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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ize | 글/rEstoration

역적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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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헌법 10조 조항 전문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에 너무도 무력하고 무능한 대한민국의 처절한 실상을 마주하게 됐다.
 
조속한 구조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고 해역의 조류와 날씨 때문이었다 치더라도, 사고 발생 후 며칠 동안 탑승자 숫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정부를 두고 신뢰라는 말을 꺼낼 수 있는 이가 과연 있었을까? 심지어 사고 직후 처음 인명 구조에 성공한 이후 단 한 명도 추가로 생환시키지 못했으면서, 구조자 숫자 조차도 번복을 이어갔다. 구조 계획은 말할 것도 없다. 방금 실시한 구조 작업의 결과에 대해서도 발표 이후 내용 정정이 여러 차례 이어지며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우리 정부는 정권 여부를 떠나 과거부터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에서 무능한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무고한 국민이 타지에서 억울하게 억류되거나, 목숨을 잃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역시 헌법 22항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먼 타지도 아닌 우리 영해에서 당한 사고에 대해 우왕좌왕하며 한없이 무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노출했다.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가적인 재난을 선거정국의 이벤트로 이용하고자 하는 간악한 잔꾀를 부리기도 했다. 어떤 이는 안타까움을 자신의 시상(詩想)으로 연결해 빈축을 샀고, 어떤 이는 굳이 이 아픔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했다.
 
언론도 함께 널뛰기를 했다. 어떤 언론에게는 생존자 구조보다 보험금 액수가 더 보도의 가치가 있었고, 방송을 위해서는 패널의 적격성 여부도 뒷전이었다. 국가적인 재난속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굳이 내걸었던 이들도 언론’이었고, 현장의 소리를 여과없이 대변하지 못한다며 비난을 받은 것도 언론’이었다.
 
또한, IT강국의 어두운 그림자에 숨은 이들은 비극 속에서도 악플러의 존재감과 스미싱의 범죄본능을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무책임하게 세월호를 버린 선장과 책임자들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이어진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자신의 SNS에서 세월호 참변과 관련하여 벌어진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 큰 상처를 받았음을 토로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우리의 조국이란 우리의 마음이 묶여 있는 곳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세월호 참변으로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과 이번 사태를 통해 간접적으로 충격을 받은 이들의 마음속에 조국 대한민국의 가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번 사태로 인해 누군가가 품고 있던 마음속의 조국 대한민국을 완전히 지워버렸는지도 모른다.
 
국가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단위이자 최대한의 힘인 국민을 무력하게 만들고 돌아서게 만드는 것. 나라를 팔아먹는 조약에 서명을 하게 했던 역적들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지 심각히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천 년도 부족하지만,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한 시간으로도 족하다 - 바이런 (Baron Byron,1788~1824)

토요경제/2014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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