부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 무엇보다 더 소중한 우리의 자녀들이 지금, 태극기 앞에서 설움에 겨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작금의 우리에게 그 무엇이 이보다 중대한 문제란 말인가? 외교적 관례니 국제 관계니 하는 말로 이들의 피멍든 가슴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조국의 명예를 가슴에 안고 세계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태극기와 애국가 앞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외친 젊은이들에게 최소한 부끄러운 조국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격과 국력을 떠나 국가와 민족의 당당한 자존심이며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이끌 한민족의 찬란한 자긍심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저널21 / 2012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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